하지만 과연 그 공격적인 태세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자아, 주사위를 굴려보자. 현재 캐릭터가 검술에 능해 근거리 전투에서 많은 이점을 가지고는 있지만 무너져가는 몸은 언젠가는ㅡ
"방어.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8. 성공."
주사위 값 자체는 낮게 나왔으나 상대방의 낮은 근거리전투능력과 무기의 차이로 방어는 당연스럽게 성공했다. 하지만 방어란 상대방과의 접촉을 뜻한다. 그리고 그 물리적인 접촉은 화상을 입은 그 몸에는 고통이 수반된다.
결국, 무리하며 움직인 몸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당신은 완벽하지는 않으나 상대방의 공격을 자연스럽게 흘리는데에 성공했습니다. 공격을 흘리고 그대로 검을 움직여 공격으로 전환하려던 그때, 막아낸 충격으로 화상을 입은 손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낍니다. 그로인해 당신은 공격 할 타이밍을 놓쳤고, 적은 그것을 호기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당신으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다시 도망치는 적. 이제 화상으로 인한 부상이 덮쳐 움직이는데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연히 상대방은 진검승부따윈 해 주지 않는다.
"당신은 손에 덮쳐오는 고통을 오른쪽 어금니를 강하게 씹으며 버텨냅니다. 아직까지 손은 움직일 수 있을 듯 합니다. 다음 행동을 정해주세요."
상대방의 도망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때부터는 추격전의 시작이다. 자, 과연 그녀는 어떻게 움직일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밤에 산소를 내뱉는 식물이라고 보시면 되니까요" 그러니까 보통 식물은 밤에는 이산화탄소를 내뱉지만 CAM은 아니라는 것이다. 끄트머리가 비에살짝 젖은 걸 본 토와는 들어가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계속 젖어있는 채로 유지된다면 토와가 여름감기에 걸리면.. 곤란한걸.
"원하는 결과는 얻기 어렵지는 않지요." 다만. 그것이 정말 원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겠지.라고 생각하며 깊게 가라앉는 눈을 합니다. 그러나 그 가라앉음에도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을 것이다.
"저희 친척 중에선 저만 색이 다르니까요.. 그런 말은 간혹 들었네요" 토와라는 성을 가진 분 중에서 녹색은 엔 한 명 뿐이다. 나머지는 푸르다. 의 말이 어울리는 색이었지. 물론 파랗다가 녹색을 뜻하기도 하지만. 여기에선 분명히 다르게 취급되니.
"비가 그쳐도 그치지 않아도 돌아가야 하네요." 그치면 편안히 갈 것이고. 더 거세진다면 그 전에 가야 하는 걸까요.
>>374 사실 일상에서도 나올 일이 없고 그냥 정말, 정말, 정말로 엄청나게 만약에 아키라도 호타루마츠리 페어가 정해졌는데 페어가 안 만들어진 이가 혹시나 있어서 호타루마츠리를 즐길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둔 예비용 NPC라는 느낌이긴 한데.. 그 이외에는 나올 일도 없으니 NPC라고 하기에도 조금 애매하고.. 아무튼 그렇네요! 이 애가 안 나오는 상황이 아무래도 제일이겠지요.
후미카는 대략적인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학업에 충실하게 임한 결과 기본적인 과학 상식을 모를 정도는 아니게 되었으니까.
"도쿄가 어렵지 않다니, 그건 꽤나 대단하게 들리는구나."
신에게도 공부는 제 머리로 온전히 이해하며 익히는 일이고, 신에게도 수험은 어렵다. 경험으로 인한 현명함을 갖출 수는 있겠지만 인간과 급이 다르다 할 만치나 특출난 지능을 갖춘 신은 그 방면의 신이 아니고서야 드문 편이다. 기계적인 수순으로 놀라움을 표하듯 상대를 조금 키운 눈으로 올려다보던 것도 잠시, 후미카는 우산을 기울여 상대에게 닿지 않을 방향으로 조심히 물을 털어내었다. 우산을 쓰더라도 비 오는 날에는 바깥에 오래 있으면 몸 곳곳에 빗방울이 튀기 마련이다. 어느새 치마나 상의에도 조금쯤 물기가 스민 듯했다. 어느 곳을 향하다가도 다른 방향으로 새어 뜻없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일은 풍어신에게는 종종 있는 흔한 일이었지만 제 옆의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꽃은 이미 충분히 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르는 채 이야기를 했구나. 혹시 가미즈미 고등학교에 다니니? 그렇다면 통성명을 부탁해도 될까?"
어둑한 날에 선명하게 밝은 꽃을 보았기에 그곳에 멈춰선 것처럼, 그와 같이 뚜렷한 빛의 시선이 뇌리에 남기에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물음을 건네게 된다. 후미카는 두 손으로 우산을 고쳐잡고 그를 올려다 보았다.
"어려움이란 갈피를 못 잡을 때 찾아드는 시련 같은 거라 생각하니까요" 약간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무엇을 보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조심스러운 우산의 물이 떨어지는 걸 보고는 토와도 둘에게 잘 안 튈 법한 곳으로 살짝 기울여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도록 했다. 후미카가 질문하는 것에 어쩐지 굉장히 늦게 말해진 것 같다. 라는 감상이 있었을까?
"가미즈미 고교에 다니는 토와 엔이라고 해요." 그렇다면 저도 통성명을 부탁드릴까요? 라고 말하며 이름을 이야기합니다. 미묘하게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바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여름? 짠물? 넖게 펼쳐진 푸른색? 커다란 배와 상어? 어찌되었건 그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을 먼저 생각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것이다. 어쩌면 그런 존재들을 알고있지 않으니까 바다에 대한 막연한 상상만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걸까?
그것들을 의식하게 된다면, 자신도 모르는 미지의 생물들이 넘실거리는 물속에서 언제 다리를 잡아챌지 모르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녀의 경우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우리가 길거리를 지나며 마주치는 여러 사람, 그들의 반려동물, 차도를 스치는 크고작은 차량들,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에 일일히 놀라지 않듯 그녀는 제 주변에 물고기가 기웃거리다 간대도 아무렇지 않을것이다.
무엇이 위험한지, 무엇이 안전한지는 대강 알고있을 뿐더러 애초에 위험한 행동 자체를 하지 않는게 그녀의 신조니까.
...라곤 해도 오늘은 평소보다 좀 더 오래 있던 탓인지, 뭍으로 올라왔을 때에는 이미 하늘마저 점점 파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어둑해지진 않은 적당히 노을진 하늘, 들어가기 전까진 그래도 몇몇 무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정확히는 그 주변을 돌아다닐뿐 모래사장까진 발을 들이지 않거나 행여 거기까지 들어왔다 해도 갑자기 물속에서 나오는 여자애를 보고 흠칫하던가 나와서 몸을 말리고 있을때를 겨우 본 정도일까?
그녀와 눈을 마주친 이가 어느 타이밍에 왔건, 시선이 맞닿았을 때에는 서로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바쁜 눈빛이 오갔을 것이다.
호타루마츠리는 유일하게 시미즈 가문이 주최하고 진행하는 마츠리였다. 그런만큼 당연히 아키라는 이 시기가 상당히 바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원래라면 이렇게 바쁘진 않았으나 올해부터는 자신도 호타루마츠리를 본격적으로 돕게 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하는 일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북쪽 산에 위치한 동굴에서 성스러운 샘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동굴에서 나와 길을 쭉 걸어가면 반딧불이들이 많이 모여있는 길목이 있으며 그 길목에서 반딧불이를 구경하다가 쭉 내리막길을 통해 내려오면 '호타루노히카미'를 모시고 있는 신사가 나오며, 그 신사의 계단을 따라서 쭉 내려오면 바로 이 해안가까지 오게 되는 직선형 루트였다. 그리고 아키라는 혹시나 위험요소가 없는지, 잘 다닐 수 있는지. 그것을 체크하기 위해서 북쪽 산에 위치한 성스러운 샘이 고여있는 동굴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었다.
일단 루트상 큰 문제는 없었기에 그 부분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크게 하품을 하며 쭉 기지개를 켰다. 그러는 와중 바다에서 막 나오고 있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여학생의 모습이 그의 눈에 비쳤다. 마을 사람인진 모르겠으나 적어도 자신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다. 먼저 저쪽에서 말을 걸었으니 자신은 그 말에 대답하는 것이 맞겠거니 생각하며 아키라는 가볍게 목례를 하며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네. 안녕하세요. 바다에서 수영하고 있었나봐요? 바닷물 온도는 좀 괜찮아요? 이제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차가울 것 같은데."
더위가 주변을 후끈하게 달아오르게 하기까진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그 전에는 아무래도 바닷물이 차갑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키라는 별 의미는 없을지도 모르나 그렇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