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리는 흘러내려온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명찰에 적힌 성은 이자요이, 말한 것은 이름이었다. 코로리는 잘 자라는 뜻이니까, 몰래 잘 자라고 인사한 거야! 세이 친구니까 못난은 빼고, 양귀비잖아! 머리카락을 넘기고, 이름을 밝히고, 또 품에 안았던 책을 내려놓는다. 악수는 한 손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두 손에 자유를 준다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코로리는 두손으로 꼬옥 손님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그리고 악수는 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드니까 그것도 하려고 했다.
"잘 부탁해ー"
나도, 세이도, 별의 기사님도! 드림캐쳐의 엮인 실 모양은 악몽을 잡는 그물을 뜻 하고, 장식으로 달리는 구슬은 붙잡힌 악몽이 아침 햇살을 받아 변한 이슬이었다. 코로리는 일부러 별 모양 구슬 장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별의 기사님이라고 칭했다. 쌍둥이와 코로리를 잘 부탁한다는 것 말고도 양귀비 손님이 악몽을 꿀 일도 없고, 밤에 잠도 잘 오면 좋기를 바랐다. 다음번에는 술래잡기 안 할 수 있겠지?!
"후링 좋아하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코로리가 책방에서 제일 자주 있는 곳인 계산대와 제일 가까운 창문에 후링이 하나 매여있었다. 코로리에게 양귀비의 반댓말이 후링이기 때문에 한 말이었지만 손님이 알아들을 리는 만무하다! 악수가 무사히 끝났다면 코로리는 또 다시 책을 들었다. 원래 하고 있었던 책 정리를 하러 가야한다! 애매하게 깜빡거리던 아르바이트생 모드를 완전히 키는 것이다. 계속 존댓말 하고, 최대한 직설적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모드.
"즐거운 항해 되세요!"
조금 애매하지만 아오키 집안의 책방, 책은 지식, 지식의 바다, 바다가 가까운 가미즈미 같은 단어들이 모여 이곳은 바다가 되었다.
다시 한번 안녕하세요! 요조라주!! 그리고 마피아 게임을 한다면 할 수는 있죠! 코드명을 보낸 후에 제가 코드명이 누가 마피아고 누가 경찰이고 그런 것을 다 알려줄수는 있으니까요! 다만 마피아는 무조건 한 명으로 고정해야하고 경찰의 조사결과가 거의 모두에게 공유가 되는 셈이고..(누굴 조사했는진 몰라도 이번에 마피아가 걸렸다 or 마피아가 걸리지 않았다) 그런 것 때문에 아마 조금 애매한 느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지라! 아무튼 그렇기에 마피아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어색한 미소로 이쪽을 돌아본 순간, 공기에 흐르던 그것은 두려움이 잔뜩 묻어나던 사냥감의 냄새다. 저 치들이 그것을 맡았다면 이 명량한 소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등 뒤에 있는 것이 자신이 아니었다면. 혹여 겁에 질려 물러나지 않았다면? 의지를 증명시킬 힘이 없다면, 그것은 곧 애처로운 허세이자 덧 없는 만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대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란 말이냐.'
그러나 도검의 신은 굳이 그것을 들추려 들지 않았다. 빚을 졌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제 입장도 잊고 잔뜩 일갈을 했을테지만, 신세를 졌다...라는 말이 마냥 거짓인 것만은 아닌 것이다. 분명 가타나누시는 참지 못해 백마디 말보다 칼을 뽑는 것으로 격차를 벌이는 것을 택하려 했다. 그렇기에 이 미나미 스즈의 개입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사장에게 혼이 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내가 되었겠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해져 오는구나. 고개를 가볍게 흔들어 상념을 떨치고서는 헛기침으로 통성명의 운을 튼다.
"하가네가와 시로하. 가미즈미 고교에 재학중인 3학년생인게야."
그러던 중, 문득 시로하의 희연 눈썹이 올라가 아리송하게 변한다. 지금껏 인간의 몸으로 인간을 대하며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말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의 초문(初聞).
나 드디어 종이비행기 접었어ー! 코로리는 사탕세트보다 드디어 종이비행기를 접은게 더 기뻤다! 그리고 한 번 포인트를 얻으니, 10점만 더 얻어서 사탕세트가 두개였으면 했다. 하나는 세이꺼!
.dice 1 3. = 2 당첨/당첨/꽝
.dice 1 7. = 7 1점, 10점, 20점, 30점, 50점, -5점, -30점
366카가치의 완전뒷북 최강뒷북 마니또 후기. 하지만 초딩이니 그럴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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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1 (거의 끝나감) 00:02:44
다육이는 창가에 있고 장미수정 팔찌는 미처 변색은 고려하지 못한 채로 그 곁에 내려두었으며 (머지않아 비명지를 예정이다) 매실맛 사탕은 하나 쏙 먹어보고 으 이게 무슨 맛이야 하며 기숙사 구석에 박아두었다. 남 주기는 싫다.
사로잡힌 벚꽃의 키링은 여러 차례 햇빛에 비쳐보며 저도 모르게 넋 놓고 말았고, 치- 이런 건 나도 만들 수 있거든! 화내며 가방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줄 거면 못해도 123457890897개는 주지 하나가 뭐냐며 옹졸하게 불평했다. 고마타마고 두 박스를 받았을 때는 세 개 줘야지, 두 개라니 센스 없네! 하며 또 불평했고, 저번에 준 사탕으로 미루면 이번 것도 맛은 뻔하다며 흥칫뿡했다. 뭐 이딴 걸 준다고 맛있어할 줄 알아? 맛없네! 세상에서 제일 맛없어! 와, 어떻게 이 정도로 맛없을 수가 있지? 노트북(기네스북이다) 올라야 하는 거 아니야? (줄줄이 먹고 있다) ...도쿄. 그러고 보니 도쿄도 가지고 싶다. 대도시라니 탐날 수밖에 없는걸. 아아, 도쿄로 갈 걸 그랬다. 거기는 띠꺼운 청룡신 따위도 없을 텐데!
"...물, 물은 줘야 하나...?"
제가 보내드린 하월시아 옵튜사는 잘 지내고 있나요? 그 말에 살짝 찔려서, 무심코 방치해두던 창가의 다육이를 흘긋 눈질했다. 다육이, 생존해 있습니다. 적당한 빛을 주는 것이 잘 자라는 비결이라 하니 아마 물도 주면 좋을 것이다. 지극히 단순한 논리 전개로 페트병에 물을 받아 졸졸졸졸줄줄꿀럭꿀럭콸콸콸콸콸 생명수를 부어보았다. 다육아, 잘 자라렴...
"기뻤을 리가 있나. 베에에에- 다."
메시지에 쏘아붙이며 선물 상자를 교양없이 착착 뜯었다. 빈 앨범을 두 손으로 뺐을 때는 잠시 멍 때리고 말았다. 이윽고 카가치는, 자연스럽게 웃었다.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되겠는걸요."
카가치는 굳이 말하면 위조 사진 전문이다. 합성 사진. 거짓으로 점철된 사진.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사진을 위조하지만, 대부분의 이유 따위 정해져 있다. 그것은 추억과는 거리가 멀다. 제 모습이 기분 나빠, 거짓된 모습이라도 꾸며내 보이고 싶다. 우습게 합성하여 타인을 조롱하고 싶다. 사진으로 떼돈을 벌고 싶다. 남을 속이고 싶다. 카가치는 거짓의 신으로서, 그 심리를 누구보다도 관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거짓의 신이므로 사진에서 위조 사진부터 연상하는 것은 자연한 순리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사진은 추억이기도 하다. 추억이라고 다들 이르더란다. 카가치에겐 실로 머나먼 그 느낌을, 그들은 당연한 것처럼 공유하더란다.
카가치는 탐욕스러운 신이다. 그 모든 것을 손에 넣어버리고 싶다.
그야...
"짜자잔- 소중한 추억 하나 만들어보실까-"
찰칵.
"아, 씨이... 초점 다 흐려졌잖아. 다 너 때문이야-!"
카가치는 죄 없는 마니또의 메시지에 불평했다. 거미줄처럼 깨진 액정 너머에는 다육이와 원석팔지, 그리고 열린 창 밖의 환한 봄풍경이 자리해 있었다. 다만 초점이 흐렸고, 벚꽃은 이미 수없이 떨어져버렸다.
...이래서야, 추억은 되지 못하겠지.
기숙사 책상 위에는 앨범이 있다. 곱게 펼쳐져 있었다. 앨범에는 언제 뽑았는지, 인간이 할 방법으로 뽑기는 한 것인지, 어느새 단정한 사진이 꽂혀 있었다. 하월시아 옵튜사는 풍성히 자라 있고, 장미수정 팔찌는 선명한 빛을 발산하며, 창 너머 벚꽃은 흐드러져 과연 절경이라 할 수 있었다. 초점은 전문가의 솜씨처럼 반듯하고 내리쬐는 햇빛은 흠 없이 환했다.
악수가 하고 싶댔으니 요조라는 한 손만 내밀었지만, 이 서점 직원, 이름을 코로리라고 밝힌 그녀는 애써 들었던 책을 내려놓고 두 손을 내밀었다. 요조라는 손을 내민 채 가만히 있었으니 코로리의 손은 무사히 요조라의 손을 잡아 위아래로 흔들며 악수를 할 수 있었다.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던 요조라는 잘 부탁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느릿하게 중얼거렸다. 듣지 않았으면 모를까, 들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호시즈키, 요조라... 에요..."
잘 부탁한다던가, 그런 말은 덧붙이지 않는게 요조라답다. 꼬옥 잡은 코로리의 손과 달리 그저 손을 내밀고만 있는 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살가운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는 것도 말이다.
"후링...?"
뜬금없는 말에 그게 무슨 소린가, 하는 듯 중얼거리기는 해도 되묻지 않은 요조라는 악수가 끝난 손을 거둬들인다. 왼손으로 옮겼던 가방을 다시 오른손에 들고서 코로리가 책을 챙겨 드는 걸 가만히 바라본다. 퀭한 눈매 속 검은 눈이 코로리의 행동을 따라가다가, 자연스럽게 노을빛 눈과 시선을 마주한다.
"네에..."
즐거운 항해 되라는 영문 모를 말에도 요조라는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돌아서 아까 내려놓았던 책을 다시 집어들고, 보던 부분을 살짝 펼쳐 안을 본다. 요조라는 손님으로, 코로리는 서점 직원으로, 다시 돌아갈 시간이었다.
요조라가 나간 건 그로부터 20여분이 지나서다. 한 코너에서 벗어나지 않고 이 책 저 책 몇번 들춰보다가 그대로 나갔는데, 나가는 길에 조금 빙 돌아 카운터를 지나갔다. 때마침 코로리가 자리를 벗어나있을 때 말이다. 기운 없는 목소리가 안녕히 계세요, 라고 말하며 나간 뒤 카운터엔 자그마한 통이 하나 남았다. 달콤쌉쌀한 아망드 쇼콜라(아몬드에 초콜릿을 겹겹이 코팅하고 겉에 코코아가루를 버무린 것)가 가득 담긴 통엔 호시즈키당의 스티커와 드세요, 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