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요.." 모나카나 화과자나.. 토와는 그다지 즐기지는 않지만. 나름 맛은 괜찮았습니다. 애초에 담백하고 밍밍한 타입이기도 하니. 그런 폭력적인 단맛은 입이 마르게 하는 원인일까요? 마사히로의 질문을 듣고는 조금 고민합니다. 너무 당연한 거라서 그런 걸지도ㅡ
"학생이니만큼 공부를 좀 하고 있었지요?" 무언가 청춘의 낭만같은 종류는 아니지만요.라고 말하며 영단어 단어장 카드를 살짝 흔들흔들거리려 합니다. 재미없는 대답일지도 모르지만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기엔 토와는 그런 타입은 아니고..(토와주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럼.. 당신은 어쩐 일로 모나카를 싸서 여기까지 오셨나요?" 밝고 넓은 이런 공간에서 내려다보기 위햬서일까요?라는 말을 가볍게 건네는 토와입니다.
스즈는 아직도 다리에 힘이풀려 반 쯤 주저앉아 있었다. 상황이 정리되었다. 위험할 뻔한 상황에 몸을 던졌고 그 용기의 대가로 아무런 피해없이 작은 아이를 구해낼 수 있었다. 용기를 내길 잘했다. 뭐든 직접 나서서 행동해야 변화가 생기는 법이다. 그런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 버렸다. 그 때도, 그 해 8월에도 이렇게 한 걸음 뗄 용기가 있었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졌을텐데. 너와 헤어질 일은 없었을텐데.
" 으응? "
무모함은 삼가라는 말. 스즈는 고개를 갸웃하며 한 차례를 되묻고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섰다. 최근 들어 느끼는 것인데 분명 후배로 보이는 아이들이 어쩌면 그보다도 더 어려보이는 아이들이 알아먹지 못할 어려운 소리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있다. 스즈는 잘 모르겠다는 눈치로 그저 막연하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 이 정도면 많이 참은거야~ 감당할 수 있을만큼 판 벌인거라구. "
친구들과 같이 있던 그 때는 상대가 누군지도 잘 알았고 어쩌지 못할 것이란 것을 알았기에 '가미즈미고등학교 2학년 B반 미나미 스즈' 라고 자신을 밝히며 열받으면 찾아오라고 일렀지만 이번은 상황이 달랐기에 자신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감추고 말하지 않았다. 이제야 좀 진정이 된다는 듯 스즈는 후- 하고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곤 몸을 돌려섰다.
" 어쨌든! 다친 곳은 없다니 다행이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날 부르라구! 그러니까 나는.. 응. 미나미 스즈야! 만반잘부! "
“음, 무언가에 매진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게 보여지는 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열심히 하다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게 될지도 모른다구요? 그렇게 되어버리면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
그런 종류의 사람은 드물지 않았기에, 그녀로서는 조금 처량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언제나 본인의 역할에 충실한 이들을 좋아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그에 맞는 성과를 얻어내는 모습을 보면 무언가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느끼게 되기도 했기에, 언제나 그런 사람을 보고 있으면 조금은 더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적은 없었다. 아름다운 인간은 있다. 하지만 역시 그것 뿐이니까.
“용무가 없으면, 이곳에 와서는 안 되는 건가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 표정도 조금 우울해지기는 했지만, 어쩐지 누군가를 놀리기 위해서 일부러 한다는 느낌도 분명히 들고 있었다.
“밝고 넓은 공간에서 누군가를 내려다 보는 건, 솔직히 즐겁지가 않답니다. 들판의 꽃이 피어나는 데에도 커다란 이유는 필요 없지요? 그저 그러고 싶어서. 그거면 되는 거랍니다.”
그녀는 천천히 한 손을 뻗어서 멀리에서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가르켰다.
“예를 들어서 저 아이들 잡기 놀이가 다소 즐거워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저러는 것으로 즐거워하겠지요. 저도 같습니다. 날이 좋으니, 어딘가에서 몰래 피어나는 꽃들이 있을까─ 하고.”
스즈는 거짓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다. 정확히는 거짓말에 취미가 없다. 필요한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거짓으로 남을 속여넘기고 그렇지 않은 척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거짓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는 것은 온 몸에 지금의 감정 상태가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화가 나면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얼굴이 조금 빨개진다. 슬프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눈물이 뚝뚝 흐르고 웃긴 걸 보면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긴장되거나 걱정되면 입술을 깨물고 눈동자가 갈 곳을 잃으며 쓸쓸하다면 금세 그런 표정이 되어버린다.
" 앗, 시-쨩. 저기. "
그리고 또, 최근 느끼는 점이라면 후배들이 후배같지 않다는 것. 이래서는 선배로서의 위엄이 살지 않는데- 라는 생각은 코 끝에 걸리는 달짝지근한 향에 섞여 사라졌다. 보통 누군가가 자신을 안아주었을 때 스즈는 '오야오야~' 하고 장난스레 등을 토닥이곤 했다. 어째서인지 지금의 스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두 손을 아래로 축 내린채 멍하니 눈을 뜨고 있을 뿐이었다.
" ....약속이야? "
스즈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나는 널 무시하지 않을테니 너는 날 계속 기억해줘. 그런 약속. 잊혀지는 것이라면 이제 질렸다. 두 번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누구라도 좋으니 한 명이라도 그 자리에서 '아! 스즈!' 하고 기억해줬다면 좋았을텐데. 처음 보는 여자아이였다. 처음 보는 후배였다. 자신보다 어린 후배였다. 이상한 점이라면 그렇게 처음 보는 여자아이에 분명 자신보다 어린 후배일텐데 이상하리만치 안정되고 한낱 인간인 자신보다 훨씬 큰 무언가를 맞이한 기분이었다.
" 시이는 좋은 아이네. 응. 시이는 좋아. "
이제서야 에헤헤- 하고 웃은 스즈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에게 그랬던 것 처럼 시이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곤 슬며시 손을 뻗어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이제야 선배가 된 기분이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이 신비하리만치 이상한 이질감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이 그 자신의 삶을 피워내는 것이라는 것에서.. 화려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딱히요? 저는 모르니까 물어본 것 뿐이니까요" 저는 신님같은 분들이 아니라 독심술은 못해요? 라는 농담을 하며(신이라고 해도 독심술을 할 수 있느냐는 건 불명이지만) 일부러 그러는 것 같은 마사히로에게 그다지 큰 관심이 없어보이는 척을 합니다. 이유가 있던 없던 왔다면 온 것만으로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마사히로의 말을 듣습니다.
"목적이 있더라도 매몰되어선 안 되는 만큼. 내려다보다 발견하는 일도 나쁘지는 않지요" "작은 것에도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토와는 매몰되어 있는 편이지만.
"통성명이라도 하실래요? 저는... 토와 엔이라고 해요 가미즈미 고교에 재학중이에요." 당신께서 굉장한 동안이셔서 20대라던가 하면 누님~이라고 부르는 건.... 역시 무리네요. 라고 농담하듯 말하는 토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