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라가 일어난 건 방과후였다. 당연하게도, 이미 부활동이 한창인 시간이다. 저 멀리 운동장을 쓰는 부의 소리와 희미하게 별관 소리도 들리는 듯 하다. 어쩌면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 요조라는 덜 깬 눈을 깜빡이며 일어나 앉는다. 그리고 폰을 확인했다.
10점 마이너스가 마지막 표시였다.
남은 건 30점. 그냥 여기서 포기하고 점수를 유지시킬까, 하고 생각한다. 올라가는 폭보다 떨어지는 폭이 더 크면 안 하느니만 못 하게 되어버리니까. 한편으론 모처럼 쌓였는데 더 쌓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요조라는 잠시 턱을 괴고 고민하다가, 조금 더 해보기로 했다. 부활동이 끝날 때까지 돌아다녀보기로.
일어나 썼던 침대를 정리하고 양호실을 나온다. 평소라면 곧장 교실로 갔겠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는다. 천천히 교내를 걸어다니며 시선 닿는 곳을 이리저리 살핀다. 그러던 중 난간 끄트머리에 매달린 코드를 발견한다.
정말 놀랍게도 여태까지 서로 대화를 거의 안한 사이지만 같은 반이었다. 얼굴정도는 기억하고있었지만 아무래도 상대는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한 모양. 그게 조금 슬프게 느껴졌다.
"신이 있다고해도 살면서 신을 본 적도 없고 볼 일도 없을텐데? 어쩌면 머리띠를 차고다니는 사람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계속 끼고다니는 사람은 오히려 좀 무서우니 패스다. 어떤 사람일지 어떻게 알아. 정말로 사람말은 안하고 냐ㅡ 하고 울부짖기만 한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저절로 아파온다.
"너도 츤데레를 좋아해? 놀랍네."
요즘 이 동네는 갑작스런 고전츤데레붐이 온건가? 벌써 세명이 나에게 츤데레를 요구하고 있었다.
"어.. 생각해볼게. 일단.. 농담이라는건 알고 있는거지..?"
어쩐지 이상하다고 느껴질정도로 기시감이 드는 상황이었다. 축제에서 trpg 파괴자를 만나고 야생무녀를 만났을때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해야겠지. 츤데레교수에 다음에는 커뮤력 교수.. 그 다음에는 이제 연애 교수라고? 이상해. 이 녀석들은 도대체 날 뭘로 키울 생각인거야. 카사노바라도 되라는건가?
"그냥, 내가 좋아하게 된 여자가 내 취향일거라고 생각해."
그냥 놀리려고 하는건 아닌 것 같아 좀 꺼림직 하지만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정말 인기있는게 맞는걸까?
//진단에서 테츠야의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부분은 테츠야가 깨닫지 못한 무의식이랍니다!
한번 기가 막히게 50점을 주더니 다음번은 꽝이다. 이 QR코드와의 밀당 ... 간만에 즐거운 일이다. 처음엔 아무런 관심도 없었는데 이젠 다른 학생들과 다를바 없이 눈에 불을 켜고 QR코드를 찾아다녔다. 오늘은 잠도 별로 안자고 쉬는 시간마다 틈틈히 찾고 있었으니 평소의 이자요이 코세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려할 정도다. 그리고 그렇게 내 눈에 들어온 하얀 종이 쪼가리.
오늘도 변함없이 솜씨좋게 책으로만 쌓은 베개 위에 고개를 박고서 잠을 청하고 있는 이자요이 코세이라는 소년은 자기가 자고 있을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세상 모르게 잠을 자고 있었다. 근데 깨어있었어도 아마 잘 모르긴 했을꺼다. 어쨌든 학교 생활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낸 나를 누군가 깨우는 손길이 느껴졌다.
" 이자요이~~ 이자요이군~~~ "
공교롭게도 3학년에 들어와서 계속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친구다. 나는 맨날 자기만하니까 자기 공부 방해 안해서 좋다나 뭐라나. 특이한 여학생인데, 어쨌든 내 잠을 방해하진 않으니 나도 나쁘지 않은 관계였다. 근데 오늘은 갑자기 날 깨우니 잠이 덜깬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왜 깨웠냐는 항의 + 의문의 표정에 말없이 교실 문을 가리킨다. 그 손가락의 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약간 길게 기른 남학생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 쟤가 너 찾는데? " " ... 갑자기? "
이 학교에 나를 갑자기 찾아올만한 친구들은 몇 없는데다가 복도를 오고가며 본 기억이 없으니 같은 학년도 아닐테다. 그렇다면 후배라는 소리인데 그런 친구가 날 갑자기 왜 찾아왔냐, 에 대한 생각이 맴돌았지만 일단 찾아왔으니 용건이라도 물어봐야하므로 기지개를 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 이자요이 코세이입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
창가에 놔둬서 그런가 먼지가 조금 묻어있는 안경을 옷자락으로 슥슥 닦아내며 다가간다. 가까이 다가가니 넓은 어깨와 한눈에도 다부져보이는 몸이 눈에 들어온다. 운동부인가, 나는 대충 닦인 안경을 바로 쓰며 그를 살짝 웃으며 바라본다.
렌이 뒷문 쪽에서 기웃거리고 있으니 어떤 여자 선배가 남자 선배를 깨우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저 선배가 이자요이 코세이 선배인 모양이었다.
‘흰 머리카락….’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 그 길고 긴 머리카락이 희게 부서지며 여러 색채로 덮혀있는 모습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랬기에 렌의 시선은 자연히 코세이의 머리카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새 눈 앞까지 다가온 코세이가 말을 걸자 조금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아, 전 세이 렌이라고 합니다. 성이 세이이고 이름이 렌이요….”
상대방이 자기소개를 하니 렌도 자연히 자기소개를 하였다. 그것이 예의니까. 뒷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었을까, 생각했지만 습관적으로 설명하며 말을 이었다.
“그으…. 문학 선생님이 찾으셔서요. 교무실에서요.”
렌은 용건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앞의 사람에게서 코로리와 닮은 점을 조금 찾아내고 있었다. 눈동자 색이 같네. 전체적인 인상이 비슷하네. 이 사람도 신님인 건가? 아냐, 우연히 성이 같을 수도 있는 것이고-그러기엔 너무 닮았지만-, 아니면 인간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다른 인간의 도움을 받는 것일수도 있지 않은가. 비슷한 내용을 만화에서 봤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용건을 전달하고 퇴장할 타이밍을 놓치고 계속 그 앞에 서있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그것을 눈치 챘을 때는 조금 늦었을지도.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그것뿐이라고 표현할 정도면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실례다. 그것이 자신의 인생의 전부인지, 아니면 무언가의 전부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일단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확실하니까. 취미도 의무도 아닌 단어 하나로는 표현하기 힘든 ... 그러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 이상 말을 하지는 않는다.
" 몸이 따뜻한게 건강에 좋으니까요. "
그래도 필요없다고 말하지는 않으니까 다행이다.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거절이라도 안한게 어디인가. 앞만 보고 걷는 요조라의 옆에서 그저 보폭을 맞춘채로 천천히 걸어간다. 답답하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이런 느릿함도 여유라고 느껴지기에 괜찮다. 그러다 시내가 가까워졌을때 그녀가 시내로 가는 길과는 다른 길로 빠졌다. 시내로 가는게 아니었나 싶었지만 일단 그녀를 열심히 따라가본다.
" 여기는 ... 처음 와보는 곳이네요. "
인간계에 와서 학교 생활을 하고, 생활비를 벌고, 밤에는 본연의 일을 하기 위해서 조금 정신이 없던 것일까. 3년이나 이곳에서 살았지만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번화하진 않지만 잘 꾸며진 곳. 여기도 저기도 처음 보는 곳이라 신기했기에 열심히 두리번거리던 나에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같이 보러가는거라면, 저는 환영이네요. "
먼저 제안을 해올줄은 몰라서 잠깐 그녀를 바라보았다가 이내 웃으며 답했다. 아름다운 것을 보는건 그것이 언제가 되어도 좋은 법이다. 그걸 누군가와 같이 본다는건 더욱 좋은 경험일테고.
사실 qr코드를 기쓰고 찾는건 너무 비효율적인게 아닐까? 찾는 사람도 분명 많을텐데. 그냥 어쩌다가 찾는 느낌으로. 하지만 역시나 찾고싶다. 걸려있는 상품은.. 학생신분으로는 제법 귀중했으니. 오오, 하나 찾았다. 부실근처의 외벽에 놓여져있었다. 점수를 얻을 수 있기를.
대화, 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소통이었지만, 그렇다고 요조라가 모든 말을 흘려보내기만 하지는 않았다. 힐끔 돌아볼 때마다 코세이의 말에 의문을 갖거나 대답을 고르거나 하는게 그 반응이었다. 어느샌가 대답도 단답형이 아니게 되었고, 그로 인해 뚝뚝 끊기는 것 같던 대화가 조금은 형태를 갖고 이어지는 듯 하다. 각자의 느낌에 개인차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겠죠, 아마..."
요조라는 두루뭉실하게 대답을 흘렸다. 좋아한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 라는 말 역시 확실히 와닿지 않아서다. 좋아한다는 말로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아주 아닌 것도 아니라, 앞서 그런 생각을 했어도 요조라 또한 완벽히 선을 긋지는 못 한다. 안 하는 것이며 동시에 아직은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코세이의 외투를 덮고 걸으니 조금은 선득하던 공기가 누그러짐이 느껴진다. 치마로 인해 드러난 다리는 어쩔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상쇄는 된다. 덕분인지 몰라도 걷는게 편해짐을 느끼며 걷던 요조라는 처음 와보는 곳이라는 코세이의 말에 또다시 힐끔 보았다. 뭐, 보통은 그렇다. 한창 때인 학생이 관계자도 아닌데 이런 고리타분한 곳을 올 리가 없다. 드문드문 내부가 보이는 전시관, 무슨무슨 협회라는 명패, 기껏해야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게 전부인 카페 몇곳이 전부인 거리다. 요조라는 그런 분위기가 편안해서 좋지만, 이건 분명 또래들은 이해 못 할 감상이다. 이해를 바라지도 않지만.
"계속, 따라올, 거면... 가게 될, 뿐이고... 마음대로, 하세요..."
사실 요조라는 코세이가 이 거리로 들어오는 갈림길에서 이만 가겠다며 갈 줄 알았다. 학교에서도 그러지 않았나, 도중에 찢어지면 되겠다고. 그런데 계속 따라오니까, 혹시나 싶어 물어봤다. 같이 보러 갈 생각은 없었지만, 거기까지 따라오면 어쩔 수 없이 그런 형태가 된다. 그걸 확인차 물었는데 저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요조라는 저번처럼 대꾸했다. 마음대로 하라고.
그리고 조금 더 걸었다. 거리를 절반쯤 들어왔을까 싶을 때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 거리를 그저 따라 걷는다. 중간중간 지나치는 전시관에 요조라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다크서클이 짙은 검은 눈은 고정된 것처럼 몇발 앞의 지면을 바라보다가, 가끔씩 코세이를 돌아본다. 그저 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지익 하고 신발 끌리는 소리와 함께 한 커다란 전시관 앞에 멈춰선다. 여기, 라고 짧게 중얼거린 요조라가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무료 전시관은 아닌지 문 안에 로비와 데스크가 있고 직원이 있었지만, 요조라는 돈 대신 학생증을 내민다. 직원이 학생증을 확인하고 무어라 말하자 요조라가 그렇게 대답한다.
"일행, 이에요..."
고개를 끄덕인 직원은 팜플렛을 두개 꺼내주고 전시관은 저쪽이라며 내부의 다른 입구를 가리킨다. 팜플렛을 챙긴 요조라는 느릿한 걸음으로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다가갔다. 문 앞에 잠시 서서 기다리다가, 코세이가 다가오면 열고 들어갔을 것이다. 문 너머는 전형적인 전시용 미술관의 모습으로, 제법 여러 사람들이 벽에 걸려있거나 설치된 그림들을 보며 작게 대화를 나누거나 감상을 하거나 하고 있었다.
렌은 그제야 놀라서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잠시 멍하게 생각에 빠졌던 터라 민망함에 뺨을 긁적였다. 그러다 렌은 코세이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코세이가 사탕을 꺼내 주자 렌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먹을 것을 (사)주는 사람 = 좋은 사람, 이라는 공식이 단순하게 박혀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먹을 것을 준다는 것은 호의가 아닌가. 상대방도 자신을 호의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감사합니다.”
렌은 조금 편한 표정으로 포도맛 사탕을 꺼내 입 안에 물었다. 사탕을 물고 대화를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났지만 먹으라고 주는 것을 먹지 않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 렌은 입 안에 퍼지는 단맛을 느끼면서 코세이에게 물었다.
이상하다. 분명 본 적이 없었는데 같은 반이었단 말이야? 재차 변명하자면 나는 사람의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이유는 아까와 같다. 그렇지만 나는 연기도 잘하고 인간 흉내도 잘내는 신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회피했다. 나는 지금 우디르도 울고갈 태세 변환의 장인이다.
"물론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 매일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것도, 수업시간에 필기를 하는 것도, 점심시간에 점심 먹는 것도 다 알고 있어요."
그렇게 치면 우리 학교 모든 인간들이 그렇게 살고 있지만 틀린 말 역시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당당해졌다.
"좋아한다기보다는- 음- 너무 쉽게 사랑을 인정하면 뭐라해야할까, 플레이보이? 헤픈 남자? 어장남? 물론 그쪽은 여자랑 키스 한 번 해본적 없는 모쏠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요즘 인간들은 믿을 게 못되잖아요?"
나는 나의 인간 친구에게 들은 말을 하나하나 읊어보였다. 그 친구 말로는 쉽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남자는 좋은 남친 감이 아니라고 했다. 나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랑하는 것에는 인색한 편이었다. 둘 사이에 로망도 없고, 내가 지금껏 준비해온 것-데이트 준비, 껌뻑 죽는 호신술 25종, 만화에서 본 식빵 물고 부딪히기 등등-도 쓸모가 없어질 뿐더러 상대가 헤픈 사람이면 진실된 사랑도 힘들테니 여러모로 곤란했다.
"네? 그런 말을 농담이었다고요? 혹시 농담을 빙자한 추파를 걸어서 죄 없는 여자 마음 들었다 놨다하려는 플레이보이 헤픈 어장남이신가요?"
나는 그리 말하며 의자를 꽈악 쥐었다. 물론 나는 그렇게 째째하고 질척거리는 신은 아니었어서 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덧붙인다.
"농담이었어요. 하하하. ...정말로 농담일까요?"
물론 실수로 사족을 붙이기는 했지만 나는 농담이라는 너의 거짓말에는 유감이 없고 적의도 없다. 무엇보다도 내가 보기에 너는 나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 역시 맞다. 츤데레가 좋냐고 나에게 물어본다음에 바로 츤데레인 척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아- 얘 나 좋아하네. 나는 그렇게 결론 내렸다. 요즘 내가 참 인기가 많다.
"그래요-?"
참, 감정 숨기는데에 서툰 인간이 아닐 수 없다. 너의 취향은 나다. 너가 좋아하게 된 여자는 너의 취향이다. 그렇다면... 너가 좋아하게 된 여자는... 나다...? 사랑을... 한다? 결혼을... 한다? 어라? 나 기분이 좋아진다.
"음- 알았어요. 저한테 첫눈에 반했다는 말을 뭘 그렇게 돌려서 말하세요."
그래. 첫눈에 반한 여자랑 같은 부실에 있으면 머리도 어질어질하고 심장도 쿵쿵 떨리고 다리도 후들후들 떨릴만 하다. 비록 너는 머리도 멀쩡해보이고 심장이 빨리 뛰지도 않고 다리가 후들후들해보이지도 않지만 아마 츤데레라 그런 것이 틀림 없다. 암. 암. 나는 그에게 엄지를 들어올렸다.
"화이팅! 그쪽의 사랑 응원하고 있다고요!"
#이딴.... 짓거리를 해도.. 괜찮..을까? 미안해.. 장난 한 번 쳤다가 이제 목숨의 위협도 받고 없던 짝사랑 대상(아님)도 생겨버리네... 수고해...
거짓말이다. 물론 등교하는것도 수업시간에 필기를 하는것도 볼 수 있겠지만 점심시간에 내가 점심을 먹는걸 볼 수 있을리가 없다. 난 점심시간에도 부실에 가서 밥을 먹으니까. 그리고 내 기억으로 그녀가 이 장소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굳이 점심시간에 부실로 이동한 나를 스토킹이라도 한게 아닌 이상은. 자랑 할 것은 아니지만 난 교우관계가 넓은편은 아니니까.
사소한 거짓말이다. 같은 반 학생을 얼굴도 처음본다고 하는건 좀 그렇겠지..
"음, 네 말이 맞아. 그저 말만으로는 상대가 어떤사람인지 알기는 힘들지. 그렇기에 난 너에게 농담을 한 거야. 처음 보자마자 이상형이 뭐냐고 묻는 사람한테 진정성 있는 대답을 해 줄 사람은 아니거든. 네가 지금 말했지, 요즘인간은 믿을게 못 된다는걸."
그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줬다.
"아, 마지막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상형이라는건 진짜로 대답한거야. 그걸 믿을지 안믿을지는 네 자유고."
어라,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첫눈에 반한다고?
"...첫눈에 반한다는 구닥다리 표현은 겐지모노가타리에서조차 안 나오는데."
맨 처음에 사람을 보았을때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건 결국 사람의 외견이며 시각정보. 그 사람의 내면과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 못한다. 방금전 요즘인간은 믿을게 못된다고 말 한 장본인이, 사람은 다른 사람을 첫눈에 반할 수 있다고 하고있었다.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들일것. 이것이 농담이 농담으로 성립되는 기본 조건이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조용한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별을 주관하고 있는만큼 왁자지껄한 분위기보단 이런 조용하면서 차분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신으로 자각을 가질때부터 내 주무대는 밤이었기 때문에 밤과 같은 분위기를 가진 곳은 그 누구보다 환영이다. 답지않게 눈을 반짝이며 전시관이니 조그마한 카페 등을 둘러보다가 그녀의 말에 고개만 끄덕인다. 사실 장보는건 다음에 봐도 충분한 것이라 상관 없었다.
이 거리를 꽤 많이 들어온 것 같은데도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다. 따라올거면 마음대로 하라는 말에 그냥 계속 따라가고 있을뿐이다. 평소라면 말을 걸었겠지만 오늘은 주변을 구경한다고 말 한마디 없이 그저 그녀의 옆에서 걷기만 하고 있을뿐이었다. 그러다 가끔 힐끔하며 바라보는 요조라의 눈을 마주치면 그저 웃어주기만 한다. 그러다 커다란 전시관 앞에서 그녀가 멈춰서자 나도 자연스럽게 멈춰선다.
"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
딱 보기에도 규모가 있어보이는 곳이라 외관을 훑어보다가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같이 들어간다.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넓어보이는 로비와 데스크였는데, 요조라는 데스크로 다가가 학생증을 건네주며 일행이라고 말했고 직원은 나와 그녀에게 팜플렛을 하나씩 건네주고선 내부의 다른 문을 가리키며 전시관의 방향을 알려준다. 그녀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전시관의 모습이 펼쳐졌다. 그림에 일가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들은 보통 그림이나 글을 상당히 잘 쓰는 편이라서 그림을 구경하는 것엔 익숙했다.
" 천천히 구경해볼까요? "
평소처럼 방글방글한 표정으로 속삭인 나는 그녀의 뒤에서 천천히 그림들을 하나씩 구경하기 시작했다. 말을 건다면 조금씩 대꾸하면서도 시선은 그림에 향한채로. 모두가 그림을 보고 대화를 나누며 그 와중에도 조용하며 차분한 분위기는 나를 녹아들게 만든다. 밤에 별을 보는 것과도 같은 느낌. 그것은 전시관을 한바퀴 다 돌았을때야 끝이 났다.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스즈는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노려보았다. 순간의 서늘한 감각과 왜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누군가 뒷목에 칼을 대고있는 듯한 기분. 최근들어 이런 이상한 기분을 느끼는 일이 잦아졌다. 그람에도 스즈는 반응하지 않았다. 구해주겠다고 말했고 지켜주겠다고 이야기 했으니까. 그 무리가 멀어지자 스즈는 그제서야 뒤를 돌았다.
" 됐다. 다 간 것 같네. 그렇지? "
아직이다. 아직 보고 있을지 모른다. 아직은 더 태연한 척을 해야한다. 스즈는 어깨를 한 바퀴 돌리며 그대로 때려줬을 수도 있는데~ 하고 능청스레 말했다. 잠깐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스즈는 숨을 몰아쉬면서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아무리 스즈라고해도 무서운 건 무서운거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도 그럴것이 스즈는 이제 17살이 된 고등학생에 불과했다.
" 하아아아아아아............ 진짜 무서웠다.................. "
아직도 긴장이 가시질 않아 몸을 옅게 떨던 스즈는 신세를 졌다는 말에 응? 하고 고개를 들었다. 긴장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두려움과 불안이 서려있는 눈으로 시로하를 바라본 스즈는 그제야 이 모든 것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위협을 가하던 것들은 사라졌고 무사히 살아남았다. 스즈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겁지만 소리는 전혀 나지 않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시관 특유의 서늘한 공기가 곧장 와닿는다. 평소라면 일단 몸부터 떨었을 요조라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는다. 어깨에 덮인 코세이의 외투 덕분에, 걸으며 데워진 몸은 충분히 내부의 서늘함도 견딜 수 있었다. 요조라는 보이지 않게 손을 움직여 어깨의 외투를 잠시 만지작거렸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러세요..."
천천히 구경해볼까요, 라는 코세이의 말에 요조라는 작게 중얼거리고 그림이 걸린 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깨끗한 하얀 벽에 크기도 화풍도 제각각인 그림들이 드문드문 걸려 있어서, 그 앞을 지나치며 하나 하나 감상한다. 전시에 특별한 주제는 없는지 그림들은 모두 제각각이다. 그리고 그림마다 작가의 이름과 제목이 걸린 작은 표찰이 밑에, 혹은 옆에 붙어있어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게 되어있었다.
감상하는 내내 요조라는 말이 없었다. 코세이와 마찬가지로 그림을 보고 한번씩 팜플렛을 펼쳐보기만 한다. 특별히 주의 깊게 보는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허투로 지나치는 것도 없었다. 작품 하나 하나,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감상하고 지나간다. 그렇게 한바퀴 다 돌 쯤 요조라는 중얼거렸다.
"없네..."
그 말은 마치 요조라가 무언가 찾기 위해 온 것임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그림 앞에서 멈춘 요조라는 팜플렛을 들고 내용을 이리저리 살폈다. 팔락거리며 흔들리는 팜플렛의 제목은 '수상 기념 전시'. 돌이켜보면 그림마다 붙어있던 표찰에 수상 마크 같은게 붙어있던 것도 같다. 요조라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혼자 팜플렛을 보다가, 혼자 휙 돌아서 들어온 입구 근처로 간다. 그리고 문이 아닌 문 옆으로 들어갔다? 알고보니 특별 전시실이란 안내문이 붙은 공간이 그쪽에 있었고, 요조라는 그 안에 있었다.
그림 열 점 겨우 놓을 정도의 원형 공간은 딱 봐도 바깥과 다르구나 싶은 그림들이 다섯 점 걸려 있었는데, 요조라는 그 중에서 가장 가운데 걸린 그림 앞으로 간다. 약간 큰 사이즈의 캔버스 위에 그려진 그림은 유성우가 쏟아지는 밤하늘과 얕은 언덕에 앉아 그걸 바라보는 검은 고양이의 뒷모습이다. 그림 아래쪽엔 별개의 스탠드가 있고 거기에 작가 이름과 제목이 적혀 있었다. 이름은 호시즈키 요조라, 제목은 그 날 밤, 함께 표시된 수상 마크는 반짝이는 금빛이었다.
1점도 득점이라고 해야할지, 기분이 애매해진 요조라는 다음 코드를 찾아 걸음을 옮긴다. 방과후, 대부분은 부활동을 하기 위해 별관으로 옮겨가 적막하...지는 않고 코드를 찾느라 돌아다니는 학생들 덕에 조금은 활기가 돈다. 그 사이에 요조라도 섞여서 벽이며 문틈이며 틈틈히 살폈다. 그러다 창문 한가운데 대놓고 붙은 것을 찾아, 들고 있던 폰으로 코드를 찍었다.
"난 말야, 날 봐주지 않는 게 날 싫어하는 것보다 싫어. 미카쨩, 내가 뭘 해두 덤덤하고 뚱-한 얼굴 하고 있었는데, 이젠 조금 움직이는걸. 그러니까 좋은 거야- 모르겠어? 몰라두 돼."
도닥이는 손길을 만끽하며 하는 말은, 정말 기분 좋아보인다. 묻지 않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나부끼는 머리를 굳이 정리하지 않고, 후미카를 꼬옥 맞껴안은 채로 볼을 부비고, 그럴 때마다 힛, 하면서 즐거운 웃음소리를 냈으니까. 사실, 져도 좋았다. 아소비코쇼랑 쌍륙을 할 때면 몇 번이고 일부러 져줬으니까. 주사위를 한 번 더 뒤집어주는 정도는 간단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배려를 인간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시이는 해주는 것으로도 만족했다.
그러니 네가 이기라며 승리를 양보해주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시이는 기분이 좋냐며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얼굴은 사람의 제정신을 양식으로 삼는 재액신이라 보기에는 너무도 해맑았다. 그저, 후미카의 손길 하나에 기뻐하는 어린 아이처럼 보일 뿐이다.
후미카의 부탁에 시이는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있지, 그럼 그거 말야, 다음에도 또 만나잔 거지? 그거... 맞지? 응, 또 만나면 그 때도 상냥한 바보로 있어줄게. 그러니까 다음에도 만나줘야 돼?"
"탐사라니. 아기자기한 맛이 있네." "말만 그렇고 책상에 엎어져 있는데, 우스아카리 씨. 다들 이렇게 열심히 찾는데 혼자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 '움직이기 귀찮아..."
쩍 하품. 흐느적대는 슬라임처럼 꾸물꾸물 상체만 일으키고서는 허공을 보며 따분히 눈을 깜박이다가, 노트를 찢어 무언가를 척척 접어내기 시작했다. 고전적인 학이다.
"이 아이가 나의 대신이 될 거야." "뭐... 부하라는 거야?" "식신式神." "우와, 역시나 무녀. 그럼 이게 움직이는 거야?" "그럼. 힘든 것은 남에게 맡기고, 가만 버텨서 남이 해결해줄 때까지 기다리고, 몹시 JK다운 행동이라고도 생각해." "음... 요즘 JK라면 자기 몸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 같은데. 그야 그렇잖아, 시대도 변했고, 의지도 신체도 강한 여성- 뭐 이런 거지." "이상해. 그야 순정만화에서는-" "언제 적 순정만화를 이야기하는 거야~! 사실 순정만화 같은 것도 아-무 상관 없어. 잘 들어, 우스아카리 씨. 연약한 겉모습과 다르게 강하고 굽히지 않는 소녀라고? 갭모에라고 들어보지 않았어? 오래된 이야기 같지만 사실 요즘 와서도 착실하게 먹히는 녀석이라고. 유약하고 청순한 무녀! 이것도 오래된 속성인데, 여기에 우리는 다시 고전적이지만 동시에 트랜디하기도 한 갭모에를 끼얹는 거야. 어때, 흥미 돋지 않아? 대화가 산으로 간 것 같지만 무시하고 계속 들어보라구. 그러니까 이제 모에라는 게............"
......... .........
"..........그러게, 정말. JK는 갭모에가 있어야지."
단순한 무녀 상대로는 그럴싸한 일장연설로 세뇌하다시피도 가능하다.
의외로 에니시는 휴대폰이 있었다. 무뚝뚝하게 졸졸 걸어가다가 고개를 홱 하니 돌리면 그곳에 쪽지가 있고, QR코드에 렌즈를 가져가면-
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어지는 설명은 두 사람이 쌍둥이라는 것이었다. 렌은 잠시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쌍둥이었구나. 쌍둥이 일수도 있는 건가. 생각해보면 쌍둥이 신이라는 것도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럼 이 사람도 신인 건가?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평범한 학생으로 보이는데. 렌은 눈을 깜빡이며 코세이의 말에 대답했다.
“눈 색이 비슷해서 가족이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머리색도 비ㅡ,”
비슷하다고 말실수를 할 뻔 했다가 급히 입을 닫았다.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어 말했다.
“ㅡ슷했으면 바로 쌍둥이라고 다들 알 것 같아요. 음, 인상도 비슷하신 것 같고요. 하하….”
가까스로 수습하며 렌은 머릿속에 피노키오 해줄 거냐고 물었던 했던 코로리를 떠올렸다. 코로리 씨, 저는 거짓말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아냐, 방금은 잘 수습했으니 괜찮으리라. 렌은 코세이가 다른 화제를 꺼내자 바로 물었다.
“4교시에 다친 게 있어서 보건실에 갔었는데, 코로리 씨가 계시더라고요. 보건 선생님이 안 계셔서 손바닥 치료하는 걸 도와주셨어요.”
많은 그림들이 있었고 하나하나 주의 깊게 바라보고 지나간다. 그림들의 크기도, 화풍도 제각각이지만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들 답게 서로 비교해도 전혀 부족한 점이 없는 그림들만 있었다. 각자의 개성이 잘 표현되면서도 과하지 않은 그림들이라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고 그 즐거움은 전시회를 한바퀴 다 돌았을때 끝났다. 좋은 구경이었다고 생각하며 요조라쪽을 바라보자 무언가 찾는듯 없네, 라는 말과 함께 팜플렛을 바라본다.
무엇을 찾는것일까 싶어서 유심히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갑자기 들어온 입구로 나가버린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이었지만 빠르진 않았으므로 말없이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그녀가 향한 곳은 문 옆의 공간이었는데 특별 전시실이라는 곳 같았다. 팜플렛을 살펴보니 특별 전시실엔 수상작들이 따로 전시되어있다는 내용이 써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 호시즈키양 ... 이름이네요? "
바깥의 전시회와 비교해서 그림이 몇점 없긴 했지만 이곳의 그림은 밖의 그림과는 비교도 불허하겠다는듯 그들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바깥의 그림들도 분명 충분히 잘 그린 것들이지만 여기에 들어오니 그 차이를 실감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 중에서도 가운데에 그려져있는 그림은 밤하늘의 유성우를 검은 고양이가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었는데, 금상을 수상했는지 마크는 금색이었고 작가의 이름은 호시즈키 요조라, 라고 되어있었다.
" 그날 유성우를 보여준 보람이 있네요. "
기분이 내키는대로 보여준 유성우기는 하지만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면 그 당사자로써도 기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사진이라도 찍어가고 싶었지만 전시회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금지된 행위이므로 그저 눈에만 담아야한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나는 그림을 한참 바라보다가 요조라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요. "
대단하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내가 느낀 바를 말할뿐이다. 조용한 전시실에 내 목소리가 작게 울려퍼지고 평소의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다시 그림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 이 검은 고양이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구요. "
밤하늘과 잘 어울린다는건지 요조라 본인과 잘 어울린다고 하는건지. 구태여 말은 안했지만 사실 둘 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146 이거 굉장히 적폐... 인 선물이거든. 그래서 사실 조심스러웠지만. 그 탓에 은유 투성이로 텍스트를 구성해버렸는데, 괜찮다면.. 정말 괜찮다면, 시이주의 눈에는 어떤 뜻으로 읽혔는지를 먼저 들어볼 수 있을까. 은유라 해도 억지 투성이니깐, 편히 말해주면 좋겠어. 없으면 패스해도 물론 괜찮으니 모쪼록 부담없이, 응.
음~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거쳐 올라가는 건 오컬트에서 중요한 상징이지 영격의 상승 같은 느낌으로 알고 있어 소두곰인형과 마리모, 히요코 만쥬와 카스테라 모듬, 무지개 과자를 줬었지? 그 중 무지개 과자가 그 절차를 중요하다고 제시했잖아 그리고 에니시는 무신이니까... 과자를 먹게 한 것은 무녀의 견습과정을 상징하고 그 절차 이후에야 이 거울 선물이 의미를 갖는 거야 하지만 그래봤자 완전히 본격적인 물건은 아니겠지 일반인 여자애가 제대로 된 수행을 하지 않고서 써봤자 소소할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더럽지 않다는 점이 주요하겠네 비추는 상이 명료해야 한다는 사인이라고 느꼈어 타마는 구슬의 타마 이외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데... 보통 주술이라 하면 수정구슬로 무언갈 비추는 걸 상상하지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를 명료하게 비춰주는 거울 비추는 물건이 무엇일지는 모르겠어 미래의 혼약자? 귀신? 이러구
저 홀로 고개를 기울여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더라도 상관 없지 않겠나. 어느 방향으로든 변화는 기꺼운 법이다. 후미카는 씩 웃거나 호언장담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 시이의 품에 잠시 내려두었던 거북이 인형을 툭 안겨주었다. 아예 모르는 사이였다면 모를까, 알게 된 이상 이제는 어디에서나 이 분홍빛 머리카락이 눈에 띌 텐데 어떻게 모르는 척 하겠는가.
"구태 만나려 하지 않아도 자주 마주치게 될 텐데 무얼 걱정하니. 만나고 싶어진다면 반으로 찾아오렴. 남은 이야기는 그때 하면 된단다."
그러며 저 역시 배에 타기 전 받았던 인형을 챙겼다. 주변을 살펴보지 않았음에도 나루가 가까워짐을 자연스레 아는 이유는 풍어신이 떠난 배가 귀환하기까지의 여정을 지키는 신인 덕택이다.
강기슭의 불빛이 차차 밝아지고 있다. 그 침침한 노란빛 반쯤 드리운 얼굴이 묘하게 이완된 것만 같다. 조금쯤 느른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나직이 흘러 다사했던 오늘에 마침표를 찍는다.
"자, 일어날 준비를 해야겠구나. 이제 선착장이 가까워."
땅 가까이 도착했을 무렵에는 후미카가 먼저 손을 뻗어 일으켜주었을 것이다. 처음 봄볕 깃들었던 손에는 이제 밤의 불빛과 함께 나눈 선물이 들려 있었다. 영광스러운 오늘이 그렇게 저물어 간다.
/ 짜잔~ 이렇게 막레!!! 긴 시간동안 수고 많았어 시이주~ 심도 깊게 돌릴 수 있어서 즐거웠어!! 많은 이야기를 보게 되었고 나도 그만큼 많은 걸 풀 수 있어서 뿌듯했고 말이야 :3 그러니까 이제 시이가... 보듬어주고 싶은 우리 딸? 손녀? 대충 그런 거지? 잘 이해했다구~ ( •̀ ω •́ )y
>>195 아키라:.....? 아키라:.....? 아키라:...아니요.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아서. (쓴 웃음) 그렇지 않을까요? (절레절레) 다른 이에게 부탁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아키라:무엇보다 제가 연인이, 그것도 하루치가 된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당신이 될테니까요.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꾸벅)
다행히 이상한 점은 못 느꼈는지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렌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코세이의 말에 대답했다.
“아, 어차피 저 수영부라서 반찬고든 거즈든 상관은 없었을 거에요. 그리고 그냥 살짝 까진 수준이라서 반찬고도 사실 민망한 수준이라서요. 그래도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렌이 민망한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뒷목을 매만지며 말했다. 코로리는 굉장히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었는데, 반대로 쌍둥이인 코세이는 이런 부분에서 생활력이 강한 느낌이었다.
“음….”
그것에 대해 물어볼 줄은 몰랐다. 보건실에서 만났으니 어디가 아팠었던 것일까? 신님도 아프기도 하나? 아니, 인간의 몸을 하고 있으니 아픈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만났을 때 자체가 정신이 없었고, 코로리로 인해 잠들어버렸었고, 깨고 나니 점심시간이었던 터라 헤어지느라 정신 없었다. 울고 웃고 약속하고 했었지만….
아팠던 걸까? 라고 생각했지만 어디가 아팠던 것이라면 제가 눈치채지 못했을리가 없었다. 그 말인 즉슨 아마도 몇몇 학생들이 그러는 것처럼 잠을 자기 위해 보건실에 왔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딱 마주쳤을 때 침대에서 일어난 것처럼 보였으니까. 렌은 그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가, 이건 어떻게 거짓말할 수 없어서 사실대로 이야기해버렸다. 코로리가 숨기고 싶어했던 부분이라면 어쩔 수 없었지만…. 신인 것만 숨겨달라고 했으니까….
“아마도, 자고 계셨었던 것 같더라고요…? 어디가 아파 보이진 않으셨고요.”
렌이 어쩔 수 없이 볼을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그래도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했고 그랬다. 렌은 외동이었으니까, 한 때 형제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자세하게 적어줄 줄은 몰랐는데. 놀랐어. 정성에 기뻤고. 에니시주가 의도한 것과 일치하는 해석이 있다면, 에니시주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꽤 그럴싸해보이는 해석도 있어. 가령 무지개에 대한 해석이 전자고, 견습과정에 대한 해석이 후자네.
이하는 적폐야. 예전에도 말했지만, 에니시는 신은 신답게, 인간은 인간답게를 몹시 중요시하는 신이야. 시이는... 그렇네. 에니시의 눈에는 아직 다 이뤄지지 못한 신이야. 오오쿠에서 탄생했으나 오오쿠는 후에 사라졌고, 그 뒤로 쾌락의 신위로 정립되었으나 그조차도 형태가 불완전한. 모셔지기를 원하는데 신당도 모시는 자도 없어. 그러니 갈 길이 먼 신인 거지. 어떻게 알았냐 하는 것은 언제나 에니시의 신성으로 퉁치고 있는 점 여기서 짚어두고 갈게.
소두곰인형은 아타마오카시이라는 말장난으로 시이를 연상하게 하고 싶었고, 마리모는 생명 혹은 영혼과 연결짓고 싶었어.
히요코 만쥬는 별것없이 에니시가 우물우물쩝쩝 어? 맛있네? 3박스 주세요~~ 해서 보낸 것이지만 이 신, 논리보다 본능이 더 강한 신이거든. 아무 상관도 없어보이는 먹을 것으로 시작을 끊고, 시이가 좋아하는 카스테라를 다음날 보내는... 어쩌면 사소한 '예의'에 속하는 절차. 다음으로 준 무지개 사탕으로 그것을 강조하고 싶었고, 또한 직후의 '거울' 선물도 강조했어. (실수로 보내지 못했지만💦💦)
그리고 거울. 음... 우선 무로마치 시대까지의 것이 마루카가미円鏡고 그 후가 에카가미柄鏡라 병경을 보냈다, 이런 건 사소한 점이고. 시이는 오오쿠가 근본이잖아. 칼이 무사의 혼이라면, 거울은 여자의 혼... 이라는 일본의 말을 참고하였고 화려하다는 서술 굳이 있는 것은 그 탓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러니 '쾌락신인 이상 오오쿠의 근본은 귀히 지니는 것이 좋다'는 에니시의 꼰대 같은 격려...격려?가 담겼다, 이리 되는 거지. 거울은 고대부터 주술적으로 사용되었고 또한 신성하게 여겨졌으니 '신으로서의 시이'도 방불하게끔 의도를 했네. 더럽지 않다의 '더럽다'는 물리적으로 깨끗하여 무엇이든 똑바로 비추라는 뜻도 있지만, 케가레穢<-이쪽 더러움도 포함되는 셈이지. 신사神事에 결코 더러움이 묻어선 안되니. たま는 중의적인 뜻이었어. 玉와 魂, 霊. 그리고 방울의 은유. 어느 쪽이든 '귀중하다'의 의미는 대부분 지니고 있어. 일본어 사전이라면 분명 더 알려줄 거라구 그러니 에니시가 시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 혹은 본능적으로 결국 전하게 된 말은, 중개자이자 무신으로서 뒤를 받치고 '똑바로 서라 시이' 라도 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튼 똑바로 서라(...) 가 되네. 정말이지 꼰대야. (여기서 확실히 하고픈 점은, 에니시는 '겉으로 보이는 신의 위엄'이나. '연식' 따위는 아무러면 어떻냐는 생각을 지녔다는 것. 그러니 '늙다리가 돼라'랑은 다르고, 상술했다시피 '신격을 확실히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거야.) 시이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에니시주가 엉터리 은유로 선물을 보낸 바로는 위와 같아. 우우 길다!
오늘 요조라의 용건은 처음부터 여기 와서 이 전시회를 보는거였다. 사흘 전, 연락을 받고 오늘 가야지 하고 정할 때만 해도, 아침에 등교해서 오후에 일어날 때만 해도, 다른 사람과 여기 올 것을 요조라는 몰랐다. 알 리가 없다. 약속도 예정도 없는 일을 알 방법이 없으니까. 그런데 느닷없이 코세이가 끼어들었고, 어째서인지 여기까지 동행했다. 그리고 이 그림 앞까지 왔다.
요조라는 그림을 보며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생각은 조용히 머릿속으로만 이루어졌고, 코세이를 힐끔거리는 시선에도 드러나지 않았다. 작은 목소리지만 조용한 실내 때문에 울리는 것처럼 들리는 말에, 마찬가지로 작게 중얼거리기만 한다.
"유성우가, 멋있었던, 거지... 그림은, 그림일, 뿐이에요..."
그저 물감과 캔버스로 이루어진 회화일 뿐이라고, 요조라는 말했다. 이미 그러진 그림에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자신은 관심없는 것처럼, 어쩌면 관련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자신이 그렸는데도. 하지만 고양이의 언급에 재깍 시선을 흘기더니, 조금은 불퉁하게 대꾸한다.
"저어는... 고양이가, 아니거든요..."
투덜대긴 하지만 짜증이나 그런 느낌은 아니고 그냥 한마디 툭, 반박했을 뿐이라는 느낌이다. 불퉁한 기색도 시선도 그 한마디를 하는 잠깐 뿐이었다.
요조라는 잠시 더 자신의 그림을 보다가 옆으로 옮겨간다. 특별 전시실의 나머지 그림들도 바깥과 마찬가지로 느긋하게 감상하곤 자연스럽게 나가는 쪽으로 걸어간다. 바깥은 다시 볼 것도 없으니, 이제 정말 나갈 일만 남은 것이다. 요조라는 나가기 직전, 더 볼 거냐는 듯이 코세이를 보았다. 더 보겠다면 남고, 아니라면 그대로 문을 열어 전시실에서 로비로, 로비에서 바깥으로 나왔을 것이다.
축복을 담고 있는 천의 기운. 강대한 생명력을 담고 있는 지의 기운. 그 땅에 수많은 생명 있었으나 욕심을 모르는 이들, 그 땅에 파멸을 불러 일으켰다.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고 수많은 피가 흐르며 잔혹한 죽음의 향이 덮어져 그 땅에 다시 생명이 싹트는 일이 없었다. 어리석은 파멸을 불러 일으킨 존재들. 모두 뒤돌아서서 사라지나 단 한 명. 단 한 명만이 그곳에 남았다. 파멸을 부르는 욕망에 눈을 뜬 자였으나 가장 먼저 그 더러운 저주에서 벗어난 존재였다.
그 자. 꽃을 심었으나 생명의 근원이 사라져 말라 죽었다. 그 자. 나무를 심어 생명의 근원을 멀리서 길어왔으나 오래 가지 못해 시들어 죽었다. 그 자. 땅을 깊게 파서 생명의 근원을 찾으려 하나 파멸의 저주가 싹이 튼 땅에 있는 모든 근원은 말라 없어졌다.
그 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박아 사죄하며 눈물을 끌어모으려 했으나 너무나 미약했다.
하나. 끊어진 생명의 근원을 담은 푸른 몸을 지닌 용이 나타나니 수많은 빗줄기가 그 모든 것을 덮었다.
하나. 사라진 생명을 끌어모으기 위한 빛을 담은 반딧불이 나타나니 그 빛에 이끌린 생명들이 땅을 찾아왔다.
하나. 생명을 이어나갈 녹색 바람을 몸에 담은 거대한 나무가 뿌리를 트니 그 뿌리를 타고 나 황폐했던 땅이 다시 녹색으로 변해갔다.
단 하나의 존재는 그 모든 것을 마주했다.
생명의 근원을 담은 존재. 모두의 대표가 되어 땅을 지켜온 이에게 선고한다. 이 땅에 생명을 다시 주겠느니 너는 이 땅에 남아 모든 것을 지키도록 하라.
그것이 이 땅에 생명의 근원. 생명을 부여하는 조건이며 너에게 내리는 벌이며 네가 평생을 짊어져야 할 사명이니.
강대한 생명력을 담고 있는 지의 기운의 대표이나 그 생명력에 반하는 자들에게는 평생의 저주가 있을 것이오. 뒤늦게나마 생명을 이어가고자 하는 자. 그 죄에 따른 벌을 받을 것이니 너는 후자일지다.
두 번 다시 파멸의 저주가 내리지 않도록 평생을 짊어지고 약속을 지키도록 하라.
이 땅에 흐르는 생명의 근원. 그 모든 것을 담아 그 깨끗함을 유지하란 의미로서 시미즈를 내릴지니.
그 근원을 품은 이 땅은 천의 기운과 지의 기운이 모여 초월한 이치를 품은 가미즈미다.
네가 섬기는 것은 우리들이 아니라 이 땅의 이치를 타고 난 모든 것. 이 땅에 다시 녹아내린 강대한 생명력이다.
꽝만 대체 몇번째지? 이쯤 되면 폰겜처럼 확률 조작이 있는거 아닌가, 하고 의심이 간다. 폰겜은 늘 오빠가 하는 것만 본 요조라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면 말 다 한거 아닐까. 게다가 지나치는 학생들 중 둘에 한명꼴로 학생회장을 탓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러면 당첨이 잘 뜬다는 말도 들리는데, 이 이벤트, 이대로 괜찮은가?
뭐, 아무렴 어떨까.
요조라는 지나치던 교실문의 문틀에 끼인 코드를 찾아냈다. 구깃해서 인식이 잘 안 되는 걸 어찌어찌 펼쳐서, 폰으로 잘 겨냥하고, 에잇.
>>174 시이 진단 1. 국 70 영 50 수 30 사 60 과 50 음 80 미 30 체 100 느낌? 2. 커피는 안 마시는 편. 음료를 시키면 달달한 음료 마시지 않을까 싶고. 카페인은 운동하기 전에 카페인 알약으로 섭취하는 편이야. 밤에 잠을 잘 자야하니까 저녁 이후에는 카페인 섭취 안하구
>>195 스즈즈 진단 "으음, 미안. 연인 행세라거나 그런 거 잘 못해서.... 대신 친구로는 같이 가 줄 순 있는데, 역시 조금 그런가...?"
>>220 학생회에서 제공한 기초 정보만으로 보낸 것일 줄 알았는데 쾌락신인 것도 이미 간파했구나 그 근원지도 말이야 물론 시이는 그렇게 깊은 마음으로 준 것... 순서 안 지키고 먹어버렸고(어이구) 거울도 화장할 때 정도나 쓰겠지만(아이고)... 언젠가 그 깊은 의미를 시이가 알아줄 수 있다면 좋겠네 이런 깊은 고려가 있었다니 정말 기뻐 에니시가 마니또여서 복받았네 시이는 말야
>>236 에니시 꽤 편의주의적이기도 하니까, 제멋대로 신성을 써버리는 거야. 틈새는 조심하라, 가 교훈이 되겠네. 토쨩의 대상이 시이인 것이 공지되고 고민 좀 길게 해본 기억이 있어. 그렇게 말해주니 기뻐어. 혹시 시이가 아직 덜 이뤄진 신이라는 것, 적폐인지 적중인지 알려줄 수 있으려나아
그림은 그림일뿐이라지만 이 그림은 전시회에서 금상까지 수상한, 자타공인이 인정한 훌륭한 그림이지 않는가. 그런 그림을 그려놓고도 저렇게 묵묵하게 아무런 의미조차 부여하지 않는 모습에 또 한번 호기심이 동한다. 유성우가 멋있던건 맞지만 그 유성우를 그려낸 그림이 대단한 것도 맞는 것 같은데.
" 나는 검은 고양이를 좋아해요. 불길하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눈을 보면 밤하늘에 별이 박혀있는 느낌이라서요. "
새카만 배경에 반짝이는 눈이 보이는 검은 고양이는 내가 밤하늘을 보는듯한 착각을 주기에 한마리 정도는 키우고 싶기도 했다. 생활비의 압박 때문에 섣불리 키우자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꼭 키워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림을 구경하는 요조라의 뒤를 따라 걷다가, 나를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 그리고 호시즈키양도 검은 고양이 같다고 생각해요. 귀엽거든요. "
장난스런 웃음과 함께 특별 전시실을 빠져나온 나는 그대로 로비를 지나 전시관 바깥으로 나왔다. 이젠 해가 떨어질 시간이라 그런지 조금씩 서늘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추위를 탄다고 했으니 밖에 더 있으면 좀 더 추워하지 않을까 싶어 물어본다.
" 이제 집에 가는거에요? "
아니면 다른 곳에 또 가는걸까. 따라가도 괜찮고 이쯤에서 헤어져도 괜찮지만 일단 가기전에 줄게 있었다. 저번에 리리에게 부탁해서 받은 것.
그리 말하며 보란듯 목을 꼿꼿히 세워보인다. 옷가짐에 흐트러짐 없고, 당혹 없는 얼굴은 초연하게 보여질 정도다. 분명 악의 수렁에서부터 용감한 스즈에게 구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대, 이런 무모함은 삼가도록 하거라."
그랬을 터인데,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상당한 뜻밖이다. 적어도 구해졌다는 입장의 사람에게서 나올 만한 것은 아니었다. 따지자면 그것은 꾸짖음이나 타박과도 같은 종류의 것. 어떤 저의와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다만 담담하며 또렷히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에선 굽힘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으며 또한 엄격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선의를 부리는 건 패악의 만큼이나 해로운 것이 되는 게다."
악당 무리들이 우르르 빠져나가 정적만이 남은 골목. 감은 눈 그대로 스즈를 돌아보는 그녀. 곤경에 처했었던 여자아이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제가 요 며칠 가만히 지켜봤는데 가급적 멀티를 너무 늘리진 말아주셨으면 하고 이야기할게요. 물론 모두가 2멀티, 3멀티를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하나만 돌리는 분들도 계시고... 그렇게 되면 결론적으로는 누구 한 명, 소수 인원 몇몇이 일상을 독점하고 다른 분들이 일상을 못 돌리게 되는 케이스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요 근래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그런 몇몇이 멀티로 일상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행보도 보이고 있고요. 물론 그게 나쁘다고는 하지 않겠으나 가급적이면 원래 돌리던 것을 우선해주시고 진짜 정말로 정 돌리려는 이가 없다 싶으면 그때 자신이 상황이 괜찮다는 조건 하에 멀티를 하는 쪽으로 하는 것을 권장할게요.
다시 말하지만 멀티를 하지 말자는게 아니라 이미 돌리는게 있으면 때로는 다른 이들이 돌릴 수 있도록 양보하거나 그런 자세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라는 거예요. 정 돌릴 사람이 없어보이고 그러면 멀티를 하는거야 상관없지요.
"토리이를 넘어서면 그건 신사가 아니라, 속세의 것이 되니. 관례가 아닌 것이다." "자. 가자꾸나." 그녀는 자갈소리를 내지 않으며 가운데로 걸어내려왔다. 아주 오래 전에는 걸어올라갔던 것 같다는 감상을 하며 궁사에게 손을 내미니. 그는 손을 받아들어 손톱깎이가 필요하겠다고 의례를 지켰고.
"동백이 될 수는 없으니. 손톱깎이는 못 받겠구나." 꺾인 꽃송이가 툭 떨어지면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붉음이 가련하겠구나. 라는 말로 받으며 둥둥 뜬 것처럼 걸었다.
"저 멀리에 방이 있구나." 거기로 가겠느냐? 라고 물어보면, 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저는 모시는 이이니. 뒤에서 따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하는 말들은 전부 서로에게 닿지 않는 것이란다." 모시는 자와 모셔지는 자는 다른 언어를 쓰기 때문이니까.
"선향의 연기가 폭포처럼 고이는 곳을 거니는데도 연기가 갈라지지도 않으니." 그러나 너의 말만이 그 연기를 흐트러뜨리고. 나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구나. 그렇게 속삭인 자는 쉿. 하고 손가락을 입에 대었으니.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 두 개의 파란 등이 켜져 있었다.
"별도 보이지 않고. 달도 보이지 않고. 끝없는 어둠만이 있으니." 발 밑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를 것 같이. 길을 잃기 딱 좋구나. 방울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도 모르겠지.
"우려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외면하는 걸까. 아니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걸까. 어떤 쪽이라도 끝은 안 좋겠는걸." "아니. 말해주는 게 좋을까 싶군요." "알아서 할 것을 대신해준다고 해서 잘 되지는 않겠지. 연애담에 끼어드는 추한 어른은 미움받는 법이니." "고민되는 게 여러 가지입니다만. 저는 다 털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대는 최소 삼촌이었으니까. 끼어들 당위성도 적고 말이야." "하지만 그게 맞았던 걸까요? 여기에 놓아두는 것이 맞을까요? 하는 고민이 깊어지기만 합니다." "부모님을 불러오기에는 해외에 있었던가.." "중요한 것은 너무 오래 방치할 순 없지요." "그러니 스스로가 결정해야 하는 일이야." "알 것은 알게 된 뒤에...까지가 한계일까요" "그래. 걷혔구나." 파란색 등 네 개가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합니다. 키가 작은 쪽이 주위를 휘 둘러보더니 덧없는 선향불꽃의 깜박임으로 어둠을 걷어냅니다.
"나랑 너무 닮았으니까 그렇게 된 걸 거야. 그건 알고 있을까?" "그건 치자나무를 심어야겠군요." 키가 큰 쪽은 그리 말하고는 여름밤의 길을 되짚어갑니다.
검은 고양이는 대체적으로 불길하다고 하지만, 취향에 따라서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요조라도 검은 고양이가 좋다는 사람을 못 본 건 아니지만, 저런 이유는 처음 들었다. 밤하늘에 별이 박힌 느낌이라. 참 특이한 이유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요조라의 입 밖으로 새었다.
"별... 좋아, 하나... 보네요..."
돌이켜보면 코세이와 있을 때는 늘 별이 엮였다. 고작 세번인데, 세번 모두였다. 희안한 인과네, 라고 생각하던 요조라는 웃으며 하는 말에 미간을 살짝 찡그린다. 그리고 다시 투덜거린다.
"아니라니까요... 고양이..."
기껏 풀어졌던 표정이 그 탓에 다시 불퉁해졌고, 밖으로 나가서야 풀렸다. 그다지 오래 있었던 것도 아닌데 밖은 조금씩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해가 지면 금방 어두워지는 거리다보니 이미 드문드문 가로등이 켜지는 중이다. 한시간 정도 지나면 거리는 완전히 가로등 불빛으로 물들 것이다. 그 풍경도 나름 볼만해서, 근처에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가 보고 가도 되지만, 안타깝게도 슬슬 배가 고파온다. 집으로 가야 한다는 신호였다.
"네... 일단은..."
가는 길에 딴길로 샐 지도 모르지만, 그건 가는 중의 일이므로 일단은, 이라며 요조라는 대답했다. 가기 전에 손에 든 팜플렛을 가방에 넣으려다가 어깨에 걸쳐진 외투의 존재를 깨닫고 조심조심 외투를 끌어내린다. 덮고만 있어서 별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툭툭 털어 정돈해서 코세이에게 내민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감사했어요... 옷... 전, 이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든 요조라는 코세이가 외투를 받으면 그대로 돌아서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오빠네 일은 끝났을까, 가는 길에 뭔가 군것질이라도 할까, 같은 생각들이 벌써부터 요조라의 머릿속에 꼬물꼬물 올라오고 있었다.
메뉴? 카메라? 후유키는 네 설명에 고개를 갸웃 거린다. 당황한 눈치인 것을 보면 네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듯하다. 그래도 최소한 이해했다는 척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그 작은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켜면, 보이는 것은 기본 배경화면에, 기본 어플만이 놓여있는 초기 그대로의 모습. 네 앞의 선배는 스마트폰을 산지 얼마 안 된 것인지. 그렇기에 이 단순한 것도 몰라 물어온 것일까. 메뉴메뉴, 작게 속삭이며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던 후유키는 이내 카메라 어플을 찾아낸다. 아 그래. 이 어플이었지. 이토록 간단한 것이었는데. 잊어버리고, 정말 바보 같지. 후유키는 고개를 들며 너를 올려다보고, 바라보는 새카만 눈은 고마움을 담고 있다. 이어 눈을 가느다랗게 휘며 웃으며 후유키는 말한다.
"응. 이제 이해했어"
후유키는 코드를 스캔하려다 잠시 멈추고선, 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네게 그 손에 들린 QR 코드를 받으라는 듯 내민다.
연이은 1점은 요조라로 하여금 이건 이거대로 찜찜한데, 라는 기분이 들게 했다. 과연 이 이벤트의 기획자는 이렇게까지 당첨이 안 걸릴 줄 알았을까. 한번 물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물어봐야지, 로 생각이 바뀐다. 누가 기획한 건지 모르면 몰라도, 알고 있는데 굳이 안 할 이유가 있을까. 단지 직접 찾아가지 않을 뿐이다. 나중에, 언젠가, 라고 생각하며 요조라는 아무도 없는 긴 복도를 걷는다.
곧 노을빛으로 물들 듯 빛으로 꽉 찬 복도는 조금 몽환적이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 요조라의 검은 눈은 느릿하게 지나가는 복도의 모습을 담는다. 퀭한 눈에 이채가 돌며, 시선을 얼핏 돌린 순간,
창틀 아래 숨겨진 코드의 종이를 찾아냈다. 요조라는 묶은 머리 살랑이며 코드로 다가가 폰을 들었다.
꽝에 이어서 감점? 0점일땐 감점이 있어도 그대로 0점이라 티가 안났는데 이젠 감점 당해서 점수가 줄어든걸 보면 복장이 뒤집어질 지경이다. 차라리 안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은걸까 싶었지만 이대로 포기하면 패배한 사람 같잖아. 점심시간이 되었고, 나는 싸온 도시락으로 대충 점심을 해결하고선 QR을 찾으러갔다.
복도를 걷다가 문득 천장을 보니 천장 한구석에 작게 접혀서 끼워져있는 종이가 있었다. 아니, 저런 곳에도? 하면서 의자를 가져와 종이를 꺼내서 펼쳐보니 QR이 그려져있는 종이다.
>>174 1. 아미카의 성적: 영어:80점대 수학:70점대 국어:70점대 과학:70~60 왔다갔다 사회:60점대인데 가끔가다 70점대 음악:60점대 미술:50점대 체육:50점대 영어는 프로레슬링으로 대충은 알고 나머지도 하는둥, 마는둥인것 같지만 어쨌든 평균은 찍어요. 나머지 3과목은 자꾸 중간에 자서.. 2. 커피를 잘 안먹긴 하는데 아미카 스타일이라 한다면 평범한 믹스커피이지만 온도는 미지근한 수준으로 랄까요?
>>195 고개를 푹 숙이고 고민하던 아미카.. 아미카:으..으으음.. 아미카:괜찮을까아..? 아미카:도와주는거야 나쁜 일은 아니지마안.. 어쨌든 승낙의 의사를 표현하긴 했습니다.
라며 대답했지만 아무래도 반찬고를 바꿔 붙이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큰 상처도 아니고 했으니까. 그래도 코세이는 친절한 사람이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선선히 다행이라고 하는 대답에 렌은 보건실에서 잠을 자는 건 혼낼 일은 아닌 거구나.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말 때문에 코로리가 형제에게 혼난다면 그것도 미안한 일이지 않은가.
렌은 이어지는 코세이의 말에 더 부러움이 일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척이나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 렌은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것도 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속으로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던 걸까?
그래서 외동이냐는 말과 그 뒤엣말이 이전에도 들었떤 이야기였지만서도 괜히 조금 심술이 나기도 했다. 그러니까, 제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에 대한 소소한 질투 같은 것일까.
“네. 그렇죠. …. 코로리 씨가 쌍둥이라는 이야기를 안 했어서, 전혀 몰랐었어요. 이렇게 우연찮게 뵙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뒷말은 괜히 심술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사이좋은 이 쌍둥이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겠지, 라고 생각하면 좀 더 시무룩해지는 것이었다. 물론 쌍둥이라고 해도 만나는 사람마다 제 쌍둥이를 말하면서 자랑하고 다니진 않지 않겠는가. 그것도 오늘 보건실에서 한 번 만난 사이인 사람에게.
아. 그리고 그 전에 스레가 한 달째가 다 되어가는만큼 >>226에 가미아리의 숨겨진 전승 같은 것을 올려뒀으니 혹시 일부라도 조~~~~금은 알고 있다고 설정하고 싶은 분들은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신들 중에서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정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면 그런 분들도 저것을 토대로 설정하시면 될 것 같고요. 다만 시미즈 부분만 아예 모른다로 처리해주시면 매우 감사할 것 같아요. 그럼 전 이제 다시 밥 준비하고 먹으러 갈게요!
내가 밤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니까.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언뜻 눈에서 별빛과도 같은 빛이 스쳐지나갔겠지만 나도 모르는 새에 지나간 일이다. 요조라가 본다면 특이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갈 것 같긴하다. 풀렸던 표정이 다시 살짝 찌푸려지고 고양이가 아니라는 불평을 내놓는다.
" 알겠어요. 그니까 표정 풀기~? "
웃으며 말했지만 불퉁해진 표정은 밖에 나가서야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온다. 노을이 지는 하늘이 곧 밤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내 눈의 색깔은 저렇게 은은한 노을빛을 띄고 있기에 마치 노을빛 하늘이 눈에 비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바로 옆에 있던 가로등이 깜빡이더니 이내 밝게 켜진다. 일단은 집에 간다는 말과 함께 덮어두었던 외투를 돌려받은 나는 그녀가 돌아서 가기 전에 가방에서 무언가 꺼내주었다.
" 잠깐만 이거 가져가요. "
손에 들려있는건 저번에 리리에게 받은 드림캐처였다. 내 동생은 잠의 신이니까 근처에 두고 자면 그녀도 조금은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완벽하게 숙면은 하지 못하더라도 평소보다 조금 더 개운하게 잠들 수 있다면 그걸로도 만족할 수 있다.
" 드림캐처인데 근처에 두고 자면 잠이 잘 온다고해요. 믿거나 말거나긴 하지만, 저번에도 그렇듯이 이번에도 믿어주면 좋겠는걸요. "
웃으며 얘기한 나는 그녀가 가는걸 조금 지켜보다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허나 순간적으로 무언가 떠올라서 이번엔 반대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보여주며 말했다.
사실 시간대 맞는 이들과 노는 케이스가 아무래도 많으니까요. 제가 막고자 하는 것은 분명히 먼저 구하는 이가 있는데, 그리고 그 사람이 평소에 자주 돌리는 이라던가 바로 전에 돌렸다던가, 최근에 돌렸다던가 그런게 아닌데 예를 들면 남캐라서, 혹은 여캐라서, 혹은 기타 등등의 이유로 모르는 척 하다가 다른 이가 일상을 구할 때. 이를테면 내가 돌리고 싶어하는 이가 있을 때 짠하고 등장해서 냉큼 일상을 가로채는..그런 느낌의 편파이거든요. 무슨 말인진 다들 알아줄 거라고 믿어요!
코세이의 말은 요조라로 하여금 묘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밤도 별도, 요조라의 이름에 모두 들어있으니까, 그걸 코세이 본인과 뗄레야 뗄 수 없다고 하니 뭐야, 라는 기분이 안 들 수가 있나. 그 순간 보였던 기묘한 눈빛도 어쩐지 좀 그렇다. 어쩐지, 너무 멀게 느껴진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보시다시피 요조라의 표정이 풀린 건 바깥으로 나와서였다. 나와서 이제 뭐할지 얘기하고, 본의 아니게 빌렸던 외투를 돌려주고 인사를 하고 나면 이 자리도 끝일 거라고 요조라는 생각했다. 이제 다시 마주칠 일은 미지수로 돌아가서 잘만 하면 코세이가 졸업할 때까지 피해다닐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도 짧게 했다. 말이 없다고 해서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니까, 가만히 서 있는 요조라의 머릿속은 제법 와글와글하다. 코세이가 꺼낸 그것을 보기 전까진 말이다.
"......"
설명하지 않아도 드림캐쳐가 무엇인지 요조라도 알고 있다. 그 기원도 알고 있다. 요조라는 태연히 라인 아이디도 받을 수 있겠냐 말하는 코세이를 지그시 응시했다. 불퉁하던 기색이 풀려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간 얼굴은 멍하던 평소와 달리 조금 굳어있다. 입을 단단히 다물고, 퀭한 눈은 흐리멍텅하지 않고 또렷하다. 그러나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드러내지 않은 채, 요조라는 천천히 말했다.
"그거, 왜, 저한테, 주시려는, 건가요?"
요조라는 그거 라고 말하며 드림캐쳐를 가리킨다. 조금 전과 비슷하지만 늘어지지 않는 말투는 눈에 띄게 딱딱하다. 요조라는 대답을 듣기 위해 입을 다물려다가, 덧붙였다.
"저는, 수면 패턴이, 남들과, 다를, 뿐이지, 못 자는 건, 아니에요."
한밤중에 마주쳤었고, 그 후에도 계속 졸려있거나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충분히 오해할 만 하다고, 요조라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오해하는 것과 그걸 기반으로 행동하는 건 다르다. 멋대로 굴어놓고 그 탓을 자신에게 돌리는 건 더 겪고 싶지 않다. 그러니 일단 대답이나 들어보자고, 요조라는 생각했다.
잠시 갱신해... 테츠야주 미안해 ;ㅁ; 쬐끔 바빠져서 오늘 밤 아니면 내일밤쯤에 답레 겨우 보낼 수 있을 것 같네 응응 수요일 밤에는 확실히 여유 생기고........ 요지는 하루에 한번 정도 답레 주는게 최선일 것 같아. 그러니까 멀티를 돌려도 괜찮다는 말을 하려고 왔어,,,, 8ㅁ8 갑자기 이렇게 바빠질 줄 몰랐네 미안해 응...
거짓말같이 마이너스로 깎인 점수를 보며 요조라는 오빠에게 라인을 보냈다. 곧장 날아오는 답장은 폭소하는 이모티콘이라서, 안 그래도 뚱한 요조라의 표정이 더 뚱해졌다. 볼을 잔뜩 부풀리고 라인 화면을 노려보다가, 답장 없이 채팅창을 나가버린다. 그리고 다시 복도를 걷는다.
상품에 관심은 없지만 오르락내리락 하는 점수 때문에 포기하지를 못 하겠단 말이지.
몇걸음 걷다보니 뚱한 표정이 사라지고 평소의 얼굴로 돌아온다. 그대로 계단을 내려가던 요조라는 조금 높은 곳에 붙은 코드를 발견했다. 요조라의 키로도 닿을락말락 해서, 폰을 한껏 들고 발돋움까지 해야 찍을 수 있었다.
뭔가 점수가 안올라서 화나긴 하지만 재미있다. 특히 교내에 여러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종횡무진하는데 다 표정들이 살짝 화가나있는게 좋았다. 아아, 역시 운빨망겜은 최고야! 즐거워! 그러면서도 난 다시 qr코드를 1개를 찾아냈다. 하지만 다른사람은 점수를 못 받지만 난 받아야한다.
아무튼 일상은 쇼주와 토와주가 찾는 모양이로군요! 음. 두 분 다 비교적 최근에 돌리신 분들이기에 바로 제가 찌르기에는 조금 애매하고.. 뭔가 일상을 독점하는 느낌이니까요. 그렇기에 캡틴도 일상을 구하고 있긴 하지만.. 일단 제 것은 뒤로 미루고 두 분의 일상을 먼저 각각 매칭해봐야겠네요.
이는 고마움의 표시이다. 그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여도 받은 것이 있으면, 그만큼 다시 베풀어야 하는 것이 자신이었다. 그러니 이것은 네 시간을 빼앗은 것에 대한 그리고 무표정한 네 표정 뒤의 따스한 마음에 대한 보답인 것이다. 고개를 내젓는 네 행동에도 후유키는 팔을 내리지 않는다. 말끄러미 너를 올려다볼 뿐, 아무런 말도 행동도 없다가. 이런 대치 상황이 불편해질 즘에야 팔을 흔들어 보이며 후유키는 장난기 서린 목소리로 말한다.
"나 팔 아픈데."
하며 웃는 모습이 꽤나 얄밉다. 어떻게 네가 종이를 받아 들 때까지 계속 이럴 생각인 걸까.
>>449 맥락없이 말을 걸면 뭐 어떤가요! 원래 시작은 다 그렇고 그런 법! 아무튼 반응속도는 확실히! 생존본능이 강한 거북이였으니.. 그 특성도 있을 수밖에 없으려나요. 아무튼 유즈..ㅋㅋㅋㅋㅋㅋㅋ 아주 낯익은 이름이네요!! 20벌 입던 시대.. 옛날엔 그랬지요. 아무튼 어서 오세요! 후미카주!!
아. 그리고 예고한대로 다음주부터 이제 여름의 마츠리이자 페어이벤트인 1차 신청 기간으로 들어갈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내가 같이 가고 싶은 캐릭터와 아직 안면조차도 없다면 이 주간에 빨리빨리 안면을 트는 것을 추천할게요! 그래야 뭐, 다음주에 그 인연으로 일상으로 콕 찔러서 같이 가지 않을래요? 라고 이야기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고..보통은 초면에 같이 가자는 말은 힘들지요.
요조라가 예상한 대답은, 아니, 그전에 많이 들었던 이유가 있다. 너,를 위해서, 자신의 행동이 요조라를 위해서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한 사람 모두, 왜 자신이 이렇게까지 도와주는데 나아지지 않느냐고 불평했다. 나아지지 않는 요조라를 탓했다. 유전이고 체질이라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해도, 마음만으로도 고맙다고 해도, 요조라가 제대로 하지 않다거나 자신을 무시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되려 따졌다. 그 모습을 보며, 거듭해서 보며 요조라는 지쳐버렸다. 지쳐 있었다. 그래서 대답을 듣고, 똑같은 흐름이 될 것 같다면, 일찌감치 자르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대답은 예상과 달랐고, 코세이를 보는 요조라의 시선은 슬그머니 힘이 풀렸다.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을 그대로 인정하는 모습은 또래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 그래 그렇게 말한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져 요조라는 느릿하게 손을 들어 내밀었다.
"주세요... 받을, 테니까..."
딱딱하게 굳었던 말투도 표정과 함께 풀어져 여태까지와 같이 늘어진 말투로 돌아왔다. 퀭하고 멍한 얼굴에 듣는 이로 하여금 답답함과 무력감이 드는 늘어지는 말투, 잠시 날을 세웠던 것이 거짓말처럼, 요조라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이거..."
중얼거린 요조라는 남은 손으로 폰을 조작해 라인 아이디를 줄 수 있는 QR코드 화면을 열어서 코세이 쪽으로 내민다. 그걸 찍어가서 메세지를 보낼지, 같은 방법으로 아이디를 알려줄지는 코세이의 자유라는 듯, 폰을 내민 요조라가 말한다.
"저, 폰, 잘 안, 보니까... 답장, 느려도, 그러려니... 하세요... 급한거...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있으면, 라인, 전화, 하세요..."
그럴 일이 설마 있겠냐만은, 아무튼 용건은 라인으로 하라는 취지의 말이 요조라의 대답이었다. 긴 말을 해서 지친 듯이 긴 숨을 푹 내쉰 요조라는 얼른 하라는 시선으로 코세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드림캐쳐도 말이다.
세번인가 봤지만 지금처럼 날이 서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라 나도 살짝 긴장할 수 밖에는 없었다. 너를 위해서, 라고 둘러댈수도 있겠지만 관계라는 것은 진솔해야지만 단계를 넘을 수 있는 것이다. 가식은 가식의 관계에서 끝날뿐. 그렇기에 솔직한 생각과 사과를 말하자 요조라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듯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 받아줘서 고마워요. "
손 안에 감춰졌던 드림캐처를 다시금 꺼내보인 나는 그녀의 손에 조심스럽게 얹어주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레몬 사탕을 하나 더 꺼내서 같이 건네준 나는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 떠있는 QR코드를 내 것으로 스캔한다. 라인이 저장된 것을 확인한 나는 밝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 혹시나 별이 보고싶다면 언제든 얘기해요. 좋은 곳은 많으니까요. "
나랑 같이 있으면 그곳이 곧 명당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느새 날씨는 쌀쌀해지고 있었고 하늘은 짙은 주홍색에서 서서히 짙은 남색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나름 성과가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뒤로 걸으며 손을 흔든다.
" 그럼 다음에 봐요. 집에 조심히 들어가구요. "
그리고선 자리를 뜬다. 좋은 장소도 알았고 연락처도 받았으니 기분이 나름 괜찮아서 하늘을 바라본다. 별들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일찌감치 나타나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SUR[다신 떠나지 말아줘]시미즈 아키라 "당신이 저에게 절렸다면 멀리 떠나가도 상관없어요. 지금 제 이런 느낌이 싫다면 멀어져도 괜찮아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 그저 저를 위해서 그런 것이라면 그냥 이 자리에 일어주세요. 그럼 저도 당신의 곁에서 영원을 약속할테니까." =>성스러운 샘이 고여있는 동굴 근처에 있는 신사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으면서 앞을 바라보고 있는 아키라의 일러스트
SR[모래성]시미즈 아키라 ".....♪" =>가미즈미의 해변가에 앉아 거대한 모래성을 혼자서 쌓다가 모래를 굳히기 위한 물을 뜨러 가는 아키라의 일러스트. 단 그는 모르고 있을 뿐. 모래성은 살며시 모래가 흘러내리고 있다.
N[원피스]시미즈 아키라
SR[선생님]시미즈 아키라 "이 문제는 이렇게 이렇게 해서 풀면 답이 나올 거예요. 그리고 이 문제는 말이죠." =>교실에 앉아 누군가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는 아키라의 일러스트
N[동물 잠옷]시미즈 아키라
N[해바라기]시미즈 아키라
N[메이드복]시미즈 아키라
N[동물 잠옷]시미즈 아키라
SSR[동심]시미즈 아키라 "나는 시미즈의 장남!! 아빠와 엄마를 닮아서 세상에서 제일 가는 온천 주인이 될거야!!" =>가미즈미 온천탕에 앉아서 근처에 앉아있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고 있는 7살 정도의 어린 아키라의 일러스트
SSR[1주년 기념]시미즈 아키라 "이 세상엔 신이 존재한대요. 성스러운 샘이 흐르는 가미즈미 마을에 어서 오세요. 어쩌면 지금 당신 옆자리에 있는 이는 이 마을에 몰래 찾아온 신일지도 몰라요." =>청룡신 코스프레를 하고 앞을 바라보며 싱긋 웃고 있는 아키라의 일러스트. 아래에는 1주년 축하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쓰여있다.
연이은 마이너스에 부루퉁해졌던 표정이 단번에 펴지는 마법, 20점 득점! 하지만 또 깎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기뻐할 수도 없다. 요조라는 복잡한 표정을 하고 1층으로 내려가 별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봄의 끝물이자 여름의 문턱 그 사이 어딘가인 계절은 덥지도 춥지도 않고 애매하다. 요조라에게는 살짝, 아주 살짝 서늘한 계절이지만, 계속 걷다보면 좀 나아지는 것도 같다. 늘어진 가디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느릿느릿 걸으며 주변을 돌아보면, 어디선가 날아온 코드 종이가 볼에 챡, 하고 달라붙는다.
코세이의 말에 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쌍둥이에요 자랑하고 다니는 일은 없지. 렌은 원래가 부러운 마음이 생기든 어떻든 다른 사람에게 미운 말은 영 못하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코세이가 무언갈 부탁한다는 말에 렌은 눈을 깜빡이며 코세이를 바라봤다. 코세이의 이어지는 말은 잘 부탁한다는 말. 그 말이 렌에게는 코로리의 비밀을 잘 지켜달라는 말로 들리는 건 왜일까? 하긴 이렇게 서로를 소중히 하는 가족 관계라면 코세이가 인간이든 아니면 신이든 상관없을 것이었다.
"...저야 말로요.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 코로리를 잘 부탁한다는 말에의 대답이지만 렌은 코로리가 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만으로 코세이와도 얽히게 될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고, 그에 대해 코세이에게도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두맛 사탕 선물에 얼굴이 조금 밝아진 건 어쩔 수 없는 반사작용일까.
어느새 도착한 길이 갈리는 계단에서 렌은 코세이에게 꾸벅 인사하고 반으로 돌아갔다. 자두맛 사탕을 입안에 넣고 달그락거리면서. 달달하고 상큼한 사탕 맛이 입 안에 맴돌았다.
/막레 드립니다~~~!! 코세이주 일상 수고했어~~~ 코세이 완전 젠틀 스윗한 시스콤 마망이잖아~ 일상 재미있었고 다음에 비밀을 알게 된 이후에 만나면 또 재미있겠다~~~ 수고했어!!!
그런 말에도 후유키는 고집스럽게 든 팔을 내리지 않는다. 네가 종이를 받아들지 않는다면 이 자세 그대로 돌이 될 거라는 듯,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너무 억지를 부리는 것은 아닌지, 당황스러울 네 마음을 생각하던 도중. 마침내 네가 종이를 받아들자, 그제야 후유키는 만족한 얼굴로 팔을 내린다. 이어 네 스캔 결과가 궁금하다는 듯. 기대감에 반짝이는 눈으로 널 바라보고, 이내 결과를 듣자 아쉽다는듯 작게 탄성을 내며 조금은 슬픈 얼굴이 된다.
"점수 얻기 정말 어렵네."
1점이라도 네가 얻기를 바랐던 것인데. 그러지 못했으니 퍽 아쉬운 것일까. 더 궁금한 것이 없냐 묻는 네 말에는 너와 눈을 마주한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 더 없어."
하던 후유키는 아니지, 하며 잠시 멈칫했을까. 무언가 생각하는 눈치로 있다가 고개를 들어 널 올려다본다.
>>603 기승전양귀비에 뭐야? 내 힘이 느껴지는데????? 라는 것까지 얹어졌다구, 책방에 책 사러 왔더니 알바생이 계속 쫓아다닐지도 모른다구~! 근데 어~! 책방 자주 가는 편이라면, 만약 그 책방이 가미즈미 책방(츠무기네~!)일까?! 코로리가 3년동안 아르바이트 중이라 초면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620 물어보고 나서 혼자 생각한건데, 선관이 아니라 3년 내내 엇갈리다가 이번에 처음 마주했다는 것도 재밌을 거 같단 생각이 들어서! 코로리 입장에서는 책방에서 자주 오던 양귀비가 누구인지 찾았다는 느낌이려나~! 물론 요조라주가 선관 맺고 싶다면 선관도 상관없는데 어떠려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단 말. 잊지 말아달란 말. 쩔쩔매는 목소리, 깨물어서 자국이 남은 입술. 가련한 여자아이였다. 동정심을 부르는 아이였고, 시이가 좀 더 다정한 사람이었다면 조용히 웃어줬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스즈의 옆에 있었던 몇몇 여자아이들처럼, 동정심과 성가심 사이를 오가며 라인에 답장을 하도록 만들지도 몰랐다. 그런 얼굴이었다.
그러나 시이는 인간성을 가장한 신이었다. 신을 꼬드기기엔 측은한 얼굴보다는 무녀가 되어주겠다 말하는 편이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스즈는 이미 무녀라 스스로를 칭했기 때문에, 시이는 어떤 기분이 들지 않음에도 호응해주기로 했다. 애초에 거짓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건, 글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왜 그런 쓸쓸한 얼굴을 하는 거야 스즈쨩. 그러면 나두 슬퍼지잖아."
시이는 버너의 불을 끄고는 스즈를 꼬옥 껴안아줬다. 시이의 품에서는 방과 마찬가지로 달짝지근한 향이 났다. 마찬가지로 그 나잇대 무렵의 달짝지근한 목소리가 속삭였다.
"그래두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일단 우리 초면이니까아- 그치만 말야, 나도 스즈쨩이 좋으니까 뭐 됐어-라는 느낌이네. 응응, 안 잊어. 아까두 약속했잖아?"
시이는 아둔한 머리에 비해 기억력이 좋다. 시이는 스즈의 뒷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한다.
"날 무시하지 않으면 난 언제까지고 스즈쨩을 기억할 거야."
75명의 아소비코쇼들은 시이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재액에 당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분풀이에 쓰였다. 그리고 잊혔다.
>>628 코로리가 이실직고 하는걸 일상으로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코세이가 어떻게 화낼지 궁금해~! 세이 너무 스윗젠틀마망오빠라는 이미지가 굳세서, 어떻게 혼내려나 궁금하다! 리리가 무조건 저자세로 들어가겠지만서두.
>>629 좋아~! 3년동안 엇갈린 양귀비 잡았다~ 라는 느낌으루! 근데 요조라주 정말 미안한데, 1시 30분 쯤에 잘 생각이었거든........ 선레 부탁해도 될까? 아니면 내가 내일 오전 중에 선레 써와 올릴게! 요조라주가 편한대로 해줘........... 일상 주제 정하는데 내가 너무 늦어진 거 같아서 미안해........ 내가 일상 구해놓고 이게 뭐람~!
이제....... 난 코로리가 멱살끌고 잠 좀 자라고 하는 시간이 된 모양이야........ 다들 늦게 자지말구....... 난 이만 들어가볼게! 하지만 그냥 들어가지 않아.... 착한 참치들이 해줄거라고 믿고 질문들을 남기고 가겠어!
1. 휴대폰에 깔려있는 어플 종류~! 제일 많이 쓰는 어플이 뭘지도 궁금해! 2. 다들 학생이니까 말이지, 필기타입! 노트에 필기 어떻게 해놨을까?! (그리고 노트가 존재하지 않는 이가 발생하는데) 3. 지금 당장 무인도에 떨어트릴거라고, 무엇이든지 3개만 챙기라고 하면 챙기는 것은?! 신님들은 무인도에서 신의 힘 사용불가라는 가정하에~! 신계로 못 도망간다~!
1.아무래도 학생회 업무나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기록해두는 메모앱이 될 것 같네요! 2.진짜 꼼꼼하게 이것저것을 쓰긴 했는데 정작 쓴 자신 이외에는 순서가 뭔지도 알기 힘들 정도로 순서가 뒤죽박죽인 느낌으로 필기를 하고 있어요. 막 여기저기에 파생된 내용을 적어두고 그렇다보니 어떻게 보면 꽤 복잡하고요. 3.라이터와 물, 그리고 텐트가 될 것 같네요! 일단 불과 물, 그리고 잘 곳을 확실하게 확보하려는 느낌이에요!!
1. 기본 어플+라인+검색엔진(네이버 같은거) 정도려나~ 많이 쓰는 건 역시 라인? 상대는 물론 가족 :3 2. 네 그렇습니다 그 말이 현실이 됐습니다~ 요조라는 본인이 필기 안 하고 반 학생거 빌려서 복사하거나 한대~ 그야 그 시간에 자는걸 필기 못 하는걸~ 3. 가방과 붓과 사탕? 전자기기는 어차피 못 쓸테니까 안 가져가~
>>646 코로리 진단 1. 기본 어플....? 운동 기록하는 어플 같은 거 다운받아서 쓰거나 삼성헬스 매번 확인하거나 만보기 같은 것도....ㅋㅋㅋㅋ 2. 필기라... 깨어있을 때는 필기하는데 잠들어버리면 따로 빌리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드믄드믄 할 것 같은 기분~ 3. 칼, 파이어스틱, 냄비
>>647 나름 생각해봤는데 같은 반이기도 하니 옆자리 선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 미술 시간에 그림 그리는데 렌이 엄청 헤매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 요조라는 도와줄지 아니면 한심하게 보고만 있을지 궁금하기는 해 ㅋㅋㅋ
>>643 자려가ㄹㅕ다 관련있는 이야기 있는 거 같아서.... 일부러 알려준게 아니라 '부주의로 인해 실수로 들킨' 거고, 형제가 무조건 신이라는 가정은 없지만 인간쪽에서 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거고.... 세이는 리리 때문에 인간계 반강제로 내려온거다보니까 화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리리가 와악 혼난다~! 하는 건 세이 한정 상황이니까 말이지, 다른 신한테 혼난다란 생각은 안한다구! 그래도 무슨 뜻인지는 제대로 이해했구 확인 완료야~! >>648 답해준 것도 고맙ㄷㅏ구 내일 꼼꼼히 읽어버리겠다~! 캡틴도 잘자고 좋은 밤 보내!
>>653 정보, 요조라는 조회만 받고 남은 시간은 양호실에서 잡니다~ 옆자리 선관 했다간 매일 비어있는 옆자리를 렌이 궁금해하는 그런 기묘한 상황이 될지도~ ㅋㅅㅋ 적당히 상황 만들어보자면~ 미술 실습 때문에 어찌어찌 자리 지키던 요조라가 옆에서 헤매는 렌을 보고 그거...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로 시작한 걸로 할 수도 있고~
저도 이것만 말을 하자면... 혼내는 일상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상은 하긴 하되, 일단 그렇게 막 엄청 심각한 사항은 아니라는 거니까 참고해줬으면 해서! 생각보다 다른 신들의 일반적인 인식은 뭐 들켰어도 알아서 잘 처리했으니까 문제 없지. 이런 인식이니 혹시라도, 혹시라도 정말 크고 심각한 일로 생각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설명한 것에 가깝답니다.
>>660 아하~ 그렇구나! ㅋㅋㅋㅋㅋㅋ 아 그 선관 너무 재미있겠다. 옆자리에 조회시간에는 있는데 이후에는 사라지는 옆자리 친구. 그래서 말 한번 못 걸고 이후에는 분위기 때문에 말 못걸고 있는 그런 상황이면 재미있겠는데? 렌은 요조라가 몸이 많이 아픈가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을수도 있고~ 아ㅋㅋㅋ 미술시간에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하고 조언해주는구나~~~~! 다음에 그런 상황으로 해도 재밌을 것 같아~
학생회가 이벤트를 잘 기획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교생이 눈에 불을 켜고 학교를 배회하게 만들었으니 대성공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후미카는 큐알좀비까지는 아직 되지 못했지만, 그 풍어신을 큐알하이에나 입문 단계에 진입시키는 덴 성공한 듯하다. 지나가다 발견한 코드를 잽싸게 찍는다.
>>662 약간~ 그런 느낌? 서로 거기 존재는 하는구나~ 하고 알고있는 정도의 선관? 그런 정도이지 않을까~ 아 일상감으로 쓰려면 미술시간보다는 방과후가 나을지도? 렌이 미술시간에 다 못그려서 방과후에 빈 교실에서 그림 마저 그리려고 하는데 그제서야 일어나서 가방 가지러 교실에 온 요조라가 조언해주는~ 그런 상황이 좀더 나을지도~
>>667 요조라주 천재? 렌이 거의 다 그렸는데 중간에 물을 엎어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그리느라 어쩔 수 없이 방과후에 남아서 그리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네! 렌... 미술에 소질이 없어서 정말 엉망진창일지도 몰라... ㅋㅋㅋㅋㅋ... 선관은 그렇게 알고 있을게 있는 듯 없는 듯~ 존재만 아는~
"하... 뭐야, 그게..." [미안! 일이 중간에 꼬여버렸어. 제시간엔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서, 언제, 오는데...?" [이따... 새벽쯤...?] "바보. 됐어. 오지 마." [아니 내가 늦고싶어서 늦는 것도 아닌, 잠깐 요루? 요루!?]
뚝, 하는 매정한 소리와 전화를 끊는다. 검게 변한 액정에 비치는 건 한숨을 푹 쉬는 요조라의 얼굴. 변함없이 퀭한 얼굴을 한 요조라는 방과후 교문 앞에 서서 투덜거린다.
"히루가, 데리러... 온댔으면서..."
오늘 아침의 일이었다. 왠일로 오빠인 마히루가 방과후 데리러 갈 테니 시간 맞춰 나와있으라고, 등교하려는 요조라에게 말했다. 늘 제멋대로 오거나 말거나 했으면서, 오늘은 왠일로 미리 알려주는가 싶어 그런 의문을 담은 눈으로 요조라가 빤히 쳐다보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마히루가 덧붙였다.
"오늘 사요가 온대서 데리러 갈 거거든! 오는 길이 딱 학교 끝날 시간이니까, 나온 김에 다 같이 외식이나 하려고." "왠일... 아무튼, 알았어..." "오냐. 늦게 깨지나 말어~"
자신만만하게 그런 소릴 해놓고서, 정작 마히루 본인이 늦을 줄이야, 예상 시간을 들어보니 저녁은 고사하고 얼굴이나 제때 볼 수 있을까 싶다. 바보 히루. 속으로 중얼거린 요조라는 교문에 기대고 있던 몸을 떼어 걷기 시작한다. 기분 칙칙해졌으니 책이나 보러 가야겠어.
요조라의 걸음은 천천히 학교 근처를 벗어나 자주 가는 상점가 쪽으로 향했다. 어쩔 땐 걸어서, 또 어쩔 땐 마히루의 자전거에 짐처럼 앉아서 가곤 하는 곳이다. 그쪽엔 남매가 좋아하는 빵가게가 있고, 화구 등등을 사는 화구점이 있고, 가끔 희귀한 옛날 책을 구할 수 있는 오래된 책방이 있다.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드나들고 지나쳐온 이곳은 늘 한결같다. 그 속에서 요조라의 걸음은 다른 곳을 다 지나쳐 책방으로 곧장 향했다. 느릿한 걸음은 평소랑 다르게 단정하다. 조금 비틀거릴 시간인데, 전혀 그런 기색 없이, 그래도 퀭한 얼굴을 한 채로 책방의 문을 연다.
"안녕하세요..."
요조라는 형식적인 인사를 하며 안으로 들어간다. 늘 손님 한둘 정도는 있었는데, 어쩐지 오늘따라 손님이 없다. 아직 그럴 시간대가 아닌가? 고개를 살짝 갸우뚱 하며 들어가서 문을 닫고, 익숙하게 그림과 사진 관련 책들이 있는 코너로 간다. 빼곡하게, 혹은 드문드문하게 책이 꽂혀있을 선반을 이리 한번, 저리 한번, 천천히 둘러보며, 눈에 들어오는 책은 어디 없는지 찾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서점 손님의 모습이었다.
자캐가_만약_고양이라면 >> 고양이라면…. 까만 고양이가 아닐까…? 이상하게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 같지 않은 고양이…?
자캐가_선호하는_주류 >> 아직 학생입니다만~
자캐가_평소의_태도와_달라지는_때는 >> 평소에는 싫은 말도 못하고 얌전한 편이지만, 누가 자기 사람을 때렸거나 모욕했다거나 상처입히면 완전 돌변할 것 같은 느낌? 물론 본인이 당하는 건 별로 신경 안쓰지만서도. 그리고 수영 경기에 임할 때는 평소에 지내는 인상과 다르게 엄청 집중할 것 같고.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땐 좀 더 필사적이라는 느낌? 평소에는 조금 힘을 뺀 태도라면 그런 상황에서는 다르다, 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691 휴식에 진심인 렌주 대단해~!! :ㅇ 지난번에 일상소재 얘기했으니까 나도 일상팻말 뽑아보고 싶은데.... 아직 시간이 안 나서 안 되겠네...🥲
렌냥이 배 만져도 참아줘? 그럼 배방구 해야지~ ʕᵔᴥᵔʔ 음음 그렇구나! 진로는 아직 고민해도 충분히 괜찮은 때니 말이야! 후미카냥은 음~ 역시 삼색고양이? 성격은 무던한데 개냥이까지는 아니라서 귀찮게 하면 무표정으로 좀 참아주다가 가차없이 떠나버려.... 그리고 열받으면 주먹질 하는데 엄청 아픔(?)
>>695 시간이 안되면 다음에 보면 되는 것이지~ 언젠간 시간이 맞을거야~ 렌냥이 배만지면 싫다고 앞발로 밀어낼 것 같은데, 괴롭혀도 아무 말도 못하고 밀어내기만 하는 착한 냥일 것 같은 기분 ㅋㅋㅋㅋㅋㅋ 후미카냥 삼색냥이구나 귀여워~~ 쓰다듬쓰다듬하고 싶다~ 후미카 펀치! 후미카 펀치! 딱소리 날듯 ㅋㅋㅋㅋㅋ
코로리가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래로자그마치 3년동안 꽃단내ー잠의 신 코로리가 잠이 부족한 자에게서 맡는 특유의 향기ー가 코를 간지럽혔다. 오래된 책과 쿱쿱한 먼지 냄새와 손님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바람 향기가 머무는 곳인데, 꽃단내가 났다! 자주 오는 손님같은데 몇 번이고 엇갈려서 만나본 적이 없는 손님이 분명 범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어떤 때에도 맡아지는 수백, 수천년을 맡아온 향이었지만 3년 내내 주변에서 맡아지지만 만날 수가 없는 양귀비가 흘리는 향이라니, 꾹 눌러서 책갈피로 만들어버릴거야.
"어서옷, 아야!"
오래된 책방은 보통 서가인지 책으로만 쌓은 탑인지 모를게 차곡차곡 쌓여있는데, 가미즈미 책방도 별로 다를 건 없었다. 책 정리를 하던 코로리는 낮은 사다리에 올라가 앉아서 머리 위에 있는 단에 책을 꽂고 있었다. 팔에 안고 있는 책 권수가 하나씩 줄어들고만 있었는데 한 권이 늘어난다. 손님이 들어오며 전한 인사 소리에 평범히 반기는 인삿말을 하다가, 훅 풍겨오는 꽃단내를 맡은 것이다! 양귀비야! 3년동안 숨바꼭질한 양귀비가 왔어! 양귀비 손님의 얼굴을 봐야겠다고 책을 꽂던 손끝에 집중이 풀렸고, 머리 위에 꽂고 있던 책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한 번 정수리에 떨어졌다가 툭 하고 코로리의 앉은 무릎으로 두번 떨어졌다. 애꿎은 책을 한 번 노려보고, 코로리는 정수리를 문질문질 쓰다듬으며 사다리에서 폴짝폴짝 내려온다. 책 정리는 양귀비 손님이 간 후에 해도 충분하니까, 이 손님을 놓쳐서는 안 된다! 양귀비 향을 쫓아가면 미로같고 책이 가득 쌓아 시야를 가리는 이곳에서도 금방 손님을 찾을 수 있다.
"손,"
가까이 오니 꽃단내가 매우 짙다는 것 말고도 다른게 하나 더 느껴졌다. 만난 적 없는 손님에게서 코로리 본인의 힘이 느껴진다! 눈 동그랗게 뜬 코로리는 못난 양귀비! 하고 왔는데, 아는 양귀비야?! 나 모르는 양귀비인데?! 를 고개 갸웃이며 바라보았다. 잠의 신으로서 무슨 조치를 취했다면 모르는 얼굴일 리가 없는데 모르는 얼굴이고, 코로리가 무언가 하지 않았다면 왜 코로리의 힘이 느껴지는가!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쌍둥이에게 만들어준 드림캡쳐를 아직 의심치 않고 있었다.
"님?"
조용히 책구경을 하고 있던 손님에게도, 갑자기 아르바이트생이 찾아와서 부르더니 고개를 갸웃이고 있는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손님을 바라보고만 있는 코로리가 입고 있는 교복 리본처럼, 쌍둥이와 똑같은 색을 하고 있는 노을빛 눈동자도 붉기만 하다.
>>727 끄으윽.... 아무리 물을 쏟고 벽지를 긁어놔도 그렇게 애교부리면 혼을 낼 수가 없다구....(부들부들) 코로리냥이 너무 귀여운 거 아냐? 렌냥이는 사고도 안치지만 그렇게 애교는 적을지도 모르겠네. 사람이 집어다가 마구 쓰다듬어도 화를 내진 않을 것 같고. 기분좋게 쓰다듬으면 골골거리다가... 간식 소리만 내면 호다닥 달려나와서 빠안히 쳐다보면서 냥냥 거릴 것 같고~
어서옷? 어떻게 들어도 중간에 끊긴 것 같은 인사말이 안쪽에서 들려오다 만다. 직원이 너무 멀리 있거나 뭔가 하는 중인가보다, 라고 요조라는 흘려넘긴다. 애매하게나마 대답이 돌아왔다는 건 적어도 요조라의 인사를 무시하지는 않았다는거니까, 그거면 됐다. 이제 요조라는 요조라의 용건을 보고, 직원은 직원의 일을 하면 될 거다. 서로 엮이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급한 발소리가 서점 내부를 가로질러 요조라가 있는 코너에 올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잠시 이전 방문들을 돌아보자면, 요조라는 대부분 누군가와 같이 서점에 왔었다. 혼자 오기도 했으나 그럴 땐 잠깐 들르는 식으로 다녀갔다. 혼자 책을 사간 적은 없고, 같이 온 사람과 책을 샀어도 계산은 늘 같이 온 사람이 했으니까, 요조라는 가끔 서점의 주인 할아버지를 뵌 것 말곤 그 외의 사람과는 직접적으로 마주친 적이 없다. 그러니 아르바이트생이 있는지 없는지, 있어도 누구인지, 아무 것도 몰랐다. 관심도 없었다. 지금, 눈 앞에 대뜸 나타난 사람을 보았음에도.
"...?"
정말 뜬금없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자신을 찾아온 서점 직원을 보고 요조라도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요조라의 퀭한 검은 눈이 직원의 불그스름한 눈동자를 마주한다. 불그스름한 노을빛 눈, 일직선으로 자신을 주시하는 그 눈은 어쩐지 기시감이 든다. 아니, 위화감일까? 요조라는 요조라대로 기묘한 느낌을 받으며 가만히 서 있다가, 느릿하게 물었다.
"무슨... 용건, 이라도...?"
주변에 다른 손님은 없고 이 직원 역시 요조라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으니, 뭔가 용건이 있어서 불렀겠거니 하고 요조라는 생각했다. 만약 그게 서로간의 착각이라도 그냥 적당히 흘려넘기면 될 일이다. 요조라는 들고 있던 책을 잠시 내려놓으며 직원의 대답을 기다렸다.
내 완벽한 거짓말이 잘 먹혀든 것 같아서 나는 굳이 웃으려하지 않아도 웃음이나어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렇지. 내가 또 요즘 부쩍 연기를 참 잘한다.
"에- 그러면 결국 농담이었다는 소리에요? 농담을 빙자한 추파를 걸어서 죄 없는 15명의 여자 마음 들었다 놨다하는 플레이보이 헤픈 어장남 테츠야군?"
그 대답은 분명 실망스러웠지만 나는 금세 회복하고만다. 무엇보다 이 애칭 참 마음에 든다. 자주자주 이렇게 불러줘야겠다고 나는 다짐한다. 절대 꼽을 주는게 아니고 그냥 단순히 호감의 표시이다. 절대로 꼽을 주는게 아니다. 아무튼 아니다. 외우기 좀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랩하는 듯이 입에 착착 붙고 운율도 있는 것이 과연 가미즈미 디비전에 나가도 손색이 없다.
"그건 그냥 이상형의 사전적 정의 아니냐고요. 그렇게 치면 제 이상형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재미 없어- 플레이보이답게 능수능란하게 여자 마음을 이해해달란 말이야."
나는 의자에 앉아 깡총 올라간 다리를 탈탈 흔들었다. 타력감 잃은 몸이 탁자위로 떨어진다. 팔을 쭉 뻗고 내친김에 아예 엎드려버린다. 얼굴을 돌려 이제는 벚꽃 잔재만이 남은 창밖을 바라본다.
"요즘 사람들은 첫눈에 잘 안 반해요? 이상하네. 넷플릭스에서는 맨날 첫눈에 반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턱 막혀온다던데."
이쯤되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봐야할 판이다. 인간의 생식? 뭐 그런 걸 보면 되는 걸까? 나는 알 수 없어져서 머리 속이 수세미처럼 엉클리고 말았다. 어렵네, 인간은. 사랑이든 감정이든 어려운 것 투성이었다.
"그래요. 뭐, 사랑은 폭풍이 아니라 가랑비라는 말이 있으니까. 정신차리니까 흠뻑 빠져있었다라는 표현도 흔치 않죠."
나는 검지를 들어올리며 너에게 물어본다. 저 맹한 얼굴로 한 번 안 져주는 거 봐서는 제법 강단 있는 성격임이 틀림없다. 요컨대, 인간 세상에 대한 고찰이 나름 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이렇게 진한 양귀비를 내가 잊을리가 없는데! 가 고개를 갸웃이는데도, 코로리는 자신만의 고민에 빠져서 눈치채지 못했다. 검은 눈을 바라보면서 누구인지, 정말 혹시라도 잊은 얼굴이 아닌지 기억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학교에서 봤다거나,길거리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거나, 친구의 친구라는 다리 건너 사이까지도 생각해본다. 눈 까맣다, 까만 친구가 누가 있지! 까마귀, 까치, 검은콩, 밤, 세이, 세이?! 새카만 흑색은 코로리의 머리카락이지만, 쌍둥이의 머리카락 색이기도 했다. 서로 신의 모습으로서의 머리색을 인간일 때의 머리색으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검은 색을 생각하다가 쌍둥이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쌍둥이와 사쿠라마츠리의 검은 밤에 나누었던 대화까지도 전부 기억해냈다.
"세이 친구야?!"
세이가 알려준 양귀비! 꿈 기사님 데리고 있는거지ー! 드림캡쳐를 갖고 있는게 확실했다. 코로리가 힘을 실어서, 단순히 악몽을 꾸지 않게 지켜준다는 의미를 가진 드림캡쳐가 아니라 잠을 지켜주는 부적이 되었다. 자신의 힘을 지금도 느끼고 있는 코로리는, 어째선지 표정을 찌푸렸다. 미간이 좁아지고 입술을 삐죽인다. 기사님이 약할 리가 없는데! 드림캡쳐를 가지고 있는데도 손님의 꽃단내가 짙었기 때문이었다. 쌍둥이의 친구라고 텃세 부리는 못된 짓으로 보였지만, 의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용건은, 용건이 보고 싶었어야!"
따지자면 자그마치 3년이나 만나고 싶어했다! 찌푸렸던 표정이 용건을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가, 방긋 웃는다. 그래도 드디어 찾았다아ー! 코로리는 손님에게로 한발짝 두발짝 총총 다가갔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아르바이트할 때 손님한테 존댓말을 써야하지 않던가 싶어진 코로리는 배꼽 인사를 한다!
"에-? 진짜요? 어떻게 저보다 여자랑 안 친해요? 똑바로 서세요. 그렇게 해서 농담을 빙자한 추파를 걸어서 죄 없는 15명의 여자 마음 들었다 놨다하는 플레이보이 헤픈 어장남 테츠야군이라 할 수 있겠어요? 저도 13명정도랑 썸타는데! 자,자, 노력합시다. 고교 시절에 청춘 러브 코메디정도는 꿈꿀 수 있잖아요."
누누히 말했지만 나는 첩실도 인정해주는 쿨한 뱀신이었으므로 "하렘도 문제 없음!" 이라는 소리다. 그와 별개로 결혼해놓고 날 사랑하지 않으면 죽여버릴거지만. 이혼보다는 살해가 쉬우니 당연한 거다.
그나저나 나는 너의 웃음이 다소 어색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너는 왜 그렇게 웃는걸까? 나는 알 수 없어져서 턱을 괴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오-"
생각해보니 나는 귀엽다는 말도 제밥 많이 듣고 머리도 긴데다가 활동적이기까지 하다. 점심시간에 인간 친구들과 배구를 하고 인간 문화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 사교활동까지. 이정도면 나, 합격점 아니야?
"그거 저 아니에요?"
과연 너는 농담을 빙자한 추파를 걸어서 죄 없는 15명의 여자 마음 들었다 놨다하는 플레이보이 헤픈 어장남 테츠야군답게 밀당도 참 잘한다. 나는 아직도 네가 날 좋아하는 건지 아닌간지 확신이 서지가 않는다. 아- 사랑에 고난이 부족해서 그런가. 어디어디, 후미카가 나에게 그토록 강조하던 '흔들 다리 효과'를 확인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나는 직감한다.
"러브레터? 그거 20년 전 거 아니에요? 음- 테츠야군은 혹시 봉건적인 순정남이신가요? "
내가 나름대로 조사한 결과 그런 순정남 타입은 인기 없다. 친구의 말을 따르면... '초식남은 솔직히 인기 없지 www 뭐,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정도에서 '조금 귀찮지 않아? 귀엽기는 하지만 2주 이상 만나기에는 절대 무리무리.'까지의 평가라 할 수 있겠다. (*미즈미 친구가 편향됐을 뿐이다.) 그렇지만 나는 인기 없는 인간도 문제 없다. 오히려 좋다라 할 수 있겠다. 원래 인기가 없으면 경쟁이 적어서 결혼까지 골인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건 정말로 썸을 타는게 맞는건가?' 라는 미심쩍은 시선을 그녀에게 보냈다. 13명과 썸을 탄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걸까. 분명 맨 마지막의 사람은 '난 12명과 썸을 타고있어!' 라는 소리를 들었을텐데 제정신이면 '오, 그럼 거기에 저도 끼워주세요! 정말 기대되는걸요!' 같은 소리는 안 할텐데.
"적당히 노력하겠습니다ㅡ"
전혀 의욕따윈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도 이것보다는 더 의욕을 내지 않을까.
"에?"
'그거 저 아니에요?' 라는 말에 그게 뭔 소리냐는듯 얼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며 의문이 섞인 소리를 내다가 곰곰히 자신이 내뱉은 말을 검토했다. 그렇구나, 머리가 길어.
"뭐, 일단 그렇다고 할 수 있겠죠..?"
뭐 이런 뻔뻔한 사람이, 같은 감상은 떨쳐두고 귀엽다고 한다면 나름대로 귀여운.. 건가? 일단 활발하다는건 맞는 것 같고.
"아니거든요? 전, 그저, 참고 할 만한 영화를, 제시, 한, 거, 거든요?"
응. 아니다. 이런게 귀엽다고 생각하다니 머리가 이상해지지 않고서야 불가능하다. 도대체 이 사람은 뭘 원하는거람. 대뜸 이상형을 물어보다가 그게 나 아니냐고 어필하다가 이제는 봉건적이라고 사람을 면전에서 모욕을..!
서로 뚫어져라 마주보고서 하는 생각은 서로 다르다. 요조라는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니 애초에 누구인지부터 관심이 없다. 몇번이고 다시 생각할 필요도 없이 처음 보는 사람이니까, 지금 신경이 쓰이는 건 그저 이 사람이 자신에게 무슨 용건이 있을까 뿐이었다. 그것도 아마 대답을 들으면 이해하고 이 상황은 마무리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대뜸 튀어나온 말부터 예상을 크게 뒤흔들었다.
"네...?"
세이 친구라니, 누가? 요조라가? 단언컨데 가미즈미고교에서 인맥이라곤 실 한가닥만큼도 없다 자부할 수 있는 요조라였기에 그 말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세이가 코세이를 뜻한다는 걸 요조라가 그리 쉽게 연상 할 수 있을 리도 없다. 혹시 사람을 잘못 본 거 아니냐고 되물으려던 요조라는, 또다시 대뜸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직원을 보고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어... 그러니까..."
요조라와 달리 표정이 이랬더 저랬다 휙휙 바뀌는 이 서점 직원, 아마 같은 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이 사람은 요조라에게 총총 다가왔다. 그에 맞춰서 요조라의 걸음도 뒤로 총총 물러났다. 요조라의 표정엔 어렴풋이 경계하는 기색이 드러나고, 그런 상태로 악수를 할 리 만무했다. 요조라는 살짝 치뜬 눈으로 코로리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 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사람, 잘 못... 보신 거, 같은데요..."
분명히 그렇다. 분명히 그럴거야. 한번 마주친 적도 없는 사람이 왜 자신을 보고 싶어하겠는가? 요조라는 경계하는 기색을 거두지 않은 채로 한걸음 더 슬금 물러났다. 한 손에 가방을 꼭 쥐고, 언제 나가지, 하는 눈으로 문 쪽을 힐끔거리면서.
후유키는 작은 목소리로 네 이름을 발음해 본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잊힐 이름이었지만. 가미아리의 학생으로 있는 지금은 네 이름과 얼굴을 잊을 테니. 그동안은 계속 네 호의를 분명히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너를 마주 본 채 후유키는 웃는다. 언젠가 지나가는 길에 널 보게 된다면. 그때에는 그냥 지나쳐가는 타인이 아니라, 네 이름으로 널 불러 세울 수 있겠지. 네가 이름을 물어오자, 후유키는 그 검은색 눈을 깊게 감았다 뜬다.
"유리자와 후유키."
유리자와 후유키야. 잊지 말라는 듯. 후유키는 다시 한번 또박또박 제 이름을 말했을까. 잠시 네 반응을 살피다가, 후유키는 두 발자국 뒷걸음질 치며 멀어진다.
"오늘 고마웠어."
나중에 만나면 꼭 아는 체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덧붙여 말하고서 후유키는 네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 막레 이어줘도 괜찮고. 이대로 끝내도 괜찮아.
어느새 노을이 지기 시작한 시간, 요조라는 별관에서 나와 건물 뒤쪽에 있었다. 거기서 느긋하게 뒹굴던 노란 고양이 한마리와 티격태격이랄까, 놀고 있었다. 근처에서 뜯은 잡초를 파닥파닥 흔들며 고양이와 그러고 있는 이유는, QR코드에서 대뜸 30점이 깎인 탓이다. 그로 인해 기분이 팍 상해버려 잠시 일탈했달까.
"요시요시..."
엉거주춤하게 앉은 요조라의 앞에 드러누운 고양이가 앞발을 휘두르며 파닥이는 잡초를 쫒는다. 요조라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느닷없이 잡초를 빼앗기며 놀이는 끝난다. 이젠 발톱에 잡초를 걸고 혼자 뒹구는 고양이를 물끄러미 보고있던 요조라. 고양이가 몸을 뒤집자 등에 붙어있던 코드 종이가 드러났고, 요조라는 손끝으로 그걸 떼어주었다. 그러거나 고양이는 다시 뒹굴대며 혼자 놀고, 요조라는 가만히 코드가 인쇄된 종이를 노려본다. 지그시, 매우 지그시, 그야말로 뚫어질 정도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한들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행동 자체가 의미가 없다. 지금의 그녀가 그러했다. 교내에서는 기묘한 그림을 쫓아다니는 학생들이 늘어났지만, 이전에 찾은 그 작은 그림조차도 인식을 하기 위해서 몇시간을 써버린 그녀에게 있어서는 작은 판을 보고 일희일비하는 학생들의 행동이 귀여워 보일 뿐, 그 이후로 무언가를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의 그녀에게는 그런 것보다야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얼마 전 누군가에게서 받았던 귀여운 양산, 그것의 첫 개시일이었던 것이다. 봄이 끝날 무렵, 조금씩 햇살이 뜨거워지는 것을 즐기며 좋아하는 기모노를 입은 채로 조용히 지낼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지복의 시간이라고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크지 않은 보폭으로 나막신의 소리가 울렸다. 아직 서역의 말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공원에서는 그러한 것을 틀어주는 것이 유행인 모양이었다. 그 사이로 허리춤에 매어둔 조그마한 방울이 울려 퍼지는 것을 즐기듯 그녀는 천천히, 공원을 돌다가 지친 것인지 근처에 있던 의자로 향했다.
“어라? 선객이 있었네요.”
하지만 운이 좋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좋았던 것인지 의자는 제법 넓었지만 그곳에는 이미 누군가가 자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입 주변을 가리고는 슬며시 웃으며 빈 자리를 가리켰다.
“실례가 아니라면, 앉아도 될까요?”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행동으로 옮기는 쪽이 조금 더 빨랐다. 그녀는 곧바로 의자에 앉아 가방에서 자그마한 봉투를 꺼내 포장을 풀기 시작했다. 안쪽에는 슬쩍 보니 벚꽃색의 과자가 들어있었고 그녀는 곧바로 그것을 꺼내, 소년에게 하나를 건냈다.
“일전에 생겼던 화과자점의 모나카랍니다? 오늘 가보니 새로 이렇게나 예쁜 것을 팔고 있길래, 무심코 많이 사버려서 곤란하던 참이었답니다.”
단 것은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차를 마시는 것 자체는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그녀는 그리 말하고는 과자를 자신의 입에 넣고 음미하기 시작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단팥의 단맛에 찹쌀 특유의 바삭하면서도 눌러붙는 듯한 감각, 역시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듯 보였다.
“그런데─ 당신은 이런 곳에서는 무슨 일인가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나요?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젊음의 괴로움을 풀기 위해서 이런 곳으로 와서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던가?”
전에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떨까- 학교라는 곳에서는 그다지 흥분되지 않는 그런 곳임을 알고서는 최근에는 어쩐지 조금 소극적이 되어버렸지만, 바깥에서라면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녀는 어쩐지 즐거워져서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하늘이 이렇게 맑고, 아이들은 즐겁게 뛰어노는 이런 때에는 어쩐지 바깥으로 돌아다니고 싶어지는 법이죠. 좁은 곳에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넓고 밝은 곳에서야 보이는 것이 있을테고. 생각해보니 이 쪽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잘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그녀는 잠시 옛날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들고있던 과자봉투는 잠시 옆으로 치워 두고, 이런 이 조용한 환경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들었던 그런 일… 그 시절에는 여러가지로 있었으니 그 정도야 언제든 있을 법 하니 괜찮나. 그녀는 적당히 고민을 집어치우고는 다시 지금으로 돌아왔다.
"그런가요.." 모나카나 화과자나.. 토와는 그다지 즐기지는 않지만. 나름 맛은 괜찮았습니다. 애초에 담백하고 밍밍한 타입이기도 하니. 그런 폭력적인 단맛은 입이 마르게 하는 원인일까요? 마사히로의 질문을 듣고는 조금 고민합니다. 너무 당연한 거라서 그런 걸지도ㅡ
"학생이니만큼 공부를 좀 하고 있었지요?" 무언가 청춘의 낭만같은 종류는 아니지만요.라고 말하며 영단어 단어장 카드를 살짝 흔들흔들거리려 합니다. 재미없는 대답일지도 모르지만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기엔 토와는 그런 타입은 아니고..(토와주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럼.. 당신은 어쩐 일로 모나카를 싸서 여기까지 오셨나요?" 밝고 넓은 이런 공간에서 내려다보기 위햬서일까요?라는 말을 가볍게 건네는 토와입니다.
스즈는 아직도 다리에 힘이풀려 반 쯤 주저앉아 있었다. 상황이 정리되었다. 위험할 뻔한 상황에 몸을 던졌고 그 용기의 대가로 아무런 피해없이 작은 아이를 구해낼 수 있었다. 용기를 내길 잘했다. 뭐든 직접 나서서 행동해야 변화가 생기는 법이다. 그런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 버렸다. 그 때도, 그 해 8월에도 이렇게 한 걸음 뗄 용기가 있었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졌을텐데. 너와 헤어질 일은 없었을텐데.
" 으응? "
무모함은 삼가라는 말. 스즈는 고개를 갸웃하며 한 차례를 되묻고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섰다. 최근 들어 느끼는 것인데 분명 후배로 보이는 아이들이 어쩌면 그보다도 더 어려보이는 아이들이 알아먹지 못할 어려운 소리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있다. 스즈는 잘 모르겠다는 눈치로 그저 막연하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 이 정도면 많이 참은거야~ 감당할 수 있을만큼 판 벌인거라구. "
친구들과 같이 있던 그 때는 상대가 누군지도 잘 알았고 어쩌지 못할 것이란 것을 알았기에 '가미즈미고등학교 2학년 B반 미나미 스즈' 라고 자신을 밝히며 열받으면 찾아오라고 일렀지만 이번은 상황이 달랐기에 자신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감추고 말하지 않았다. 이제야 좀 진정이 된다는 듯 스즈는 후- 하고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곤 몸을 돌려섰다.
" 어쨌든! 다친 곳은 없다니 다행이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날 부르라구! 그러니까 나는.. 응. 미나미 스즈야! 만반잘부! "
“음, 무언가에 매진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게 보여지는 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열심히 하다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게 될지도 모른다구요? 그렇게 되어버리면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
그런 종류의 사람은 드물지 않았기에, 그녀로서는 조금 처량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언제나 본인의 역할에 충실한 이들을 좋아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그에 맞는 성과를 얻어내는 모습을 보면 무언가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느끼게 되기도 했기에, 언제나 그런 사람을 보고 있으면 조금은 더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적은 없었다. 아름다운 인간은 있다. 하지만 역시 그것 뿐이니까.
“용무가 없으면, 이곳에 와서는 안 되는 건가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 표정도 조금 우울해지기는 했지만, 어쩐지 누군가를 놀리기 위해서 일부러 한다는 느낌도 분명히 들고 있었다.
“밝고 넓은 공간에서 누군가를 내려다 보는 건, 솔직히 즐겁지가 않답니다. 들판의 꽃이 피어나는 데에도 커다란 이유는 필요 없지요? 그저 그러고 싶어서. 그거면 되는 거랍니다.”
그녀는 천천히 한 손을 뻗어서 멀리에서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가르켰다.
“예를 들어서 저 아이들 잡기 놀이가 다소 즐거워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저러는 것으로 즐거워하겠지요. 저도 같습니다. 날이 좋으니, 어딘가에서 몰래 피어나는 꽃들이 있을까─ 하고.”
스즈는 거짓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다. 정확히는 거짓말에 취미가 없다. 필요한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거짓으로 남을 속여넘기고 그렇지 않은 척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거짓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는 것은 온 몸에 지금의 감정 상태가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화가 나면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얼굴이 조금 빨개진다. 슬프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눈물이 뚝뚝 흐르고 웃긴 걸 보면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긴장되거나 걱정되면 입술을 깨물고 눈동자가 갈 곳을 잃으며 쓸쓸하다면 금세 그런 표정이 되어버린다.
" 앗, 시-쨩. 저기. "
그리고 또, 최근 느끼는 점이라면 후배들이 후배같지 않다는 것. 이래서는 선배로서의 위엄이 살지 않는데- 라는 생각은 코 끝에 걸리는 달짝지근한 향에 섞여 사라졌다. 보통 누군가가 자신을 안아주었을 때 스즈는 '오야오야~' 하고 장난스레 등을 토닥이곤 했다. 어째서인지 지금의 스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두 손을 아래로 축 내린채 멍하니 눈을 뜨고 있을 뿐이었다.
" ....약속이야? "
스즈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나는 널 무시하지 않을테니 너는 날 계속 기억해줘. 그런 약속. 잊혀지는 것이라면 이제 질렸다. 두 번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누구라도 좋으니 한 명이라도 그 자리에서 '아! 스즈!' 하고 기억해줬다면 좋았을텐데. 처음 보는 여자아이였다. 처음 보는 후배였다. 자신보다 어린 후배였다. 이상한 점이라면 그렇게 처음 보는 여자아이에 분명 자신보다 어린 후배일텐데 이상하리만치 안정되고 한낱 인간인 자신보다 훨씬 큰 무언가를 맞이한 기분이었다.
" 시이는 좋은 아이네. 응. 시이는 좋아. "
이제서야 에헤헤- 하고 웃은 스즈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에게 그랬던 것 처럼 시이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곤 슬며시 손을 뻗어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이제야 선배가 된 기분이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이 신비하리만치 이상한 이질감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이 그 자신의 삶을 피워내는 것이라는 것에서.. 화려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딱히요? 저는 모르니까 물어본 것 뿐이니까요" 저는 신님같은 분들이 아니라 독심술은 못해요? 라는 농담을 하며(신이라고 해도 독심술을 할 수 있느냐는 건 불명이지만) 일부러 그러는 것 같은 마사히로에게 그다지 큰 관심이 없어보이는 척을 합니다. 이유가 있던 없던 왔다면 온 것만으로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마사히로의 말을 듣습니다.
"목적이 있더라도 매몰되어선 안 되는 만큼. 내려다보다 발견하는 일도 나쁘지는 않지요" "작은 것에도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토와는 매몰되어 있는 편이지만.
"통성명이라도 하실래요? 저는... 토와 엔이라고 해요 가미즈미 고교에 재학중이에요." 당신께서 굉장한 동안이셔서 20대라던가 하면 누님~이라고 부르는 건.... 역시 무리네요. 라고 농담하듯 말하는 토와입니다.
>>978 아오노미즈류카미의 연애사라. 원래는 적당히 정체를 숨기고 가미즈미 내에서 뒹굴거리면서 할 일을 하면서 살던 청룡님께선 인간과의 연애가 아니라 수련을 쌓아서 고위신으로 오른 케이스이기 때문에 대체 신들이 왜 굳이 인간들과 혼인의식을 치루려고 하나. 조금 귀찮아도 수련하면 되는데. 이런 마인드로 계신지라 자신도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인간의 형태가 되어서 약 30년 전에 학생 모습으로 잠입을 했다가 같은 반 남학생에게 홀딱 반해버린 케이스랍니다. 당시 남학생은 기타 연주를 매우 잘하는 반의 반장이었고 얼굴도 잘 생겼고. 아무튼 인기가 많았고 아오노미즈류카미는 내가 그래도 고위신인데 저런 인간 하나 사로잡지 못하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열심히 접점을 만들고 시간을 보내고... 정말 이것저것 많은 노력을 해서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어요. 일단 그런 설정은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