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 에니시 꽤 편의주의적이기도 하니까, 제멋대로 신성을 써버리는 거야. 틈새는 조심하라, 가 교훈이 되겠네. 토쨩의 대상이 시이인 것이 공지되고 고민 좀 길게 해본 기억이 있어. 그렇게 말해주니 기뻐어. 혹시 시이가 아직 덜 이뤄진 신이라는 것, 적폐인지 적중인지 알려줄 수 있으려나아
그림은 그림일뿐이라지만 이 그림은 전시회에서 금상까지 수상한, 자타공인이 인정한 훌륭한 그림이지 않는가. 그런 그림을 그려놓고도 저렇게 묵묵하게 아무런 의미조차 부여하지 않는 모습에 또 한번 호기심이 동한다. 유성우가 멋있던건 맞지만 그 유성우를 그려낸 그림이 대단한 것도 맞는 것 같은데.
" 나는 검은 고양이를 좋아해요. 불길하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눈을 보면 밤하늘에 별이 박혀있는 느낌이라서요. "
새카만 배경에 반짝이는 눈이 보이는 검은 고양이는 내가 밤하늘을 보는듯한 착각을 주기에 한마리 정도는 키우고 싶기도 했다. 생활비의 압박 때문에 섣불리 키우자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꼭 키워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림을 구경하는 요조라의 뒤를 따라 걷다가, 나를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 그리고 호시즈키양도 검은 고양이 같다고 생각해요. 귀엽거든요. "
장난스런 웃음과 함께 특별 전시실을 빠져나온 나는 그대로 로비를 지나 전시관 바깥으로 나왔다. 이젠 해가 떨어질 시간이라 그런지 조금씩 서늘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추위를 탄다고 했으니 밖에 더 있으면 좀 더 추워하지 않을까 싶어 물어본다.
" 이제 집에 가는거에요? "
아니면 다른 곳에 또 가는걸까. 따라가도 괜찮고 이쯤에서 헤어져도 괜찮지만 일단 가기전에 줄게 있었다. 저번에 리리에게 부탁해서 받은 것.
그리 말하며 보란듯 목을 꼿꼿히 세워보인다. 옷가짐에 흐트러짐 없고, 당혹 없는 얼굴은 초연하게 보여질 정도다. 분명 악의 수렁에서부터 용감한 스즈에게 구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대, 이런 무모함은 삼가도록 하거라."
그랬을 터인데,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상당한 뜻밖이다. 적어도 구해졌다는 입장의 사람에게서 나올 만한 것은 아니었다. 따지자면 그것은 꾸짖음이나 타박과도 같은 종류의 것. 어떤 저의와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다만 담담하며 또렷히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에선 굽힘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으며 또한 엄격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선의를 부리는 건 패악의 만큼이나 해로운 것이 되는 게다."
악당 무리들이 우르르 빠져나가 정적만이 남은 골목. 감은 눈 그대로 스즈를 돌아보는 그녀. 곤경에 처했었던 여자아이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제가 요 며칠 가만히 지켜봤는데 가급적 멀티를 너무 늘리진 말아주셨으면 하고 이야기할게요. 물론 모두가 2멀티, 3멀티를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하나만 돌리는 분들도 계시고... 그렇게 되면 결론적으로는 누구 한 명, 소수 인원 몇몇이 일상을 독점하고 다른 분들이 일상을 못 돌리게 되는 케이스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요 근래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그런 몇몇이 멀티로 일상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행보도 보이고 있고요. 물론 그게 나쁘다고는 하지 않겠으나 가급적이면 원래 돌리던 것을 우선해주시고 진짜 정말로 정 돌리려는 이가 없다 싶으면 그때 자신이 상황이 괜찮다는 조건 하에 멀티를 하는 쪽으로 하는 것을 권장할게요.
다시 말하지만 멀티를 하지 말자는게 아니라 이미 돌리는게 있으면 때로는 다른 이들이 돌릴 수 있도록 양보하거나 그런 자세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라는 거예요. 정 돌릴 사람이 없어보이고 그러면 멀티를 하는거야 상관없지요.
"토리이를 넘어서면 그건 신사가 아니라, 속세의 것이 되니. 관례가 아닌 것이다." "자. 가자꾸나." 그녀는 자갈소리를 내지 않으며 가운데로 걸어내려왔다. 아주 오래 전에는 걸어올라갔던 것 같다는 감상을 하며 궁사에게 손을 내미니. 그는 손을 받아들어 손톱깎이가 필요하겠다고 의례를 지켰고.
"동백이 될 수는 없으니. 손톱깎이는 못 받겠구나." 꺾인 꽃송이가 툭 떨어지면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붉음이 가련하겠구나. 라는 말로 받으며 둥둥 뜬 것처럼 걸었다.
"저 멀리에 방이 있구나." 거기로 가겠느냐? 라고 물어보면, 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저는 모시는 이이니. 뒤에서 따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하는 말들은 전부 서로에게 닿지 않는 것이란다." 모시는 자와 모셔지는 자는 다른 언어를 쓰기 때문이니까.
"선향의 연기가 폭포처럼 고이는 곳을 거니는데도 연기가 갈라지지도 않으니." 그러나 너의 말만이 그 연기를 흐트러뜨리고. 나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구나. 그렇게 속삭인 자는 쉿. 하고 손가락을 입에 대었으니.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 두 개의 파란 등이 켜져 있었다.
"별도 보이지 않고. 달도 보이지 않고. 끝없는 어둠만이 있으니." 발 밑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를 것 같이. 길을 잃기 딱 좋구나. 방울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도 모르겠지.
"우려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외면하는 걸까. 아니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걸까. 어떤 쪽이라도 끝은 안 좋겠는걸." "아니. 말해주는 게 좋을까 싶군요." "알아서 할 것을 대신해준다고 해서 잘 되지는 않겠지. 연애담에 끼어드는 추한 어른은 미움받는 법이니." "고민되는 게 여러 가지입니다만. 저는 다 털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대는 최소 삼촌이었으니까. 끼어들 당위성도 적고 말이야." "하지만 그게 맞았던 걸까요? 여기에 놓아두는 것이 맞을까요? 하는 고민이 깊어지기만 합니다." "부모님을 불러오기에는 해외에 있었던가.." "중요한 것은 너무 오래 방치할 순 없지요." "그러니 스스로가 결정해야 하는 일이야." "알 것은 알게 된 뒤에...까지가 한계일까요" "그래. 걷혔구나." 파란색 등 네 개가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합니다. 키가 작은 쪽이 주위를 휘 둘러보더니 덧없는 선향불꽃의 깜박임으로 어둠을 걷어냅니다.
"나랑 너무 닮았으니까 그렇게 된 걸 거야. 그건 알고 있을까?" "그건 치자나무를 심어야겠군요." 키가 큰 쪽은 그리 말하고는 여름밤의 길을 되짚어갑니다.
검은 고양이는 대체적으로 불길하다고 하지만, 취향에 따라서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요조라도 검은 고양이가 좋다는 사람을 못 본 건 아니지만, 저런 이유는 처음 들었다. 밤하늘에 별이 박힌 느낌이라. 참 특이한 이유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요조라의 입 밖으로 새었다.
"별... 좋아, 하나... 보네요..."
돌이켜보면 코세이와 있을 때는 늘 별이 엮였다. 고작 세번인데, 세번 모두였다. 희안한 인과네, 라고 생각하던 요조라는 웃으며 하는 말에 미간을 살짝 찡그린다. 그리고 다시 투덜거린다.
"아니라니까요... 고양이..."
기껏 풀어졌던 표정이 그 탓에 다시 불퉁해졌고, 밖으로 나가서야 풀렸다. 그다지 오래 있었던 것도 아닌데 밖은 조금씩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해가 지면 금방 어두워지는 거리다보니 이미 드문드문 가로등이 켜지는 중이다. 한시간 정도 지나면 거리는 완전히 가로등 불빛으로 물들 것이다. 그 풍경도 나름 볼만해서, 근처에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가 보고 가도 되지만, 안타깝게도 슬슬 배가 고파온다. 집으로 가야 한다는 신호였다.
"네... 일단은..."
가는 길에 딴길로 샐 지도 모르지만, 그건 가는 중의 일이므로 일단은, 이라며 요조라는 대답했다. 가기 전에 손에 든 팜플렛을 가방에 넣으려다가 어깨에 걸쳐진 외투의 존재를 깨닫고 조심조심 외투를 끌어내린다. 덮고만 있어서 별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툭툭 털어 정돈해서 코세이에게 내민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감사했어요... 옷... 전, 이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든 요조라는 코세이가 외투를 받으면 그대로 돌아서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오빠네 일은 끝났을까, 가는 길에 뭔가 군것질이라도 할까, 같은 생각들이 벌써부터 요조라의 머릿속에 꼬물꼬물 올라오고 있었다.
메뉴? 카메라? 후유키는 네 설명에 고개를 갸웃 거린다. 당황한 눈치인 것을 보면 네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듯하다. 그래도 최소한 이해했다는 척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그 작은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켜면, 보이는 것은 기본 배경화면에, 기본 어플만이 놓여있는 초기 그대로의 모습. 네 앞의 선배는 스마트폰을 산지 얼마 안 된 것인지. 그렇기에 이 단순한 것도 몰라 물어온 것일까. 메뉴메뉴, 작게 속삭이며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던 후유키는 이내 카메라 어플을 찾아낸다. 아 그래. 이 어플이었지. 이토록 간단한 것이었는데. 잊어버리고, 정말 바보 같지. 후유키는 고개를 들며 너를 올려다보고, 바라보는 새카만 눈은 고마움을 담고 있다. 이어 눈을 가느다랗게 휘며 웃으며 후유키는 말한다.
"응. 이제 이해했어"
후유키는 코드를 스캔하려다 잠시 멈추고선, 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네게 그 손에 들린 QR 코드를 받으라는 듯 내민다.
연이은 1점은 요조라로 하여금 이건 이거대로 찜찜한데, 라는 기분이 들게 했다. 과연 이 이벤트의 기획자는 이렇게까지 당첨이 안 걸릴 줄 알았을까. 한번 물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물어봐야지, 로 생각이 바뀐다. 누가 기획한 건지 모르면 몰라도, 알고 있는데 굳이 안 할 이유가 있을까. 단지 직접 찾아가지 않을 뿐이다. 나중에, 언젠가, 라고 생각하며 요조라는 아무도 없는 긴 복도를 걷는다.
곧 노을빛으로 물들 듯 빛으로 꽉 찬 복도는 조금 몽환적이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 요조라의 검은 눈은 느릿하게 지나가는 복도의 모습을 담는다. 퀭한 눈에 이채가 돌며, 시선을 얼핏 돌린 순간,
창틀 아래 숨겨진 코드의 종이를 찾아냈다. 요조라는 묶은 머리 살랑이며 코드로 다가가 폰을 들었다.
꽝에 이어서 감점? 0점일땐 감점이 있어도 그대로 0점이라 티가 안났는데 이젠 감점 당해서 점수가 줄어든걸 보면 복장이 뒤집어질 지경이다. 차라리 안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은걸까 싶었지만 이대로 포기하면 패배한 사람 같잖아. 점심시간이 되었고, 나는 싸온 도시락으로 대충 점심을 해결하고선 QR을 찾으러갔다.
복도를 걷다가 문득 천장을 보니 천장 한구석에 작게 접혀서 끼워져있는 종이가 있었다. 아니, 저런 곳에도? 하면서 의자를 가져와 종이를 꺼내서 펼쳐보니 QR이 그려져있는 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