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는 근간부터 사람이었다. 짐승의 속성이 그 후에 붙여진다 해도, 시이를 만든 것과 움직이는 것은 모조리 인간의 욕망이었다. 그래서 사람은 짐승을 이해할 수 없다. 명석한 짐승도 아둔한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시이는 아둔한 자답게 미간을 좁히고, 후미카의 이야기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표정을 도출해냈다.
인간이 짐승의 처지를 헤아려봤자 인간의 시선을 벗어날 수는 없다. 미간의 주름은 그저, 다름을 느껴버리기에 나오는 거부반응이었다. 그리고 덜 상처받기 위한 포석이었다.
내가 틀린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으니까.
인간은 구차하다.
"그럼, 미카쨩은 왜... 여기에 있어? 그러니까, 그, 미카쨩은 혼자가 편하면- 바다에 혼자, 계속 혼자 살아가면 되는 거잖아. 누가 작살로 끌어올리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왜 여기에 인간 몸을 해서 와 있는 거야?"
후미카의 소매자락이 잡혀온다. 시이는 이런 질문을 해서, 이야기가 헝클어지고 후미카가 떠나갈 위험을 상정했다. 그러나 이 질문을 하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누군가의 질타가 들려오는 듯 했다.
"있고 싶은 게 아냐?"
봄볕이 완전히 사그라들고, 서늘한 바람이 소매 틈을 파고드는 시간이 왔다. 밤벚꽃은 살갗을 내보이며 흩날린다. 물비린내와, 희미한 벚꽃내음이 났다. 저녁의 냄새에 기름진 축제의 향이 함께 흘러들었다.
좋은 때였다.
인간은 구차해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이렇게나 아름답다. 시이는 에도성 담 너머의 이 풍경을 동경해서 왔다. 사람 사이에 끼이고 싶었다. 존재를 인정받고, 말을 섞고, 내가 살아간다고 느끼고 싶었다. 따라한 것에 불과한 성정임에도 말이다. 달콤한 것만 먹고, 즐거운 놀이만 할 수 있는 세상은 비록 아니었지만. 돌아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83 (쓰담쓰담) 토요일에도 일을 시키는 회사는 제가 혼내줄께요! 그러니까 스즈주는 일요일에 일을 시키는 제 회사를 혼내줘 ... >>86 무언가 집안일을 할때 저런 느낌인거죠 :3 >>87 그건 좀 아플것 같은데 ... 깐건 이마인데 왜 옆구리에요~~~ 답레는 천천히 주세요!
>>96 일단 느낌이라고만 써서 서술을 일부러 뭉뚱그린건가 싶을 수도 있는데 정말로 느낌이야 대화가 뚝딱거린단 느낌,힘의 균형이 아슬아슬하단 느낌, 무너질 거 같은 느낌... 그건 스즈가 주변에게 맞춰주는 타입이기 때문에 생겼고, 시이가 말 없이 카운트를 하는 타입이어서 생긴 하지 시이는 기본적으로 조금... 인성이 안좋고 원한다면 남을 강압해서 목적을 이루지만 동시에 그런 나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해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쁜쪽으로 기울어진 사람이 맞아 그래서 그건 스즈의 잘못이 아니야
[누나 이거이거] [(불을 끈 방 안에 코로리가 선물한 플라네타리움이 켜져 있고 우산이 펼처진 사진] [이러니까 뭔가 연예인들이 팬 선물 인증해주는 것 같다] [도토리 하루나랑 같이 심었어] [서점 마당이랑, 동네 뒷 산, 우리집 마당에 각각 하나, 강가에 두 개] [잘 자랐으면 좋겠다] [특히 서점 마당꺼. 잘 자라면 평상에 좋은 그늘이 하나 생길꺼야]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선물 고맙단 이야기] [동생 콩 막 잠들었으니 언니 콩도 잘 자] 7:35 P.M
'안녕. 혹시 나 알까? 이 동네에서 서점집 손자 아오키 츠무기야. 응, 맞아. 너의 마니또. 이 책, 구하느라 좀 늦어서 이벤트는 끝났지만 그래도 마지막 선물로 보내. 내가 좋아하는 책의 초판본이야. (일본의 명절과 그에 얽힌 전설들을 소개하는 책들이 동봉되어 있다.) 7번째 이야기를 가장 좋아해. 눈치챘으려나, 견우와 직녀 이야기야. 사실 내가 뭐랄까, 여자애한테 선물 주는 센스는 없어서 5일 동안 선물이 마음에 들었을지는 모르겠어. 훌륭한 견우는 아니었던것 같네. 그래도 내가 준 선물들이 조그마한 추억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어.'
같은 사람을 반복해서 마주치거나 만난 것, 요조라에게 이건 사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작년에도 있었고, 중학교 시절에도 있었고, 초등학교 시절에도 한번씩은 있었다. 상대가 혼자일 때도 있었고, 다수일 때도 있었다. 세세한 부분은 달랐지만 다들 목적은 같았다. 전부 비슷한 말을 하며 다가와 비슷한 말을 하며 멀어진다. 멀어졌다. 그 속에서 요조라는 생각했다. 타인은 다 똑같구나.
앞서 했던 말이 약속은 아니었던 것 같다던가, 3학년이었으면 얼굴 한번은 봤을텐데 아니니까 라던가, 코세이가 눈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동안, 요조라는 내내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들리는 말들을 한 귀로 담아 한 귀로 흘렸다. 관심없다. 실은 그 약속 했었을지, 저 추론으로 인해 요조라의 학년이 들키던지 말던지, 아무래도 좋고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 뿐이다. 학교에서 마주쳐 반가운 것도 요조라에게는 해당되지 않아, 단지 그렇게 중얼거릴 뿐.
"그러세요..."
이러면 조만간 질려서 떠날 것을 알고 있기에, 요조라는 대응하는 것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스스로 흐르는 물이 된 마냥 상대의 말도 행동도 전부 흘려버린다. 그러던 중 일전에 사간 화과자의 호평이 들리자 요조라의 눈이 힐끗 코세이를 본다. 뭐가 그리 좋은가, 싶을 정도로 싱글벙글 웃고 있는 코세이를 몇초간 응시하다가 시선을 뚝 내리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지극히 사무적인 말투는 표정 없는 얼굴 때문에 기계적인 느낌마저 담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불쾌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떠나준다면 요조라에겐 반가운 일이겠지만, 그렇게 순순히 흘러가주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같이 하교하잔 말에 칼 같은 거절을 해도 아마 온갖 구실을 붙여 따라오겠지. 언젠가의 누군가, 누군가들처럼. 그렇다면.
"전, 용건이... 있어서... 시내에, 나갈, 거에요..."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고 어쩌면 도중에 뭔가 더 생길지도 몰랐다. 그런 사람에게까지 따라오겠다고 하진 않겠지. 요조라는 그렇게 말하고 코세이를 지나쳐 복도를 마저 걷는다. 하교를 하려면 일단 교실에 가서 가방을 가져와야 한다. 그러면 반을 들킬지도 모르지만, 알려져도 무슨 상관일까. 요조라는 느릿느릿 걸어 복도 끝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에- 야베 야베- 나는 비죽 튀어나오는 너의 말에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안놀랐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는 요즘 하는 일이 꾸며내는 일뿐인지라 거짓말은 쉽게 나왔다.
"내려왔다기보다는... 저는 올라온 케이스죠! 완전 깡촌에서 나고 자랐거든요. 죄다 할머니 할아버지뿐이고 제 또래는 하나도 없고- 그래서 요즘 즐거워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나는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곧 손가락을 모두 펴서 들어올린다.
"친구 100명 사귈거예요."
그리 말하며 핸드폰을 받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이 인간은 영어는 그렇게 잘 알면서 핸드폰 번호는 까먹은 모양이다. "싫으면 라인 QR이라도 찍으실래요?" 이해 한다. 나도 가끔 핸드폰 번호를 깜빡깜빡하고는 하니까.
"아- 뭐야. 김샜어요."
나는 그 말에 힘이 빠져 탁자에 몸을 기댄다. 쭉 뻗은 팔이 탁자 정가운데에 닿는다. 나는 몇번 눈 끔뻑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선생말로는 전부 고쳐놓지 않으면 집에 안 보내준다 하였지만... 반이라도 채운 게 어딘가. 나는 그대로 기지개 하듯 몸을 쭉 펴고 가방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