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의 독액은 디스포의 머리를 뒤덮었다. 크기가 크기인만큼 순식간에 녹아버린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시야를 가림과 동시에 어느정도의 데미지는 쌓이고 있는듯 쇠가 부식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날뛸뿐, 유효적은 공격은 아니었고. 그 틈으로 테온은 쉽사리 동체까지 파고들어 공격했다. 견제용 음파는 큰 효과가 없었지만 직접 타격한 물리적인 공격은 꽤 데미지가 들어가는듯 동체에 다시 금이 가기 시작한다. 동체가 공격당하자 양팔과 머리는 그것을 저지하려 했으나 어느새 머리에 가까이 다가간 로드의 지근거리에서의 사격으로 머리는 다시 움찔했다.
아마도 거리가 가까울수록, 그리고 물리공격일수록 피해가 더 큰거 같긴하다. 하지만 그것은 즉 위험도도 올라가는 이야기. 비교적 가까이 있던 로드와 테온에게 각각 한쪽팔들이 붙잡으려는듯 손을 펼치고 달려들었다.
그 사이에 수호의 공격은 동체에 직격했다만. 어떻게 알았는지 독을 뒤집어쓰고 있던 머리가 수호와, 더불어 미나까지 범위에 들게 넓은 불꽃을 뱉었다.
동체에 올라탄 상태로 아직 매달려있던 린은 딱히 공격받지 않은채로 추가타를 넣을 수 있었지만. 주먹이 꽂히자 거의 깨지기 직전까지 몰린 동체는 갑자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동체 자체가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이내 깨진 틈새사이로 무수히 많은 레이저가 발사되어 린을 노리려하고 있었다.
시우는 디스포가 다른이들에게 주의가 쏠린동안 비교적 안전하게 루온을 치료할 수 있었다. 상처가 심한건 아닌거 같았고. 아니 솔직히 그냥 타박상 정도로 그냥 놀라서 기절한 모양이다. 아마 이 정도면 금새 나을듯 하다.
일반 귄총이다보니 애매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화염방사기 가져오는건데! 아쉬움을 토로하며 다가오는 손을 팔을 바라보았다. 근거리에서 쏘면 더 유효타가 들어갈 거 같았다. 총을 장전하고 팔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닿을 거 같을 때 총을 쏘면서 그대로 다른 블록이 있는 쪽으로 떨어졌다. 무리라면 그냥 바닥에 으스러지겠지만.
좋아 먹혔다! 다시금 타격을 허용한 동체는 이제 곧 깨질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몇 번만 더 타격하면 끝. 이라는 느낌이었지만...
"빛이...!"
갑작스럽게 빛을 발하는 동체, 동시에 그로부터 열기가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았다. 혹시 폭발하거나 하는 건 아닐까? 하고 동체로부터 미끄러지듯 떨어지려고 했다. 그 동안 틈새에서는 빛이...아니 분명히 닿아서는 안 되리라고 감각이 경고하는 광선이 발사되고 있었다. 빛보다 빠르게 사람이 움직일 수 있을까? 불가능하겠지, 빛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모를까. 만약 미리 피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증발해버렸을지도 모르는 일, 광선을 전부 피하지는 못한 것 같지만. 정통으로 맞은 것보다는 낫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없이 왼쪽 어깨에서 작열감을 느끼면서 그녀는 계속해서 아드레날린을 분비했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멈추지 말고!
"못 놔주지, 어떻게 잡은 기횐데!!"
동체로부터 낙하하기 전, 그녀는 주먹을 굳게 쥐고 동체에 박아넣으려고 했다. 이랬다간 또 광선이 쏟아져 나올 것 같지만 박살낼 기회를 잡은 이상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끽 끼긱. 쇠를 베어내는듯한 소리가 테온의 검에서 들렸다. 그러나 아무리 내구도가 '비교적' 약하더라도 거대 디스포. 한번의 검격으로 팔이 잘릴리는 없었고. 오히려 칼이 그대로 중간에 끼어서 빠지지 않게 되어버렸다.
다른 이들이 공격을 피하거나 하고 있는동안, 로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손을 일부러 최대한 기다린뒤 총격을 날렸고. 거대한 손의 검지로 추정되는 손가락이 하나 박살나면서 로드는 가까스로 공격을 회피 할 수 있었다. 완전히 피하지는 못한건지 살짝 스치긴 했지만 찰과상 정도다.
그리고 이내 린은, 공격을 일부 허용하면서 까지 다시 한번 추가타를 넣었고. 동체는 전면부가 완전히 박살나며 유리창마냥 깨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은 동체가 완전히 박살났다는 소리가 아닌. 정면이 깨졌다는 소리로. 깨진 정면에서 보이는것은 깊은 검정이었다. 디스포가 원래 검은색인거 아니냐 싶지만 그것은 뭔가 달랐다. 불길했다고 할까?
그리고 깨진 동체에서부터. 눈으로 포착하기도 힘들정도의 쐐기가 날아들었다. 그렇게까지 크진 않지만. 꽤 길어서 사람의 동체를 꿰뚫어 박힐 정도의 검은 쐐기. 그것은 미나와 수호를 제외하면 회피할 수 없었다.
우연일지, 아니면 신중한 결과일지. 둘은 디스포를 관찰하는 사이 쐐기를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빨리 인삭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둘을 포함한 다른이들도 그 쐐기가 발사된 동체의 최심부에. 무언가 검은 광석같은게 있다는것도 볼 수 있었다.
다만 저것이 약점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함정일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방금 그 공격도 말도 안되는 속도였는데. 저 앞으로 나아가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