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포가 내려찍었는데도 멀쩡한 바닥에 감탄한다. 저 충격을 견딜 정도라면 여길 부셔서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가 현실이 맞기는 한가. 어떻게 로직 봄 전원을 불러왔지? 곰곰이 생각하며 주변에 떠다니는 블록을 집어서 디스포에게 던졌다. 웃는 걸 보면 감정이 있는 디스포일 수도 있으니까. 거슬리면 볼 게 분명하다.
몇가지 고민을 해보게 됩니다. 웃는 낯을 보면서요. 하나, 우리는 어떠한 능력에 휘말린 상태다. 즉 저것은 진짜 디스포가 아니라, 능력의 주인이 가진 이미지대로 활동하는 무언가다. 예를 들자면 꿈이나 환상? 둘, 저게 진짜 디스포고 우리는 납치 당했다. 디스포의 행동 방식은 이해할 수 없으니까 가능성이 있을까요?
아무튼 운이 나쁘군요. 저희. 팔이 휘둘러지는 걸 보며 늦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누군가 자신을 채갔습니다.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생각 좀 해보자... 묵직한 공격에도 흠집 하나 없는 바닥, 저 정도 수준이면 디스포의 몸에도 무리가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일단 이게 현실이라면 바닥이 사람보다는 튼튼하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두 발 딛고 서 있으니 푹신하지는 않다는 걸 알겠는데...아니, 정말로 푹신하지 않은가? 그와 대비되게 저렇게 푹신푹신한 블록들이란! 그녀는 자신의 머리 위에 떠 다니는 블록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붙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매달릴 수라도 있을까?
"읏차."
만약 손에 쥘 수 있다면, 그래서 그걸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야 유용하게 쓸 수 있겠지. 그게 아니라면...글쎄다. 디스포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이들을 보며 그녀는 블록에 손을 뻗었다.
쿠션들을 둘러보는 이들이 있었으나 저 쿠션이 도움이 될지는 솔직히 말해서 신뢰가 가지 않았다. 공격을 막을만한 강도도 없어보였고. 그러는 와중에 테온이 쿠션을 디스포에게 던졌으나 디스포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거 가지고 놀 나이는 지났다는걸까. 하지만 그럼에도 로드까지 쿠션을 던지자 디스포는 시선을 그제서야 로드와 테온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갑작스레 입을 쩍 벌리더니. 입에서 브레스라도 되는것마냥 둘에게 불을 뿜었다.
그 사이에도 몸, 팔, 머리가 따로노는것마냥 거대한 팔은 시우와 수호가 있던 자리를 내리쳤다. 다행히 수호의 속도로인해 어떻게든 회피는 했으나 땅을 내려친 그 충격만으로도 풍압이 발생해 둘에게 적지않은 피해를 입혔다. 스친것도 아니고 그저 풍압만으로 이 정도 충격이라니.
린은 블록을 잡아보았다. 잡아서 날릴수도 있지만 놀랍게도 그대로 그냥 떠다니는 블록에 매달릴 수도 있었다. 발판 정도로는 삼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발한번 헛디디면 죽겠지만 말이다.
필드에 관해서는 다들 파악이 끝난거 같았다. 남은 패가 있을까? 그저 수색에 신경을 쓰다보면 곧 힘이 빠진 이들부터 죽게될지도 모른다.
놀랍게도 매달려 있어도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원리가 대체 뭘까. 뭔가 이 블럭에만 중력이 따로 작용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블럭 위로 올라서려고 했다. 하나로는 조금 불안하려나? 공중에 떠 있는 게 좋은 선택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악수일지도 모르지... 공격에 대비할 방향이 더 늘어나 버리는 건 아닐까?
"피할 수 있는 방향도 늘어나니 나쁘지 않을지도."
그렇게 중얼거리며 쿠션에 올라선 그녀는 쿠션을 살펴보며 그녀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을지 시험을 해 본다. 조종간도 없는 것 같고, 그럼 결국 외부에서 힘을 가하지 않으면 방향을 틀거나 하는 건 불가능하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여기 위에 올라서 있는 건 자살행위겠지.
"위력이 장난이 아닌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 발에 닿는 순간 사지가 분해될지도, 그렇다고 불에 타서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았다. 풍압에 다친 동료들을 보며 착잡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도와야 할지... 지금은 블럭이 마음대로 움직여주길 바랄 뿐이었다.
불을 뿜어내는 디스포에 몸을 낮추고, 주변에 블록을 모아 불을 막아보려 했다. 그동안의 상황으로 보았을 때 저걸 조심해야한다는 느낌은 들지만,용이랑 싸웠던 용사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는 제법 재밌는 상상이 떠올랐다. 용사에게는 엄청난 방패가 있고 본인에겐 없다는 게 가장 큰 차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