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가 말하는 양귀비들은 잠이 부족한 인간들을 뜻하는 것이고, 양귀비 꽃밭이 없어진다는건 모든 인간들이 푹 잠을 잔다는 것. 그렇게 된다면 나도 리리도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실현 가능성이 없는 수준이라 그냥 상상 속의 행복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선물은 꼬맹이가 아니라 다른 쪽이 받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 그 곰인형도 언젠가 하루나가 가지지 않을까 싶지만. "
아무래도 고등학생 남자애보단 어린 꼬마 아가씨가 더 좋아할법한 선물이니까. 오빠가 받은 선물이라는건 알고 있긴 하겠지만 결국 탐을 내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착한 아이니까 때를 쓰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 응? "
갑자기 달마씨가 넘어졌다니,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멀쩡히 가던 길을 두고 이탈하는 리리를 보고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근처에 벚꽃이 한껏 피어있는 벚나무 아래로 향한 동생은 쪼그려앉아서 꽃송이들을 줍는가 싶더니 내 앞으로 쪼르르 다가와 머리에 하나씩 꽂기 시작한다.
" 뭐하는거ㅇ.. "
우유와 함께 먹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출하고 머리띠 마냥 꽃송이를 꽂기 시작하는 리리의 손을 막으려고 했지만 내가 손을 들어올리자 가늘어지는 눈을 보고선 저항의 의지를 내려놓는다. 분명 집에 갈때까지 이러고 가기를 원하겠지. 중간에 내가 털어내기라도 할려면 또 가늘어진 눈으로 노려볼것 같다.
" 유급은 청룡신님이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데. "
유급이 쉬운 문제도 아니고 말이야. 물론 지금도 어찌저찌하면 유급 타이틀을 딸 수는 있겠지만 조금 번거롭기도 하고 ... 무엇보다 교장선생님의 눈총이 따가울게 분명하다. 그렇게 눈치 받으면서 학교를 다닐 수는 없다!
" 나는 딱히 널 데리고 가거나 그럴 생각은 없어. 너가 있는만큼 나도 같이 있어줄꺼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
서로 오래 떨어져본 경험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다. 나는 인간계가 좋지도, 싫지도 않으니까 그냥 동생의 의지에 따라 있을 생각일뿐이었다. 다만, 졸업 후엔 또 다른 인간의 삶을 살아야할테니까 그게 조금 걱정일뿐.
" 아 맞다. 리리, 아까 만난 소녀가 하나 있는데, 잠을 잘 못자는 눈치더라. 혹시 나중에 도와줄 수 있어? "
이제 요리는 거의 끝이 난다. 끓는 물에 면을 삶고 그 면을 커다란 그릇 두 개에 나눠담았다. 그 양은 왠만한 점보 라멘 급일까. 그곳에 마지막에 숙주 나물을 넣어 익힌 육수를 붓고 그 위에 숙주 건더기를 올린 뒤, 썰어놓은 차슈를 가득 올리고 녹색이 만연한 쪽파를 올려 색을 내었다.
“또 놀리시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라멘을 끓여 대접하는 후배가 많지 않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렌은 큰 그릇에 가득 담긴 라멘을 식탁 위에 올리고, 간단한 장아찌류의 찬거리와 수저를 놓아 금새 한 상을 내었다. 라멘의 양은 꽤 많았는데 지금까지 히키와 함께 점보라멘을 부수고 다녔던 것을 생각하면 딱 알맞은 양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렌은 히키의 맞은 편에 앉아 젓가락을 들었다. 보통의 라멘과는 꽤 많은 양의 라멘 위에는 차슈가 두 번은 더 추가한 것처럼 잔뜩 올려져 있다. 사실 집에서 해먹는 라멘의 묘미는 먹고 싶은 만큼 올릴 수 있는 차슈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렌은 잠시 히키가 먹는 것을 기다렸다가 히키가 라멘을 먹기 시작하면 이내 젓가락을 들었을 것이었다. 먹은 라면은 꽤 괜찮은 맛이 나왔을 터였다.
학교 안에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이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허나 그 고양이들이 너무 학교 안을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 중 하나였기에 아키라는 일단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학생회실 밖으로 나섰다. 일단 가장 많이 목격되는 장소인 뒷뜰로 가니 자연히 고양이 세 마리가 모여있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 하얀색, 주황색. 아마 저 세 마리만이 아니라 좀 더 있겠거니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봤으나 당장 더 보이는 고양이는 없었다.
아무튼 문제는 이 고양이들이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에겐 꽤 위험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개 알레르기도 그렇지만 고양이 알레르기도 사람에 따라서는 상당히 위험하지 않던가. 그렇기에 아키라는 이 고양이들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가장 무난한 곳은 역시 체육창고 옆이었다. 거기라면 평소에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지 않고 설사 학교 내부에 고양이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알레르기 환자들이 피해가기엔 딱 좋은 위치였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일단 고양이를 옮기기 위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고 그 중 하얀색 고양이를 잡으려고 했다.
순순히 잡힐지, 아니면 피해갈지는 알 수 없었으나 시도를 하지 않으면 그 결과도 알 수 없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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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ce 1 2. = 2 1.고양이는 순순히 잡혔다 2.야옹야옹 펀치! 아키라는 .dice 1 100. = 13 의 데미지를 입었다.
아키라는 방금 고양이에게 펀치를 맞은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봤다. 뭔가, 뭔가 일어났는데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어 멍한 상태인 탓이었다. 그러나 이내 고양이에게 맞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방금 전에 잡으려고 한 하얀색 고양이를 아키라는 안경알 너머로 가만히 바라봤다. 꽤 성깔 있네. 이 녀석.
하지만 비극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같은 반인 엔이 자신을 부른 후, 고양이를 잡으려고 하다가 냥냥펀치를 당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키라는 절로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는 탓이었다. 아니. 저거 괜찮은건가? 저거? 그런 생각을 하며 아키라는 조용히 안경을 올린 후에 그의 말에 대답했다.
"네. 아직 하교하지 않으셨나요? 토와 씨. 아무튼 고양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체육창고 옆으로 서식지를 옮기려고 해서 일단 옮기려고 하는데... 손 괜찮으세요?"
자신도 자신이지만 엔도 냥냥펀치를 맞고 말지 않았던가. 저거 꽤 아프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살며시 다시 한 번 하얀색 고양이를 잡으려고 했을 것이다. 물론 잡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또 옮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은 옮겨야죠. 거기에 밥도 주고 물도 주고 하면 자연히 거기로 옮길지도 모르고."
적어도 지금 이 자리에 두기에는 역시 위험하다는 것이 바로 학생회장으로서의 판단이었다. 학생들도 은근히 다니고 있고, 교사들도 많이 다니는 길로였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에게는 여러모로 곤란한 장소였으며 그렇다고 고양이를 무작정 쫓아내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애초에 이사장이 그것을 허락할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미리 준비한 박스에 고양이를 한 마리 집어넣은 후에 다른 고양이 두 마리를 바라봤다.
"그럼 이제 이 남은 두 마리도 옮겨야겠어요. 자. 이리 온."
이어 아키라가 손을 뻗은 것은 다름 아닌 검은색 고양이 쪽이었다. 그 검은색 고양이도 잡는데 성공하면 바로 상자에 집어넣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고양이 세 마리를 다 옮기면 이후엔 학생회 멤버에게 연락을 해서 먹을 것과 물그릇을 가지로 오라고 시키면 될 일이었다.
"자. 얌전히 있어줄래? 착하지? 잡아먹는 거 아니야. 우쭈주."
나름대로 그렇게 고양이를 달래주려고 하면서 아키라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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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ce 1 3. = 2 1.그리고 고양이는 잡혀줬다. 2.아니. 냥냥펀치의 위력은 대단했다. 아키라는 .dice 1 100. = 13의 데미지를 입었다. 3.상자 안에 있던 냥냥이의 박스 브레이크다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