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저 작은 디스포는 대체 무엇인가?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생명의 위협이 느껴집니다. 총을 쏜다 하더라도 의미가 없습니다. 제 능력은 전투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니 리더의 말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무사해 보이는 리더의 모습의 안도를 하며 도망치려 합니다. 다만, 그 중간에, 공포에 질린 그것이 보여서.
"..이리로!"
하고, 뛰는 중에 외치고 맙니다. 손을 뻗습니다. 공격도 하지 않는, 이상하게 인간에게 친근한 디스포에게 말입니다. 하. 속도도 분명 저보다 빠를 테니 알아서 잘 할 텐데. 하지만 말입니다, 기묘한 친근감이란 언제나 당황스러운 법입니다.
인간은 물음표를 싫어합니다. 저 아이가 그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보여서, 어쩔 수 없습니다.
다들 도망칠 준비를 하는것 같아 자신도 도망치려고 하는데 아까 그 디스포도 혹시 저 거대 디스포랑 관련있는건가 하여 그 작은 디스포쪽을 쳐다보는데 오히려 떨고있는것에 그래도 관련은 없는것 같아 안심하며 그 작은 디스포를 안아들고는 다리쪽에 능력을 사용하여 스피드를 올린다.
"다들 조심하세요"
그렇게 말하며 다른 동료쪽을 살펴보는데 클랜 마스터가 위험한걸보고 놀라며 그쪽으로 가려다가 무사히 피하는것을 보고 다시 도망치는데에만 집중한다
물론 욕한다고 좋아질 상황은 아니었다. 당장 도망쳐야 할 상황이었다. 그나마 우리의 리더 씨가 초격을 피했다는 건 다행이지만, 겨울 본인은 리더와는 달리 이런 긴급탈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능력을 직접 이것에게 사용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살행위. 접촉이나 바라보는 시간을 끌 수 없는건 둘째치고 발동에 성공한다고 해도 0.1초도 못 멈출 것이 자명했다.
"야 빨리 움직여!"
사실 신체능력 자체는 이 파티 중에서도 하위권일 가능성이 큰 겨울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신경쓰이는지 다른 이들을 살피는 것도 멈추지 않았다. 뭐, 막상 뛰기 시작하니까 걱정할 여유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최대한 미리 만져놨던 물건들을 중간에 고정시켜놓으면서 필사적으로 뛰었다.
다들 작은 디스포에 대해 의혹을 풀때였지만, 리더는 뭔가 석연치 않는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디스포중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녀석이 있었나?"
그러고보니 확실히. 디스포는 성대라는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이 내는 소리는 자신이 움직이면서 나는 발자국 소리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저 디스포는 가련하게도(?) 삑삑 거리고 있었으니. 물론 그걸 알았다고 해서 지금 뭐가 달라질건 없었고. 일행들은 군말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호에게 있던 디스포지만 거대한 디스포의 움직임에 놀라버린건지 품속에서 떨어져나와 버렸다.
어차피 속도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기에 저 디스포에게 잡힐 걱정은 없어보였으나. 겁이 많은걸까. 작은 디스포는 방황하다가 손을 뻗은 시우에게 다시 날아가 자기가 알아서 잡혀주었다.
겨울이 물건을 슬쩍 슬쩍 고정시켜놓긴 했지만 저 디스포의 움직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속도가 느려지긴 한걸까 싶을정도로. 고정해둔 물체들을 그냥 박살내버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속도 자체가 월등한 개체는 아니다. 파워 타입인걸까? 그러나 어쨌든 인간보다 빠른것은 틀림없었고. 그것은 다시 손으로 뻗는가 싶더니 그대로 내려찍으려 했다. 그 범위에는 장검을 잡고 경계하던 테온과, 디스포를 잡느라 약간의 딜레이가 발생했던 시우가 들어가있었다.
막을 수 있을까? 피할 수 있을까? 그나마 타겟이 아닌 둘이라면 이대로 버리든, 뭘 하든 상관없겠지만.
리더의 의문은 합당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이어진 질문들이 순간 머릿속을 헤집었습니다.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진화를 한 것이라면 그 이유가 있을 터입니다. 혹은, 저것은 성대에서 나는 소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디스포로써 소리를 낸다면 그에 따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다른 디스포를 부른다던가, 또 다른 무언가라던가. 의심과 해소가 지속됩니다. 반복됩니다. 머리 위에 그림자가 지더라도 그렇습니다. 잠깐 위를 봅니다. 손이 보입니다.
저것으로 내려 찍히면 저는 죽을까요. 왠지 주변이 느려진 느낌입니다. 눈 앞에 있는 작은 디스포가 괜히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멍하니 중얼거립니다. 당신은 이해할까요? 대답은 해줄까요?
"너는 누구야?"
그래도 너는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보다 빠르니까. 땅을 박차는 다리에 힘을 줍니다. 뛰쳐나가면, 그래도 다리만으로 끝낼 수 있지 않을까요..
옷자락이 찢어졌습니다. 별 일 아닙니다. 몸 어디 한 군데가 사라지는 것 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고마워요!"
외치고서, 이어 뜁니다. 옆에서 함께 휘말렸던 사람이 완전히 피하지는 못한 게 보였지만, 멀리서 볼 때 큰 상처는 없어 보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며 입술을 앙다물고 계속해서 달렸습니다. 전뇌도시에 도착해서, 한 숨 돌리면, 피를 뽑고.. 머리를 굴리는 중에 아직도 내 품에 있는 그것이 눈에 띕니다. 제 말을 이해하지만, 저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건 네가 부른 걸까."
슬쩍 뒤를 향해 눈짓을 했습니다. 이 아이는 대체 어떤 것일까요? 어떻게 소리를 내고, 어째서 인간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걸까요?
뛴다. 그 외의 선택지가 없는 불합리함. 적은 자신들을 향해 적의를 가지고, 아니 살의를 가지고 있는데 이쪽은 방어조차 하지 못한다.
그런 불합리함에. 생명체들은 패배했다.
그러나 지금 그런것에 불평할 시간따위 없었다. 지금 눈앞에 닥친건 철학적인 질문도 아니고 싸구려 감성팔이도 아니고. 그저 무자비하게 적을 곤죽으로 만드는 거대한 손일뿐이니까. 아슬아슬하게 공격이 한번씩 빗나갈때마다. 죽음이 등뒤에서 손을 뻗고 있는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새삼스러울뿐이다.
어차피 이런 세계니까.
위험도 150이라는 현실적인 수치의 재앙이 움직임을 멈추더니 이내 되돌아간다. 정신없이 뛰다보니 도착한 안전지대. 살았다라는 안도감따위 피로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야 죽을뻔했네."
그 와중에 어떻게 챙겨온건지. 잊지않고 회수해온 디스포의 핵들을 들고있는 리더의 모습에서. 아 그래도 오늘 굶지는 않겠네, 부리더한테 한소리 듣겠네. 하고, 사소하지만 살아있다는 실감이 다시 한번 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