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라는 아주 가끔, 가끔이지만,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눈을 뜨곤 했다. 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스라히 들리는 소리에 슬금 눈을 떠보면 방과후가 아니라 점심시간이었다. 딱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번 깨면 얼마간은 잠이 안 오니까, 요조라는 교실로 돌아갔다. 가서 새것 마냥 반질반질한 자신의 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거나 천장을 보거나 바닥을 보다가... 엎드려 잠든다. 그게 점심시간에 깬 요조라의 루트였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를 모양이다. 모두가 밥 먹으러 간 사이 교실로 돌아온 요조라가 막 창밖 구경을 하고 있을 무렵, 한 학생이 돌아왔다. 힐끔 보니 모르는 애다. 아니, 애초에 아는 애가 있던가. 이 교실에. 어쨌거나 그 중 한명이 돌아와 그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폰을 꺼내서 뭔가를 하다가, 가방에서 부스럭거리는 걸 꺼냈는데, 어라, 저거.
"...얘."
책상에 엎드려 있던 요조라는 고개를 들어 팔에 턱을 괴었다. 상대에게 말을 걸기엔 다소 무례한 자세이지 않나 싶지만, 동급생 사이에 예의를 따지기도 뭣하다. 요조라는 그 자세를 고수하며 다시 한번 쿠키를 먹던 학생을 불렀다. 얘애.
"그거... 맛있니...?"
겨우 불러놓고 한다는 말이 그것 뿐이다. 하지만 요조라는 단지 그게 궁금했다는 듯이, 눈만 깜빡이고 있었겠지.
시이는 정말로 거리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초면인 사람을 방에 들이더라도 본인의 침대까지 허락해주는 경우는 많이 없다. 스즈의 말마따나 타인의 흙먼지는 불쾌할 테니까. 그리고, 싱글 사이즈의 자그마한 사이즈는 불편하니까. 그 불편함을 감안해줄 정도라면 적어도 친구서부터가 아닌가.
그러니, 스즈가 찍기 전에 껴안고 브이 포즈를 해보이는 건 친구의 증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만난 지 3시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느낌이니까. 그렇지?
사진은 정말로, 귀엽게 나왔다. 스즈는 뛸듯이 기뻐했고, 침대 스프링으로 그 흥분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렇지만 느낀다. 쾌락신으로서의 직감, 어쩌면 금남구역에서 잘 벼려진 여자로서의 직감으로. 거짓말이 적지않게 함유돼 있다고.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 그게 여자 친구라는 거잖아.
"인형, 가질래? 나 보다시피 인형 많거든- 소라게는 내가 제일 아끼는 거지만, 스즈랑 잘 어울리니까 줄게. 그거 보면서 언제나 날 기억하기야. 약속이니까, 그치?"
소라게 인형을 스즈에게 안겨주고, 시이는 먼저 침대에서 내려온다. 딛는 바닥이 물컥, 하고 잠시 흐물거리는 기분이 든다.
"고기도 이제 해동됐을 테니까 스키야키 하면 딱이겠지, 세팅도 끝났고 이제 먹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먹방메이트로서의 모습 확실히 각인시키자구. 먹방 준비는 됐지-?"
부루스타에 불을 올리고, 라드를 둘러 잘 녹도록 한다. 슬라이스 소고기를 잘 올리고 설탕이 배어들도록 골고루 뿌려두면, 관서풍 스키야키의 시작이다.
생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쾌락신 강림☆ 네녀석들 벌써 규동집에서 혼자 밥 먹고 있는 건 아니겠지? 물론 그렇다 해도 걱정하지 마, 나는 자애로운 쾌락신, 너희들을 위해 정면에서 같이 밥을 먹어줄 테니까 말이야. 물론 이쪽은 친구도 있고 메뉴는 스키야키지만요- 자, 스즈쨩두 인사-"
왜? 당연하다. 기분나쁜 개발직 40대 솔로 아저씨들이 퇴근하고 식사를 차려줄 가족이 없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들르는 인생 패배자(너무합니다 시이주도 규동을 좋아하니깐요)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으니까. 남친과 함께라면 모를까 별로 가고 싶지 않죠, 칸막이 쳐진 규동집.
"파미레스는 다르거든?! 그보다 같이 있었다는 뭐야, 같이 '먹은' 건 아니구나? 괜찮아, 나는 자애로운 쾌락신... 조금 모자란 그으... 그래. 후유카이 테츠야군한테 그렇게 매몰차고 싶지는 않으니까."
시이는 철제 의자에 앉은 그대로 킹받는 말을 한다.
길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면 따스한 햇살이 필요하다, 그것은 헛소리다. 가장 빠른 길은 단연 훈도시만 입고 곰과 싸우도록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400년 분의 지혜는 그런 결론을 냈다.
"봐봐, 테츠요시군, 나처럼 말 섞어주는 여자애 앞으로 다가오지도 못하면 가망이 없어. 그러니 그 어설픈 문짝을 열고 오도록 해. 밥을 먹는 건 요원한 것 같으니 우리 스-몰 토오크부터 시작해보자."
시이는 그래, TRPG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전적으로 친구가 없어서. 그 후회가 담긴 진심, 어쩌면 오래 맺힌 한을 지금 여기서 말한다.
새파란 시선이 나를 바라보면 눈을 피하게 됩니다. 하늘을 담은 것 같아서일까요. 예정된 비행기표를 보며 들뜬 모양입니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거라는 말을 하는 토와에게 자신도 처음 타는 거라는 말을 하자 다행히도 조용해졌지만. 금방 회복해서는, 저번에 보았던 그 종이들을 주섬주섬 모아서는 꿈 박람회~ 라면서 토와의 꿈을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으음.. 유치원 막 들어갈 때에는 바비인형이 사는 큰 집에서 사는 게 꿈이었구.." 보통 어릴 때에는 집을 엄청나게 크게 느끼지 않는가. 라는 생각을 하지만 꿈을 말하는데 끊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요.
"유치원 졸업할 즈음에는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와아. 그렇구나.. 어째서?" "당연히 예쁘잖아! 제복을 입는 게 예쁘니까?" "보통은 그때쯤이면 가면라이더나 프리큐어를 동경하지 않아?" "난 현실적이니까!" 그래그래. 라며 얼러주며 그 다음을 묻지는 않습니다. 그야 초등학교 생활은 짧았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다가 토와가 묻는 자신의 꿈은 뭐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놓쳤습니다.
"응? 대답해주란 말이야" 정신을 차려보니. 안 대답해주면 약도 안 먹고 밥도 안 먹을 거야! 라는 삐진 게 분명한 협박성 말에 결국 한숨을 쉬고는 생각해봤던 직업을 손으로 꼽아봅니다.
"꿈이라면.. 조금 자유로운 직업이지 않을까? 흠.. 외교관? 여행작가?" "완전 반대네! 지금 내 꿈 본 적 있지!" "그래. 의사 선생님이지? 의사 선생님은 자유롭게 나가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까." 한숨을 쉬면서 하필 의사냐고 작게 투덜거리는 나를 본 게 분명합니다.
"사토 선생님은 멋진걸! 진짜 멋져! 나도 저런 의사선생님이 되고 싶은걸!" "'다 낫고' 가 전제조건이잖니?" 그건 그 때구.. 라며 에베베거리는 토와를 보는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습니다. 단점을 말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일단 의사가 되는 과정 자체가 힘들죠. 저 쓰레기같은 체력으로(매우 객관적 지표) 의대를 가기 위한 공부가 가능한지의 문제는 둘째치고 의사는 체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토와는.. 그리 똑똑하진 않은걸요. 그렇게 토와가 의사가 되는 데의 결격사유를 생각만 하고 말로 내뱉지는 않습니다. 막내에게 그런 말을 했다가 싫어! 라는 말을 들으면 곤란합니다..
쾌락신이라니 신이 넘치고도 너무 많은 일본에서도 그런 신은 없을 듯 싶은데. 그런 신이 모셔진 동네는 어디 영국에서 중국에 아편수입할때 같이 수입이라도 한걸까. 진짜 신이라는 정신나간 이야기는 아닐테니 방송할때 그런 별명을 쓰고있겠지. 그런 방송이 있으면 궁금해서라도 한번은 볼 것 같기도 하다.
"너도 말 섞어주는, 이라고 말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말 하는 꼴이 열받기는 하지만 그 내용은 어느정도 이치에는 맞는 것 같았다. 방송을 위한 컨텐츠로 나를 이용하겠다면 그럼 나도 저 녀석을 이용해주면 그만이다. 게다가, trpg를 할 사람이 늘어나는건 좋은 일이고. 게다가 역시 여태까지 온 사람들 중 여성은 없었고 일본은 남녀성비로 볼때 여성이 더 많은 나라. 필요성은 있어 보였다.
"...좋아. 하지만 이상한짓 하면 바로 나갈거니까."
말하며 문을 닫고 삐걱거리는 철제의자에 앉았다. 여전히 낡고 불편한 의자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슨 스모올ㅡ 토ㅡ크ㅡ 인데?"
그녀의 말투를 따라서 말했다. 설령 그가 여성들과 말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trpg를 할 여성의 수는 압도적으로 적을 것 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로.
몇 번인가 사진을 넘겨보면 스즈는 인형을 주겠다는 말에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긍정했다. 가장 아끼는 인형이라고 했다. 그렇게 가장 아끼는 인형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해주겠다는 것이고 그만큼 오래 기억해주겠다는 것이겠지. 적어도 잊혀질 일은 없다는 것이다. 스즈는 뛸뜻이 기뻐했고 그 감정은 고스란히 표정과 몸짓에서 나타났다.
" 옷-쓰! 확실히 각인시킬게! "
스즈는 한 손에 소라게 인형을 꼭 쥐고 있었다. 보통은 선물받았더라도 당장 필요하지 않다면 어디 잘 보이는 곳에 놔두겠지만 스즈는 그게 무슨 소중한 보물이라도 된다는 것 마냥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리고 한 번씩 고개를 돌려 인형이 손에 잘 쥐어져 있는지 확인했다. 무려 먼저 말해주었다. 항상 기억해주기라고. 더할 나위 없는 대답이다. 스즈는 당연히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소라게 인형을 꼭 안았다.
" 앗. 우왓. 에- "
마음의 준비할 시간도 없이 카메라가 켜지자 스즈는 순간 당황한듯 했다. 그야 시청자수를 알리는 숫자도 제법 높았고 채팅도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으니까. 옆에서 익숙한듯 프로인 것 처럼 진행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인사하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마치 저 뒤에 누군가 있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면 된다는 거겠지?
" 에- 그러니까-.. 요~! 현직 JK 미나미 스즈임당~ 오늘은 이렇게 같이 인사하게됐어. 그런 의미에서 다들 만반잘부~ "
한 손에는 소라게 인형을 꼭 쥔 채로 다른 손을 파닥파닥 하고 흔들면서 인사했다. 이렇게 하는게 맞는거겠지. 스즈는 카메라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며 뭔가 생각난듯 아! 하고 한 마디를 더했다.
" 지금 말야, 조금 보코보코하지만 그래도 귀엽게 봐줘야한다? "
에헤헤~ 하고 웃으며 스즈는 고개를 돌려 시이를 바라보았다. 이 아이의 방송이고 이 아이의 집이다. 이 아이가 모든 것의 주인인 곳에 들어와있다. 여기 있는 모든 것의 주인이 너라면, 그런 곳에 내가 들어왔다면 말야. 스즈는 손에 쥔 소라게 인형을 조금 더 꼭 쥐었다. 이렇게 소중한 곳에 내가 들어왔다는 것이니까 그만큼 네 기억속에 내가 잘 박혀있을 수 있겠지.
" 그리고.. 음.. 어.. 이,이제 무슨 말 해..? "
스즈는 방송을 해본 적이 없다. 보는 것이야 몇 번 해봤지만 보는 것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스즈는 조금 불안한 시선과 몸짓으로 시이와 카메라 그리고 스키야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1. 『사라지고 싶어』 한평생 이런 일이 없는데 나는 알 수 없는 신경질에 돌연 심사가 엉클린다. 물결 속에 휩쓸려 떠나간들 무슨 소용이고 자갈에 막혀 남는들 무슨 소용인가. 나는 물 속에 상념을 욱여놓고 작게 투덜거렸다.
"아... 큰일이야. 전부 상관 없어졌어."
당분간은 전부 내려놓고 잠이나 잘까 싶어졌다.
2. 『네게 행운이 있기를』 누군가의 행운을 바란다는 말은 다소 의뭉스럽게 느껴진다. 내가 오랜시간 지켜본 바, 누군가의 행운은 곧 다른 자의 불행과도 같아서 신의 신분으로 어느 한편의 행운을 바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너에게 무운을 빌게."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뿐이었다. 나는 너의 불행을 바라지 않는다.
3. 『널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해』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너를 바라보았다. 나는 내 강에 알알이 박힌 사금도 다만 아름답지 않고, 그토록 원한다던 황금 잉어도 귀한 줄 모른다. 그러니 당연히 내가 본 것 중 네가 제일 으뜸이다.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내가 아직 세상살이에 무지한지라 심장께 벅차오르는 이 감각을 무어라 표현해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더라.
384 자캐는_의지하는_사람인가_의지되는_사람인가_둘다_아닌가 음~ 스즈즈는 의지되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의지하는 사람! 아직은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면이 강하지만 의지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42 소중한_사람이_자신의_생일을_잊어버렸을_때_자캐는 앗 뼈 때리는 질문... 생일날 하루종일 기다리겠지? 이제 슬슬 연락줄거야. 이제 생일축하한다고 말해줄거야. 아니면 깜짝 이벤트인가? 하고 계속계속 고민하고 12시 지나버리면 조금 더 기다려볼까. 지금 좀 바쁜걸까 하고 생각하다가 하루가 꼬박 지나버리면.. 그 때 부터 생각이 좀 많아지겠지 (:D).. 먼저 전화할까 라인해볼까 고민 엄청 하다가 라인으로 '요~ 뭐하고 있어?' 하고 슬쩍 떠보기만 하고 일상적인 대화하겠지만 속에는 스크래치가 심하게 날 것이야..
184 자캐가_의미를_두는_건_과거_현재_미래 과거에 묶여서 현재를 살아가면서 미래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정도면 괜찮겠다!
미나미 스즈, 이야기해주세요! #shindanmaker #자캐썰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그래도 뉴턴이 본 사과나무는 아직까지 살아있다니까. 신나보이는 표정에 가방을 들어주며 리리가 건네주는 링고아메까지 받아들었다. 달달한걸 좋아하기 때문에 링고아메도 즐겨먹긴 하지만 역시 레몬아메가 없는건 아쉬운 일이다. 그것도 레몬 사탕 맛이 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살짝 있다. 화과자의 눈치를 보는듯 조용하게 먹으려하는 리리를 보고 한번 웃어버리고선 설탕의 얇은 부분을 찾아서 살짝 깨물어본다. 와그작, 하는 소리와 함께 설탕 코팅이 깨지고 그대로 베어무니 과육과 설탕이 한번에 입안에 들어온다.
" 이제 잠의 신은 안하기로 한거야? "
풍선 다트의 신이라. 다트도 꽤나 인기있는 게임이니까 신격을 얻은 신이 존재할수도 있지 않을까. 모두가 다트를 던지기 전에 다트의 신에게 제발 잘맞게해주세요~ 하고 비는 장면도 꽤나 재밌을 것 같다. 다만 그런건 유흥의 신이라던가 그런 분들이 담당하고 있겠지. 하지만 리리가 다트의 신이 된다면 밤에는 나 혼자 있어야할테니 그것도 꽤나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 벚꽃이 예쁘긴하더라. 근데 풍선 다트 1등을 했어? 상품으로 받은 곰인형은 너희 서점에 꼬맹이 줬구나. 이름이 ... 하루나였던것 같은데. "
리리의 화법은 하루 이틀 사귄 사람은 잘 알아듣기 힘든 말이다. 나도 종종 못알아들을때가 있으니까. 그나마 이 정도까지 알아들을 수 있는건 리리와 누구보다 오래 살았기에 가능한거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재밌게 잘 보낸것 같아서 나도 오늘은 무엇을 했는지 말해주려고 했는데.
" 이럴때만 오빠? "
눈을 가늘게 뜨며 리리를 바라본다. 평소엔 세이세이 거리면서 자기가 불리해질것 같으면 꼭 오빠라는 호칭을 붙이더라. 그야말로 얄미운 여동생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내 여동생을 미워할 수 없다. 아니, 아쉽다는 표현도 굳이 쓸 필요는 없다.
" 이 화과자, 차가운 보리차랑 따뜻한 녹차 그리고 우유가 있는데 뭐랑 먹을래? "
오늘도 우리 남매는 밤을 지샐 것이니 야식으론 제격이다. 달달하기에 칼로리가 걱정이라곤 하지만 애초에 평소에 많이 안먹기 때문에 이럴때 좀 먹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축제가 있던 장소를 빠져나와 대로변에 접어들었고 나는 리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인간계엔 얼마나 더 있을 생각이야? 내년이면 일단 우리도 졸업하니까. "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이므로 내년이면 졸업이다. 졸업한다고해도 바로 신계로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인간계에서 주구장창 놀며 눌러앉아있을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