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7 그리고 이건 그냥 히키가 생각난 김에 하는 적폐 썰이지만 에도성이 공습에 무너지는 공허의 순간에 그 앞에 멍청하게 서 있는 시이 옆에서 한번쯤 매운 말을 했을 거 같아 히키가 이거 적폐려나 물론 그 시점에도 오오쿠는 없어서 에도성에 얹혀사는 입장이었지만 자기 성지도 아닌 곳에 매달려 있는 건 추하니까
전략, 어머니께. 봄볕이 좋습니다. 이곳 오오쿠는 벚꽃이 화려하게 피어 보기가 좋답니다. 어제는 벚꽃놀이를 나갔는데 운이 좋게도 특등석이었습니다. 어머니께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고후쿠노마를 졸업하고 다른 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렵지는 않지만 또 쉽지 않아, 언제나 고생하고 있답니다. 다만 오츄로에게 지지 않는 멋들어진 오카이도리를 입고 다닐 수 있는 것이 낙이라, 이 일을 견딜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 오오쿠에 몸도 마음도 잘 적응하여 어머니께 아쉬운 소리를 덜 하게 되는군요. 그러나 여전히 저는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답니다. 총총. 겐로쿠 12년 8월 17일 오미즈로부터.
편지는 부쳐지지 않는다.
오오쿠에서 보고 들은 일은 서편으로도 담 밖에 낼 수 없다. 오랜만에 쓰는 이 편지도 화로에 갈기갈기 찢어 넣을 수 밖에. 무언갈 잊은 기분과 함께 종이도 재가 되었다.
"―오미즈!"
어느새 이만큼 빠져버렸던 걸까. 화로를 멍하니 바라보다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면, 맨발로 다다미를 구르는 신이 보인다. 신이랄까, 유령이랄까. 자기 분 하나 다루지 못해서 금세 떼를 쓰고 마는 성질은 쇼군의 자제들보다 성숙지가 못하다. 왜 내 직명이 아소비코쇼(놀이시동)인지, 처음에는 신에게 너무도 무례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으나 지금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작명이라고 실감한다.
"내가 몇 번이고 부르게 만들지 마! 내 말이 안 들리는 거야? 그럴 거면 그만둬! 고후쿠노마로 돌아가란 말야. 누구 덕에 놀기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771 세상에.😯 적폐라도 있을법한 일이라고 생각해.. 사실 할배, 그 당시에는 조금 예민해서 "거기 있다 말라 죽는 게 네 바라는 일이더냐?" 같은 말씀도 하셨을 것 같아서 미안해지네.😶 그렇지만 시이가 어떤 신인지 알고 위로도 해줬을까.🤔 그렇다고 공허를 없던 걸로 해줄 수는 없지만..
>>내가 몇 번이고 부르게 만들지 마!<< 뭔가 자기한테 관심 안 줘서 짜증내는 것 같아서 좋다... :D 물론 나의 사소한 적폐캐해일 수도 있어....... 나는 이런 모먼트를 좋아하기 때문에... 응응 그리고 죽여줄까? 하면서 싸해지는 부분 정말 좋아......... (싸한 거 좋아함) 뭔가 시이는 귀엽고 위엄은 좀 적다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엇나가면 전부 망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지 :3 그리고 아소비코쇼도 얼마나 가련지라 한거면 오미즈 같은 사람이 많았다는 뜻일까나?
4월 13일 날씨는 맑음 입원한지 2개월이 다 되어가고있다. 슬슬 지루해. 병원밥도 맛없고 재밌는 일도 없다. 가끔씩 친구들이 찾아와줘서 좋지만 그래도 빨리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다들 찾아와주어서 정말 고마워
4월 14일 날씨는 맑음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외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마이랑 다른 친구들을 만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내일은 조금 바쁘다고 한다. 아쉽지만 또 병문안 와주기로 했으니까 내일은 가볍게 산책이나 조금 해봐야 겠다.
4월 15일 날씨는 흐림 배가 아파
4월 17일 날씨는 약간 흐리고 바람 많음 외출날에 갑자기 상태가 안좋아졌다. 배가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어서 또 울어버렸다. 억울해. 놀러나갈 수 있었는데.
4월 19일 날씨는 맑음 마이 그 날은 바쁘다고 했었는데. 음. 선약이 있으면 그랬다고 말해줬어도 되는데.. 마이는 생각이 너무 깊다. 내가 어색한 친구들하고 있으면 불편해할까봐 편하게 거절할 수 있게 말해준걸거야. 역시 마이는 어른스럽다. 내가 병원에 갈 때는 울기까지 했던 친구였는데.
4월 25일 날씨는 비 안녕하세요 미나미 스즈입니다. 병원 밥이 진짜로 맛이 없는데 개선하실 생각은 없나요? 라는 쪽지를 건의하려다가 그만두었다.
5월 1일 날씨는 맑음 벌써 5월이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 바다로 놀러가고 그랬었는데.. 최근 다들 바빠진 것 같다. 자주 와주겠다고 했었고 자주 와줬었는데 최근에는 혼자인 시간이 많아서 조금 외롭네.
5월 7일 날씨는 바람이 많이 붐 마이가 도내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한다. 히츠기양은 이번에 성적이 엄청 우수했다고 한다. 하스키의 밴드는 이번에 공연을 해서 엄청 인기가 많아졌다고 한다. 음. 직접 축하해주고 싶은데 따로 얘기를 전해들었다기 보단 SNS에 올라온 내용을 보고 알아서 축하한다고 얘기해줬다. 다들 잘하는 게 많구나. 부럽네.
5월 12일 날씨는 흐림 내가 좋아하는 것 : 맛있는 거 먹기, 놀러가기, 음악듣기, 인터넷 내가 잘하는 것 : 음....
5월 13일 날씨는 맑음 다들 많이 바쁜가봐. 그래도 오늘은 오랜만에 마이랑 통화할 수 있었다. 그간 많이 바빴었다고 했다. 오랜만에 오래 통화해서 기분이 좋았다. 얼른 학교로 돌아와서 또 다 같이 놀자고 약속했다. 마이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5월 17일 날씨는 비 오늘은 하루종일 SNS를 했다. 마이도, 히츠기양도, 하스키도, 치-쨩도 친구들 엄청 많이 사귀었구나. 부럽네-
지루한 수학 시간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식당으로 내려가 빠르게 식사를 해결하고 쇼는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점심시간이 한창인 교실에는 남은 아이들이 별로 없었다. 전부 식당에서 도란도란 떠들며 밥을 먹고 있을 테다. 설렁설렁 자기 자리로 가서 앉은 쇼가 스마트폰을 꺼낸다. 점심시간은 길어서 좋다. 딴짓을 실컷 할 수 있으니까.
쇼는 무료한 눈빛으로 액정을 들여다보다가 가방에서 뭔갈 꺼냈다. 투명한 비닐로 포장된 작은 그것은, 저번에 호시즈키당에서 사온 쿠키들 중 하나였다. 학교에서도 입이 심심할 때가 많아서 챙겨다니곤 했다. 방금 점심을 먹긴 했지만, 디저트 배는 따로 있는 법.
쿠키의 포장을 뜯고, 한 입에 털어넣는다. 우물우물 입을 움직이며 쇼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옮긴다.
우우......... 스즈 일상 왠지 최대한 밝게 쓰려고 노력한 느낌이다........ 뭔가 소외되는 느낌을 받지만 아니라고 어떻게든 외면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 역시 마이는 어른스럽다. 내가 병원에 갈 때는 울기까지 했던 친구였는데. 특히 이부분 뭔가 칭찬하려고 썼는데 뒤에 부분은 엄청 서운해보인다고 해야할까 :3 그나저나 꽤나 오랫동안 병동 생활을 했구나 스즈 ;ㅁ;
>>775 위로까지는 어려울지도 그 당시는 시이가 쾌락신으로 확정! 같은 느낌은 아니니까 말야 오오쿠의 신이 오오쿠를 잃고 방황하는 과정에 가깝지 히키에게 혼이 난다면 분명 무언으로 노려보다가 "인간들이 내 걸 다 부쉈단 말이야! 이제 내 건 아무 것도 없어. 집도 신당도 사람도 없다고!" 이러고 흙먼지를 집어던지곤 가지 않았을까 생각해 그때 이후로 접점이 없다가 쾌락신으로 확정난 시이를 가미즈미에서 만나버렸다 그게 나의... 적폐야
요조라는 아주 가끔, 가끔이지만,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눈을 뜨곤 했다. 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스라히 들리는 소리에 슬금 눈을 떠보면 방과후가 아니라 점심시간이었다. 딱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번 깨면 얼마간은 잠이 안 오니까, 요조라는 교실로 돌아갔다. 가서 새것 마냥 반질반질한 자신의 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거나 천장을 보거나 바닥을 보다가... 엎드려 잠든다. 그게 점심시간에 깬 요조라의 루트였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를 모양이다. 모두가 밥 먹으러 간 사이 교실로 돌아온 요조라가 막 창밖 구경을 하고 있을 무렵, 한 학생이 돌아왔다. 힐끔 보니 모르는 애다. 아니, 애초에 아는 애가 있던가. 이 교실에. 어쨌거나 그 중 한명이 돌아와 그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폰을 꺼내서 뭔가를 하다가, 가방에서 부스럭거리는 걸 꺼냈는데, 어라, 저거.
"...얘."
책상에 엎드려 있던 요조라는 고개를 들어 팔에 턱을 괴었다. 상대에게 말을 걸기엔 다소 무례한 자세이지 않나 싶지만, 동급생 사이에 예의를 따지기도 뭣하다. 요조라는 그 자세를 고수하며 다시 한번 쿠키를 먹던 학생을 불렀다. 얘애.
"그거... 맛있니...?"
겨우 불러놓고 한다는 말이 그것 뿐이다. 하지만 요조라는 단지 그게 궁금했다는 듯이, 눈만 깜빡이고 있었겠지.
시이는 정말로 거리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초면인 사람을 방에 들이더라도 본인의 침대까지 허락해주는 경우는 많이 없다. 스즈의 말마따나 타인의 흙먼지는 불쾌할 테니까. 그리고, 싱글 사이즈의 자그마한 사이즈는 불편하니까. 그 불편함을 감안해줄 정도라면 적어도 친구서부터가 아닌가.
그러니, 스즈가 찍기 전에 껴안고 브이 포즈를 해보이는 건 친구의 증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만난 지 3시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느낌이니까. 그렇지?
사진은 정말로, 귀엽게 나왔다. 스즈는 뛸듯이 기뻐했고, 침대 스프링으로 그 흥분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렇지만 느낀다. 쾌락신으로서의 직감, 어쩌면 금남구역에서 잘 벼려진 여자로서의 직감으로. 거짓말이 적지않게 함유돼 있다고.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 그게 여자 친구라는 거잖아.
"인형, 가질래? 나 보다시피 인형 많거든- 소라게는 내가 제일 아끼는 거지만, 스즈랑 잘 어울리니까 줄게. 그거 보면서 언제나 날 기억하기야. 약속이니까, 그치?"
소라게 인형을 스즈에게 안겨주고, 시이는 먼저 침대에서 내려온다. 딛는 바닥이 물컥, 하고 잠시 흐물거리는 기분이 든다.
"고기도 이제 해동됐을 테니까 스키야키 하면 딱이겠지, 세팅도 끝났고 이제 먹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먹방메이트로서의 모습 확실히 각인시키자구. 먹방 준비는 됐지-?"
부루스타에 불을 올리고, 라드를 둘러 잘 녹도록 한다. 슬라이스 소고기를 잘 올리고 설탕이 배어들도록 골고루 뿌려두면, 관서풍 스키야키의 시작이다.
생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쾌락신 강림☆ 네녀석들 벌써 규동집에서 혼자 밥 먹고 있는 건 아니겠지? 물론 그렇다 해도 걱정하지 마, 나는 자애로운 쾌락신, 너희들을 위해 정면에서 같이 밥을 먹어줄 테니까 말이야. 물론 이쪽은 친구도 있고 메뉴는 스키야키지만요- 자, 스즈쨩두 인사-"
왜? 당연하다. 기분나쁜 개발직 40대 솔로 아저씨들이 퇴근하고 식사를 차려줄 가족이 없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들르는 인생 패배자(너무합니다 시이주도 규동을 좋아하니깐요)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으니까. 남친과 함께라면 모를까 별로 가고 싶지 않죠, 칸막이 쳐진 규동집.
"파미레스는 다르거든?! 그보다 같이 있었다는 뭐야, 같이 '먹은' 건 아니구나? 괜찮아, 나는 자애로운 쾌락신... 조금 모자란 그으... 그래. 후유카이 테츠야군한테 그렇게 매몰차고 싶지는 않으니까."
시이는 철제 의자에 앉은 그대로 킹받는 말을 한다.
길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면 따스한 햇살이 필요하다, 그것은 헛소리다. 가장 빠른 길은 단연 훈도시만 입고 곰과 싸우도록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400년 분의 지혜는 그런 결론을 냈다.
"봐봐, 테츠요시군, 나처럼 말 섞어주는 여자애 앞으로 다가오지도 못하면 가망이 없어. 그러니 그 어설픈 문짝을 열고 오도록 해. 밥을 먹는 건 요원한 것 같으니 우리 스-몰 토오크부터 시작해보자."
시이는 그래, TRPG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전적으로 친구가 없어서. 그 후회가 담긴 진심, 어쩌면 오래 맺힌 한을 지금 여기서 말한다.
새파란 시선이 나를 바라보면 눈을 피하게 됩니다. 하늘을 담은 것 같아서일까요. 예정된 비행기표를 보며 들뜬 모양입니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거라는 말을 하는 토와에게 자신도 처음 타는 거라는 말을 하자 다행히도 조용해졌지만. 금방 회복해서는, 저번에 보았던 그 종이들을 주섬주섬 모아서는 꿈 박람회~ 라면서 토와의 꿈을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으음.. 유치원 막 들어갈 때에는 바비인형이 사는 큰 집에서 사는 게 꿈이었구.." 보통 어릴 때에는 집을 엄청나게 크게 느끼지 않는가. 라는 생각을 하지만 꿈을 말하는데 끊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요.
"유치원 졸업할 즈음에는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와아. 그렇구나.. 어째서?" "당연히 예쁘잖아! 제복을 입는 게 예쁘니까?" "보통은 그때쯤이면 가면라이더나 프리큐어를 동경하지 않아?" "난 현실적이니까!" 그래그래. 라며 얼러주며 그 다음을 묻지는 않습니다. 그야 초등학교 생활은 짧았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다가 토와가 묻는 자신의 꿈은 뭐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놓쳤습니다.
"응? 대답해주란 말이야" 정신을 차려보니. 안 대답해주면 약도 안 먹고 밥도 안 먹을 거야! 라는 삐진 게 분명한 협박성 말에 결국 한숨을 쉬고는 생각해봤던 직업을 손으로 꼽아봅니다.
"꿈이라면.. 조금 자유로운 직업이지 않을까? 흠.. 외교관? 여행작가?" "완전 반대네! 지금 내 꿈 본 적 있지!" "그래. 의사 선생님이지? 의사 선생님은 자유롭게 나가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까." 한숨을 쉬면서 하필 의사냐고 작게 투덜거리는 나를 본 게 분명합니다.
"사토 선생님은 멋진걸! 진짜 멋져! 나도 저런 의사선생님이 되고 싶은걸!" "'다 낫고' 가 전제조건이잖니?" 그건 그 때구.. 라며 에베베거리는 토와를 보는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습니다. 단점을 말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일단 의사가 되는 과정 자체가 힘들죠. 저 쓰레기같은 체력으로(매우 객관적 지표) 의대를 가기 위한 공부가 가능한지의 문제는 둘째치고 의사는 체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토와는.. 그리 똑똑하진 않은걸요. 그렇게 토와가 의사가 되는 데의 결격사유를 생각만 하고 말로 내뱉지는 않습니다. 막내에게 그런 말을 했다가 싫어! 라는 말을 들으면 곤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