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와아, 맞아 바로 딱 그렇게 생긴 음침함- 재현율 500%, 오타쿠 군 그렇게 봤지만 역시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더- 꺄아아아아악!"
시이는 오타쿠 주제에 같은 처지인 오타쿠를 너무 무시한 벌일까, 그대로 어깨를 잡혀서 끌어당겨진다. 생명의 위기랄까, 지금 잡혀서 기분나쁜 오타쿠 소굴로 끌려가면 더이상 헤어나올 수 없는 주사위의 지옥에서 "우와, 20이 떴다고- 대성공이야 대성공!" 하며 화려한 이펙트 조차 없지만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기뻐하는 음침한 오타쿠가-
창틀을 잡고 최대한 버텨봤지만, 한창 때 햄버거 3개를 먹을 수 있는 남고생의 근력을 당해내긴 무리수였다. 그러게 햄버거 하나쯤은 혼자 먹을 수 있도록 노오력을 했어야지.
시이는 꼴사납게 창틀 너머로 끌려갔다. 지옥같은 TRPG의 소굴로...
현재 시이의 이성치는 42, 이성체크. SAN치 .dice 1 4. = 2 만큼 감소.
결국 무력연행된 시이는 머리부터 바닥에 박고는, 데굴데굴 덱데굴 굴러 철제 의자에 반쯤 걸쳐진 채로 넘어졌다.
"TRPG하자고 하는 남자도 초-최악이야. 최악 남자 명부 갱신이야. 너 진짜 싫어."
그러게 왜 맞을 짓을 했나. 시이는 업보빔을 쳐맞곤 훌쩍거리며 책상에 앉았다. 그리곤 스마트폰과 미니 삼각대를 익숙하게 설치한다. 컨텐츠 창출을 할 생각이구나.
"500%가 뭐야, 500%가! 100%면 충분하잖아! 그리고 기준점이 뭔지부터 알려줘야 할 거 아니냐고!"
뭐에서 500% 의 재현율이 되는건지 궁금해지잖아! 라며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반박을 하며 그녀를 끌어내리다가 마치 엄청나게 빠른 푸른색 고슴도치마냥 데굴데굴 굴러서 철제 의자쪽으로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탁! 하고 쳐버린다. 이러려고 한 건 아닌데. 많이 아프지 않을까?
"진통제.."
는 선반에 있다는 말을 하려다가 최악에 싫다는 말을 듣고 좋아 할 남고생은 없었기에 그냥 선반을 가리키던 손을 아래로 도로 내렸다. 그러다 마치 촬영을 하려는 듯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네 방송의 컨텐츠가 되는건 사양이거든! 포기하고 나오는게 좋을거야!"
뭐가 좋아서 모르는 사람한테 자신의 모습을 보여야한단말인가! 심지어 저 철지난 분홍머리 투사이드업이랑 같이!
" 그러게~ 보통은 멋진 순간만 남기려고 하더라고. 음... 나는 모든 순간을 남겨놓고 싶어. 증거잖아! 추억이잖아~ "
스즈는 '추억'이라는 말로 포장했다. 증거를 남길 겸 추억을 남기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잊혀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여행을 떠났다 돌아왔을때 '너 누구였더라?' 같은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 그런 일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게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보험을 들어두어서 나쁠 것은 없을테니.
" 어렵네. 음.. 그래도 시-쨩이라면 충분히 귀여우니까 사랑받을 것 같은데? 여자아이의 귀여움은 무기야! 가장 강력한 무기야! "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즈 본인도 귀여운 것을 좋아했고 예쁜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것은 '옳은' 것이었다. 예쁘고 귀엽게 꾸미는 걸 좋아했고 주변에서도 좋아해주었다. 더 깊게 기억될 수 있었다. 무리를 이루었고 친구들을 잔뜩 사귀었다. 그리고 보기에도 좋았으니 된 거 아닐까.
" 어려운 말을 하네. 나는 벚꽃이 좋아~ "
테이블 세팅이 끝났다는 말에 스즈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스마트폰을 집어들고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이 각도에서 음식을 찍고 저 각도에서 테이블을 찍었다. 연신 귀엽다던가 예쁘다던가 맛있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 비록 그 얼굴에는 상처가 나있고 빨갛게 부어있었지만 그래도 당장이 즐거워 웃고있었다. 그리곤 대출혈 서비스라는 말에 또 꺄르륵 하고 웃었다.
" 유명한 스트리머님이랑 사진 찍는거잖아! 야베- 오늘은 기억할 만 하겠어! "
그리곤 또 카메라를 들이밀었다가 순간 멈치하고 말았다. 방금전에 싫어했던 것, 그리고 나쁜 것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2초가 안되는 잠깐의 정지상태 이후 스즈는 금세 주변을 둘러보며 뭐가 좋을지 고민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이번에는 먼저 해주겠다고 했으니까 나쁜 게 아닐테니까. 분명 그럴테니까.
" 그~럼 일단은 여기! 여기서! 스키야키 옆에 앉아줘. 여기서 같이 한 장 찍고.. 그리고.. 아! 여기! 여기 창가 배경으로도! 시-쨩은 인형 있어? 인형 있으면 인형이랑 같이 침대에서 찍어도 귀여울것같아! "
그리곤 또 금세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딱 그 나이대에 걸맞는 행동이었다. 이게 귀엽다던가 저게 예쁘다던가 하는 것들, 그냥 평소처럼 말해도 뭔가 불량해보이고 놀기 좋아해 보이는 말투와 잔뜩 들어있는 비속어와 줄임말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꺅꺅대는 목소리까지. 스즈는 미소를 잔뜩 띄곤 손에 카메라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