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정한 시간이 다가오자, 한 명 두 명. 당신들은 약속했던 장소에 집합하였습니다. 의뢰를 위해서, 혹은 건설적인 행동을 위해서가 아닌, 특별반에 있는 현준혁이라는 동급생이 말했던 신고식을 위해 이 터무니없고 당혹스러운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죠.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지극히 유치찬란한 이벤트이지만 당신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현준혁의 신고식을 하겠다고 말하고 이곳에 모였습니다. 그 이유가 단순한 변덕인지, 아니면 흥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그 곳에는 황금이 있었습니다. 위를 보고, 옆을 봐도. 황금 황금 황금. 반짝이는 빛 덩어리가 가득하였습니다. 이 공간 자체가 정오라는 시간을 표현한듯 눈이 부시는 광경에 당신들이 혀를 내두를 즈음. 토가를 입고, 머리에는 월계수 잎으로 만든 관을 쓴, 양이 두 발로 걸으며 당신들을 향해 다가옵니다. 머리 양 옆에 보이는 말린 뿔과 양 특유의 맹한 눈까지.. 그는 틀림없는 양 이었습니다. 분명 사람의 옷과 두 손, 두 발을 지니고 있지만 양 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저런 비현실적인 존재가 게이트 내부에서 나타났다면 높은 확률로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죠.
"아,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말게."
그런 당신들의 경계를 눈치챈 듯, 양은 손을 앞으로 내밀며 당신들을 진정시키려 했습니다. 확실히 그 어떤 공격의 의사도 없어보이는 양의 모습에, 당신들은 우선 대화를 해보려고 했을까요?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들자 양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짐은 이곳의 황제 시저. 이 모든 황금의 주인이며, 투기장의 주인이지. 그대들의 방문을 환영한다네 영웅의 후손들이여, 이게 얼마만의 객인지 기억도 잘 안나는군"
자신을 시저라고 밝힌 게이트의 주인은 당신들을 환영하였고. 그와 동시에 금으로 이루어진 창문이 서서히 열리자, 창문 너머로 거대한 투기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짐은 인간 손님들은 환영한다네, 그들은 언제나 재미난 광경을 보여줬었거든. 제법 오래전엔 한 인간이 들어와서 투기장을 전부 박살낸적도 있긴 하지만, 그것도 재밌었지." "아무튼 달리 제안할 것은 없고, 부탁이 하나 있다네. 그대들이여, 부디 나의 투사들과 겨뤄주지 않겠는가??"
반짝이는 황금과, 또 황금. 그리고 또 다른 황금.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양?' 월계수 잎으로 만든 관을 쓰고, 자신을 황제라 칭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묘하게 현실 감각이 없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저라면... 그 카이사르 말인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저 존재가 비교적 우호적이고...
- 그대들이여, 부디 나의 투사들과 겨뤄주지 않겠는가??
와 같은 제안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 강철은 뒷머리를 두어번 긁적이며 인벤토리에서 나뭇가지를 꺼내어 손에 쥐었다. 사회인이라면 이런 부조리 정도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법... 이라는 시덥잖은 생각을 하던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질문을 건냈다.
알렌은 침착하게 시저의 말에 긍정을 표했고, 강철은 그 와중에도 조건부터 확인했습니다. 두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던 시저는 커다란 눈동자를 꿈뻑이며 흡족한듯 낮게 웃더니 알렌을 향해 길고 기분 나쁘도록 얇은 손가락을 펼치며 말했습니다.
"양, 이 아니라. 시저"
"그렇게 어려운 싸움은 아닐것이네, 그대들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투사들을 보낼 예정이니까 말이야. 3번 정도 싸워주면 적당하겠군!"
두 사람을 적당히 가늠한 시저는 투기장을 향해 손을 뻗었고, 얼마 안가 투기장 벽면 한쪽에 마련된 철창이 벌컥 하고 열리더니, 머리는 개 이며 육체는 사람과 같은 괴물들이 검과 방패를 들고 어슬렁 거리며 기어나옵니다. 사냥감을 찾으려는 듯 킁킁 거리는 코와, 아주 미약한 소리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쫑긋거리는 귀. 강철이 기억을 되짚어보자, 저것들은 놀이라고 불리는 몬스터들 중에서도 최하급에 속하는 일반병들 입니다.
"둘이서, 일반병이 세마리. 간단하지?" "그럼 바로 투기장 내부로 이동시켜주겠네. 아아 맞아, 혹시 유언으로 남길 것은 없는가?"
여러분들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대답하기도 전에, 시저는 기분나쁜 웃음 소리를 내며 손을 뻗었고, 곧 아직 당신들을 발견 못한 놀 무리들이 기분나쁘게 고갤 두리번거리는 광경만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놀 일반병> x 3 a HP 200 b HP 200 c HP 200 공격 다이스 50~80
기분 나쁘도록 가는 손가락과, 웃음소리. 그리고 유언을 남길것이 있냐는 불길한 물음에 강철의 본능이 찌릿하고 경고를 보낸다. 적어도 이곳이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는것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수 있었지만, 눈 앞에 배치된 세마리... 아니 세명의 병사들은 자신을 시저라고 칭한 존재의 말대로 강함은 그렇게까진 느껴지지 않는듯 했다.
" 놀인가. "
게이트에선 비교적 흔한 개체로, 가끔씩 정예 놀 같은게 나타난다는 경우도 있었던가. 라는 생각을 하며 나뭇가지를 그들에게로 겨눈다.
양 주제에 손가락도 길고 뭔가 기분이 나빠. 오랜 연습으로 웃는 가면을 쓰지만 입꼬리가 꿈틀거리는 것은 막을 수 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대운동회에서는 더한 자들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니 자신을 어필해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질 그녀로서는 이것이 함정이건 아니건 뛰어들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옆에 3명의 사람들도 있고. 여차하면 최선을 다했다 변명삼을 수 있게 한두명 정도 건져서 끌고 튀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