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미가 그 천을 붙들고 있는 심정은 욕심이었다. 그 천을 열심히 기우고 있는 시니카의 심정은 무엇일까. 친해지고 싶은 걸까, 스스로를 극복하고 싶은 걸까,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걸까. 어찌되었건 이것이 찢어지길 바라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같다고 말할 수 있겠다. 미즈미가 속삭인 말에, 시니카는 눈을 깜빡이다 나직이 말했다.
"여유만만이네."
글자로만 쓰고 보면 비웃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대답이다만, 시니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혀 비웃는 어투가 아니었다. 조금의 회한, 조금의 자책, 그리고 조금의 질투. 말에서 맛있는 향이 난다고 하면 이상한 표현일까? 애초에 미즈미가 그 향을 어떻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그렇고, 여유만만이라는 말이 묘하게 정곡을 찌르는 것 같기도 하다. 미즈미는 확실히, 시니카보다 시간적 측면에서 훨씬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조그만 손짓과, 괴상한 주문과, 그에 따라 일희일희가 피어나는 미즈미의 표정을 시니카는 가만히 보고 있었다. 부러워하는 것도 같았다. 안도하는 것도 같았다. 그나마 찢어지는 건 면했나. 애쓴 보람이 없지는 않아. 그러나 맛있어졌다- 하고 확 피어나는 미즈미의 얼굴을 보고, 시니카는 결국 타고난 성정에 이끌려 태클을 걸어버리고 만다.
"...이런 걸로?"
시니카의 눈빛에 잠깐 시선을 돌렸던 메이드는, 여유를 되찾았는지 용기를 냈는지 다시금 시니카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분명 맛있어졌을 거에요,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시니카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미즈미의 오믈렛 위에 메이드가 케첩으로 글자를 쓰는 동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저녁노을 아래로 흐드러지는 벚꽃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쪽을 힐끔 바라보는 미즈미의 시선에 ?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온다.
"무슨?"
미즈미의 오므라이스 위에 무슨 글자가 쓰였는지 알아채지 못한 걸까, 봤지만 별 감흥이 없는 걸까. 일부일처... 라고는 하지만 확실히 시니카가 미즈미를 처나 부의 범주에 들여놓을 생각은 아직 없는 듯했다. 인간이란 참 번거롭다. 마침 그 마음에 어떤 모양의 사랑이 들어가기에 충분한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의 모양에 꼭 들어맞는 사랑이 나타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리는 있는데 모양이 맞지 않아 그 모양을 맞추느라 시간을 소모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마음에 그런 자리마저도 없기에 사랑을 맞이할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마음을 비우느라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어떤 이는 포기하기도 한다. 사랑을 위한 자리를 만들기에는 마음에 올려둔 것들이 사랑보다도 값지다고 생각해서 포기하거나, 혹은 가슴에 쌓인 묵직하고 구슬픈 노폐물들을 들기도 버거워 도무지 치울 수가 없는 경우다. 그런 이들을 사랑하게 된 이는, 오랜 시간을 그들의 옆에서 함께 보내어주면서 그들이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것을 거들어주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게 되기도 하겠지.
시니카의 경우에는 마음에 너무 많은 노폐물이 쌓여 마음의 그릇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진 경우였다. 그릇을 다시 붙여주던가, 새 그릇을 만들어줘야만 한다. 쉽지 않다. 그런 마음을 하고, 시니카는 이젠 제법 아무렇잖은 얼굴을 하고는, 오히려 메이드가 떠나간 것이 홀가분하다는 듯이 카푸치노 잔을 들어올리는 것이었다.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아........." 하고 조금 갈라진 목소리의 대답을 한 렌코는 이어서 말했다. "학생회장."
그것이 '아, 학생회장님' 하고 부른 호격이었는지, '아, 학생회장이다' 하는 술어였는지 아니면 그저 눈 앞의 '학생회장'을 보고 그대로 읊은 낱말이었는지는 뉘앙스에 드러나지 않았다. 이윽고 렌코는 자기가 굉장히 묘한 투로 대답했다는 걸 깨닫고 이어 말했다. "...이시죠." 이미 한 문장으로 성립하기에는 너무 오랜 휴지가 있었지만.
"... 카나가시마입니다, A반의."
그러고서 렌코는, 자기가 그다지 학교에서 눈에 안 띄고 있다는 사실에 깊이 안심했다. 그보다 봉사활동을 하다가 뜬금없이 학교의(그리고 마을의) 높으신 분의 시야에 들어 버렸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몹시 쑥스럽게 느껴져서, 봉투를 든 손을 주머니에 깊이 찔러넣고 돌계단의 가 쪽으로 어정버정 걷기는 했지만 말이다.
먼저 말을 걸어 왔으니 통성명만 하고 매정하게 쌩 가 버리는 것도 아니다 싶어 조금 대화를 이어 갔다.
"회장은 봉사활동... 은 아닌가. 혹시 소원이라도 빌러?" 라면서 존댓말도 반말도 아닌 애매한 말투로. 학교라면 사무적임을 가장해서라도 눈치를 덜 보고 경어를 쓸 수 있지만 이렇게 독대하는 자리에서는... 렌코에게 대화란 어려운 것이다.
학생회장이라는 말을 듣자 자연히 그는 그녀가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학생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돌계단의 가로 걷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키라는 혹시 자신이 그 짧은 순간, 혹시 학교에서 뭔가 실수라도 한 것이 있나 싶어 가만히 생각을 했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고 학교 안에서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진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사자에게 바로 물을 수는 없으니 나중에 학생회에서 넌지시 임원들에게 물어보는게 좋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아무튼 자신에게 묻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녀가 예상한대로 그는 참배를 드리러 온 것이었으니까.
"네. 물론 첫날에 나베를 만들 재료를 바치러 올 때 여기에 오긴 했지만 그땐 뭔가 행사라는 느낌으로 온 것이 강했기에 따로 이렇게 드리러 왔어요. 개인적으로 빌고 싶은 소원도 있었고요.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말이 있거든요. 이 시기에 말이에요."
물론 다른 신사도 다 비슷비슷한 말이 있을테니 이 신사만의 특별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괜히 웃음소리를 내며 그는 바로 앞에 떨어지는 벚꽃잎을 후- 불어 저 편으로 날려보냈다.
"봉사활동이 오늘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활동 내역은 아는 것이 없네요. 괜찮다면 가르쳐줄 수 있을까요?"
조심하라는 말이 무색하게 요조라는 잘 걸었을 것이다. 일부러 사람이 적은 쪽으로 걷고 있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원하는 나무 앞에 서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나무 앞에 제법 한참을 서 있어도, 그 상태로 생각에 빠져 있어도 말이다.
요조라가 나무를 관찰하는데에 문제는 없었지만 약간의 귀찮음은 있었다. 마음대로 하라니까 정말로 따라오고 있던 코세이 때문이다. 그러라고 했으니 따라오는 건 상관없지만, 뭐하는 거냐고 묻는 건 조금 귀찮다. 대답을 해야 하니까. 짧은 한 순간, 요조라는 대답을 하지 말까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전 호시즈키당의 노점에서 간식거리를 제법 구매한 사람의 질문을 무시하긴 좀 그랬다. 인간적으로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서. 그래서 한껏 위로 향하던 고개를 내려 휴, 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코세이 쪽을 보면서 말했다.
"꽃, 이랑... 나무... 보는 중... 이죠... 보시다시피..."
정확히 둘러대기 귀찮아서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꽃과 나무를 보고 있었으니까. 일부러 사람이 줄어들은 시간에 혼자 나올 이유가 뭐가 있을까. 달리 만날 약속도, 만날 사람도 없는 요조라인데. 그런 요조라에게 남는 건 그림 뿐이라, 그림을 위한 풍경 관찰을 하러 나온 거다. 생각하다보니 그것도 물을 거 같아 요조라는 짧게 덧붙였다.
"그림... 그릴, 거라서요..."
이러면 대부분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마 코세이도 그 대부분에 속할 거라고 생각한 요조라는 다시 가던 길 쪽으로 돌아섰다. 이 나무는 다 봤으니 다른 나무도 보러 갈 심산이다. 잠시간 멈췄던 걸음이 다시금 자박거리며 폭신하게 쌓인 꽃잎 위를 걷는다. 그 동안에도 꽃잎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으니,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요조라의 머리와 어깨에도 드문드문 쌓이고 있었다.
이타니 아미카: 102 고백할 때 신중한 편? 사실 아미카는 즉흥적인 면도 있어요. 잠이 많다는 점에서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려다 잠시 잠을 자고 일어나니 바로 이성적으로 행동할수도 있지만 피곤해서 막나갈수도 있어서 꽤나 양날의 검이죠. 그러니까 아미카가 노빠꾸 돌진 고백을 하길 원한다면 안 재우고 굴리시면 됩니다(?) 119 필기구 취향은? 적당한 샤프, 주황색 지우개. 339 기습적으로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로만 레인즈" (로만 레인즈는 프로레슬러로 아미카가 4월 4일에 봤던 대규모 이벤트에서 여전히 기술 건다고 달려가서 안기는 수준의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도 월드 챔피언을 통합시켜서 결말을 망쳐 아미카가 한동안 분노에 찼었다)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모두가 즐거워하는 축제에 'trpg' 라는 괴상한 간판을 쓴 부스에 올 이유는 없다. 특히 누군가와 같이 즐기기위해 온 장소에 와서 굳이 trpg같은걸 누가 할까. 하지만 분명 하는 사람이 있을거라 확신을 가지고 부스를 만든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trpg 동아리의 부장인 그였다. 너무나도 사람이 안 와서 지루하다 못해 눈이 감길 것 같은 시점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지자 겨우겨우 흐를 것 같던 침을 삼키며 엎드리려던 몸을 정자세로 바꾸며 상대방을 바라보고 그는 외쳤다.
"찾아라, 점심도둑놈!!"
이벤트의 이름을 외치고는 시간이 아깝다는 듯 눈을 부라리며 설명을 이어간다.
"사쿠라마츠리를 즐기고자 돗자리와 점심도시락을 가져온 당신! 유부초밥과 맛있는 가라아게, 그리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광어초밥! 따끈하고 짭짤한 미소국을 아름다운 벚꽃나무 아래에서 먹으려던 찰나! 오호 통재라! 누군가가 많은 음식중에 유부초밥만 쏙 훔쳐가버린게 아닌가! 가아암히 새콤달콤 맛있는 유부초밥만 훔친 범인은 누구냐! 이 신성한 신사에서 도둑질을 한 녀석에게 벌을 줘야한다!! 아아, 하지만 주변에는 사람이 가득, 맛있는 냄새가 한 가득! 설령 개가 온다고 하여도 초밥의 냄새는 모르고 매의 눈을 가진 사수가 온다 하여도 많은 인파속의 범인은 못 찾을터! 그렇다면 이 순간부터 당신의 선택이 유부초밥의 생사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