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님의 목소리가 반가운 소리를 전한다. 아마도 사쿠라마츠리인 것을 감안해서 배려해주신것 같았다. 평소보다 빠른 마감을 하고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핸드폰을 확인하자 리리한테 메세지가 와있었다. 책방도 오늘 일찍 마감하고선 축제를 즐기러 간다는 모양이라 오늘은 집에 꼼짝없이 혼자 갈 판이다.
" 이자요이군은 축제 안가는거야? 가면 되게 재밌다는데. " " 집에 가서 할 것도 있고 그래서요. " " 그래도 오늘 일찍 끝났으니 잠깐 즐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내가 태워다줄께. " " 음 ... 그럼 신세 좀 져도 괜찮을까요? "
기왕 일찍 끝났으니까 밀린 일이라도 좀 할까싶었지만 매니저님의 제안에 생각이 바뀌었다. 마츠리를 즐기러가는 다른 알바생들도 매니저님 차에 같이 타서 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성대하게 열리는 사쿠라마츠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들뜨게 만드는지 표정부터 상기된 것이 보인다. 벚꽃나무가 있는 신사 근처에 내려주신 매니저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다른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에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 상당히 성대하네. "
매년 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그 규모가 상당하다. 신사에 가서 참배를 드리려는 행렬도 있고 근처 가판에서 물건을 사거나 가벼운 먹거리를 사는등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그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신사에서 모셔지는 신님은 오늘 신앙을 아주 싹쓸이하고 계시겠네, 같은 생각도 하면서 사람들에게 부딪히지 않게 조심조심 걷기 시작한다.
하루나의 지적에야 꼭 닮은 하트가 허공에 하나 더 그려지는 모습을 보고서 웃는다. 하쨩 벚꽃 잘 피우네! 코로리가 할아버지에게 그렇게 삐쩍 마른 하트를 보낼 거냐고 한 마디 하지 않아도 다시 그려진 하트는 동그랗게 살이 올랐다. 허공에 그린 두 모양은 하트로 보든 동그랗게 살이 오른 벚꽃잎으로 보든 코로리에게 분홍색이었고, 두 남매를 푸른 나무라고 불렀지만 츠무기를 바라보면 보이는 눈동자의 색도 분홍이었다. 벚꽃색으로 만들면 칠해지는 색도 같을테니까, 예쁜 하트를 전할 수 있겠다!
"내일 확인할거야ー"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하교해서 책방에 들어서자마자, 할아버지에게 대뜸 하트는 잘 받으셨느냐 물어볼테니 기한은 그전까지! 코로리는 당부하듯이 말하면서 얄궂게 눈웃음 지었다. 속으로는 제대로 전해주지 못했을 때에 벌칙은 어느게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 얼굴이다.
"그럴리가! 다른 한 그루가 거인의 성까지 닿았다구. 처음 봤을 때는 이만했던 것 같은데!"
코로리의 시야보다도 훨씬 더 아래, 그 쯤에 손을 놓고 키를 가늠하는 듯 높이를 맞춰본다. 3년 전 처음 만났을 때, 14살 먹었던 츠무기의 키가 어느 정도였는지에는 관심없고 정말 작았다고 주장하고 싶은지 손이 놓인 위치가 낮아도 너무 낮았다. 하루나의 머리보다 살짝 더 위에 있는 손을 내려보다 츠무기를 향해 올려다보는 고갯짓이 길다.
"그렇다면 봄의 산타클로스 해볼까!"
두 남매에게 인형 하나씩 쥐어서 돌려보내고 말겠다고 의지가 활활 불탄다. 마츠리에 안 왔더라면 책방 계산대에 흘러내리듯이 엎드려 지루해하고 있었을텐데, 안 데려왔으면 어쩔 뻔 했는지!
"오늘 츠쨩한테는 꽃이 많네!"
마츠리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어느새 귓바퀴부터 가득 채우고 있다. 벚꽃이 만연하고 마츠리를 위해 준비한 노점과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북적인다. 부채질하는 츠무기를 보고는 하루나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몰래 웃으려는 듯 쿠쿠 소리를 낮춘다. 자아, 그럼 알록달록 풍선들이 어딨을까아. 웃지 않은 척, 딴청을 피우며 풍선 다트 노점을 찾는다.
사쿠라마츠리가 한창인 그곳에서 요조라는 어김없이 호시즈키당의 매점에 있었다. 번갈아가며 접객을 맡으시는 부모님 옆에 붙어서 손님이 주문한 걸 집어준다거나, 가지고 있던 색연필과 스케치북으로 간단한 그림을 끼적끼적 그려서 가판에 끼워놓거나 한다. 그러면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 한번이라도 더 띄고 그게 곧 매상으로 이어졌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은근히 매점에 도움이 되고 있었달까.
"자아~ 호시즈키당의 사쿠라마츠리 과자, 하나 어떠신가요~"
아버지가 잠시 집에 가신 사이 매점을 지키는 건 이번에도 어머니와 요조라였다. 어머니는 맑은 목소리로 행인들에게 매점의 과자들을 홍보했고, 요조라는 옆에서 가판의 빈 자리를 채우거나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번씩 보곤 했다. 북적이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요조라의 눈에 모두 똑같이 보일 뿐이었다.
"어머, 학생~ 그냥 다니면 심심하지 않아요? 도라야끼라도 하나 어때요?"
요조라와 달리 붙임성이 좋은 어머니느 마침 매점 앞을 지나던 코세이에게도 말을 걸었다. 자연스럽게 요조라의 시선도 코세이에게 향했지만, 그 시선은 완벽하게 낯선 사람을 보는 눈이었겠지. 어느 날 밤에 보았던 그 피곤한 얼굴을 하고서 코세이를 잠깐 스치듯 보고 마는게 전부였을 것이다.
속이 메슥거리는 것을 부여잡는다. 좁아지는 시야를 힘껏 가눈다. 자신이 들은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같이 공부할래? 도와줘. 우리 그냥 도망갈까?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버리자. 귀가 받아들인 청각 정보들을 머릿속에서 낱말로 조합하느라, 이 불쌍하고 비참하기 그지없는 조그만 생물은 방금 자신이 피식자를 바라보는 포식자의 눈으로 내려다보인 것도 몰랐다. 아니, 머리로는 몰랐으나 극도로 날카롭고 예민하게 단련된 신경은 알았다.
"잠깐만..."
맹독에 취한 것 같았다. 시니카는 얼굴에서 억지 웃음을 풀고, 한결 그녀의 얼굴에 어울리는 신경증적인 무표정이 되어 관자놀이에 지그시 손을 올렸다. 새삼 자신이 많은 부분이 망가져있구나 싶었다. 그와 동시에 피식자이기도 하고 포식자이기도 한, 족제비 같은, 먹이사슬의 최상위에도 최하위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그 중간을 떠도는 중간 포식자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선다. 이 밤을 무사히 넘기지 못하면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또다시 도망치게 되겠구나, 하고,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별 것 아니야. 그냥 조금, 편두통이 있어서."
최상위 포식자가 아무리 해칠 의도가 없다 해도 중간 단계의 포식자에게는 어떻든 그것이 위협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해서 시니카는 최대한 태연한 척을 하기로 했다.
"차가운 물 한 잔이면 괜찮아질 것 같아."
한 번 거짓말을 시작하자 술술 나온다. 표정을 조금 풀고 시니카는 거짓말을 계속했다.
"여기라고 딱히 즐거운 건 아니지만... 여기가 아니라고 딱히 즐거운 데도 없거든."
...그러다, 진실이 조금 섞여나왔다. 상관없다. 틀린 말도 아니고, 거짓에 조금의 진실을 섞으면 더욱 효과적이기 마련이다. 그것이 그렇잖아도 좋지 않은 자신의 상태에 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어보이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카페인이 필요해."
이것도 진실이다. 시지 않은 괜찮은 에스프레소 도피오 한 잔이 가장 좋고, 몬스터 에너지 한 잔도 괜찮다. 여기서 주문한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가 없는 카페에서 제대로 된 커피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게 시니카의 지론이었지만, 일단 나와봐야 아는 것이니 각설하도록 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이런 데도 좋아하는 거야...?"
정신을 조금 차리고 가게를 한 번 둘러본 시니카의 입에서, 미즈미의 입에서 나와야 자연스러울 질문이 나왔다. 시니카라는 여자아이는 서브컬쳐라곤 락과 메탈밖에 접해본 적 없는 머글녀석이었기에, 이런 데에는 오히려 미즈미가 시니카보다 더 경험이 많지 않을까.
캡틴께서는 죄의식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지만, 저번의 극단에 치달은 행동으로 스레의 분위기를 다운시킨 점은 죄송합니다. 시니카를 최대한 안고 가기로 결정했으며, 캐릭터의 처우는 제 스스로 결정하기로 하고 다시는 이런 물의를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또다시 분위기가 다운될까 봐 짧게 말씀드립니다. 또한 이 내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지적사항 이외에는 언급하지 마시고 스루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으로 썰어서 말린 표고버섯을 넣고 라면을 끓여먹었는데, 라면에 표고버섯 넣을 때는 안 말린 걸 넣던가 물에 불리던가 더 잘게 썰던가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3 설익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럭저럭 맛있었는데, 찌개에 넣을 때의 그 푹 익은 말캉말캉한 식감이 안 나오고 조금 질기네 <:3
시끌시끌한 길거리의 분위기는 들뜬 사람들의 목소리도 있겠지만 역시 호객행위를 하는 노점들의 것들도 다수 섞여있었다. 큰소리로 외쳐 사람을 불러모은다던가, 아예 옷을 잡아끄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축제라는건 상인들에게는 대목일테니까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런 분위기는 변한적이 없다. 그렇게 혼자서 천천히 걷고 있으니 나에게도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호시즈키당 ... ? "
들어봤던 이름이다. 분명 화과자점의 이름이었지. 카페에 들르는 손님들도 저 가게의 이름이 적힌 봉투를 손에 들고오곤 했다. 한번도 사먹어본적은 없지만 익숙한 이름이라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돌려서 진열된 제품들을 살펴본다. 그러다 노점에 앉아있는 소녀에게 눈이 갔고 밤산책에서 만났던 소녀라는 것을 깨닫고서는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 여기서 또 뵙네요, 호시즈키양? "
그날 밤에 보았던 피곤한 얼굴을 하고서 앉아있는 소녀는 내 얼굴을 봐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뭐, 누군가에게는 스쳐지나간 하나의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그런건 딱히 신경쓰진 않지만 여기서 다시 마주쳤다는건 중요한 사실이다. 뭐가 중요하냐고? 그런건 별로 중요치 않다!
" 여기서 가장 맛있는게 뭘까요? 집에도 가져가서 나눠먹고 싶은데. "
여러가지 팔고 있어서 고르기 어려웠기에 추천을 부탁해본다. 이런건 가장 비싼게 좋은 법이겠지만 그렇게 사기에는 이번달 생활비가 조금 빠듯한것도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