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라면 당연히 친구들과 함께다. 당연히 아끼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게 당연하다. 사람이 둘이면 추억도 두 배. 사람이 셋이면 추억도 세 배. 그렇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렇게 한 참을 친구들과 함께 이리가고 저리가고 하면서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스즈는 그 쯤에서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먼저들 가 있으라고 말한 스즈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잠깐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즈는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잠깐 뒤떨어져서 쉬었다가려고 했다.
" 벚꽃 예쁘네~ "
떨어지는 벚꽃잎이 보기에 좋았다. 지쳤던 것도 잠시 잊고 스즈는 어린아이라도 된 듯이 폴짝폴짝 점프하며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아챘다. 손을 펼쳐보자 들어있는 벚꽃잎을 보곤 또 으헤헤, 하고 웃으면서 좋아했다. 축제라고 하기에 스즈는 온 몸에 힘을 잔뜩 주었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고 옷 입는 것과 자신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스즈는 그 비싸다는 후리소데도 세 벌이나 가지고 있었다. 연하디 연한 하늘색에 연분홍색 벚꽃이 수놓아져있는, 그야말로 백화요란이었다. 스즈는 벚꽃을 이리저리 채가다가 슬슬 다리가 아픈지 주변을 둘러보다 익숙한 얼굴을 찾아냈다.
" 요 - "
그리곤 스스럼없이 다가가 어깨를 톡 치곤 무표정과 웃는 낯 그 중간 어딘가의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 이라던가 '뭐해?' 라던가 같은 인사가 아닌 요- 하는 한 마디로. 스즈는 혹시라도 자기를 모를까 싶어 '미나미 스즈야' 하고 한 마디를 더 건네곤 '오토하 쇼, 맞지?' 하고 한 마디를 더 건넸다. 그리곤 스스럼없이 옆자리로 가선 앉아도 되겠느냐는 허락따위는 구하지도 않은채 털썩 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머리 위에 손이 올라왔다. 사자랍시고 표정을 이리저리 찡그렸는데, 눈이 이렇게 뜨여서야 놀란 토끼 눈과 다를게 없어졌다. 사자라고 말한지 몇 분이나 지났다고, 노랗게 물드는 붉은 눈이 동그랗다. 누가 사자 머리에 손을 올려! 의 도발에 눈만 깜빡거리며 놀란 티가 난다. 하지만 손에 머리 위에 올라온 것보다 그 말 때문이었다. 잠 자고 있는 걸 깨웠다고 잡아 먹어버리면 그건 혼낸다고 하기에는 과한 처사로 보인다. 애초에 코로리는 혼낼 생각이 있기는 했었나 싶을 만큼 그럴 생각이 없었다! 토끼신님이라고 생각하고는 당근 꿈, 겨울잠쥐신님이라면 치즈꿈을 꾸게 해주겠노라고 하고 있는데 어딜 봐서 혼낸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계에서 같은 신을 우연찮게 만난게 반가워서, 어떤 신인지 맞추는게 즐거워서 그새 잊어먹었던 이야기다. 코로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혹 사자한테 먹히기를 원하는 걸까봐서 고민하듯 몇번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다.
"그런 꿈은 꾸게 해줄 수 있어!"
겨울잠쥐신님은 겨울잠을 많ー이 자서 치즈꿈은 이미 많이 꿨는지도 몰라.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있는 웃음이 당찼다. 겨울잠쥐신님 맞나봐! 맞췄다! 심지어 어떤 신인지도 맞췄다! 짓는 웃음이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난 배부른 고양이의 미소같았다.
"나 당근 먹는 사자 아냐."
당근을 먹는 사자도 있겠지만, 우선 코로리는 아니었다. 인간계의 음식은 신계의 것보다 훨씬 맛있지만 그 중에서도 정크 푸드를 좋아한다. 바삭하고 노릇하게 튀긴 감자튀김을 샛노란 치즈소스에 찍어먹는 걸 즐기는 코로리에게 당근이라니! 과하게 건강하고 싱싱한 음식이다. 일부러 골라내고 빼먹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골라서 찾아먹지도 않는다. 잘 생글이던 얼굴에 옅게나마 불만감이 드러난다. 눈썹이 내려오고 입술을 다물었다. 그러다 매트에만 끌리고 있을 머리카락에서 다른 움직임이 느껴져 그곳으로 기운다. 머리카락이 손가락 끝에서 배배 꼬여 감기고 있다. 겨울잠쥐신님이 닿으면 얼어버릴까? 코로리의 원래 머리카락 색, 신의 모습으로서 갖고 있는 머리카락 색은 흰색 위에서 유리조각에 비친 햇살처럼 반짝이며 다른 여러 색을 담아냈다. 한창 피구하느라 바쁠 학생들이든, 아직도 둘이나 사라진 학생을 찾지 못하는 선생님들이 창고에 들이닥쳐도 문제없을 만큼만 머리카락을 얼려버린다. 체육창고에 별로 들지도 않는 햇빛을 받았는지, 손가락에 감긴 부분 조금이 하얗게 부신다.
"얼어버렸다ー"
머리카락이 풀려나면 다시 새카만 흑색으로 물들여버리고, 이 작은 장난에 웃음을 품었다. 당근은 안 먹는다면서ー 하고 물어보는 목소리 다음은 다시 한 번 풀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옷깃이 잡아당겨지고, 매트를 두들기는게 무슨 뜻인지는 어젯밤 악몽에 깨었길래 단잠을 선물했던 아이도 눈치챌 수 있겠다. 겨울잠쥐신님, 졸린가봐! 어떤 꿈을 선물해주는게 좋을까 계속 고민했지만 코로리는 꿈 없는 잠이 제일 단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잘 자아."
목소리 크기를 조용히 낮추고 소곤소곤 전한다. 이번에는 코로리의 손이 푸르고 짙은, 꼭 아까 전에 세고 있던 고래가 유유자적 노닐던 어두운 바닷빛 머리카락 위로 손을 올리려 한다. 한 번의 쓰다듬, 허락해준다면 체육시간 동안의 쪽잠은 정말로 단잠이 될 것이다!
>>96 :ㅇ 들켰다 원래 칸사이벤 쓰는 거 맞읍니다...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 지내는 중이다보니까 안 쓰는 거구... 메타적인 이유로 과거회상에서도 표준어를 쓸 예정이지만 이건 그냥 고풍스러운 어투에 사투리 섞는 게 너무 어려워서 그런 것입니다... 암튼 가끔 사투리 나오는 거 맞음
>>97 앗 마츠리는 이미 시작했어! 그치만 막레 쓴 다음에 해야 한다면 내일도 오케이야~ 어차피 내일도 주말이니까 시간은 넉넉하구!
>>99 보수파 시민.....? 뭔가.... 어울려.... 그럼 이제 근대 지식 같은 옷을 입은 테츠야 주세요
>>117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아키라는 말 그대로 학교 측에서의 이벤트를 시행할 수 있기 위한 그런 자리의 캐릭터가 필요해서 만든 아이에요. 아무래도 학교 행사나 그런 것은 학생회가 주도하는 편이고 그 대표가 학생회장이니까요. 사실 무엇보다 학생회장 같은 자리를 누가 시트를 넣었다가 빼기라도 하면 어라 좀 위험하지 않나? 싶어서 그냥 학생회장으로 만들었고 그러다보니까 뭔가 나름 이름 있는 명가 설정도 놓고 싶어졌고 가미즈미에서 힘이 있는 산업은 뭘까? 하다가 온천과 스파가 떠오르고 자연히 그쪽으로 힘이 있는 가문을 만들게 되었고 역시 물이 성에 들어가면 좋겠다고 싶어서 시미즈가 되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이 스레의 가장 중요한 컨텐츠 중 하나인 혼인 의식. 이 의식을 치루는 신사도 아무래도 그냥 방치해서 낡게 두면 애매하기도 하니까 그냥 시미즈 가문이 관리하게 되었다..라는 느낌으로 이런저런 설정이 붙었답니다. 아키라는 정중한 느낌과 차분함이 있는 도련님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도련님이 아닌 의외의 모습도 엿보이는 그런 학생회장님이 컨셉이라는 비하인드 이야기는 있긴 하네요!
미즈미는 고상하다는 시니카의 비꼼에 쑥쓰러운 듯 웃었다. '에이, 뭘요. 칭찬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저 빤딱빤딱한 얼굴을 봐라... 저 근거 없는 자신감을 봐라... 오래 산 만큼이나 낯짝이 두꺼웠다. 그러니 인간의 탈을 쓰고 저렇게 헤헤 웃고 있는 거겠지.
"앗, 다행이네요!"
미즈미는 순간 얼굴이 밝아졌다. 저거는 분명 진심, 사심 가득 담은 미소였다. 여즉 아래를 향하던 속눈썹이 미약하게나마 위아래로 팔랑거린다. 자신의 구내만큼이나 시커먼 속을 숨기며 미즈미가 한발자국 다가간다. 얼른 가자는 듯 턱을 한번 주억거렸다. 모든 게 평탄했다. 이대로 가서 이 인간이랑 기깔나는 식사를 즐기고 라인 연락처도 겸사겸사 얻고 운 좋으면 결혼까지... 이 미친 뱀은 초면에도 이딴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보통 이렇게 음침하게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은 연애 못한다.
자신의 궤변이 통하지 않는 것은 알지만, 장막 들쳐내며 가식 떨지 말라 콕집어 말하니 미즈미로서는 곤란했다. 애초에 가식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곤란함에 한 몫 했다. 미즈미는 모르겠다는 듯 능청떨며 고개를 으쓱였다. 라즈베리 향이 예민한 후각을 자극했지만 미즈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물 비린내보다야 낫다. 미즈미는 뭐든 괜찮은 사람이었다.
"음- 좋아! 그렇지만 가끔 내가 존댓말 해도 이해해줘."
존댓말이 입에 붙은 것도 있지만 누구에게는 존댓말하고 누구에게는 반말을 해야하는지 뒤죽박죽 섞여버릴 때가 있다. 그게 복잡해서 그냥 모두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는 거긴 하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신경써야하는 부분이었다.
야호-! 겨우 허락을 얻어낸 미즈미가 기분 좋게 외쳤다. 금방 시니카에게 따라붙는다. 너무 달라붙지 않고, 너무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나란히 걷던 둘 중 먼저 말을 건 것은 미즈미였다
"근데, 아까 가식 떨지 말라는 건 무슨 의미? 잘 보이고 싶은 상대에게 다들 거짓말 하잖아. 초면에 부끄러운 걸 숨기는 게 뭐가 나빠? 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
아예 가식 하지 않으면 제가 신인 것까지 끄집어내야하고 조금만 가식하자면 제 비인간성을 보여야하니 어느 쪽이건 곤란한 건 매한가지였다. 인간들은 무표정한 사람보다 생기있고 밝은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으니 아모쪼록 밝게 있을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