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미는 정말로 개의치 않아했다. 무엇보다도 저렇게 짜증내면서 은근히 신경써주는 상대의 반응도 재미있었다. 오랫동안 교류 없이 살아온 신의 여흥이라면 여흥이었다. 라인 연락처를 얻은 게 일단 브레이크가 된 것인지 미즈미는 한동안 얌전해져있었다. 버스에 돈을 내고 가만히 선 미즈미가 쇼에게 슬쩍 말한다.
"쇼-군 이네요?"
장군다운 이름이다. 미즈미는 이걸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잠시 고민했다.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는다. 인간을 화나게 하면 안되니까 입을 다물기로 결정한 것이다. 스스로의 눈치가 대견해져서 미즈미는 또 뿌듯해진다. 표정 관리에 일가견이 있는지라 별 다른 표정 변화는 없었지만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어서 수상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저는 미즈미에요. 라인 프로필 보셨을까요? 가미즈미의 미즈미-라는 느낌이죠. 제가 이곳에 전학온 것도 운명 아닐까 생각중이에요."
틀렸다. 이렇게 전혀 영양가 없는 말을 늘여놓는 걸 봐서는 라인 메신저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쇼는 이 일을 후회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진행된 일... 어떻게 되돌릴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힘내라 쇼... 둘이 대화를 하면서도 버스는 둘을 목적지로 보내주었다. 운송의 발전이 이렇게 편리하다.
"벌써 도착이네요. 과연 가장 빠른 지름길은 친구와 함께 걸어가는 길이라더니 딱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예고 없이 몰아치더니 떠나는 것도 참 예고 없이 떠난다. 버스에서 내린 미즈미가 손을 크게 흔들며 작별을 고했다. 바로 기숙사로 향했다면 좀 더 동행했을테지만 미즈미는 잠시 교실에 들려야했다. 종종걸음으로 교실로 향하던 미즈미가 허리를 돌려 외쳤다.
할아버지도 참. 나도 이제 공부를 해야하는 고등학교 2학년인데 이렇게 부려먹어도 되는거야? 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일단은 공부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나오긴 나왔다. 훔쳐갈 것도 없어 보이는, 낡은 책방인데도 자리를 비우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혹은 손님을 빈손으로 돌아가게 하기 싫은 모양이었던지. 나는 타고 온 자전거를 한 쪽에 주차시켰다. 오는 길에 땀이 조금 났지만 상쾌한 바람에 천천히 말라갔다. 안에 앉아있긴 싫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야, 봄이잖아. 너무 상큼하게 꽃이 피어서, 마음이 설레었는데 안에만 앉아있긴 싫었다고. 나는 서점 앞에 있는 작은 평상에, 편한 자세로 앉았다. 그러다, 결국 누워버렸다. 간간히 핀 꽃나무의 모습이 밑에서 보니 더더욱 거대해보였다. 잠이 왔다. 가끔 느리게 하늘에서 내려오는 꽃잎이 코 끝에 떨어지지 않았다면, 완전히 잠에 들어버렸을지도. 그냥 눈을 감고 있기로 했다.
" ...? "
눈을 뜨자 핑크색 머리의 소녀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카락의 일부가 내 뺨을 슬쩍 간지럽혔다. 아까 벚꽃이 얼굴에 떨어졌을 때 그 느낌. 마침 둘 다 핑크색이고. 나는 다시 자세를 바로했다.
>>425 아미카는 예쁜 딸을 낳고 싶은거군요!! 그리고..ㅋㅋㅋㅋㅋ 마취에 풀린 다음에 찾는 것이.. 귀여워요! 아무튼 방은 여동생과 같이 쓰고 있군요. 확실히 레슬링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것이 잘 느껴져요! 그 와중에 가방에 들어가는 이불이라니. 엄청나게 큰 이불인가! 또 갑작스러운 고백엔 상당히 약하군요!
그녀는 소년을 따라 서점을 가르키며 슬쩍 웃어 보였다. 여전히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 같은 모습으로- 봄이니까 조금 늦잠 자는 것 정도는 괜찮지요. 평소와 같은 어쩐지 힘 빠지는 말투였다.
“아하하~ 재미있는 표정이네요. 그렇게나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데. 모처럼 봄이지 않나요. 이렇게, 조금은 더 늘어져 있어도 된답니다?”
이쪽으로 들어가면 되는 걸까요? 그리 말한 그녀는 소년을 지나쳐 서점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된 가게의 탓인지 책의 향기에 조금 기분이 좋아진 그녀였으나 그것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일은 없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내 허리를 굽히며 고개를 돌려 다시 소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거기 서생군- 혹시 이곳에서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관한 책은, 취급하고 있지 않나요? 가능하다면 서역이든 구시대의 것이든 상관은 없지만- 잉그릿슈? 는 얼마 없는 그런… 비극적이면서도 행복하게 끝을 맺는 사랑이야기가 읽고 싶은데요.”
최근 세대의 것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이 많으니까요- 그런 생각을 거듭한 그녀는 이내 어느 책을 하나 꺼내 들었다. 최근의 액션 만화에 가까운 것이었으나, 그녀에게는 그것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눈치였다.
>>428 이불은 당연히 휴대용 좀 작은 크기의 이불이죠~! 만약 아미카를 당황시키고 싶다면 다짜고짜 고백하면 됩니다(?) >>429 물론 원서는 어쩔 수 없이 보는 느낌이지만..잠 관련 책은 아미카 나름대로의 조언을 얻기 위해서(?) 읽는답니다. >>430 "프로레슬러들은 다 짝이 있는데 난 없서어어.. 훅 같은 남친이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네에..!" >>431 잠이 취미인 아미카에게 그정도는 기본이죠!
상대방이 무언가, 꿈에서 만난 인물처럼 얘기하고 있었기에, 덩달아 내가 정말 깊이 잠들어서 지금 꿈을 꾸고 있나..싶을 정도였다. 물론 허겁지겁 일어나다 평상 모서리에 다리를 찍혀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 받아버렸지만. 나는 주머니 속 열쇠로 서점의 문을 열었다. 할아버지가 청소를 하고 갔는지 먼지 냄새가 나지 않았다.
" 봄...이긴 한데요. 그래도 손님 앞에서 늘어져 있을수만은 없죠. "
무엇보다, ' 너임마, 손님한테 그러면 안되는거다!'라고 외치는 할아버지의 목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분이었고. 손님이 주변을 보는 사이, 나는 카운터로 들어가려다, 찾는 책이 있으면 찾아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멈추었다.
" 사랑, 사랑이라... 간단한 연애 소설들은 이 쪽 코너에서 찾아보실 수 있을거에요. "
봄,을 중요시 여기는 것 같더니 과연 찾는 책도 사랑에 관한 책이었다. 봄하면 사랑이지.
" 그 책에도 사랑이 나오긴 한데... 메인은 아니에요. "
그 만화책, 전에 읽어봤지만 주인공과 히로인의 사랑이 나오긴 했지만 정말 후반부에 갑자기 나오는 요소였고... 그런 사랑도 개의치 않는 것일까.
느릿한 고갯질이 끝나면 이어받듯이 즐거운 웃음소리가 난다. 재미있는 것만 하고 살던 게으름뱅이가 풋사과라는 별명에 꽂혀 캔버스에 사과 그리고 자수 놓을 과제에 흥미를 느낀다는 점은 참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정말로 애벌레가 되어 풋사과 토와를 열심히 갉아먹는 무임승차자가 될 뻔 했으니까!
"잠을 잘 자야 미인이 되고, 키가 크고, 똑똑해지고, 튼튼해지니까ー 풋사과씨, 빨리 사과씨 해야지!"
그러니 이 과제에 있어서 곤란하게 하는 일은 없을테다! 그렇다면 토와가 잠을 줄일 필요도 없어질테고, 코로리는 더 이상 잠에 대한 위협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다시 방긋 웃는다. 양귀비보다 사과꽃이 훨ー씬 예쁘다구!
"응, 토요일은 풋사과데이! 늦잠 잔 시계토끼 해도 돼ー"
앨리스가 쫓아간, 바쁘다며 뛰어가던 시계토끼는 분명 지각을 했기 때문에 발을 재촉했을테고, 다른 이유라면 모르지만 늦잠을 자서 늦는 건 코로리에게 충분히 봐줄 수 있는 일이었다. 근데, 사실은 내가 늦을 지도 몰라.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는 잡는다구. 일찍 일어나는 애벌레는 잡아먹히는 거야! 주말에는 늦잠 자는걸 좋아하지만 양귀비를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라 토요일 약속에 코로리가 늦을 일은 없을 것이다. 토요일에 확인해보자!
/ 늦어서 미안해 。゚(゚´ω`゚)゚。 얼추 막레로 받을 수 있게 써왔는데, 더 잇고 싶으면 이어도 돼! / 여담으로 토요일 약속을 위해 연락처 공유했다면 풋사과 이모티콘으로 저장했을 거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