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의 마음이 선할 수는 없으나 신은 그것을 헤아리실 테니 괜찮을 것이라고. 풍어신의 경우 희망자의 마음 씀씀이에 상관하지 않는 쪽이지만, 스즈의 말은 틀린 소리가 아니니 지그시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타인의 양심을 저울질하기엔 그 자신부터가 본질적인 선악을 가리기 힘든 존재이므로.
"나는 아무래도 괜찮지만, 정말 이름을 불러도 되겠니?"
풍어신이야 지금만 해도 누구에게도 존대를 하고 있지 않은 데다, 친소관계의 거리감 같은 것에 워낙 둔하니 상관 없다지만 일반적으로 초면에 이름을 부르는 일은 드물다. 그는 천진한 웃음의 소녀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말갛게 휘어지는 미소가 꼭 어린아이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는 지금껏 참 자주 웃고 있다. 신들의 잔정이 이곳에 남은 까닭은, 많은 것에 감사할 줄 알며 구김 없는 모습이 그들에게 어여쁘게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라도 신으로 된 이상 자신을 향한 굳건한 믿음에는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다고, 과거에 어느 신이 그렇게 말한 적이 있더란다……. 스즈의 믿음은 단순한 신앙이라고 하기엔 공고한 지점이 있어 보였다. 자신의 믿음만으로 쌓은 의뢰심과는 다른 종류의 무언가가.
"신기한 믿음이구나. 보이지 않고 물질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데도? 더군다나 이런 믿음은 너희 세대에 가서는 더욱 흐려지기 마련이잖니."
외경의 대상이 되던 자연은 인간에 의해 정복당해 쇠하여 가고, 미지하여 우러르던 세상의 많은 이치가 일개 자연현상이나 헛것으로 치부되는 세상이다. 세상은 바야흐로 토속적인 믿음과 종교에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의 시대에 있다. 신은 말을 마친 뒤에 조금 더 생각을 하더니, 곧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리 덧붙였다. "네 마음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아니란다. 그저 지금 같은 세태에 어떻게 믿음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할 뿐이야."
기도가 끝난다면 스즈에게 어떠한 직감이 스쳤을 것이다. 신이 그 말을 들어주었다는 확신이. 첫 소원을 빌었을 때의 확신이 저 아득한 어느 곳의 대답이었다면, 지금의 것은 귓가에 속삭이는 바람처럼 보다 가까웠으리라. 하지만 신은 시치미를 뚝 떼고선 스즈를 따라가 마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같이 앉지 않고 그는 스즈의 야식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시선을 들 뿐이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지만 스즈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괜찮으니 너 둘 먹어도 된단다. 배가 고프지 않니?"
도시락 양이 많으니 조금 부끄럽다는 건 별달리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고, 둘이 먹어도 되겠단 생각은 아직 하지 못했다. 본인은 저걸 혼자서도 다 먹을 수 있으니 스즈도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한 것이다.
아무튼 다들 좋은 오후에요! 오래 있진 못하고 또 1시부터 일 들어가봐야해서 그리 오래 보지는 못하고 아무튼 다들 점심 맛있게 드시고 컨디션 안 좋으신 분들은 빠른 회복 기원할게요!
그리고 미즈키주는 전에 선관을 이야기하셨는데 혹시라도 생각하고 있는게 있으시다면 임시스레에 써주시면 감사해요! 사실 토박이끼리니까 그냥 서로 존재는 안다 정도로 처리해도 무방해요! 사실 미즈키 정도면 아무래도 아키라도 소문이나 일단 학생회장이니까 존재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을테고. 아무튼 그럴 것 같네요.
>>552 그치? 나도 쓰자마자 어 이거 뭐가 좋은데 싶었어 🤔 건강의 신은 안 생기려나...(? >>553 몸 상태가 그 정도로 안 좋으면 쉬는 편이 좋지 않을까...? 😭 >>554 후미카주 안녕~~~~ 엣 뭐야 부러워 ;3 >>556 캡-하~~ 아 뭐 거창한 걸 생각했다기 보다는 미즈키가 오만 동아리에 불쑥 불쑥 찾아가곤 하니까 혹시 학생회에도 그래도 괜찮으려나~~ 하고 가볍게 확인 받고 싶은 느낌이긴 했지만 🤔 길진 않을 것 같지만 아무튼 임시스레에 남겨놓을테니까 나중에 시간 될 때 천천히 확인 부탁해~~ :3
남은 샐러드를 싹싹 긁어모아 먹는데. 훅 들어오는 츠무기의 말에 놀란 나머지 사레가 들려버렸다. 콜록콜록, 안쓰럽게도 기침을 연신 하는 쇼.
"노, 놀리는 거냐…"
당황한 나머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보인다. 놀릴 의도는 아닌 것 같지만, 미래의 대가수 같은 말을 들으면 부끄러울 수밖에 없잖아. 쇼는 간신히 기침을 멈추고 기운 빠진 얼굴을 해보인다.
"그거야 있긴 한데…"
노래 실력을 썩히면 손해라는 말도 어쩐지 부끄럽다. 그만큼 남이 보기에도 쇼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거니까. 많이 들어온 칭찬이지만 여전히 낯간지러운 것이다. 한편으론 타인의 관심이 마냥 좋기도 했지만.
"그리고 썩힐 생각도 없어."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며 음식을 씹어넘기기를 반복하니, 도시락은 이제 거의 비워진 상태였다. 소스나 밥풀, 부스러기 정도만 남아있고. 옆에 누가 있어서 식사에 집중을 못할 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먹어치웠다. 옆에서 맛깔나게 면치기 하는 소리를 들으니 역시 저녁에는 라멘을 먹어야겠다.
팔을 들어 온 몸을 하늘로 향하던 것이 도인체조인가 했는데. 엔-젤 체조라. 처음 듣는 체조였지만. 그 역시 양생(養生)의 하나겠다 싶다. 기특하기도 하지. 이젠 제 몸도 신경 쓰고 말야. 후유키는 흐뭇하다는 눈으로 시이를 바라본다. 복어 마냥 볼을 부풀리는 시이의 모습은 위협적이기보다는 귀엽게 보이는 것이라, 또다시 작게 소리 내어 웃는다. 열받은 걸 모르는지, 알면서 저러는 것인지. 저 태연한 모습으로 아이 다루듯 하는 것을 보면 역시 앞뒤로 꽉 막힌 것 같은 나이 많은 신이다.
"그래."
고개를 끄덕인 후유키는 시연을 가만 지켜본다. 체조를 끝내며 의기양양한 시이를 보고서 장하다는 듯 작게 손뼉를 쳤을까. 이어진 말에 후유키는 제 어깨를 돌리며 가벼히 몸을 푼다.
ㅋ ㅋ ㅋ ㅋㅋㅋㅋㅋㅋ으아악 그치만 다른 어르신들이 너무 귀여운 걸 어떡해~~ 고전의 낭만으로 승부하는 힉기,,, 오호호 손녀 보듯 하는 후유키....😊
다들 안녕안녕~~~~~ 오늘의 티엠아이... 후미카 말투는 야사시이~하지만 원래 말투는 약간 딱딱해. 물론 어느 정도 예의 있게 말할 때는 하오체나 하게체도 쓰지만~ 위엄 최대로 차릴 때에는 -니라, -ㄹ지라 같은 말투도 쓰는데 보통 인간한테 KAMI간지.를 보여줄 때 말곤 딱히...?🤔
>>578 힉기 할배.. 달이 아름답네요를 들으면 어떻게 저런 노골적인 말을! 남사스러워라!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한 200년 전에는 .oO(개나소나 다 달이 예쁘다 하는구먼. 뜨지도 않았구만.(무상영령은 달 뜨지 않는 밤에 나타남..)) 같은 생각을 했겠지만 지금은 질린다거나 고리타분하다..기..보단 남사스럽다 생각할 거야.😶 뜻하지 않은 유교맨 설정 추가네..😔
입에 물고.. 별건 아니더라도 타인이 보기엔 충분히 놀랄 법 하네.🤔
>>579 (의문의 1승) 따뜻해.. 봄이구나.. 빠지기 딱 좋아(?)
맞아, 류카주의 캐입은 존경스럽지. 나는 옛 단어도 몰라서 사전부터 찾고 비슷한 낱말! 최대한 옛날 거! 하면서 보는데.. 다들 뚝딱뚝딱 뱉어내는 게 멋있어.
>>577 사실 화낼 일이 별로 없어서 그렇게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고 ... 저렇게까지 말할 상황도 상당히 드물것 같은 느낌! >>579 하지만 실제론 귀찮다는듯이 손만 휘휘 저어버리는 코세이를 보실 수 있슴다 ... >>580 밤말은 코세이가 듣는다고 하늘에다 원망하는 소리 + 서마터폰으로 얻은 지식...
코세이가 공포영화 주인공이 된다면 그게 일어날리 없다고~ 하면서 안믿다가 죽는 엑스트라가 분명할거라구요!
>>582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찮아하면 어떡..... 어... 인간한테는 좋은 일이네요 까불지 않겠습니다 신님(?) ㅋㅋㅋㅋㅋㅋ아 그러게... 너무너무 일이 안 풀리면 하늘에 대고 아아악!!!! 하고 소리 지르는 사람도 꽤 있으니까... 필사의 쌍욕이라는 거 이해가 됨🤔
>>583 앗 그건 맞아 시이 귀엽지~ :3 후유키는 좀 더 친근한 의미의 할머니(?) 같아서 좋아. 어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이상한데😨 여유로운 연륜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여전히 대화는 서로 할말만 하고 있는 느낌이었고 그걸 서로 개의치 않아하는 것 또한 특이했다. 그네에 앉아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소녀는 내 말에는 영 반응이 없었지만 이름을 물어보며 내 이름을 말해주었을때는 조금은 유의미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자요이라는 말을 중얼거리는 소녀는 무언가 아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다가,
" 시간이라 ... 멈출줄은 알지만, 당신도 같이 멈추니까 느끼지 못할꺼에요. "
시간을 멈출줄 아냐는 황당한 질문을 던져왔다. 당연히 나는 시간을 멈추지 못하지만 괜히 장난이 치고싶은 마음에 작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고위신이 된다면 시간을 멈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고위신도 아니고 애초에 별의 신이니까. 그런 능력이 있을리가 없다. 그리고 소녀의 눈과 마주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맹한 표정. 그런 모습에 그저 작은 미소만 지어주었다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 호시즈키 요조라 ... 잘 기억해둘께요. "
잘부탁한다느니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대화로 볼때 그런 얘기가 나왔으면 더욱 놀랐을 것이다. 이름도 들었겠다, 잘 기대고 있던 미끄럼틀을 짚고 일어난 나는 호시즈키 요조라라는 소녀를 향해 말했다.
" 이제 밤이 늦었으니까 조심해서 들어가요. 아직 밤바람은 차가워서 감기 걸릴지도 모르니까. "
엉덩이를 가볍게 털어내고 놀이터의 입구로 향하며 얘기했다. 소녀가 계속해서 남아있을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갈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오늘 밤에는 별들이 그녀를 지켜줄 것이다. 별 헤는 밤에 신을 만나는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