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는 자신의 기도가 신에게 닿았음을 확신했다. 누군가가 그것을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묻는다면 스즈는 글쎄? 하고 답하겠지만, 분명 스즈는 확신할 수 있었다. 신께서는 작은 기도도 진심어린 마음으로 한다면 놓치지 않고 들어주신다고 배웠고 어려서부터 '너는 신에게 예쁨받는 아이로 자라거라' 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으니까. 뱃사람도 아닌 네가 왜 기도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스즈는 신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신과 더 가까이 있기 위해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답할 것이다. 일도 마무리 되었겠다, 스즈는 마지막으로 신사를 한 바퀴 돌고 돌아가려고 했다.
" 어..? "
스즈는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흠칫하며 천천히 뒤를 돌았다. 이 시간에 신사에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 뿐더러 어떠한 발소리도,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으니까. 순간 스즈는 자신의 눈 앞에 신이 나타나기라도 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뒤이어 평범한 옷차림과 어디로 봐도 인간인 듯한 모습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그리로 다가갔다.
" 물론 들어와도 괜찮지! "
예의 그 사람좋다는 미소를 지어보인 스즈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손님을 맞이했다. 이 시간에 신사에 찾아오는 이들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담력 훈련이랍시고 찾아오는 무례한 사람들과 진심으로 기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극과 극을 달리는 사람들. 스즈는 한 눈에 봐도 이 사람이 전자의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 신사의 무녀로서 정중히 맞이하기로했다.
" 이 밤에 신사에 찾아오는 사람은 드문데 말야, 발소리가 안들려서 귀신인 줄 알았어.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기도하러 온거야? "
후유키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평생_이고가야_하는_것은 외물(外物)에 얽매이지 않게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자캐에게_불로불사는_축복or저주 저주야. 제지현해. 삶과 죽음은 하나인 것인데. 이치에 맞지 않고, 섭리에 어긋나니 좋아할 수 없네. 자캐가_온전하게_마음을_맡길_수_있는_곳은 🤔. 없어.
순순한 동의가 들어오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발을 떼었다. 안으로 발을 들이며 눈짓으로 이곳의 신들에게 인사를 올리는 행동은 겉보기에는 그저 신사를 구경하는 행동으로 보일 테다. 시선은 곧 눈앞의 소녀에게로 옮겨가 고정되었다. 묵묵한 시선이 소녀를 살피듯 은근하게 머물렀다. 뜻 모를 눈빛이 깊었다. 가만히 쳐다보는 시간이 조금쯤 길다고 느껴질 무렵에야 눈길을 거둔 풍어신은, 조금 틈을 두고 나서 으레 할 법한 인사를 꺼내었다.
"늦은 시간에 찾아와 미안하구나. 이런 밤에도 일을 하니?"
신들에게 눈짓하며 주변을 전혀 둘러보지 않은 것도 아니라서, 지금은 아마도 청소나 정리 같은 걸 하고 있었던 거겠거니 짐작한다. 기도 올린 자의 얼굴을 보러 이곳에 왔으니 이미 용건은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소녀가 용무를 묻자 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나 뜸은 처음 빤히 바라보던 때만큼 길지 않았다. 조금 말을 고르는 정도로, 풍어신은 고민하듯 말아쥔 한쪽 주먹을 턱 앞에 갖다 대었다. 작게 다물렸던 입이 열리며 말을 자아내니 그 대답이 이러했다.
"조난당했단다."
길을 잃은 것도 아니고 조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지만 신의 태도는 언제나와 같았다. 지나치도록 무덤덤한 낯이 당당한 표정 같기도 했다는 뜻이다. 대답을 꺼내기 전까지, 그 찰나의 순간에 풍어신은 열심히 생각을 했다. ……생각을 했지만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살아온 세월이 무색하게도 거짓말을 하는 실력만은 늘지 않아, 후나가츠히메는 아직까지도 거짓말에는 처참할 정도로 서툴렀다. 물론 긍정이나 부정으로 답이 정해져 있는 거짓말 정돈 그도 할 수 있지만 기도 받고 온 신이 남의 신사에 기도 올리러 왔다는 말은 허언으로도 하기가 꺼려져서…… 결국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사실, 느닷없이 나타난 사람이 진짜 귀신이든 사람이든 요조라에겐 상관없었다. 요조라에게 가족 외의 사람은 그저 타인, 남에 불과했다. 무얼 하든 지나갈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려도, 그 사람이 자신은 멀쩡히 산 사람이라고 말해도, 요조라는 줄곧 하늘만 보았다. 멍하니 눈으로 별의 반짝임을 쫓다가 눈 앞이 일순 어두워지자 몸이 굳었다. 그러나 곧 이마에 닿는 온기를 느끼고 굳었던 몸을 풀었다. 손이 닿고 떠나가는 잠시 동안, 요조라의 눈은 그 손에 향해 있었다. 그게 뭐 어쨌냐는 듯한 시선으로 손의 주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죽은 자의 온기인가... 뭔가... 그런 걸지도..."
현실에 그런게 있을 리 없다는 건 물론 요조라도 알고 있었다. 알면서 그런 말을 한 건, 일종의 심술일까?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아무 말일까. 그 사람이 미끄럼틀 옆에 앉는 것까지 따라가던 시선은 더 보이지 않게 되자 자연스럽게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살짝 치켜 뜬 눈은 조용히 조금 전 따라다니던 별빛을 다시 눈으로 쫓았다. 이쪽에서 깜빡, 저쪽에서 깜빡, 연신 깜빡거림을 따라다니다가, 보이지 않는 미끄럼틀 옆에서 들려온 질문에 누운 채 고개를 기우뚱 했다.
"말이... 많은, 귀신 씨네요..."
진짜 귀신이건 아니건, 말이 많다고 생각한 건 참이다. 아니, 오지랖이 넓다고 해야 할까? 숱한 산책 중에 이런 날은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 그래서 요조라는 그냥 대답하기로 했다. 잠시 생각하다가, 그런 대답을 했다.
"별... 좋아해요... 보는 것도, 먹는 것도..."
요조라가 말한 먹는 별은 호시즈키당의 별 모양 화과자를 뜻했다. 아니면 별 모양 초콜릿일 수도 있고, 수제 별사탕일 수도 있다. 그걸 이 사람이 알 리가 없는데, 요조라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고 후드집업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적이더니 부스럭거리는 뭔가를 꺼냈다. 아, 사탕이다. 투명한 포장지에 감싸인 샛노란 사탕알이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반짝거린다. 나오기 전 부엌에 들린 건 간식을 챙기기 위해서였나보다. 요조라는 사탕을 까서 입에 넣고 달각달각 굴렸다. 천천히 녹아내리는 사탕을 머금고 다시 중얼거렸다.
"별이랑, 달이랑... 우리 집이니까..."
별도 달도, 요조라에게는 멀지 않았다. 요조라였으니까. 듣는 사람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들릴 말들을 늘어놓고서 요조라는 태연히 하늘만 보았다.
"흠흠, 모노가타리 시리즈인가- 아아, 그거 참 명작이지. 나는 개인적으로 죽어도 근본, 바케모노가타리가 모노가타리 시리즈 최종으로도 좋다고 생각... 랄까, 겐지모노가타리같은 건 없었는데. 아, 혹시 모노가타리 시리즈가 아니라 그 시키부가 쓴 거 말이야? 으그극, 그거 진부한데... 내가 400년 살아도 평생 읽을 리가 없다구. 남총견견은 또 무슨 씹덕이야기야?"
[ㅇㅇ님이 새전함에 500엔 후원! 씹덕에게 씹덕이야기를 들어버렸습니다]
"이세계 전생이라구 해도, 다 죽는 건 아니란 말이지. 집 앞에 고속으로 달려오는 10톤 트럭에 처박히거나, 강가를 보고 있다가 날아온 괴생물체에게 떠밀려 수장당하거나, 심장마비로 숨이 끊어지기 전에 신이란 녀석에게 불려가거나, 그러지만, 일단 죽진 않는다구. 죽기 직전이지만? 괜찮아, 너는 제법 먹히는 얼굴을 하고 있을테니까 금발 녹안의 사이즈 큰 엘프 부인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거야!"
쉴 새 없이 쫑알대는 말. 이렇게 영업하는 것으론 마치 심장마비 직전에 시공간초월의 차원에서 쾌락신에게 이세계전생을 권유받는 상황 같다. 시이는 자비로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뜸 그런 정신나갈 것 같은 전파 상황극으로 츠무기를 초대한다.
"그러니 소년, 이세계의 핑크머리소악마미소녀를 구원하는 위업을 달성하고 오세요. 그 소녀는 방송에 협조해주는 것만으로도 쉽게 구원받는 허술한 멘헤라니까 어렵지 않을 거라구. 아, 가능하다면 그 미소년 얼굴도 훤히 노출해주면 고맙겠어. 참고로 나는 라이트노벨과 만화책, 여성패션 잡지 코너를 좋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