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날붙이의 신은 눈 앞의 소년을 당장에 구워 삶을 듯한 기세로 응시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주변의 공기를 몰아붙힌다. 그것은 적옥이라고 할 수 있을테지. 방금까지도 감겨있던 눈꺼풀 뒤에 감춰져 있던 것은 그런 것이었다. 그와 함께 주위에선 왜인지 검은 오오라가 피어올라 양갈래로 묶은 머리칼마저 그 기세에 올라 타 두둥실 떠오르는 것만 같은 모습. 그 모습은 신이라기보다는 그야말로 귀신(鬼神)이라는 말이 적격이다.
"흥. 뭐 좋다..."
하지만 이내 눈꺼풀을 닫아 눈을 도로 감추는 것으로 그 고압적인 분위기는 단숨에 진정된다.
"어차피 온전히 따라올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으니. 범인을 상대로 너무 흥분하는 것도 좋지 않겠구나. 이래서야 수라장과 다를게 없지 않느냐..."
홀로 그리 중얼거리는 시로하의 얼굴은 비록 여전히 불만가득으로 퉁명스러웠지만은, 그렇다고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닐테다. 요즈음의 인간계란 칼에 대한 존중이 소홀하니까 말이다. 기술과 문화는 더욱 발전하고, 칼의 비중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미래에 식칼조차 쥐어본 적 없는 인간이 생겨날 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 제아무리 칼의 신이라고 해도 속이 상하는 것이다.
"...후지모리."
이윽고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린다. 소년을 바라보듯 고개를 살짝 추켜올리면서. 그 고갯짓이 지금의 테츠야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
"그대, 자세를 유지하고 있구나. 지금 그대가 하고 있는 것은 잔심(殘心)이다. 베었다는 사실에 안주하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는 몸가짐. 무사끼리의 싸움이란 베었다 하더라도 베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반대로 베이지 아니하였다고 생각했을 때야 말로 베이는 게다. 말하자면 그대가 지금 칼을 들어 상대를 내려쳤으나 실제론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검격을 했으나 상대에겐 그렇게 유효하지 않은 타격일 수도, 혹은 잔당이 숨어 있을 수도, 어쩌면 후지모리 네 자신이 이미 똑같은 꼴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고 할 수 있겠지."
지금의 세상에 있어선 잔혹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칼이라는 철물의 근간 되는 것이었다. 그것 또한 검의 단면이며 이치다. 그것을 먼저 깨우치는 것이 대대로 검이라는 길의 첫 번째 걸음이었다.
"그렇기에 검객의 존재란 모순이 아니겠느냐. 검과 함께 살며 때론 죽으며, 항상 자신의 검에 도취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그럼에도 손에 날붙이가 들려있다면 걸어 나아가야만 한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진솔된 일섬 단 하나만을 얻기 위하여. 즉, 그러한 삶의 방식 자체를 통틀어 이르는 것."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이런 유혈이 낭자한 이야기를 신경 쓸 필요는 없어졌다. 검은 예술품으로서, 검법은 심신수양을 위한 운동이 되어 전해져 내려오며 명맥을 잇고 있다. 오오하모노노가타나누시의 신앙은 쇠퇴하였으나 그 빛은 여전히 바래지 않고 있다.
"그것이 바로 검도(劍道)인게다."
그도 그럴게 지금 이 순간, 그리고 공간이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지금 순간, 그녀의 눈이 가볍게 뜨여 붉게 머무는 것 같았다. 또한, 테츠야는 알고 있었을까. 그 입가는 왜인지 의미모를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검의 이치가 되겠구나."
다만 그것은 숙련된 거합의 칼날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금방 흩어져버렸다. 그렇게 이야기를 끝맺은 소녀가 평소처럼 꾹 닫은 입과 눈으로 소년의 앞에 그저 잠자코 서있을 뿐이었다.
>>837 도검의 신이라는거 되게 멋있어서 오.. 오오.. 하면서 봤다구~~~ 응응. 앞으로 잘부탁해. 다시 한 번 만반잘부!! >>839 스즈즈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마루주가 원하는대로 가도 괜찮아!! 신사의 제일 높은 사람이 궁사인거지?? 그럼 그 사람들끼리 연락하고 공사업체가 들어와서 이케이케 만들지 않았을까 싶네! 시기도 중요할 것 같아! 오래전 일이라면 스즈가 응애일 시절일테니까~~
목소리가 신에게 닿았다. 깊은 해수에 잠긴 눈꺼풀이 올라 어느 곳을 응시했다. 참 간만인 것만 같은 소원이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어느 시기를 지난 후로부터는 직접 배를 타는 선원들이 아닌 한 바다 일은 남의 이야기가 된 세상이다. 젊은이들은 뱃일로 간청하는 사람이 적고 이런 종류의 일에는 영 관심이 없다. 이곳에 바다가 있다 해도 대부분은 해수욕이나 하며 즐거워하지 어선이 떠나는 시기 같은 이야기는 잘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 의미에서, 뱃사람도 아닌 아이가 누군가를 위해 좋은 마음씨로 올린 기도에는 막 잠들려던 순간에 있던 풍어신도 한 번쯤 신경을 기울일 법한 위력이 있었다. 안락한 압력의 물 속에서 그는 느른하게 눈을 끔뻑거렸다. 이 믿음은 제법 달가운 기분이 있어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 신은 잠을 자지 않아도 무관하니 잠이 깬 데엔 불만이 없지만, 다만 한 번 잠에 든 뒤에 몸이 둔해지는 것은 언제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소한 불만을 뒤로 하고 후나가츠히메는 느린 몸짓으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스즈가 막 기도를 끝낸 순간, 어느 곳에서 바람이 불었다. 깊은 산중은 바람이 닿을 만치 바다가 가깝지 않음에도 한순간 바람결에서 소금 냄새가 난 듯도 했다. 이윽고는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도 되겠니?"
뒤를 돌아본다면 발소리도 없이 어느새 다가온 여자아이 하나가 보일 것이다. 야산에서 보기엔 조금 이상할 순 있겠지만, 비교적 일반적인 평상복의 평범한 차림새로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 고개를 기울이는 사람 하나가. 오지 말라 한다면 더 다가가지 않을 것처럼 거리를 두고는 문 앞에서 얌전히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이 가만했다. 인기척도 없이 불쑥 나타난 것치고 풍어신으로는 나름대로 생각을 한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다른 신의 신사에 신으로서 갑작스레 발 들이는 일은 자칫 큰 무례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 나름대로는 사람인 척 해보겠다는 뜻이다. 좋은 핑곗거리가 떠오르지 않으니 야간산행 하던 등산객이라 둘러댈까―하는 적당한 심산인지 풍어신의 낯은 평소와 같이 여유롭게만 보였다. 자신이 밤중에 기묘하게 나타나 기묘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 모양으로.
스즈는 자신의 기도가 신에게 닿았음을 확신했다. 누군가가 그것을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묻는다면 스즈는 글쎄? 하고 답하겠지만, 분명 스즈는 확신할 수 있었다. 신께서는 작은 기도도 진심어린 마음으로 한다면 놓치지 않고 들어주신다고 배웠고 어려서부터 '너는 신에게 예쁨받는 아이로 자라거라' 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으니까. 뱃사람도 아닌 네가 왜 기도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스즈는 신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신과 더 가까이 있기 위해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답할 것이다. 일도 마무리 되었겠다, 스즈는 마지막으로 신사를 한 바퀴 돌고 돌아가려고 했다.
" 어..? "
스즈는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흠칫하며 천천히 뒤를 돌았다. 이 시간에 신사에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 뿐더러 어떠한 발소리도,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으니까. 순간 스즈는 자신의 눈 앞에 신이 나타나기라도 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뒤이어 평범한 옷차림과 어디로 봐도 인간인 듯한 모습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그리로 다가갔다.
" 물론 들어와도 괜찮지! "
예의 그 사람좋다는 미소를 지어보인 스즈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손님을 맞이했다. 이 시간에 신사에 찾아오는 이들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담력 훈련이랍시고 찾아오는 무례한 사람들과 진심으로 기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극과 극을 달리는 사람들. 스즈는 한 눈에 봐도 이 사람이 전자의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 신사의 무녀로서 정중히 맞이하기로했다.
" 이 밤에 신사에 찾아오는 사람은 드문데 말야, 발소리가 안들려서 귀신인 줄 알았어.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기도하러 온거야? "
후유키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평생_이고가야_하는_것은 외물(外物)에 얽매이지 않게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자캐에게_불로불사는_축복or저주 저주야. 제지현해. 삶과 죽음은 하나인 것인데. 이치에 맞지 않고, 섭리에 어긋나니 좋아할 수 없네. 자캐가_온전하게_마음을_맡길_수_있는_곳은 🤔.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