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나중에 제가 직접 처리할테니까 제 책상에 두세요. 그것도 그거지만 새학기를 기념해서 준비중인 이벤트는 잘 준비가 되고 있나요?"
"아. 네! 일단 기본적인 준비는 다 끝났고 남은 것은 상품만 확보하면 될 것 같아요."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학생회실은 새학기가 시작된만큼 상당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올해는 3년에 한 번 가는 수학여행이 있는 해이기도 했다. 새학기도 새학기지만 여름 방학 가까운 시점에 가게 될 수학여행에 대한 준비도 해야만 했고 학생회 임원들은 장소를 몰색하고 있었다. 어디 그 뿐이랴. 새학기가 시작된만큼 모두가 웃으면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기 위한 작은 게임 같은 이벤트도 준비중이었고, 가을에 있을 학교 축제까지. 정말 하나하나 관리하고 계획을 짜야 하기에 보통 바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 당장 모든 계획을 다 짜야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지금 이 시기에 플랜을 어느 정도 계획하고 짜둬야만 차후 준비가 쉬워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금 이 시기는 아키라를 포함한 학생회 멤버들이 바쁘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지만 총책임자인 아키라의 머리는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이것을 해결하면 저 문제가 터지고, 저 문제를 해결하면 이 문제가 터지니 쉴래야 쉴 수 없었다. 그나마 집에 가면 휴식을 취할 수 있었으나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자신은 고등학교 3학년. 공부를 해야만 하니 마냥 쉴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정말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그에겐 꽤 많은 피로가 쌓인 상태였다. 허나 그럼에도 그는 그 피로를 꾹 참으며 자신이 해결해야 하고 결제해야만 하는 서류를 체크하고 있었다.
아무튼 상품만 확보하면 될 것 같다는 그 말에 아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다른 임원 한 명을 바라보며 주말에 자신이랑 같이 상품을 구입하러 갈수 있겠냐고 묻자 그 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갈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어 그는 회계를 바라보며 지시를 내렸다.
"그렇다면 지금 쓸 수 있는 예산을 계산해주세요. 부족한 것은 제 돈으로 해결할테니 괜히 줄이지 말고 정확하게 계산해주세요. 알았죠?"
그렇게 지시를 내린 후, 그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하얀색 노트북을 이용해 이것저것 정보를 탐색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수학여행지로 적합한 장소였다. 수학여행은 자고로 공부의 일환이라고는 하나, 자신은 물론이요. 다른 학생들도 필시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놀 수 있고 쉴 수 있는 그런 곳은 어떨까. 최대한 자유를 보장하되 이탈하지 못할만한 장소가 어디에 있을까. 그러고 보니 최근에 아주 거대한 테마공원이 열린 곳이 있었던가. 아마 이곳에서는 꽤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일단 리스트에 넣어두기로 했다.
"자. 그러면 잠시 휴식하고, 화과자를 먹으면서 계속 일해보도록 할까요?"
이어 아키라는 이전, 호시즈키에서 산 화과자. 당고와 도라야끼 상자를 꺼냈다. 몇 개는 먹긴 했으나 학생회 임원들에게 나눠줄 것은 있었다. 그것을 학생회 임원들에게 나눠주며 가장 마지막에 남은 당고와 도라야끼를 챙긴 그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카페에서 미리 사 온 얼그레이 홍차를 쪽쪽 빨대로 마시면서 모니터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호타루마츠리를 하려나. ...한다고 한다면 미리 같이 즐길 사람 정도는 정해두는게 좋을까. ...뭐, 적당히 학생회 멤버나 혹은 친구들에게 말하면 될 것 같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아키라는 계속해서 시선을 모니터에서 떼어내지 못했다. 홍차를 쪼로록 마시며 여러 페이지를 뒤적거리며, 요금을 적고 그것을 비교하는 모습은 꽤 능숙한 모습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피곤한 것은 있는지 그는 입을 손으로 막고 작게 하품을 했다. 반에 있는 그 여학생처럼 자신도 조금만 잠을 잘까. 그렇게 생각을 하나 차마 그러진 못하며 그는 자신의 다리를 살짝 꼬집었다. 통각이 강하게 느껴졌고 아키라는 뒤이어 자신의 양 뺨을 두 손으로 아주 가볍게 톡톡치며 졸음을 이겨내려고 했다.
'잠은 집에 가서 자면 돼. 일단 최대한 할 일을 하자. 수학여행지도, 다른 것도 아직 다 못 정했으니까. 그리고 새학기를 기념한 이벤트도 말이야.'
밤에는 신사에 오면 안된다는 것은 불문율이다. 이유라면 여러가지가 있다. 밤이 되면 온갖 것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이유도 있고 신이 밤에 찾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으로 믿는 이야기라면 밤이 되면 온갖 것들이 모여든다는 이야기. 비단 그런 이야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숲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불이 다 꺼진 신사는 어딘가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기에는 충분했다.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빌기 위해 신사를 가끔 찾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다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였다.
" 했고. 이것도 했고. 이것도.. 했고. "
바꿔말하면 매일 신사에서 지내고 이런저런 일을 돕는 스즈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밤이 되면 온갖 것들이 모여든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었고 그게 위험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밤에 신사를 거닐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신에게 예쁨을 받는 아이'로 자랐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많은 신이 자신을 지켜주고 그 뒤를 밟으며 따라와주고 있다고 굳게 믿고있기 때문이었다.
새빨간 치마에 새하얀 상의, 그러니까 무녀복을 정갈하게 갖춰입은 스즈는 이래저래 빗자루질을 하고 여기저기를 닦고 정리했다. 그리곤 밤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 볼을 스치는 것을 느끼며 신단 앞에 서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기도했다. 오늘 하루를 아무 일도 없게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어제보다 더 좋은 오늘을, 내일보다 덜 좋은 오늘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리고 오늘보다 더 멋진 하루가 될 내일을 주시기를. 고개를 든 스즈는 뭔가 생각난듯 아! 하고 눈을 반짝였다.
" 내일은 배가 나가는 날이에요. 풍랑을 거치고 나아가는 분들에게 안전을 약속해주세요. 가는 발걸음과 오는 발걸음에 함께해주셔요. 부디 그 사람들이 빈 손으로 돌아오지 않게 허락해주셔요.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에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부디 신님께서 함께해주셔요. "
미소를 지은 스즈는 아무런 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신이 그 기도를 들었음을 확신했다. 그렇기에 스즈는 당당하게 '감사합니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