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낮은 많은 생물들이 깨어나 움직이니 밝은 기운이 가득하고 밤엔 쥐죽은듯이 잠을 자니 음침한 기운이 감돈다고 하던가. 누가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내 머릿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기억이다. 뭐 내가 생각해도 맞는 말이니 반박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밤은 너희들의 생각보단 활기가 넘친다.
" 그 놈의 전기가 뭔지. "
칠흑 같은 밤은 이제 먼 과거의 일이 되었다. 불을 사용하게된 인간은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지만 전기를 사용하게된 인간은 오히려 어둠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덕분에 밤은 더이상 어둡지 않으며 오히려 밤의 유일한 빛이었던 것들을 가리고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을뿐 그것들은 언제나 자기 자리에 묵묵히 존재할 뿐이다.
" 마실이나 나갔다와야지. "
별의 운행은 내가 없어도 대부분 잘 돌아가는 편이지만 가끔 삐끗할때가 있다. 예전엔 그렇게 삐끗해도 아무도 모르니까 괜찮았지만 지금은 인간들이 너무 똑똑해져서 그렇게 삐끗해버리면 난리가 난다. 그러니까 밤에 계속 운행을 지켜보아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밤이 밝아졌다한들 많은 생물들은 잠을 잔다. 밤 특유의 고요함은 아직도 길거리 곳곳에 잔잔하게 가라앉아있다. 그런 고요함은 좋아하지만 그래도 밤에 계속 깨어있는 것은 심심하기 마련이다. 여동생과 얘기라도 나눌까했지만 그녀는 그녀대로 바쁠테니까 오늘은 조용히 마실이나 나갔다오기로 마음 먹었다.
가로등이 켜져있는 길거리는 이따금 전구의 필라멘트가 떨리는 소리 이외에는 작은 곤충소리만 들려올뿐이다. 도시는 가로등에서 소리가 안난다는데 이 시골에는 언제쯤 그 가로등이 들어올런지. 하지만 그런 소음이 싫지 않았기에 그저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렇게나 옮기던 발걸음은 어느새 놀이터로 향해있었고 아무도 없어야할 놀이터에선 칠이 되지 않은 그네의 소리가 들려왔다.
" 그건 베텔게우스. 오리온의 왼쪽 어깨랍니다. "
누구인가하고 다가가봤더니 소리의 주인은 어느새 미끄럼틀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여긴 시골이라서 별이 좀 더 많이 보이긴하지. 가까이 다가가자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녀의 시선을 쫓아바라본 하늘엔 오리온 자리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도저히 그 작은 몸에서 나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뒷걸음을 치며 괴상한 음성을 내었다. 전혀 글러먹었다니, 그야 옆에서 잘 하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못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나름 잘 했다고 보는데!
콜록거리는 그녀의 옆에서 그도 자신이 낸 목소리에 대한 반동으로 켁켁 조아리다 '큼!' 하고 소리를 내어 목을 진정시키고 처음부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장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옆에서 계속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마치 되새김질이라도 하는 듯 경청은 했지만 제대로 이해는 되지 않아서 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속으로만 당황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또 다시 안 좋은 결과를 내면 또 저 작은 몸에서 엄청난 호통이 날아올거라는건 초등학생이라도 학습할 수 있었다.
"어..어, 응. 아.. 아니, 예."
그래도 발을 앞으로 딛으라는 말은 들어서 왼발을 앞으로 들이밀었다. 상완근.. 상완근..? 상완근은 어디에 붙어있는 근육일까. 어깨에 있는게 아닐까 추리를 하며 자세를 하나하나 조정해주는걸 겨우겨우 고정시켰다. 아니.. 고정당했다. 이건...정말로 일반적인 고등학생들의 검도부체험이 맞는걸까? 라는 의문을 떠올리기도 전에 그는 옆의 그녀가 내는 지시를 따르는데도 고역인지라 그런 의문을 제시할 수는 없었다.
"핫!"
어떻게든 자세를 계속 유지하라는 그 말만 기억하고 어떻게든 기합만 내면 만족해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다시 그리고 최대한 세게 죽도를 휘둘렀다. 자세는 물론 전에 했던 것 처럼 머리를 때리는듯한 자세였다. 이제는 어깨말고도 뭔가 다른쪽의 근육들도 땡겨지는 감각을 느끼며 휘두른 후 '휴우.' 하고 숨을 쉬었다. 과연 결과는 어떨까, 하고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마음으로 옆에있는 그녀의 표정을 살짝 흘겨보았다.
"같이 여행을 떠나고 싶느니라." "여가 지금껏 하늘 아래에서 살아오면서 본 경치라곤, 고쿄의 고궁과 가미즈미의 풍광이 전부였노라. 그러니 여행이 좋겠구나." "나란히 손을 잡고, 고민할 일도 미련가질 일도 고이 접어 내려놓고, 자전거 앞자리 뒷자리에 나누어앉아서, 때로는 기차나 비행기의 옆칸에 나란히 앉아서... 여의 등을 내어주는 것이 더 빠르겠다만 요즘은 여권이라는 것이 있어 정식으로 다른 나라를 드나들고자 하면 비행기를 타야만 하겠더구나. 그래, 생각해보면 비행기도 타본 적 없다. 꼭 한번 타보고 싶구나. 그렇게 온 세계 천하명승을 질릴 때까지 관람하다가, 어느 날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양지바른 언덕에 돌아와서 나란히 눈을 감고 햇살을 받으며 느긋하게 함께 영영 깨지 않을 낮잠에 빠지고 싶느니라. 삶이 한낱 꿈이었다는 듯이."
요조라는 혼자가 편했다. 어릴 때부터, 체질이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후부터였다. 혼자만 다르게, 느리게 흐르는 시간에 또래 아이들은 따라오지 못 했으니까. 그래서 일찌감치 어울리는 걸 관두고 혼자 겉돌았다.
밤산책 역시 혼자 놀며 생긴 취미 비스무리한 거였다. 가끔 오빠가 같이 가줄까 하고 물어왔지만 매번 사양하고 혼자 나왔다. 조용하고 어두운 주택가를 마냥 걷기만 하다가 이 놀이터를 발견한 후론 늘 여기로 왔다. 어느 날은 그네에서, 어느 날은 미끄럼틀에서,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보고 별을 헤아렸다. 그렇게 별을 세다가 금방 들어간 적도 있고, 날이 밝은 적도 있었다. 항상 달랐지만 같은 부분도 있었다. 어느 날이건 혼자 나와 혼자 있다가 혼자 들어갔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었다.
"...에..."
하늘에 큼지막하게 보이는 별자리를 더듬으며 저게 뭐더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요조라의 것이 아닌 목소리가 들린다. 뭐지. 뭐야? 핸드폰 켰나? 하지만 어시스턴트 목소리가 아닌데? 뭐지? 수많은 의문이 요조라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눈 한 번 깜빡일 짧은 순간이 지나고 요조라는 고개를 돌렸다. 머리카락과 후드로 가려진 사각지대 너머를 보자 거기에 왠 사람이.
"...귀신...?"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어서 인기척도 발소리도 못 들은 요조라에게 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그야말로 귀신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이 보기 흔치 않은 하얀 머리카락을 하고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요조라는 여전히 미끄럼틀에 누운 채로 후드 속 눈을 깜빡였다. 깜빡깜빡, 정체 모를 사람을 빤히 응시하다가, 다시 하늘로 시선을 슥 돌리며 중얼거렸다.
"귀신도... 별을 좋아하나..."
아. 이거 빨리 해명하지 않으면 요조라 안에서 이 사람은 귀신으로 확정지어지는 흐름일지도. 그러거나 말거나 요조라는 눈으로 별과 별 사이를 쫓으며 오리온의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692 엉? 그런 질문이 있었고만! :3 반려... 사실 연애를 전혀 상정 안 하고 짠 캐라 잘 모르겠는데... 🤔 뭐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한다면 뭐든 오케이, 인 느낌 아닐까 🤗 그래도 꼭 해보고 싶은 걸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같이 슬라임 설치(?) 는 농담이고 "아, 지금 하는 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랑 협동해야 깰 수 있는데 그거 시켜야지." 같은 나사 하나 빠진 대답 해놓고 실제론 동거 같은 거 바라지 않으려나 🤔 음흉한(?) 이유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다던가 그런 게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니까. (부모님 금슬이 좋으신 편)
그리고 위에 흥미로운 질문이 있군!!!! 후미카는 반려가 생긴다면 어.......... 사실 본인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쪽이라서 주체적으로 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지는 않을 것 같아... 그렇지만 연애라는 건 같이 맞춰야 한다는 건 알아서 일단 요즘 유행이 뭔지 다시 생각해본다... 천 년 전 쯤에는 연서 쓰기가 정석이었는데 요즘은 뭘까...🤔 데이트,,? 라인,,,?을 한다는 건 알지만 그게 정확히 어떻게 하는 거지,,,?
그렇지만 한참 생각하고 인터넷 검색해봐도 딱히 답이 안 나와서 "데이트는 어떻게 하는 거니?"하고 물어볼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노답)
>>706 뭐 어느정도는 그 나잇대 애들이 가질만한 로망이 아닐까 싶구~~ :3 >>707 연서 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월이 느껴지는 대답이다 :3 >>708 고러취 게임은 중대사항이지~~ 뭐 미즈키가 바라는 건 알콩달콩 꽁냥꽁냥 보다야 가족처럼 편안한 분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겠지마는 🤔 단순 설레고 좋은 연인 보다는 연인이자 같이 뻘짓 하며 놀 수 있는 친구이자 편안한 가족 같은...? 뭔가 설명이 어렵긴 한데 암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