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 쇼주 어서오세요! 정보만 담겨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서두는 꾸며져있으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문득 들어서요. 나ㅁ위키에서 문서 앞쪽에 문서가 속한 분류를 표로 보여주는 것처럼 같은 반이나 동아리 학생, 아니면 어장을 진행하며 결성된 관계(예를 들면 밤의 신 쌍둥이라던가)를 묶으면 좋겠다 싶어서!! 열심히 했어요!
요조라가 가게에 나오지 않는 이유는 언제 잠들지 모르기 때문도 있었지만, 말이 느린 것도 이유였다. 세월아 네월아 늘어지는 속도로 하는 설명은 아는 사람이나 받아주지 모르는 손님에게는 답답함 그 자체다. 손님분 심성이 고와서 요조라의 말을 기다려준다고 해도, 요조라 본인이 원하지 않기도 했다. 자신 때문에 손님의 시간이 낭비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방금의 긴 설명을 하면서도 요조라는 티나지 않게 손님의 눈치를 몇 번 봤다. 눈치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손님이 시간에 쫓기는 중인지 아닌지는 파악할 수 있다. 요조라의 긴 긴 설명이 흐르는 동안 손님은 시계를 본다거나 초조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급한 손님은 아니었나보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요조라는 도라야끼를 집었다. 그리고 한 입 물고 느릿느릿 우물거리다가 손님의 말에 힐끔 눈을 들었다. 요조라의 시선은 그런 건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다는 느낌이었다. 한 입 삼키고 나서 느릿한 대답이 이어졌다.
"오빠가... 초콜릿이랑, 과자도, 만드니까... 번갈아 먹으면... 안 질려요..."
저기, 라면서 요조라가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이제 보니 가게 안엔 화과자 진열장 말고도 다른 작은 진열장이 더 있었다. 유리로 만든 보석 상자 같은 진열장 안에는 몇 종류의 초콜릿과 기본에 충실해 보이는 과자 몇 종류가 진열되어 있다. 요조라는 도라야끼를 한 입 더 먹고 중얼거렸다.
"질린다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네..."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을 흘려놓고 손에 쥔 도라야끼를 마저 먹는다. 다 먹은 요조라는 시식을 끝내고 주문을 고른 손님을 보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빈 포장지와 종이 접시를 가까이 있던 쓰레기통에 정리한 뒤 잠시만요, 라고 말하곤 미리 준비되어 있던 포장용 박스를 꺼냈다. 당고용 하나. 도라야끼용 하나. 그리고 시식을 꺼낼 때와 같이 부지런히 움직여 각 박스에 내용물을 채웠다.
도라야끼는 이미 본 포장 상태로 차곡차곡 담겼지만 당고는 꼬치로 된 쪽이 담겼다. 한 꼬치는 네 알씩이었고 꼬치 끝부분에 손톱만한 초콜릿이 꽂혀서 알이 빠지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초콜릿은 벚꽃잎 혹은 찻잎의 색과 모양을 해서 계절 메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요조라는 흠이 나지 않게 잘 담은 박스들을 들고 카운터로 돌아갔다. 카운터 위에 잠시 박스를 올려놓고 포장할 준비를 부스럭 부스럭 하면서 대답했다.
"마음에 들면... 자주 오세요... 아빠랑 엄마도, 그런 거에... 보람을 느끼시니까..."
그 말을 하며 카운터 아래에서 뭔가 꺼내다가 쿵, 소리와 함께 윽, 한다. 고개를 들다가 부딪혔나 보다. 곧 으이이... 하는 소리를 내며 카운터 위로 고개를 든 요조라. 꾸물꾸물하지만 제법 성의를 담아 각 박스를 지끈으로 묶고, 커다란 봉투 하나에 기울어지거나 치우치지 않게 박스를 담는다. 그리고 끝인가, 싶었지만 카운터 밑에서 작은 유산지 뭉치를 꺼내 봉투 안에 넣었고 그대로 내밀며 말했다.
토와주 마루주 어서오세요! 요조라주는 어서오시는 동시에 다녀오세요~ 저는 좋은 하루를 보냈답니다. 음, 색이 눈이 아프긴 하네요. 채도와 밝기가 낮은 색이나, 아예 흑/백 배경으로 하는 것도 괜찮을지도요? 그리고 신과 인간 두 줄을 세로로 나눠서 가로가 여섯 칸이 되면 모바일에서 여섯 글자 이상인 이름이 줄넘김된다는 소소한 점이 있네요. 조금 더 가독성을 따진다면 가로로 나누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요 양귀비는 왜 잠을 못 잤을까ー? 코로리의 시선이 책상을 향했다. 책상에 이런저런 책들이 놓여있고, 방금까지도 펼쳐보고 있었던 듯 펼쳐져 있는 부분을 슬쩍 훑어보았다. 잠 잘 자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코로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다. 캐모마일은 무슨 색이었더라, 흰색? 이 말했던 대로 신한테 공물이라도 갖다 바치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었다. 공물은 다 고맙지만 있지, 나한테 조금 더 예쁨받고 싶다면, 기왕이면 방울이 좋아. 아가 손에 꼭 쥐어질 만큼 조그만게 귀여워. 아가양이 폴짝폴짝 뛰노는 소리ー. 방울 말고 다른 거? 후링이랑, 인형한테 먹일 목화꽃. 후링은 내가 좋아하고, 목화꽃은 인형이 좋아해. 하지만 공물을 받지 않아도 코로리는 이렇게 친히 못난 양귀비라면서도 단잠을 선물하러 왔다. 일이니까!
"마약은 나빠."
아편은 덜 익은 양귀비 꽃봉오리에 상처를 내서 배어난 것과 양귀비 꽃씨를 통해 만든다. 활짝 피었다고는 했지만, 양귀비에 상처가 났다니! 잠도 제대로 안 되는 못된 아이가 담배도 피는데 마약까지 해버린다니! 코로리는 짐짓 단호한 표정을 짓고 손가락을 휘휘 저었다. 상처 받은 척이라지만, 그래도 상처 입었다는데 매몰차기도 해라!
"마법에 걸리면 양귀비는 시들 거지만ー 캐모마일은 피었으니까 작별 인사는 나중에 해도 돼."
코로리만이 맡을 수 있는 이 꽃단내가 사라지면 원래 흰 양귀비는 있는데, 빨간 캐모마일은 없나! 에게서 풍기던 캐모마일 향만 남을테니까, 그 때는 캐모마일이라고 불러줘야겠다ー. 코로리는 무슨 마법이냐고 묻는데 답은 하지 않고 빙그레 미소지었다. 마법이라는 신비한 뜻을 가진 단어를 대놓고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나쁜 일은 없으리란 기분이 들게 만드는 묘한 미소였다. 상냥하고 따스해서 잠에 빠질 때처럼 경계감이 허물어지는 그런 미소.
"네에, 허수아비 씨."
손이 쭉 뻗더니 당신의 머리 위로 향한다. 피하지 않는다면 통, 통, 통ー 하고 가벼운 쓰다듬이 세번 있고서 손은 다시 내려올 것이었다. 오늘밤부터 총 세밤, 모레가 끝나면서 지나가는 밤까지 단잠을 잘 수 있는 마법이다. 악몽도 꾸지 않을테고, 악몽이 아닌 다른 꿈도 꾸지 않을 것이었다. 아침에 지각을 하지 않아도 개운하게 느껴지는 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고, 혹시 모른다. 기억하지 못할 꿈에서 왠지 방울 소리가 들린 것 같단 기분이 들지도!
샤라쿠가 쓰다듬는걸 허락하지 않았다면 여기서부터 아래 두 줄은 무시해줘!
"마법은 이미 시작됐어. 파이프는 오늘로부터 세밤 후에 돌려줄게?"
마법이 끝나는 세밤 후를 약속했다. 돌려준다면서 코로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몇학년 몇반인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담배 아니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