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리는 이럴 때 정말로 억울했다! 잠을 자지 않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이 꽃단내가 얼마나 진한지, 하룻밤만 제대로 못 자도 얼마나 풍기는지, 며칠을 연달아 잠을 설치면 머리가 아플 정도로 독하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아무리 좋은 향이라도 깊고 짙어 제대로 흩어지지도 못한채 고여서 가라앉으면 악취다. 지금 향 섞이니까 어지러워! 에게서 나는 꽃단내가 그렇게까지 진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스스로 맡아본다면 왜 양귀비라고 부르는지 알게 될테니까!
"캐모마일 묻은 양귀비."
목도리가 사이의 벽으로 세워지자, 코로리는 양귀비 향 사이에서 다시 캐모마일 향을 맡았다. 캐모마일 향을 맡기 싫은지 거리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양귀비는 안 예뻐."
인간들 사이에서는 양귀비가 미인의 대명사로 쓰인다지만, 코로리에게는 제때 안 자고 피곤해하는 자이자 주업무의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서 예뻐보일 리가 없었다. 예쁘다기보다는 안쓰럽고, 잠을 일부러 자지 않은 거라면 조금 투정 부릴 수 있을 만큼 밉기도 했다. 코로리는 옆 자리에 의자를 끌어서 앉았다. 의자에 앉고서도, 시선은 빤히 못난 양귀비! 를 향해 있었다. 친구 만들기, 볼 일, 의뢰 등이 나열되는데 그 중에서 고르자면 볼 일이 있는 쪽이었던 코로리는 손가락 두개를 폈다.
"2번인데, 위로는 무슨! 뿌리 뽑으러 왔거든ー"
캐모마일 향이 올라오니 질색을 한다. 코로리에게는 지금 두 가지 향이 섞여서 고문이다! 파이프를 뺏으려는 듯이 손을 뻗었다.
참고로 꽃단내는 양귀비 향이 아니야! 꽃에서 날 법한 플로럴한 단내일 뿐인데, 코로리가 멋대로 잠이 필요한 자들을 양귀비라고 부르면서 향 또한 양귀비 향이라고 부르는 것 뿐이야. 어차피 맡을 수 있는 것도 코로리밖에 없고..... 하필 수많은 꽃 중에 양귀비를 고른 이유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수면의 신, 히프노스에게서 설정을 조금 따왔어. 히프노스는 양귀비 꽃으로 가득한 지하세계 동굴에서 잠만 자고 있다고 해 (*´ω`*)
코로리는 현재 절찬리에 그 섞인 향을 맡고있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1인은 그저 다시 거리를 벌린 선배의 행동에 안심하며 목도리를 내렸을 뿐이다.
" 선배는 양귀비를 별로 안좋아하시나 봐요? "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귀비를 예쁘다고 하지만, 선배처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테지. 이쪽도 사실 양귀비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사건을 다방면으로 봐야 하는 탐정에게 다른 사람의 의견은 항상 중요하다. 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강하게 어필할 생각도 없었다.
" 그치만 이 후배님은 양귀비를 닮지 않아서 예쁘지 않은가요? "
양손으로 꽃받침을 하며 선배와 눈을 맞추었다. 졸려서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걸까? 아무튼, 양귀비는 붉은색이지만... 이쪽의 머리는 하얀색이니까. 눈이 붉다곤 해도 양귀비보다는 장미에 가까운 색일까?
" .....꽃은 뿌리를 뽑으면 죽는데요? "
고작 꽃받침 한번 했다고 이렇게 잔인한 형벌이 주어져도 되는걸까? 머릿속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다가도 이내 제정신을 되찾고는
" 잠 잘자는 방법이라도 알려주시려구요? "
질문하고서 파이프를 빼앗으려는 손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잠을 못잔게 크긴 컸다) 파이프를 뺏겨버렸다. 추욱 늘어져 슬픈 눈으로 파이프를 쫓으면서도 입은 쉬지 않았다.
" 담배 아닌데요... 무려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는 캐모마일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흡입해도 괜찮은 양으로 희석해서... "
>>575 특히 코로리가 못난 양귀비! 라고 할 때까 제일 좋다!(?) 잘 어울려! 어엄 근데 과연 코로리가 요조라의 체질을 어떻게 도와줄지 궁금하긴 하다~ 요조라는 아예 못 자는 건 아니니까! 코로리의 도움을 받으면 수면 패턴이 제대로 돌아오게 되고 그럴 수 있을 걸까나? 오잉?
다르게 말하자면, 일주일 동안 매일매일, 하루도 쉼없이 주7일제 근무 중인 직장인에게 가서 '당신의 주된 업무를 제공하는 원인을 좋아하나요?' 라고 물어본다면 100이면 100 그렇지 않다고 답하지 않을까! 심지어 코로리는 몇 년 일한 것도 아니다. 휴가도 없고, 휴직도 없고, 퇴사도 없는 세상의 톱니바퀴이다. 그래도 싫어하지는 않았다. 조금 미울 수는 있지만,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들이다. 안 좋아한다고, 못났다고 해도 잘 잠들면 좋겠다. 이자요이 코로리, 인간계에 내려오며 지은 이름처럼 달이 지기 시작해 어두워지는 밤 꿈도 없이 단잠에 들면 좋겠다. 나 좀 멋있는 신 같다!
"너?"
못난이 양귀비가 뭐래? 가 하는 말에 코로리는 눈을 깜빡거렸다. 예쁘지 않느냐고 꽃받침까지 해오는 모습에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조목조목 생김새를 뜯어보았다. 하얀 머리카락, 붉은 색을 가진 눈동자, 세이 색이다! 이런, 예쁘다는 평을 내리기에는 생각이 다른 길로 새었다. 코로리의 쌍둥이 오빠가 인간계에 내려오면서 검은 머리카락은 새하얗게 칠하고 붉은 노을빛 눈동자는 남겨두었다. 코로리는 마저 이목구비를 살펴볼 새도 없이 머릿속에 쌍둥이 오빠를 떠올렸다. 갑자기 떠오른 쌍둥이 오빠 얼굴에 코로리는 꺄륵 웃었는데, 타이밍도 나쁘지! 예쁘지 않냐고 물어보길래 얼굴을 살펴보다가 꺄륵 웃으면, 못생겼다고 느껴서 그런 것이라고 오해하기 좋았다!
"그럼 시들래?"
그것도 꽃에게는 죽는다는 뜻이었지만 코로리는 이 대화가 겉보기에만 맥락이 맞고 속뜻은 전혀 다르다는 생각도 않았다.
"방법은 모르고, 마법에 걸어줄게ー"
파이프를 손에 쥐는데 성공했다! 코로리는 파이프를 손으로 꼭 쥐고, 낚아채려고 하면 그러지 못하게 뒷짐지듯 해서 뒤로 감추었다. 뺏어가보라지!
"담배도 캐모마일도 지금은 안 돼. 허수아비 될 거 같아."
오즈의 마법사, 머리가 비어서 슬펐던 허수아비를 말하는 거였지만 이렇게 툭 튀어나와서는 어느 허수아비인지 알 수 있는 자는 적겠다. 코로리는 파이프를 뺏기지 않게 최대한 꼭 쥐고, 못난이 흰 양귀비! 를 바라본다. 이 정도면 사흘, 사흘 정도 푹 자면 괜찮아질 것 같은 향이라며 향의 짙기를 가늠한다.
>>578 코로리는 잠에서 태어났으니까, 잠이 먼저야. 요조라가 잠이 잘 안드는 체질이라면, 코로리가 갖고 있는 신의 힘도 제대로 안 통하는 체질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아마 코로리... 발가락으로 연필 쥐고 글 쓰는 기분 아닐까? (?) 요조라의 패턴 개선은 못 하지만, 적어도 간간히 하루 푹 자게 해주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ω`゚)゚。
>>585 다름이 아니라 시로하 이름이 너무 발린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시로하 하면 시라하白刃가 연상되는데 칼집에서 뺀 칼이라니 너무 시로하와 찰떡이고 한편 시로하しろは라 표기해 해석의 여지를 증가시키고 시로가 백색도 은색도 연상시켜서 그 점이 정말 좋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