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사전에 참여불가기간을 말해주시지 않고 14일 이상 진행 참여가 없거나 미접속시 해당 시트가 정리될 수 있습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더운 날씨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바뀐 적이 없는 이 무더운 공기는 오늘도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이런 날에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곳을 걸어서 이동한다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지. 그러니까 택시를 타는 건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야. 누구에게 변명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계산을 하고 내린 목적지는 요리미치네 집 앞. ...주소 맞게 부른 거겠지? 요리미치가 알려준 주소는 여기가 맞으니까. 작게 헛기침을 한 번 하고서 초인종을 눌렀다.
"...실례합니다. 요리미치, 안에 있어?“
초인종을 눌렀던 손을 내리고 자세를 살짝 바꾸자, 다른 손에 든 종이봉투가 바스락 소리를 냈다. 아- 뭐, 집까지 오는 건 처음이니 일단 예의상 뭐라도 들고 온건데. 잘 골랐는진 모르겠다. 아무튼 가만히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초인종이 눌리자마자 문이 열린 것 같은데, 무서운 반응속도다... 아무튼 밖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좋긴 하지만. 안에 들어서면서 들고 있던 봉투를 요리미치에게 내밀며 말했다.
"뭐어, 빈손으로 오긴 좀 뭐해서. 별 거 아니지만...“
무난하게 선물하기 좋은 쿠키 세트. 물론 요리미치라면 쿠키 정도는 직접 만들어 먹겠지만, 그래도 사람이 매번 만들어 먹긴 귀찮지 않을까? 가끔은 사 먹는 것도 좋고 선물 받아서 먹는 것도 좋잖아? ..오늘 만들기로 한 것도 케이크였지만, 케이크랑 쿠키는 별개고... 아무튼 뭐, 별 거 아니니까.
"그나저나 당근으로 만드는 케이크라니... 들어본 적은 있지만 집에서 만들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아무튼 오늘은 잘 부탁할게.“
같이 만든다고해도 솔직히 케이크를 만들어본 경험은 없어서, 아마 같이 만드는게 아니라 요리미치의 요리교실(?)이 될 것 같다. 일일 수강생인 나는 힘내서 배워보는걸로. 그런 의미를 담아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요리미치의 안내를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 준비는 다 해뒀다니 나야 편하지만, 재료까지 다 준비해두다니 대단하네. 그리고 한번도 만들어보지 않았던 케이크를 잘 만들 수 있을지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다. 반찬이나 밥 같은 건 자주 만들어서 이제 익숙해졌지만 과자나 케이크 같은 디저트는 만든 적 없고... 요리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내 도시락 내용물이 어땠는지를 생각하면 아마 처음 도전하는 디저트의 결과물 역시 그것과 비슷하리란 추정이 가능하니까...
하지만 요리미치가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내가 뭔가 태우거나 이상하게 하면 잘 말려주겠지.
"그래서 일단... 뭘 하면 좋을까? 당근 손질부터 해야하나? 아니면 뭐... 반죽..?"
손을 씻은 후 요리미치가 도마 위에 올려둔 호두와 식칼을 봤다. 오, 식칼로 다지는 거구나. 다진다고 해서 절구(?)같은 걸로 하나 싶었는데. 눈대중으로 다질 호두와 갈아버릴 호두를 나눠서 갈아버릴 녀석들은 살짝 옆으로 밀어놓는다.
"당근은 하나가 들어가는구나.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적은 것 같기도 하고... 그치만 케이크인데 당근... 으음...“
그게, 당근은 역시 반찬에 들어가는 거란 인식이 강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케이크랑 어울릴까?라는 의문이 든다. 카페에서 당근 케이크를 봐도 먹어본 적이 없는 건 아마 그런 생각 때문이고... 만들어보면 좀 인식이 달라질까? 아무튼 일단 식칼을 들고 조심스럽게 호두를 다져보기로 했다. 고민보다는 일단 손을 움직여보자고.
"...다지는 건 이 정도면 될까?“
적당히 다진 후에 요리미치에게 보여주며 물어본다. 일단 내 눈엔 잘 다져진 것 같은데 어떨지 모르겠네.
그냥 레시피에 있으니까 넣었지 그런 이유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역시 요리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다르구나...! 존경을 담은 눈빛으로 요리미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다르구만 역시.
"그래? 얇게 채친거구나. ...손으로는 하기 힘든거니까 나도 이것저것 사는 게 좋을까...“
굳이 당근 케이크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그런 도구가 있으면 다른 요리도 하기 쉬워질테니까. 음... 안 그래도 주방이 점점 이런저런 것들로 채워지고 있는데, 푸드 프로세서 같은 것까지 사면 사오리 씨가 놀라지 않을까. ...부피가 큰 애들은 일단 물어보고 사는 게 좋겠다.
요리미치가 사오리 씨의 아침밥을 먹어본 적이 있을까? ...그럴 일은 영원히 없어야 한다. 정말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얼굴이 굳어버리는 일이 있었지만 어쨌든 크림도 만들고 반죽도 완성하고 그럭저럭 괜찮은 시간을 보냈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즐겁다고 표현해도 좋을 시간이었어.
"이제 굽기만 하면 되는 거야? 생각보다 어렵진 않네.“
구워지는 동안 쉬면 되겠네. 사실 힘든 일은 거의 요리미치가 맡아서 해서 나는 딱히 고생한 것도 없지만.
30분 숙성해야하지만 저희는 미리 해뒀습니다~하고 꺼내오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이다. 미리.. 다 해뒀다고...? 물 흐르듯이 미리 해놓은 것들의 연속이라 뭔가... 뭔가... 진짜로 요리교실 같잖아. 열린 오븐에서 따끈한 열기가 확 퍼진다. 칼집을 낸 반죽이 들어가고 오븐은 다시 닫혔다. ...이제 50분 기다렸다가 다 익으면 식히고, 크림을 바르고 당근을 올리면 끝?
"그럼 거의 끝난거구나. 익는 사이에 뒷정리 좀 해둘까.“
도마나 식칼 같은 건 이때 미리 정리해두는게 좋겠지. 이렇게 뒷정리하려고 돌아섰는데 요리미치가 '이미 다 해놨어'라고 하면 좀 무서울 것 같다.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설마...
아니 진짜냐고... 진짜로 돌아섰는데 이미 반 정도 끝내버리고 있었다고?? 이렇게 예상이 들이맞아서 무서웠던적은 처음인 것 같아... 뭐, 아무튼 대단하다니까. 잠깐 놀라서 눈을 크게 뜨긴 했지만, 그래도 픽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남은 반은 같이 하면 빠르겠지. 나도 빠르게 정리를 시작했다.
"양이 많지 않아도 번거로운 일인데... 굉장하네.“
밥 담당, 거기에 간식까지 만든다는건 굉장하지 않나? 나는 밥만 하는데도 가끔 귀찮을 때가 있는데. ...뭐,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겠지만. ....그리고 나도 가끔은 이렇게 간식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맛있다는 칭찬까지 곁들이면 정말 끝내주고 말이지. 진심인지 아닌지는 둘째치더라도 말이다. 한참 반죽이 익어가고 있을 오븐을 보는 내 얼굴에는 아마 미소가 걸려있지 않을까. 처음 만들어본 케이크, 준비의 대부분을 요리미치가 하긴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만들긴 했으니까... 요리미치 말대로 분명 맛있겠지.
"오늘은 고마웠어, 요리미치. 나중에 또... 여유 있을 때 또 하면 좋겠네. 요리미치의 요리교실.“
아니 이거 어감 꽤 괜찮지 않아? 요리미치의 요리교실. 내가 한 말이지만 어쩐지 웃겨서 킥킥 웃는 사이에 점점 맛있는 냄새가 감돌기 시작했다. 버터 냄새랑은 조금 다르지만 맛있을 것 같은 냄새.
새삼스럽지만 평화로운 하루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도가 오는 일도 없었고, 비상사태가 일어나지도 않은 평범한 하루. 하지만 즐거운 추억이 생긴 하루. ...나쁘지 않은 하루네, 오늘은.
/결국 요리미치의 요리교실 말해버렸다(? 막레 못 깎기로 유명한 나츠키주가 막레 드립니다...ㅋㅋㅋㅋ 수고하셨어요 타카기주! 간만에 평화로운 일상 아주 좋았읍니다 :3
고개를 끄덕이며 유즈키 이오리는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가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것과 같은, 세컨드 임팩트에 대한 이야기를 말입니다.
“재앙 이후 발렌타인 조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우리 일본은 지옥과 같은 환경에 놓여있었습니다. 자연적으로는 유례없는 규모의 지진을 수 차례 겪게 되었음은 물론이요 매일같이 도시로 날아드는 포탄들을 상대해야 했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들은 하루하루 생활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습니다. 갑작스레 기후가 달라진 것도 문제였습니다만….”
이오리는 한참 설명을 잇다가 잠시 말을 멈추고는,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폭격으로 수도 시설과 전기가 망가져, 일상적인 생활 자체가 어려운 날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
전쟁은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재로 되돌리는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평소와 같이 정수기를 이용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심지어는 이메일을 보내거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까지도. 끼니를 제대로 챙길수 있는 권리조차도, 안온하게 잠들 권리조차도. 모든 것을 앗아간 것이 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컨드 임팩트를 겪은 이들은 운이 좋았던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이러한 지옥같은 환경에서 살아남아 버텨낸 생존자들이었습니다.
“해안가 쪽이나 강가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경우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물을 구하기 비교적 편한 환경에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내륙 지역에 있던 이들의 경우엔 정말로 힘들었습니다. 깨끗한 물은 커녕 더러운 물을 감지덕지하며 마셔야 하는 일이 흔하였지요. 정수된 물을 마신다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더러운 물을 먹고 배를 앓고 죽어가는 이들이 정말로 흔하였지요. 깨끗해보이는 물이더라도 잘못 마셨다가 병에 걸릴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물이던간에, 살고 싶다면 끓여먹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
잠시 생각에 잠기다 그제서야 과자가 올려진 테이블을 확인하고는, 이오리는 나츠키를 향해 고개를 숙여 “감사합니다. “ 라 짧게 감사를 표하려 하였습니다. 어떻게 해서 물이 오염되었는지는 몰라도 될 것 같습니다.
“역사책은 당시 있었던 일만을 짤막하게 설명할 뿐, 실상을 자세히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그 시대를 겪지 못한 이들은 실제로 어떤 시기였는지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전쟁을 겪어보지 못하는 이들이 전쟁을 옹호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처럼 말입니다. “ “……뭐어, 지금은 재앙도 끝난지 한참도 넘게 지났으니. 우울한 이야기는 이쯤 해두도록 할까요. “
이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보리차가 담긴 잔을 가볍게 들려 하며, 다시금 나츠키를 향해 물으려 하였습니다.
Q 이제는 패닉 오지 않고 글 쓰실 수 있게 되신 건가요?? 극악의 답레텀이 되셨는데 님 진짜 다 회복된 거 맞음??? A 어제 핸드폰 박살날 뻔한 거 치고는 굉장히 빨리 멘탈이 회복되었지 않은가 싶습니다. 🤦♀️ 현생 일이 몰아쳐 답레가 계속해서 늦게 되었는데 어떻게 답레 내용 엎고 엎은 끝에 가져와본 레캡입니다....(@@)
아무튼간에 늦었지만 >>991>>992 나츠키주 타카기주 두분 모두 Good-Evening 입니다. 20스레 기념 이벤트로는 기념 설문은 당연히 확정되어 있고 BGM 공모전 이벤트를 열어볼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