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듣기 시작한 것은 별로 오래되지 않은 취미였다. 친구들 중에는 음악을 좋아하던 녀석들도 있었고, 개중에는 음악을 연주하며 노랠 부르는 것도 좋아하는 녀석도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요즘 들어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게 된 데에는 별 이유는 없었다. 음악을 부르길 좋아하는 자식들이 있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의념시대 이전부터 내려온 컨트리풍의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기술자가 뚝딱거리며 만들어준 기계에 LP판을 집어넣곤 지직거리는 소리가 지난 뒤 퍼지는 음악을 듣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자식들이 음악을 듣겠다는데 아빠가 되어선, 다른 것을 하자고 할 깜냥도 되지 않았으니 가만히 음악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늘어 나 혼자서도 노랠 듣는 시간이 길어졌다.
Loving him is likeDriving a new Maserati down a dead end streetFaster than the wind, passionate as sinEnding so suddenly
사람을 굳게 만드는 여가수의 노랫소리가 방 안을 심심찮게 스치고 지나갔다. 잊지 않으려는 것처럼, 가사가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대부분은 착각이었고, 이 음악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왔단 것이 차이였으니까. 투명한 유리잔에 오렌지주스를 가득 담아 마시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Oh, losing him was blue like I'd never known Missing him was dark grey all alone Forgetting him was like Trying to know somebody you never met 'Cause loving him was red Yeah, yeah, red
간만에 간질이듯한 노래를 들으며 웃음을 지으려던 차였건만, 헌팅 네트워크는 쉴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 현준혁 ]
받지 않고 끊어버리기에는 그가 간만에 맞은 휴가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이었다. 어중간한 일이라면 스스로가 가진 권력으로 해결할 만한 힘이 있는 사람 말이다. 휴식은 여기까진가 하고 느릿하게 연락을 받았다. 조금이라도 이 휴식을 늘리려는 것처럼.
“ 아저씨는 지금 휴가 중이야. ” [ 미안하네. 상당히 간만에 휴가인 것은 알았다만... ]
준혁의 목소리가 가라앉은 것이 전화로도 느껴졌다.
[ 일이 좀 커서 말야. 도움 받을 사람이 아저씨밖에 없어. ] “ 허 참. 말하지 않았나? 연애 상담 외에는 별로 받아줄 맘 없다고 말야. ” [ 안 그래도 그것도 물어보려 하긴 했다만.. 잠시 미뤄두도록 하지. ]
아무렇지 않은 말로 흘려내는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는지 준혁의 목소리가 선명해졌다. 푹신한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 이번에는 무슨 일이지? 마도일본에 뭔가 나오기라도 했나? 아니라면 신 한국에 무슨 문제라도? 아니. 그럴 리는 없겠군. ”
추측도 되지 않는 일의 저의를 올렸다.
[ 신유원, 기억하지? ] “ 기억 못할 리가 있나. 그 영감 아냐. 자기 제자가 실종됐다고 특별반에서 깽판 부리던 영감님. ” [ 맞아. ] “ 왜 이번엔 네 차례라고 총이라도 들이밀었냐? ” [ 차라리. ]
준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 차라리 그런 일이었다면 좋았을텐데. ] “ 뭔데? ” [ 죽었어. ]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두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준영웅, 1세대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던 존재. 그 강대한 힘을 존중하여 신선이란 이름까지 붙은 인물의 죽음은 가벼운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무엇보다도...그 흑선이니까. 더 죽음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 가디언 측에도 도움을 요청하긴 했다만 지금까지 밝혀진 흔적들로만 본다면 상황이 만만치 않아서 그래. ]
곧 헌팅 네트워크로 수많은 사진들이 도착했다. 꽤 잔혹한 방식으로 죽은 듯 보이는 시체에는 작은 클로버 문양이 피로 그려져 있었다.
갱신하고 갑니다...! 모두 안녕하세요! >>114 오히려 서울에만 죽치고 있으면 발생하는 이벤트 수에 한도가 있으니까 좀 돌아다니는 것도 좋을거에요! 근데 아프리카 대륙은 (적어도 지금은) 가시면 안 됩니당. 이 세계관에서는 온갖 게이트와 강력한 몬스터들로 들끓는 마경이래여.
>>115 오 준혁이 헌터협회 부지부장...그런데 않이 신유원 아조씨...😭 거기에 휴가중에 불려가는 태식아재라니 미래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