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463088> [1:1/일상] So Far Away :: 1001

기망, 혹은 기만. ◆TrRj8FbhDE

2022-02-23 22:30:05 - 2022-03-19 23:34:43

0 기망, 혹은 기만. ◆TrRj8FbhDE (Akj09E6Cm.)

2022-02-23 (水) 22:30:05

무의미한 초점을 버리고
방아쇠를 당기려 할때.

─ Guckkasten, Faust

971 에만주 ◆TrRj8FbhDE (mkOqlM.aU.)

2022-03-18 (불탄다..!) 18:18:41

에..에우우.. ;0;.. 로로야..이거 반칙이야.. ;0;..

좋은 저녁. 로로주도 오늘 하루 잘 보냈을까? 따뜻하게 입었으니 로로주야말로 감기 조심하라구!😊

972 에만주 ◆TrRj8FbhDE (mkOqlM.aU.)

2022-03-18 (불탄다..!) 21:45:42

잠깐 갱신하고 갈게.. 하는 일이.. 안.. 끝나..?

973 페로사주 ◆uoXMSkiklY (bWDLo6CLYc)

2022-03-19 (파란날) 00:11:21

.........(얼굴싸쥠) 이게 뭣이여.......

974 페로사주 ◆uoXMSkiklY (.383O17bJ.)

2022-03-19 (파란날) 00:16:29

답레 올리고 나서 솔솔 잠이 오길래 한 2시간 정도 잠들 것 같아서 에만주 올 때까지 눈 좀 붙이면 딱 맞겠다 하고 누웠는데 8시간을 잤어... 이게 사람이냐 곰이냐... (세수)

975 에만 - 페로사 ◆TrRj8FbhDE (CSuuUhDSGY)

2022-03-19 (파란날) 01:37:54

조용한 곳은 안전하지 않다. 이 도시에서 조용한 곳이라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곳이 된다. 그럼에도 에만은 안전하다 언급했다. 지금까지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지금까지 자신이 해둔 일이 있으니 안전하다 한 건지는 알 수 없다. 대신 "조용하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이 된 거야." 같은 소리를 지껄였을 뿐이다. 조용하면 아무도 알지 못한다니 뭐니, 이 도시에서 통용되는 말이 아닌데도. 자신도 말의 어폐를 아는지 침묵하고 다시금 덧붙인 말은 제법 신빙성이 있다. "여기의 흉흉한 소문 때문에.. 안 오니까."

이내 하네스가 떨어지는 것을 가만히 본다. 사람의 몸을 잡아먹을 듯 휘감던 검은 뱀이 떨어져 나간 것 같다 생각했다. …진짜 뱀인가? 뱀이 뭐더라? 헛된 망상이다. 에만은 시선을 맞추자 가만히 페로사를 바라본다. 새하얀 눈동자는 집이라는 단어가 생경한 듯 이질적이고, 어딘가 놀란 듯 둥글다. 본디 에만에게 있어 집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도 고급스러운 곳이든 아니든 그 근처로도 가고 싶지 않은 효과가 있었다. 그럼에도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가 무엇보다 편안한 느낌이다. 같은 단어가 맞나 싶을 정도다.

에만은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은 페로사의 새끼손가락을 딱 맞게 잡을 수 있었다. 만일 검지를 잡는다면 여백이 남을 것이다. 그만치 여리고 작은 사람이었다. 에만은 눈을 감고 숨을 고르듯 하는 호흡이 생경하다. 지금까지 봐온 의뢰인들은 전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대놓고 행동했지, 이렇게 천천히 인내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에만은 아마, 지금 이 여인이 왜 이러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익숙한 미소를 마주하며 손에 온기가 닿는다. 버리는 쪽이 아니라 버림받는 쪽. 만약 당신이 버림받는다면, 내가 데려갈 거야. 에만은 그 말을 천천히 삼키다 결국 뱉어냈다.

"나는.. 날 버리지 않는 사람은 버리지 않아.."

타인에겐 새빨간 거짓말이지만 당신에겐 한없이 진실이다. 버리지 않고 신뢰하는 사람이라도 쓸모없는 자는 죽으라지.. 가 본인의 가치관이었다. 기초적인 신뢰라는 것은 에만에게 있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신에겐 한없이 무르고 가치관 자체가 되지 않는다. 여인이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듯 에만도 여인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줄이고 줄여 말하자면 탐이 났다. 갖고 싶어 안달이 났다. 피비린내가 더 끼쳐도 좋다, 누군가 더 죽어도 상관없다. 가질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에만의 생각을 멈추게 한 것은 페로사의 행동이다. 어깨를 잡고 끌어당기자 그대로 딸려간다. 반항 한 번 하지 못했다.

가질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에만의 생각을 멈추게 한 것은 페로사의 행동이다. 어깨를 잡고 끌어당기자 그대로 딸려간다. 반항 한 번 하지 못했다.

"……이게 뭐야..?"

허벅지에 머리를 뉘자 눈을 크게 한 번 깜빡인다. 탄탄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온기가.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다. 누구에게 이걸 받았더라. 에만은 천천히 생각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헛된 망상이고 과거일 뿐이다. 따뜻함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불과는 다른 온기다. 에만은 천천히 손가락을 잡은 손을 입가로 끌어당기고, 자신의 다른 손도 들었다. 이내 보인 것은 양손으로 페로사의 손바닥을 잡은 모양새였다. 그리고 에만은 왜 이렇게 했는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잠시 고민하다, 어색하게 뺨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려 했다. 그리고 손바닥에 뺨을 비볐다. "…따뜻해." 하고 천천히 눈을 감는다.

976 페로사주 ◆uoXMSkiklY (.383O17bJ.)

2022-03-19 (파란날) 01:58:16

(새끼손가락 잡아봄) 손이 얼마나 작으면..
으에엑... (마른세수) 좋은 밤이야 에만주.

977 에만주 ◆TrRj8FbhDE (CSuuUhDSGY)

2022-03-19 (파란날) 01:59:14

직접 190cm에 가까운 사람의 손을 잡아본 적이 있거든.. 에만주도 손 제법 크다 생각했는데 손가락이 꼭 맞더라고..😂

안녕.. 좋은 밤..내가 좀 늦었지..?😭

978 페로사주 ◆uoXMSkiklY (.383O17bJ.)

2022-03-19 (파란날) 02:05:32

오호, 그렇구나.. 하긴 내가 내 새끼손가락을 잡아보면 손가락 하나 남는 정도니까 손 크기가 차이가 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아니, 늦어도 괜찮아. 나도... 나도 의도치 않게 푹 자버렸는걸 ㅋㅋㅋㅋㅋㅋ

979 에만주 ◆TrRj8FbhDE (CSuuUhDSGY)

2022-03-19 (파란날) 02:08:51

숙면 했구나..?🤔 피곤하면 그럴 수도 있지.(꼬옥)

980 페로사주 ◆uoXMSkiklY (.383O17bJ.)

2022-03-19 (파란날) 02:10:04

(꼬오옥) 어제 충분히 잤는데 오늘 답레 쓰고 나서 살짝 졸리길래 1~2시간 정도 잠들겠네~ 그 정도 자고 나면 딱 일어나서 저녁 먹고 집안일 하고 나면 에만주가 와있겠는걸. 하고 눈을 감았더니... 8시간 뒤로 시간이동했어...

981 페로사주 ◆uoXMSkiklY (.383O17bJ.)

2022-03-19 (파란날) 02:10:30

아무튼 이제 에만한테 자장가불러줄 수 있겠다 ㅎuㅎ

982 페로사 - 에만 ◆uoXMSkiklY (.383O17bJ.)

2022-03-19 (파란날) 02:44:20

그 쪽의 장치였나. 실재하는 부비트랩이나 알람이나 CCTV나 동작감지기, 폐쇄 격벽 같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장치가 아닌 사람들의 관념에 뿌려진 장치. 어설프고 약해서 사람이 한 번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 간단히 파훼될 만한 그런 장치다. 정적이 그 곳에 숨어있다 하면 모략가는 암살자를 보낼 것이고, 목표가 그 곳에 숨어있다 하면 암살자는 폐건물의 음산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침입해 오리라. 그러나, 왜인지 당신이 해둔 장치가 그것으로 끝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로사 역시도 당신을 꼬맹이, 같은 호칭으로 부르곤 하지만, 저번에 의도치 않게 들은 이야기도 그렇고, 은연중에 당신의 태도나 행동에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창부나 꼬마 따위가 아니라, 이 도시의 그림자 속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몇몇 사람들 중의 하나라고.

-그러나 상관하지 않는다. 이 도시의 그늘 속 세계가 사람이라고 한다면 당신과 같은 이들은 머리이고 자신과 같은 이들은 손끝-이른바 말단이지만... 지금 이 순간, 당신과 자신은 그림자 속의 위계질서를 따지려고 여기에 있는 게 아니니까. 사람을 잡아먹은 괴물과, 그런 괴물의 하루를 갖고 싶다는 철없는 꼬마. 그뿐이다. ...그 수식어가 더 간결해지면 좋을 것 같다고 페로사는 생각했다. 푼수떼기 바텐더와 친한 꼬마 정도로. 바텐더와 꼬마. 나쁘지 않은걸.

그늘의 가장 깊은 곳에 몸이 잠겨있었지만, 그녀가 갖고 있는 바람은 여전히 순진하고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당신이 들려준 대답만큼이나 말이다. 그늘 속에서 바빌론 시티의 암흑가를 주름잡고 있는 에만이 아니라, 우연한 곳에서 이상하게 마주친 잘 아는 나어린 동생으로서 건넨 그 말. 대답으로는, 당신의 머리를 받쳐주는 따뜻한 허벅지가 돌아왔다. 눈을 깜빡이며 반문하는 당신을 내려다보던 그녀는 가볍게 웃는다. "뭐긴. 자러 왔다며." 하며 페로사는 당신의 손에 기꺼이 자신의 손을 내어주었다. 자기 손을 들어다 그 안에 뺨을 파묻는 당신을 페로사는 잠깐 내려다본다. 희미하게 나는 술 냄새, 가죽 냄새. 그녀는 잠깐 고민했으나, 이내 그 손으로 당신의 뺨을 감싸쥐어 어루만져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눈을 감는 당신을 보며, 페로사는 나직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신이 무의식 속으로 멀어지기 좋은 음량으로, 천천히.

Feet don't fail me now
발아, 조금만 더 버텨줘.
Take me to your finish line
나를 결승선까지 데려다 줘.
Oh my heart it breaks every step that I take
내가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내 심장을 부서져가고 있어
But I'm hoping that the gates, they'll tell me that you're mine
그렇지만 나는 문 앞에서, 그들이 너는 내 것이라고 말해주길 희망해
Walking through the city streets
도시의 길을 가로질러
Is it by mistake or design?
실수인 걸까, 설계된 걸까?
I feel so alone on a Friday night
금요일 밤, 나는 혼자 외롭게 있어
Can you make it feel like home if I tell you you're mine?
내가 넌 내 거라고 말하면, 집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줄래?
It's like I told you, honey
내가 너한테 말했던 것처럼, 자기야
Don't make me sad, don't make me cry
나를 슬프게 하지 마, 날 울리지 마
Sometimes love is not enough and the road gets tough, I don't know why
가끔은 사랑은 충분치 않고, 길은 거칠어져만 가. 왜인지는 모르겠어
Keep making me laugh
날 계속 웃게 해줘
Let's go get high
같이 취해버리자
The road is long, we carry on
길은 멀고, 우린 계속 가야 하니까
Try to have fun in the meantime
그 동안 즐기려는 것뿐이야...




얼마나 잠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눈을 떠보면 붉다는 게 느껴진다. 다행히도, 무의식에서 방금 깨어난 흐리멍덩한 눈으로도 그것이 피의 꺼림칙한 붉은색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녁 7시가 훌쩍 넘어서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완전히 끝나는, 바빌론 시티의 기나긴 일몰이 막 시작하여 당신이 잠든 이 뒷골목을 포함한 온 바빌론 시티를 황홀한 붉은빛으로 감싸고 있는 것이리라.

따뜻했다. 바빌론 시티 특유의 찐득한 무더위와는 다른 종류의 온기였다. 바빌론 시티는 한여름의 열대야 기간을 제외하면 일교차가 큰 편이다. 해가 떨어지면서 공기가 서서히 쌀쌀해질 때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파묻혀있는 곳은 여전히 따뜻했다. 눈을 떠보면 당신이 잠든 순간과는 상당히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게 그녀의 셔츠 차림의 품이었기 때문이다.

당신과 그녀의 몸에는 담요가 덮여 있었고, 당신의 머리를 받치고 있는 것은 그녀의 허벅지가 아니라 팔뚝이었다. 당신의 머리를 팔로 괴어주고 다른 팔로는 당신의 어깨를 감싸안은 채로. 그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머리끈은 풀어버렸는가, 그녀의 길다랗고 곱슬거리는 금발이 베개 위로 온총 쏟아져 있었다. 길다란 속눈썹은 감겨있었고, 오뚝한 코와 두꺼운 입술은 옅은 숨을 무방비하게 쉬고 있었다. 어떤 표정도 없이, 완전히 풀어진 채로. 당신이 죽이려 들면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았고, 탐하려 들면 마음껏 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평행선 아래의 부분은 에만주가 잠에서 깨어난 이후의 장면으로 넘어가고 싶다면 써줘!

983 페로사주 ◆uoXMSkiklY (.383O17bJ.)

2022-03-19 (파란날) 02:46:56

에만주는 자러 갔으려나.. 진단이나 조금 해봐야지.

984 에만주 ◆TrRj8FbhDE (CSuuUhDSGY)

2022-03-19 (파란날) 02:47:49

과연?

985 페로사주 ◆uoXMSkiklY (.383O17bJ.)

2022-03-19 (파란날) 02:52:43

야호. (무릎 위에 어기적어기적 기어올라감)

오늘은 언제쯤 자러 가?

986 페로사주 ◆uoXMSkiklY (.383O17bJ.)

2022-03-19 (파란날) 02:54:40

페로사의 루트 추천엔딩 1위 ::
노멀 엔딩. 《그늘진 자리에서 노래를》
"그 약속을 기억하고있어?"

한 줄 감상평 ::
「페로사에게 진정으로 빠진 엔딩.」
#shindanmaker #당운추
https://kr.shindanmaker.com/1053123

시작부터 진단이 우리 일상을 관전하고 있어
아니아니 엔딩아니야 멈춰!

987 페로사주 ◆uoXMSkiklY (.383O17bJ.)

2022-03-19 (파란날) 03:03:45

페로사:
021 곱창, 막창, 내장탕, 닭똥고집 등을 먹을 수 있는지?
"곱창? 막창?"
"아... 내장이구나. 요리만 잘 하면 먹을 만하지. 피렌체에선 소 내장을 요리해서 파는 람프레도토가 있고, 피렌체가 아니라도 양 내장을 요리해서 먹는 트리파가 있어."
"그러니 내장으로 스튜를 못 만들 것도 없지? 손질만 잘하면 말야."
"어? 이게 뭐야?"
"아하, 닭의 모래집이구나. 쫄깃한 게 먹을 만한데?"

198 캐릭터의 친한 사람의 기준은?
1단계: 바에서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2단계: 바 밖에서도 서로 약속을 잡고 만나는가

315 생모에 대한 생각
"─글쎄... 이젠 얼굴마저도 어떻게 생겼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걸."
"이제 와서 명확히 기억나는 거라고는 손목에 채워져있던 실 팔찌뿐이야."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988 에만주 ◆TrRj8FbhDE (CSuuUhDSGY)

2022-03-19 (파란날) 03:11:33

으음...🤔 답레는 잇고, 나도 진단핑퐁하고, 새 어장도 세우고..?🤔🤔🤔 로로주는 8시간 숙면 했어도 더 자야지! >:0

으아악 엔딩 멈춰! 로로.. 역시 이탈리아 여자..(꾸닥) 에만이는 으악 치워요; 나 초딩입맛; 하면서 못먹는다에 가깝지만 <:3c..

989 페로사주 ◆uoXMSkiklY (.383O17bJ.)

2022-03-19 (파란날) 03:13:11

너무 꿀잠을 자버려서 문제얔ㅋㅋㅋㅋㅋㅋㅋㅋ 세계 3대 위험행위 중 하나를 저질러버렸어...

페로사: (깔깔깔)
페로사: 하긴 소재가 좀 그렇지- 더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쓰담담)

990 에만 - 페로사 ◆TrRj8FbhDE (CSuuUhDSGY)

2022-03-19 (파란날) 04:21:25

지금은 에만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도시의 아이다. 송곳니를 드러내기엔 작은 새끼 동물에 불과했고, 거대한 맹수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여우와도 같다. 에만은 따뜻한 체온이 낯설었다. "베개에 누워도 되는데.." 작게 종알거린다. 손에 와닿는 체온이 실재하는지 확인하듯 뺨을 비벼보고는 눈 감은 그대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설계된 행동이 아닌 본능적인 것이었다. 희미한 술 냄새, 가죽 냄새, 그리고 온기. 에만은 뺨을 감싸 쥐며 어루만지는 손길 그대로를 받아들이듯 고개를 천천히 움직였다. 차가운 뺨이 당신의 온도로 물들고, 포근한 머스크 향을 품은 샴푸의 단내는 당신의 손가락에 물든다. 눈을 뜨고 싶었지만 온도에 익숙해진 나머지 눈꺼풀이 무겁다.

이대로 잠들어버리면 안 될 것 같은데, 꿈에 빠져버리면 당신이 없을 것 같은데 헛된 망상과 피해의식이 오락가락하는 그 와중에도 포근하다는 감각이 몸을 짓누른다. 천천히 들리는 음색은 에만의 정신을 무의식 깊은 곳으로 부드럽게 안내하고, 에만은 마지막으로 느릿느릿, 끝으로 갈수록 몽롱하게 가늘어지는 목소리로 입술을 달싹이며 잠에 빠져들었다. "너마저 떠나면 안 돼……."
꿈은 이 도시에서 함부로 꾸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헛된 꿈이 정신을 해이하게 하고 가져서는 안 될 기대를 품게 해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희망 또한 마찬가지다. 에만은 평소 꿈을 꾸지 않았고, 희망 또한 가지지 않았다. 다만 오늘은 꿈을 꾸었다. 앨리스의 모습이 아닌 에만의 모습으로 대학을 가고, 혹시라도 깊게 엮여 정신을 해이하게 할까 일부러 다가가지 않았던 친구를 사귀며, 타인의 온기에 기대는 평범한 삶에 대한 것이었다. 에만의 눈이 가늘게 떠진 것은 꿈의 말미에서다. 이내 붉게 물든 전경을 담는다. 저녁이다. 오전의 시간을 푸르게 보냈으니 붉게 물들 밤을 미리 보여주듯 태양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 틀림없다.

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것 때문인지 따뜻하다. 습기로 가득 찬 무더위와는 달랐기에, 에만은 가늘게 뜬 눈을 느릿하게 끔뻑, 하고는 겨우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쌀쌀해야 할 텐데도 왜 이리 따뜻한 건지, 싶었으나 뭔가 다르다. 아까는 여인의 허벅지에 있지 않았나. 정면에 보이는 것은 셔츠다. 에만이 시선을 돌린다. 몸에 덮인 담요 자락을, 머리를 받친 팔뚝을, 어깨를 감싸 안은 손을, 끝내 여인의 얼굴을 향한다.

잠들어있다. 긴 머리에 담긴 시트러스 내음이 코를 콕 찔렀다. 에만은 천천히 여인의 얼굴을 관찰했다. 기다란 속눈썹, 무방비한 숨…… 처음 보는 무방비함. 이대로 손 뻗는다면 당신이 나의 것이 될 텐데, 어째서인지 당신을 지금 취해버리기엔 못내 마음이 걸린다. 망설인 적 한 번도 없는 자신이 이럴 수 있나, 싶어도 이미 굳혀져 목으로 시선을 향하기도 어렵다. 몽롱한 잠기운과 달리 머리는 차게 웃는다. 이제 흥미가 떨어졌다며 도망칠 길은 없겠다.

에만은 몸을 움직였다. 마치 잠결에 온기를 찾아 헤매는 척, 여인의 품 속으로 파고들기 위함이었다.

991 페로사주 ◆uoXMSkiklY (.383O17bJ.)

2022-03-19 (파란날) 04:25:10

말로 했을 때는 반응이 까칠했는데 직접 안아주니까 솔직한 에만이 귀여워..

992 에만주 ◆TrRj8FbhDE (CSuuUhDSGY)

2022-03-19 (파란날) 04:29:11

그게 에만이의! 약점이라구! >:3

슬슬..자야겠다..(시간 봄) 새 어장은 미리 세워뒀답니다.. 답레는 천천히 주구, 오늘도 고마웠어. 정말 즐거웠고.. 또.. 좋아해. 너무 늦지 않게 자라구, 요 잠꾸러기.😘 좋은 꿈 꾸길 바라!

993 페로사주 ◆uoXMSkiklY (.383O17bJ.)

2022-03-19 (파란날) 04:32:11

마구마구 절여준다 >:3
응. 답레는 느긋이 써둘게. 오늘은 잠 조심해야지. 😂 날 위해서도 에만주랑 같이 있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도 수면 습관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큰일났네... 오늘 하루도 같이 보내줘서 고마웠어. 에만주도 에만도, 같이 보내는 시간도. 나도 좋아해. 푹 잠들기를 빌어.

994 페로사주 ◆uoXMSkiklY (.383O17bJ.)

2022-03-19 (파란날) 04:32:34

(다음스레 이름칸 보고 죽었음)

995 페로사 - 에만 ◆uoXMSkiklY (/src6jmUxA)

2022-03-19 (파란날) 16:50:33

애초에 송곳니가 있다 해도 드러냈을지는 의문이다. 그녀도 당신에게 송곳니를 들이밀지 않았다. 그야, 지금 이 순간 서로가 찾는 것은 서로의 몸에 상처를 내어줄 송곳니나 싸움 같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당신이 그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당신과 그녀가 같은 것을 바라고 있는지는 모르나, 지금 이 순간에 서로의 이빨이나 발톱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그저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만나서, 시답잖은 로맨스 영화라도 되는 것처럼 함께 있어줄 누군가의 존재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서 확인했을 뿐이다. 상처를 핥아주고, 따뜻한 품을 내어줄 뿐이다. 버림받아오기만 한 짐승과, 잃어버려오기만 한 아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잠에 잠깐 빠지고 나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겨우 세 번째, 그나마도 두 번은 우연히 만났을 뿐인, 이 도시에서 그런 말을 건네기에는 짤막하고 얄팍하기 그지없는 인연이었을 텐데, 너마저 떠나면 안 돼, 하는 그 말이 낯설지 않았던 걸까. 꿈이나 다름없는 허황하고 가볍기 그지없는 만남이었는데도, 기적적으로 그녀는 떠나지 않았다. 꿈도 아니었고, 거짓도 아니었다. 지금 당신의 머리를 괴어주고 어깨를 감싸안아 당신을 품어주고 있는 그것은 너무도 실재감이 있었다. 시트러스 냄새, 흐릿한 술 내음, 그리고 살 냄새가 섞인 따뜻한 온기. 그녀는 정말로 자신의 하루를 오롯이 당신에게 내어놓은 것이었다.

오늘 하루, 당신의 것인 여인이 거기 있었다.

몸을 움직여 그 품에 더욱 깊게 파고들면, 그녀의 강철과도 같은 몸뚱이 중에서 몇 안 되는 푹신한 부분이 당신을 부드럽게 받아안아준다. 온기가 더욱 분명해지고, 살냄새가 좀더 짙어진다. 오히려 쌀쌀해지는 초저녁의 바람이 거짓말 같다. 잠결에서도 품 안에서 꼼지락대는 당신의 어깨를 느낀 걸까, 그녀의 팔이 당신이 어깨를 좀더 꼭 안아온다. 그러다 문득 당신의 이마보다 조금 위, 정수리에서 느껴지는 한 점 따뜻한 감촉. 그녀가 당신의 정수리에 입을 맞춘 것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면, 살며시 뜨인 속눈썹 사이로 당신을 내려다보는 눈동자가 보인다. 눈꺼풀에는 잠이 묻어있을지언정 눈동자는 선명히 초점을 잡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품 안에 기대인 작은 것을 바라보는 눈빛에 담긴- 그 푸르르고 드센 눈에 조금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것은 평범하고 상냥한 애착이었다.

996 페로사주 ◆uoXMSkiklY (/src6jmUxA)

2022-03-19 (파란날) 16:51:24

답레 올려둘게. 좋은 주말 보내. 😚

997 에만주 ◆TrRj8FbhDE (CSuuUhDSGY)

2022-03-19 (파란날) 19:54:47

(부스스) 대체.. 대체 왜....;0;

998 페로사주 ◆uoXMSkiklY (k29X2dLkgw)

2022-03-19 (파란날) 20:44:39

에만주는 무슨 일이 있었어? (빗질)

999 에만주 ◆TrRj8FbhDE (CSuuUhDSGY)

2022-03-19 (파란날) 20:47:44

이제.. 일어났어.. ;0; 답레 어서 써야하는데에..(빗질에 발라당)

1000 페로사주 ◆uoXMSkiklY (k29X2dLkgw)

2022-03-19 (파란날) 21:35:45

(쓰담담) 니도 일어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걱정 마..


까지만 쓰고 다시 잠들었다 나도(얼굴싸쥠)

1001 에만주 ◆TrRj8FbhDE (CSuuUhDSGY)

2022-03-19 (파란날) 23:34:43

일단.. 펑 할게..!

>1596484066> 이리로 오라구 o.<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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