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머리가 덜 풀려서 그런가 답레가 느린걸.. (얼감) 눈 피하면서 안으려 들면 페로사가 눈 마주치라고 윽박지른다... 그래서 이제 에만이 조마조마해서 고개를 들고 눈 마주치면 키스부터 진하게 갈기는 페로사.. 그리고 나서 네가 누구 건지 잊지 말라고 으르렁대고 안아주겠지.. 털털한 바텐더 어디가고 집착녀만 남았다이 (빗질 삭삭삭)
페로사: (북실북실해진 머리 다시 손으로 가다듬어줌) 페로사: 야채육수를 낼 때는 당근도 넣지만. (킥킥)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어, 야채육수에 당근이 빠지면 맛에 균형이 안 잡히는걸.
에만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뜨인다. 흥미만 없었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 흥미가 집착이 되려고 이제 막 선을 넘으려 드는 것을 모르는 상태로, 그저 결함을 본 흥미랍시고 퉁쳤다. 그리고 고민하다 느릿하게 답했다. 어디까지 데려다주면 될까.. 아.
"글쎄.. 오늘은.. 다운타운 쪽으로 갈래."
의미심장한 말이다. 오늘은 다운타운, 그렇다면 내일은 어디로 갈까? 이 작은 아이에게 있어 진실한 안식처는 어디일까. 혹시 모른다. 이곳의 가장 깊숙한 곳 근처에 있는 유곽일지도. 에만은 발을 디디며 균형을 잡았다. 술기운이 열감과 함께 느긋하게 올라왔기 때문에 균형 잡는 일이 제법 어려웠다. 한 걸음을 내디디면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할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의 균형감각이 본인의 기준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정도였다. 에만이 고개를 똑바로 가누며 페로사를 가만히 쳐다본다. 데려달라는 곳. 어떤 눈빛인지 가면 너머로 확인해보듯 고개를 슬쩍 올려본다.
"여기서.. 중간이면.. 미드나잇 파크 앞까지만 데려다주면 돼."
미드나잇 파크. 낮에는 거주자와 더불어 관광객에게도 좋은 산책 공간이지만, 밤만 되면 치안도 별로인데다 향락을 채 못 뿌리쳐 남녀 불문하고 달라붙기에 조금만 깊숙하게 들어가도 미관상 좋은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절대 아니었다. 그렇지만 뉴 고모라에서 다운타운의 정확한 중간 지점이니 제법 머리를 굴렸다고 볼 수 있겠다. 에만은 느릿하게 시선을 마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 현관까지 먼저 나가있으라고 하면 오히려 환영이지. 에만은 천천히 걸어 나선다.
"기다리고 있을게.. 페로사."
당신의 이름을 불러준 에만이 문을 열어 몸을 내뺄 때, 이질적인 공기가 개인실의 나른한 열감을 단숨에 식게 만들었다. 한기였다. 더불어 포근한 단 향이 났다. 이미 한기와 향의 주인공은 나가버렸으니 페로사에게 보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에만은, 아니, 앨리스는 천천히 호텔 엘리베이터를 향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핸드폰은 투명 케이스였지만, 관리를 잘 했는지 때 하나 타지 않았다. 다만 깨진 액정 사이로 피가 스민 화면을 잠깐 몇 번 엄지로 두들겼다.
누가 누굴 조진다고. 앨리스는 이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며 주머니에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었다. 녹색 눈을 가만히 내리깔고 호텔 로비까지 나서서, 건물 밖까지 나서버린다. 그리고 다시금 한기가 치몰았다. 그리고 얌전히, 제법 얌전히. 의미라고는 단 하나도 없을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며 여인을 기다렸다.
1. 『이게 우리에게 내려진 벌이야』 "..너도, 나도.. 이 도시 사람이니 당연한 일이지.." "두 눈 뜨고 잘 봐.. 이게 우리의 삶일 수밖에 없어. 이 도시.. 아니, 우리 둘에게 어울리는 삶이라고.."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죄를 지은 벌을 받는 거야.. 행복한 벌이지. 하지만 두려우니 나와 같이 있어.."
2. 『가지마』 "어딜 가." "..나, 나는.. 여기가 무서워.. 그러니까.. 같이 있어줘.. 네가 같이 있어준다면.. 이 어두운 길이 더는 무섭지 않을 거야.. 아침이 오는 순간이 아프지 않을 거야.. 그러니 날 떠나지 말아줘.."
"위험해.. 가면 안돼.. 제발.."
3. 『빨리 해』 "너, 손이 느리네.." "..그 손목에 칼이 들어와도.. 느릴까..?" "정말이지.. 애태우지 말고.. 응? 이 정도면 됐잖아.." "나는 참을성이 없는 걸.. 안아줘.. 나는 매일 밤이 외로워.."
블루종을 입고 있던 페로사의 눈썹 한쪽이 실룩했다. 잠깐, 페로사의 시선이 당신에게 멎었다. ...무언가를 살피거나 추궁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내 눈을 뗐다. 그녀 역시도 화이트 나이트 호텔의 직원 전용 객실을 제외하더라도 두 군데의 안전가옥을 확보해두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이라고 기분 따라 거처를 정하는 당신의 모습이, 왜인지 모르게 자신의 집을 정하지 못하고 집들 사이에서 기분을 나침반삼아 헤메이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익숙해보여서, 페로사는 당신이 고개를 들어올리기 전에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아직 눈빛을 읽히고 싶지 않았다. 당신에게로 이끌리고 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미련부리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공연히 당신에게 이상하게 여겨지거나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자신은 바텐더고, 당신은 손님이다. 아까는 그 단어의 정의가 조금 흔들렸지만, 이제 당신은 이 자리에서 일어서야 하고, 자신은 당신에게 있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나온 친절을 빌미로 농땡이를 피우고 싶어하는 바텐더. 그뿐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조금 사무적인 태도를 취하려 했다... 그러나 당신에게 그녀의 옆모습은 조금 우울해 보이기만 했을 뿐일 것이다.
"...거기로 괜찮겠어?" 낮에는 관광객들의 산책로이지만, 밤에는 향락에 찌든 젊은이들의 주체할 수 없는 열기가 오가는 장소라는 것을 잘 알기에 페로사는 한번 되물어보았지만, 그래도 결국 페로사는 당신이 요구한 데까지 당신을 데려다줄 것이다. 당신이 어떤 대답을 하건 그녀는 자신의 셔츠에 팔을 꿰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미드나잇 파크까지 가지 않아도 이 도시는 충분히 문제아 투성이였다. 로비 밖으로 나온 지 일 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향락에 취해 뉴 고모라의 불야성을 헤매이며 와글와글 꺅꺅거리는 인파가 잔뜩 몰려다닌다. 그리고 그 정도의 경우의 수라면, 최소한 한 케이스는- 오, 이런. 술에 잔뜩 취한 젊은 남자 하나가 당신에게 음흉한 눈빛을 보내나 싶더니, 얼굴에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걸음걸이를 가누고는 당신에게 다가온다. 후드티 뒤집어쓰고 가면으로 얼굴 가린 얄쌍한 체격이 취향이기라도 한 건가, 그는 진부한 작업멘트를 늘어놓으며 지금부터 2차를 갈 생각인데 혼자 있지 말고 동석하는 게 어떠냐고 야단스레 당신에게 제안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 갑자기 웬 블루종을 걸치고 헬멧을 쓴 거한이 당신의 시야 오른편에서 끼어들더니,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당신의 손을 잡고는 "가자." 하고 익숙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며 이끌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당신에게 수작질을 걸던 남자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든 거한에게 이건 또 뭐야? 하고 소리를 치며,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흔히 하듯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양팔을 반쯤 들어올리며 손바닥을 위로 올리는 제스쳐를 취해보이며 따지고 들었다. 거한이 쓰고 있는 헬멧이 그 남자를 향해 돌아갔을 때 남자는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로 헬멧의 바이저 너머를 노려보았으나, 바이저 너머를 바라보던 그의 표정이 멍해지더니... 겁에 질렸다.
그, 미안합니다. 하고 사과를 건네는 남자를 바라보던 거한은, 가라는 듯이 작게 턱짓을 해 보였다. 남자는 한번 손을 들어보이고는 뒤로 돌아서 걸음을 빨리 하다가, 급히 뛰어 그의 패거리가 있을 곳으로 도망쳤다. 그 거한은- 아니 그 여인은 그제서야 바이저를 올리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꼭 끼는 오토바이 헬멧 아래 짓눌린 금발 사이로 보이는 푸르른 눈동자는 오늘 당신이 마주했던 그 색깔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오래 기다렸어?" 하면서, 페로사는 당신의 손을 잡은 채로 당신을 가볍게 이끌었다. 그녀가 향하는 곳에는 시커먼 바버 오토바이 한 대가 주차된 채로 헤드라이트를 밝히고 서 있었다. 오토바이 핸들에는 헬멧이 하나 더 걸려 있었다.
그녀를 따라 오토바이 옆으로 가면, 그녀는 오토바이 핸들에 걸려있던 헬멧을 집어들어 당신의 머리에 씌워줄 것이다. "바에 예비 헬멧이 마련돼 있어서 다행이지."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그녀의 팔이 당신의 어깨와 다리를 감아안는 것 같더니- 순식간에 몸의 무게중심이 휙 바뀌며, 당신은 뭐라 할 틈도 없이 그녀의 품으로 공주님이라도 된 마냥 끌려올라갔다. 그녀는 당신을 안아들고서는 당신을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혀주려 했다. 당신이 오토바이 뒷좌석에 별 문제없이 앉았다면, 그녀 역시도 바로 오토바이 앞좌석에 올라타고는 당신을 돌아다보며 말할 것이다. "내 허리 꽉 잡아."
1. 『구해줘』 "아아... 젠장." (웃음) "이렇게 꼴사나운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이봐... 나 좀 도와줘."
"..." (페로사는 길게 담배연기를 뱉고는, 반쯤 비어버린 잔과 당신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눈을 내리깔아버린다.) "...그래, 우린 다 어딘가 조금씩 잘못돼있지만... 오늘따라 나 조금 많이 바보같네." (페로사는 한참을 눈을 내리깔고 있다가, 당신에게로 시선을 든다.) "...날 떠나지 마." (잠깐 눈을 깜빡이다가) "아니, 못 들은 걸로 해." (그녀는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탁 던져버리고는 반쯤 비어있던 술잔을 송두리째 마셔버렸다.)
2. 『준비는 끝났어?』 "여기까지가 우리의 계획이야. 잘 이해했지?"
"그래. 이제 출발하면 돼?"
3. 『두려워』 "이러고 있는다고 상황이 나아지진 않을 텐데." (그녀는 초조하게 머리를 거의 헤집어놓다시피 벅벅 긁는다.)
도시에서 잊힌 사람에게 주어질 진정한 안식처는 없다. 앨리스는 제대로 된 곳이 주어졌다지만 에만은 하루하루 만들어갈 뿐이다. 어느 날은 앨리스의 집, 어느 날은 유곽 한구석, 어느 날은 죽은 사람의 집을 차지했고, 어느 날은 투숙객을 흉내 냈다. 평소엔 앨리스가 자신의 거처에 불청객이 있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다운타운으로 가지 않았지만, 오늘은 다운타운에서 쉴 것이다. 다만, 아침이 되어 눈을 뜨면 에만 대신 앨리스가 학교에 가야 한다며 머리를 부여잡고 앓을 것이다. 그건 에만이 아니다. 앨리스의 삶이다. 오늘 하루 정처 없이 기분대로 살면, 내일은 다른 삶을 살아야만 한다. 그것이 내심 두려웠던 것일까.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본능적인 거부감 때문인지 에만은 자신이 가겠다 뱉어놓고 다운타운에 가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괜히 여인을 쳐다본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시선을 돌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시선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저 여인이 무얼 알겠는지 자조적인 미소를 가면 속으로 지어 보였다. 우울한 것 같은 모습은 술기운 탓이라 제멋대로 단정 지었다. 당신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리는 없을 것 같았으니까.
"괜찮아. 귀찮은 사람이 없을 지름길을 알거든.."
법적 보호자를 부를 생각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법적 보호자가 있다 한들 보호받을 나이는 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보호자가 와줄지도 의문이고. 에만은 잠시 페로사를 쳐다보다 "걱정 말아." 하고 작게 속삭이고는 나가버렸다. 기다리고 있을게, 라는 말을 남기고. 그렇게 호텔 밑으로 내려가면 시간 여행은 끝이 나고 향락에 취한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어쩌면 구더기 떼일지도 모르겠다는 실없고 우스운 생각이 든다. 저 모든 사람들이, 이 도시가. 무덤이다. 구더기가 끓는 무덤이다!* 구더기와 같은 인파를 뒤로하고 핸드폰 화면만 보고 있을 때였다. 술에 잔뜩 취한 사람이 다가오자 에만은 가면 너머로 흘긋 쳐다본다. 유쾌한 미소를 짓고 있어도, 이 눈치 빠른 여우는 그 이전의 음흉한 눈빛도, 술에 찌든 모습도 전부 본 참이었다. 진부한 작업 멘트에 에만은 툭 던졌다.
"저런.. 난 더 마실 생각이 없는지라.. 다른 곳 가서 알아 보는 건 어때.."
그러지 말고, 로 시작되는 일장연설에 에만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 도시 사람인가? 관광객? 어느 쪽이든 질리지도 않나? 이런 몸이 취향인 것인가. 어쩌면 이렇게 생겼으니 만만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루 잠들고 사라질 사이로 보였다면 더 오산일 텐데. 남성을 쳐다보지도 않고 핸드폰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스와이프 하며 켜놓은 sns에 집중했다. 할애할 시간도 없다는 듯 그렇게 무시했을 때였다. 남성이 손을 뻗고 움직였다. 핸드폰 화면을 슬쩍 가리며 자신에게 집중해달라는 진부한 작업 멘트를 걸던 참이었다. 에만은 고개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술도 들어갔으니 주변 눈치도 볼 필요도 없으며, 실행에 옮기는 건 쉬운 편이다. 손목 한 번만 털면 되는 일이었다.
"…운이 좋네.."
작게 속삭인 소리가 자신을 뜻하는 것 같다. 오늘 내가 운이 좋네. 였을 것이지만 실상은 이걸 사는구나.. 였다. 에만은 자신의 손을 잡는 거대한 손을 바라보고, 남성을 한 번 쳐다본다. 고작 두 번 들어본 익숙한 목소리가 이리도 안심되는 적이 있었나. 따지려 들다 기라도 제압 당했는지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는 남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에만은 천천히 맞잡은 손이 있을 페로사의 팔을 끌어안듯이 하며 고개를 기댔다. 저 기선제압에 한술 더 뜨는 것이었다. 작은 소동이 일단락되고, 에만은 느릿하게 고개를 올려 여인을 마주했다. 오늘 본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눈동자인데 이 푸른색에 압도되기라도 한 걸까. 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 하고 또 실없는 생각을 한다. 에만이 눈을 나직이 내리 깐다. "…별로.. 그렇게 오래는 안 기다렸어." 그리고 천천히 끌어안았던 팔에서 몸을 뗀다. 손을 잡는 모양새로 페로사에게 이끌렸다. 살면서 별로 써본 적 없는 헬멧을 쓰고, 타본 적 없는 오토바이에 타야 했다.
"아……?"
에만의 눈이 둥글게 뜨인다. 다리에 있어야 할 중력이 반쯤 꺾인다. 무게중심이 바뀌고 품에 끌려 올라갔다. 에만은 "저기, 잠깐.." 하고 겨우 말을 꺼내다, 뒷좌석에 앉게 되자 눈을 멍하니 몇 번 깜빡였을 뿐이다. 가면 너머의 침묵을 보아하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술기운에 느릿하게 생각하던 것이 틀림없다. 앞 좌석에 올라타며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에, 에만은 가면 속 입술을 오물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몸집으로 커다란 사자를 끌어안듯 팔을 뻗어 여인의 허리를 안았다. 에만 자신은 모르겠지만 제법 사랑스러운 태도다.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는 건 고사하고, 작은 손으로 다른 손가락 끝을 잡으며 꼼질거리는 모습이나 발목을 한 번 까딱이며 긴장하는 모습 같은 것 말이다.
나도 에만 본명을 지을 때 크롬 탭이 한가득이었어..😂 이름 후보도 엄청 많았고.🙄 내가 이거 말했나..? 에만 본명 후보중에 미카엘 말고도 앨리스와 힐데가르트, 올리버, 아인이 있었어.. 로즈밀의 별명이 불의 마녀니 그 계보를 이어야 해서 불을 관장하는 천사의 이름으로 해버리자! 하고 정했지만 사실 그 이전엔 앨리스(도시가 이상해서 앨리스라 지어도 될 것 같았어)와 아인(세피로트로 가면 공허를 뜻하거든.)이 제일 유력한 후보였고..🤔
에만: 필요없다고 말해도.. 이미 다 가지고 있으면서.(눈웃음 치더니 다시금 쪽) 에만: 날 가졌으면 모두 가진 거야.. 응.. 에만: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날 원해줘. 계속.(살짝 다리 뻗어 올려서 허리 감싸안음)
그가 그 바이저 속에서 무엇을 봤는지 당신은 알지 못한다. 알 필요도 이유도 없고, 그걸 알게 되는 게 당신에게 그렇게 유쾌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녀가 당신을 바라볼 때면 그런 눈빛을 띄우지도 않을 테고... 그녀가 당신에게 그런 눈빛을 할 일을 만들고 싶지도 않지 않은가. 당신의 호기심은 그녀를 멀리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가까이에서 바라보길 바라고 있으니. 페로사는 자신의 팔을 끌어안은 에만을 바라보다가, 에만이 팔을 떼자 자신의 팔을 힐끔 내려다본다. 당신이 오토바이에 태워지기까지 일어난 일은 그뿐이었다.
헬멧이 잘 씌워졌는지 매만져보던 페로사는, 당신이 채 자신의 몸통을 다 못 부여잡고 손가락을 꼼지락대는 것을 발견했다. 당신이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아방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바이저가 덮이지 않은 페로사의 눈가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스쳤다. 그러다 페로사는 자신의 눈가에 웃음이 걸린 것을 깨닫고는 자신의 헬멧 바이저를 툭 내려 닫아버렸다. 그 바람에 당신에게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먹먹해졌다. "허리를 다 못 잡겠으면, 벨트를 잡아." 하고 그녀는 블루좀 허리자락을 조금 들어올려준다. 바지에 매어져있는 두꺼운 벨트가 보인다. 그녀의 체형 자체는 퍽 날렵한 편이었지만, 체격 자체가 크게 차이나는 탓에 꼭 안는 것으로 쉽게 알 수 있는 근육질의 허리통은 당신의 크지 않은 체격으로 한번에 껴안기 조금 버거운 것이었다.
당신이 벨트나 허리 어느 쪽을 최대한 붙든 것을 확인하고, 페로사는 올렸던 옷자락을 내렸다. 옷자락이 당신의 팔을 부드럽게 덮는다. 꼭 끌어안고 있는 그녀의 탄탄한 몸이 따뜻하다. 밀도 높은 근육질의 몸이라 좀 울퉁불퉁할 줄 알았는데, 그녀의 등에 기대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그녀의 체형이 당신의 형상에 꼭 맞는 것 같다는 기분도 든다.
문득, 도로 저편의 어느 상점가에서 시끄럽게 틀어놓고 있는 노래가 당신의 귀에 들어온다.
Baby, let's drive into the night Just get up and go, leave our worlds behind It's so easy if you just say that you might Just get up and go, leave it all behind
노래를 배경으로, 페로사는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하고 시끄럽게 우는 통상적인 오토바이 엔진 소리와는 달리, 엔진이나 머플러에 무슨 짓을 하기라도 했는지 우우웅 하는 나직한 소리만이 난다. 이 시끄러운 번화가 속에서는 오토바이에 타고 있는 게 아니라면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나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위이잉 하는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뉴 고모라 번화가의 야경이 뒤로 주욱 밀려나기 시작했다. 마치 유령이 되어 밤거리를 내달리는 것 같았다. 네온사인, 향락에 취한 사람들, 거리의 소음, 음악, 화려한 불빛... 그 모든 것들이 흐릿한 선처럼 스쳐지나가며 밤의 터널을 이루었다. 나머지는 화려한 장식일 뿐, 이 순간에는 오토바이에 함께 탄 당신과 그녀만이 있는 것 같았다.
-뉴 고모라의 번화가를 빠져나와, 고가도로와 터널을 지나 다운타운과 에스플레네이드, 뉴 고모라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미드나잇 파크까지 도착하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단정하고 유쾌한 열대 신사 같은 에스플레네이드의 풍경이 옆에, 광란에 젖은 파티걸 같은 뉴 고모라의 야경이 뒤에- 밤이 내려앉은 숲임에도 음울하지 않고 각양각색의 공연과 향락이 묻어 아직까지도 빛나고 있는 공원의 풍경 너머로 조용한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는 다운타운의 풍경이 내다보이는 미드나잇 파크에 도착하기까진 약 20여 분이 더 걸린 것 같다. 다행히 그동안 그들을 멈춰세우고 총을 겨누거나 돈을 구걸하는 성가신 사건은 없었다.
"다 왔어, 손님."
하고 페로사는 공원의 한 변두리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스탠드를 발로 툭 찼다. 그녀는 미드나잇 파크의 풍경을 한 번 둘러보았다.
페로사의 아버지인 에두아르도 몬테까를로는 실제로 코사 노스트라의 조직원으로 베르셰바에 파견근무를 갔었다는 설정이니까, 응.
그런데 참 페로사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머릿속에 캐릭터가 쫘라락 떠오르더니 짠 하고 금발 꽁지머리 고양잇과 맹수상의 근육질 장신 바텐더 눈나가 나왔어... 상판 n년차 캐릭터가 내 뇌의 문짝을 까부수고 너! 날 내라! 하고 캐릭터가 쳐들어오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지... 그러니 이 만남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급선회)
에만주가 자러갔을 이틈에 슬쩍 써보자면... 거의 낮이 되도록 푹 잔 페로사가 엉거주춤 일어나서 목이 타서 1리터짜리 생수병 냉장고에서 가져다 벌컥벌컥 들이키며 방에 들어오는데 아까전까지 자고 있던 에만이 눈 비비며 비척비척 일어나는 거 보고 목말라하는 에만이 입에 생수병 갖다대주는 장면을 보고 싶다. (기묘한 취향)
허리를 채 다 부여잡지 못한 이유는 지금의 몸뚱이가 제법 작아서다. 날 적부터 작았다고들 하지만 성장한 이후 생활에 무리는 없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올 것이라 생각한 적도 없었다. 벨트를 잡으라며 허리 자락을 조금 들어 올리자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안는다. 여인은 보통 체구의 타인이 안는다면 자신만큼은 아니더라도 원활하게 안을 곡선을 가졌음에도. 옷자락이 팔을 부드럽게 덮자 스민다. 탄탄한 몸의 굴곡이 느껴진다. 불편할 줄 알았건만 자신만을 위해 준비된 듯 편안하다. 느릿느릿 고개를 돌린다. 세상이 너무나도 밝다. 밤이 두려운 것이다. 이제 두려운 밤길을 향해 달려나가야 했다.
도시의 어느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뒤로, 환락의 도시는 조용한 소음과 함께 순간의 모습을 비춘다. 그 순간 에만은 유령이 되었고, 스치는 불빛과 노래는 잔상이 되어 흩어진다. 밤바람이 옷깃을 가르고 목을 스친다. 밤공기 속에 녹아들어버린 사람이 되었다. 이젠 상념도, 후회도 없다. 둘만 있는 세상 속에서 에만은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등에 헬멧 쓴 고개를 조심스레 가누고 소리 없이 쓴 웃음을 지었다.
술기운이 올라온 몸, 생각하기엔 여유가 없는 머리, 속절없이 흘러버린 시간. 20여 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시간 동안 에만은 뜬 눈으로 세상의 흐름을 지켜봤다. 오늘 있던 복잡한 일도, 감정도. 전부 정리하고 외면할 유일할 시간이었다.
세상이 흐려지는 것을 멈추면 열락으로 빛나는 장소가 나온다. 그동안 자신을 멈춰 세운 사람은 없었으니 다행이지만, 그 사실이 자못 아쉽기도 했다. 때늦은 후회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게으른 변명이다. 다 왔다는 말에 에만은 고개를 뗀다. 미드나잇 파크는 여전히 향락적이다. 저 멀리서 심야랍시고 감성적인 공연이라도 하는지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멀지 않은 곳 풀숲에서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렸다.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근처에 주차된 것은 답지 않게 검은색 세단을 비롯한 다른 차다. 몇 차는 흔들리고 있으나 적어도 이 둘이 신경 쓸 것들은 없는 것 같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에만은 주변을 죽 둘러보다 헬멧을 벗는다. 답답했는지 가면을 반쯤 벗고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시선을 페로사를 향해 돌린다. 잠깐 할 얘기가 있으니 허리를 숙여보라는 듯.
밤바람의 차가운 공기가 두 사람을 감싼다. 오늘 밤이 뒤로 놓인다. 바의 개인실에서 한가득 묻혀가지고 나온 나른한 공기도 씻겨나가는 것 같다. 그러나 정말로 그게 다 씻겨나갔을까. 당신에게 충분치 않았던 시간이 그녀에게라고 충분했을까. 밤을 뒤로 하고 도착한 곳을 결국 또다른 밤일 뿐인데. 고작 20여 분의 질주로 밤에서 도망칠 수는 없겠지. 페로사는 시동을 걸어둔 채로 스탠드를 툭 걷어차서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헬멧은 벗지 않은 채다. 자신이 알던 것과 딱히 달라지지 않은 풍경들. 그것을 눈에 담고 있는 페로사가 어떤 표정일지는, 짙게 선팅된 바이저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별말씀을." 잠깐 미드나잇 파크의 광경을 돌아본 페로사는, 당신의 인사에 대답하며 당신에게로 돌아섰다. 당신이 오토바이에서 내리려는 것을 도와주려는 모양이다. 그러나 당신이 바라봐오는 시선에, 페로사는 다시 당신의 어깨를 감싸안으려다 말고 손을 거두고는 얼굴을 덮고 있던 바이저를 밀어올렸다.
뉴 고모라의 번화가만큼은 아니지만, 밤의 향락에 눈이 먼 이들이 반딧불이처럼 밝혀둔 각양각색의 조명 덕에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평소대로의 그녀다운, 느긋해보이는 표정이다. 그녀는 그 느긋한 표정을 하고선, 허리를 숙여 당신과 시선을 맞췄다. 그녀의 푸른 눈이 뭔가 할 말 있냐고 묻는 것 같다.
뉴 고모라보다 조용하지만 이곳도 결국 안식처는 되지 못한다. 어쿠스틱 기타 소리는 제법 먼 곳에서 들려와 먹먹하고, 풀숲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여전하며, 불빛은 여전하다. 우리는 완전한 어둠 속에 숨으려면 한참을 도망쳐야 할 거야. 그 아래로, 더 아래로, 내가 결국 주둔하는 곳도 어둡지는 못하니까. 이게 내게 주어진 삶이겠지, 빛을 피해 평생 기어 도망치겠지.
"페로사."
이 작은 여우는 무슨 생각을 했길래 당신을 불렀을까. 가면이 반쯤 올라갔다 해도 새하얀 눈동자는 드러나지 않아 감정을 알기 어렵다. 다만 에만은, 바이저를 밀어올리며 자신을 마주하는 페로사를 짧은 침묵과 함께 쳐다봤다는 점이다.
당신은 느긋하고 처음 만났던 얼굴 그대로다. 반쯤 드러난 얼굴이 천천히 무표정에서 색채를 담아낸다. 이내 옅은 호선을 그었다. 감히 생각하기를,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느긋한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도, 자신이 이 미친 도시에서 홀로 살아남겠답시고 인내하는 것도. 에만은 가면을 아예 벗어버렸다. 백금색 머리카락이 얼굴에 잠깐 달라붙다, 바람이 불자 흐트러져 떨어진다. 살짝 고개를 뻗고 떨어진 것은 순간이었다.
여우는 사자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세례를 하듯 나긋하며, 어떠한 욕정도 없는 순수함 그 자체였다. 어느새 얼굴은 미소로 가득 차 있다.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는 새하얀 눈동자가 꿈결처럼 몽롱하다. 아이처럼 해맑고 순수하다. 이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천사와도 같은 미소를 지은 채 어서 내려달라는 듯 팔을 뻗었다.
별말을. 응, 그 이야기.. 나 역시도 그런 수위 규정에 대해 반대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말야. 내가 생각한 바빌론 시티라는 도시(+두 사람의 이야기)는 느와르 배경이 다 그렇듯이 2232만으로는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우리가 그것을 감수하고 묘사에 주의해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적절히 잘라낸다고 해도 토의스레에서 이야기 나왔듯이 누군가에게는 기준을 넘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워. 우리가 레스로 작성한 글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지는 거기도 하고. 말마따나 이 사이트는 전체 공개 사이트고, 미성년자도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다는 거니까... 그러면 상판의 수위 기준을 15세 기준으로 정한다 해도 15세 미만의 인원이 이 사이트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데에까지 생각이 닿았거든. 그걸 감수하고 계속 이 플랫폼에 남을지, 아니면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지도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