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저는 너무 시선이 끌린듯 해서 차라리 이주가 낫지 않나 싶더라구요. 아까 조정스레에서 온 사람들 말고도 일부러 어그로 끄는 사람도 있었고. 옛날에 그런 난입 어그로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어서 조금 무섭기도 하고..? 아스주가 반대하신다면 저도 굳이 이주를 할 생각은 없어요. 음.
>>826 (부빗)(꼬오옥) 어그로는 하이드로 무시하면 돼. 정당한 지적도 아닌 어그로 따위가 뭐가 무서워서 피해야 하겠어. 오히려 동정해야지. 이런 곳에서 그렇게 밖에 살지 못 하는 부류니까. 그래도 완전 반대는 아니니까. 정 안 되면 다시 이주 고려해보자. 아니면 다른 방향도.
>>828 아이구. 괜찮은 줄 알았더니 은근히 속앓이 하고 있었네. (토닥토닥) 그래. 신경 쓰일 만 하지. 그래도 이번에 시선이 부각되서 그런 거고. 이전이랑 다를 거 없을 거야. 처음부터 말이 둘이지 아무나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곳이었는 걸. 새삼 스트레스 받을 거 없어. 괜찮아. (무릎에 올려줌)(둥기둥기) 이런저런 일도 있었고 하니 오늘은 이만 쉴까? 푹 자고 일어나서 기분 좋게 다음 일상 얘기하자. 화이트데이 일상 해야지. ㅎㅎ
>>829 음. 원한 같이 거창하게 생각할 거 없어. 현생에서조차 말 한마디로 인간관계가 어긋나는데 텍스트 뿐인 이곳은 어련할까. 다수가 모인 곳에서 서로에게 서운한 감정 안 생길 수는 없더라. 그 하나하나에 연연하다간 자기 자신만 망가져. 그러니 너무 깊게 생각하고 그러진 말아.
도시 헬로스는 지도상으로 보자면 남태평양에 위치한 도시로서, 뜨겁게 타오르는 휴가철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하게 온화한 기후를 띄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타국에서 매서운 겨울이라 하는 계절도 헬로스에선 조금 쌀쌀한 가을 같은 느낌이었으니. 슬슬 봄이 찾아오고 있는 타국 어딘가와 달리 헬로스는 이미 한창 포근한 기온을 띈 시기였다.
그리고 그런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도시의 사람들도 분주해졌다. 잠깐의, 혹은 장기적인 휴가를 즐기러 올 휴양객들을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장사 준비를 시작했다. 덩달아 치안도 들썩이기 시작하면 각 구역을 맡은 조직들이 움직여 치안 정리에 나섰다. 라 베르토 역시 산하의 매장과 구역 관리로 인해 한참 바쁠 시기였다.
"이 때는 정말 익숙해지질 않네. 몇 년 더 겪으면 익숙해지려나." "일에 익숙해짐이란 없습니다." "그래. 그래. 어련할까. 다음 거나 줘ㅂ. 음?"
집무실에서 한창 일을 처리하며 로노브와 잡담을 나누던 중. 작은 진동과 함께 여인의 핸드폰이 울렸다. 들어서 확인해보니 제롬이었다. 은근슬쩍 같이 보려고 하는 로노브를 쉿쉿, 손짓으로 무르고 내용을 확인했다. 내용은 간단히, 데이트를 제안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제롬의 집에 초대되었던 후로 제대로 만난 날이 없었지. 절묘하게 시기가 맞물린 탓이었다. 여인은 조금 고심하다가 긍정의 답신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로노브를 불러 그 날의 일을 마저 처리하였다.
그와 같은 날이 며칠이 지나 데이트 당일. 지난 며칠 간 혹독하게 일을 한 결과 여인은 겨우 오늘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조직의 운영을 크게 바꾼 건 좋았지만 보스인 여인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난 건 이제 보니 썩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다시 재정비를 해야 하나. 같은 생각을 하며 옷을 챙겨 입고 가볍게 치장을 했다.
타이트한 청바지에 크롭 디자인의 하늘색 가디건. 머리는 평소와 같이 내리고 약간의 손질만 했다. 짙은 푸른색 장미 귀걸이를 양쪽 귀에 달고 가는 손목엔 동글한 원석들이 꿰인 원석 팔찌를 채웠다. 가는 사슬끈이 달린 미니 백에 핸드폰과 약간의 소지품을 챙기고. 색이 너무 진하지 않은 선글라스를 걸치는 것을 끝으로 여인의 집을 나왔다. 7센치의 굽의 샌들힐이 제법 듣기 좋은 또각 소리를 걸음마다 울렸다.
"...어라. 조금 일찍 나와버렸네."
약속 장소가 좀 먼 듯 하여 넉넉히 시간을 잡고 나왔더니. 막상 도착하자 20분 가량 일찍 도착 해버렸다. 예상보다 남아버린 시간에 여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그 자리에서 기다리기로 햇다. 어쩌면 제롬도 일찍 나올지 모르는 일이었으니. 그리고.
"이런 경험 한 번 쯤은 나쁘지 않지."
어느새 두근거리기 시작한 마음으로 제롬을 기다리는 것도 제법 괜찮을 듯 싶었다. 누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