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과 개학이 잦아들고 슬슬 어느정도 정리가 될 때쯤. 3월 14일, 화이트데이가 돌아왔다는 소식과 함께 들려온 소식. 3월 말 즈음에 3월 모의고사가 있다고...?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그야 뭐 어떤 느낌으로 나올지 궁금하니까. 요리부에 가서 요리를 만든다고 하니까 더더욱 말이야. 아. 그래? 확실히 미디움, 레어, 웰던 이런 것이 있었지? 아. 생각해보면 난 항상 웰던으로만 먹었던 것 같아. 미디움이나 레어는 확실히 시간 조절이 힘들긴 하겠네. 화력 조절이라던가 말이야. 그런 걸 전혀 생각 못하고 있었어."
생각보다 까다로운 요리라는 것을 인지하며 은우는 그와는 별개로 그녀의 요리 실력에 대한 답에 흐응- 소리를 내며 빤히 채린을 바라봤다. 보통 저렇게 말하는 이들이 요리를 잘 못하지 않던가? 허나 그것을 굳이 입에 담을 정도로 그는 심하게 짓궂은 성격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니 굳이 자신이 사실은 못하는 거 아니야? 라고 입에 담을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버지끼리 친구 사이라 자주는 아니어도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던가. 괜히 어깨를 으쓱하며 은우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요리부 선배가 이것저것 가르쳐주겠지만 그래도 혹시 내 도움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줘. 요리부 사람들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 나름 가사 실력은 꽤 좋다고 생각하거든. 요리라던가... 아. 물론 진짜 전문가에 비하면 못하긴 해도 그래도 약간은 도움은 될 수 있을지 누가 알아?"
그래도 자신이 사용하는 방식이나 그런건 어느 정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을 확인하며 은우는 살짝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봤다. 쉬는 시간이 그렇게 무한정 긴 것은 아닌만큼 여기선 빠르게 결판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자신의 가방에 넣어둔 사탕을 넣어둔 통을 꺼냈다.
아랫층을 분리해서 새로운 통을 만들어낸 그는 윗통에서 타바스코 캔디를 3개, 그리고 일반 캔디를 3개. 그렇게 옮긴 후에 빠르게 통을 흔들면서 사탕의 위치를 마구마구 섞었다. 넣은 사람조차도 뭐가 뭐인지 구분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만들어버린 후에 그는 채린에게 통을 내밀었다.
"룰은 간단해. 원래라면 각각 5개씩 해서 10개로 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조금 애매하니 말이야. 아무튼 번갈아가면서 먹으면서 가장 많이 타바스코 사탕을 먹는 사람이 지는거야. 네가 이기면 선물 하나를 줄게. 대신 내가 이기면 타바스코 사탕 3개 먹기."
지금이라도 거절해도 상관없다고 이야기하며 받아들일거면 먼저 먹어도 좋다고 이야기하며 그는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응한다고 한다면 다이스는 1~6으로 돌리면 될 것 같아. 홀수는 일반 사탕, 짝수는 타바스코 사탕. 쉬는 시간이니 아무래도 시간이 넘쳐나진 않을 것 같아서 양을 조금 줄였다!
“응. 잘 아네. 차라리 웰던이면 쉬울걸. 미디엄이니 미디엄 레어니 하는 것들이 문제지.”
채린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제법 많은 소고기가 불판 위에 올라갔지만, 마음에 들게 내려온 것은 하나도 없었다. 역시 요리는 전문 요리사에게 맡기자는 교훈을 얻었을 뿐이다.
“그렇게 말할 정도면 꽤 자신 있나 봐? 무슨 요리 제일 잘하는데?”
채린은 은우가 요리를 할 줄 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은우도 제 요리 실력에 대해선 방금 알게 되었을 것이다. 새삼스럽진 않았다. 소꿉친구긴 해도 어느 드라마에 나왔던 것처럼 매일 붙어다니거나 서로의 비밀을 잘 아는 게 아니었으니. 말 그대로 그냥 어렸을 때부터 알았을 뿐인 사이. 아마 같은 반이 되지 않았으면 앞으로도 계속 그러지 않았을까?
채린은 어떤 게임일지 기대하며 준비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단출한 준비물에 간단한 게임 방식. 어디에서든 볼 수 있을 법한 형태라 배울 필요도 없을 듯싶었다. 그저 운만 있으면 될 뿐이다. 간단하게 즐기는 거라 우승 상품이 있는 게 오히려 의외일 정도였다. 무엇이 준비되어 있을까?
“선물이 뭔데? 아니다. 끝나고 봐야 재밌지. 아무튼 준비해 놔.”
채린은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사탕을 하나 꺼냈다. 살펴보아도 육안으로 일반 맛일지 타바스코일지 구분할 수는 없었다. 하긴 그런 꼼수가 통하면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겠지.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는 것 같아 채린은 제 운을 믿으며 사탕을 입에 넣었다.
"제일 잘 만드는 요리? 음. 두부조림하고 갈비찜. 물론 재료값이 좀 들어가서 자주 만들진 못하지만 엄마하고 아빠가 둘이서 놀러가고 나 혼자 집에 있으면 가끔 차려먹고 그래."
어디까지나 가정집에서 반찬거리로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괜히 침을 꿀꺽 삼켰다. 막상 말하고 보니 갈비찜이 먹고 싶은 탓이었다. 오늘은 무리고, 다음에 한번 재료를 사서 만들어서 부모님과 같이 먹을까 생각을 하니 자신도 모르게 또 침을 꿀꺽 삼키고 그것을 인지하자마자 그는 괜히 웃음소리를 내며 무마하려고 했다.
아무튼 게임이 시작되고 채린이 사탕을 하나 챙기고 입에 넣는 것을 바라보며 은우는 가만히 사탕을 노려보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탕을 집어들었다. 오늘 몇 번이고 했었기에 타바스코 사탕이 얼마나 매운지 아주 잘 알고 있는만큼 바로 입에 넣진 못하고 그저 뚫어져라 사탕을 바라볼 뿐이었다. 허나 이미 집어들었으니 바꾸진 못하고 그는 애써 태연하게 사탕을 입에 쏙 집어넣었다.
혀 끝으로 살살 사탕을 녹이다 느껴지는 너무나 익숙한 그 향에 은우는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교복 상의 옷자락을 꾹 잡고 발을 동동 굴렸다. 그래도 애써 태연한 척 하려고 입술을 꽉 닫고 몸을 몇 번 움찔움찔하던 은우는 겨우겨우 입을 연 후에 시원한 공기를 있는 힘껏 흡입하고 다시 크게 내뱉었다.
"왜 계속 처음은 타바스코 사탕인거야. 다른 사탕도 상당히 많은데. 오늘따라 운이 진짜 안 따라준단 말이야. 아무튼 내가 먹었으니까 네가 1점이야. 자. 골라봐."
이어 그는 시선을 내려 통에 들어있는 사탕을 정말 뚫어져라 노려봤다. 두 번 연속으로 타바스코 사탕을 먹는 것은 피하고 싶은 탓이었다.
어쩐지 방금 했던 ‘귤’만큼이나 어려운 것 같은 이름입니다… 이럴 때야말로 노트가 나서야 합니다. 분명 이름을 발음대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아니라면 그때야말로 글자를 보라- 헬렌이 언젠가 그런 말을 했던 생각이 들어서 빠르게 노트에 이름을 써내려 갔습니다. 하는 김에 제 이름도 써서 한글자씩 짚으며 발음했습니다
흠흠, 이정도라면 제쪽이 오히려 더 선생님 같은 느낌이 들어 어깨가 조금 으쓱했습니다! 이름이라는 것은 어느 문화권에서든 중요하니 이정도라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이름 정도야 얼마든 나중에 알아가면 되는 거에요!
“목표, 있어에요! 친구 100명은 만든다입니다!! 이 공부, 그래서 필요하다! 어떤 나라든, 그 나라에선 그 나라말을 하는게 맞다입니다!!!”
덕분에 이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지만 그 정도야 뭐 부가 사항이라는 거죠!! 원래 목적과는 크게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기서라도 목표를 이루면 아빠에게 자랑할 것이 또 하나 생기는거니까요! 마침 또래인 것 같기도 하고 이 사람부터 시작해서 학교 전원과 친구가 된다면 ok! 입니다!!!
하지만 그냥 다나만 기억 해 두는게 좋을 것 같다. 그런 긴 풀네임을 부를 일은 분명 없겠지. 그녀의 언어로 된 그녀의 이름은 어떻게 봐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뭐 글씨는 좋구나. 역시 글씨를 못쓰는게 아니라 그냥 아직 한글을 잘 모르는 것 이었다. 나중에 초등학생용 받아쓰기 공책이라도 사줘야하려나.
"친구.. 일단 10명부터 시작하는 건 어때? 이런건 조금씩 목표를 단기적으로 결정하는게 더 추진력이 좋을거야. 아마도."
자신의 친구라며 100명의 한국 청소년의 사진을 보내는 모습이 쉽게 상상이 되었기에 말했다. 받는 그 사람도 곤란할테고 친구가 된 댓가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사진이 먼 이국으로 보내지는 입장도 곤란할테니.
"그 중 하나가 일단 나였지.."
자조하듯 중얼거리다가 한 번 심호흡을 했다.
"괜찮아. 두통은 없어."
아, 아닌가? 어쩌면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낚시를 할 때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결국 이런 일에 보기좋게 휘말린 나의 자업자득이었다.
"친구 만들려고 했으니 한국어로 인사정도는 할 수 있겠지?"
그녀의 실력을 알아보기도 하고 어차피 음식을 먹는동안은 한가하기에 그녀에게 인사를 한국어로 할 수 있느냐는 뜻으로 말 했다.
두부조림은 가볍게 스쳐 지나가고, 갈비찜만이 남았다. 그게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요리였단 말인가? 채린으로선 엄두가 나지 않아 아직 시도하지 않은 음식이었다. 정 먹고 싶을 때는 그냥 사 먹었다. 하지만 역시 직접 만든 것과는 좀 다르다고 할까. 우선 고기의 양이 너무 적다. 한창 이야기하느라 은우를 보고 있던 채린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누가 보면 지금 눈앞에 갈비찜이 있는 줄 알겠다.
사탕은 혀에 닿자 달콤함을 선사했다. 시작부터 운이 좋다. 채린은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 여유롭게 입안에서 사탕을 굴리는 동안 은우가 사탕을 집는다. 멀쩡한 저와는 확연히 반응이 달라 무슨 사탕을 골랐는지 알 수 있었다. 타바스코구나. 보아하니 겉에만 살짝 바른 수준은 아닌 모양이다. 스스로 먹게 될 확률이 있는데도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만큼 게임에 진심인 걸까? 어느 쪽이든 덕분에 집중은 잘 되겠다.
“내 운이 더 좋은가 봐. 힘들면 언제든 포기해도 되는데?”
그러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도 굳이 말해보았다. 채린은 다시 통으로 시선을 내렸다. 이제 남은 사탕은 4개. 이 중 2개만이 멀쩡하다. 채린은 더 고민하지 않고 바로 앞에 있는 것을 집었다. 어차피 생각한다고 사탕이 바뀌진 않으니까. 그냥 제가 고르는 것이 무조건 멀쩡한 사탕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번에도 제 운을 믿으며 사탕을 입에 넣었다. 이대로 무난하게 2점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목표는 크게 잡는게 맞다아닙니까? 누구든지 이름을 나누고 나면 모두 친구인거입니다!!!”
그 정도야 쉬운 일입니다! 원래도 학교…는 다니지 않았지만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나 게임에서도 모두 쉽게 쉽게 친구가 되었으니까요!!! 얼마든지 할 수 있을겁니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러면 다행이다입니다!! 아는 사람 다친다? 마음이 아프다에요. 약은 가지고 있으니까 언제든 말해주세요입니다?”
우선은 노트부터 정리하기로 하고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더 이상 두면 확실히 불어버릴테고 불어버린 면요리는 그다지 맛이 없으니까요!!!
“응? 인사?”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만나서 대뜸 가르쳐달라고 했을 뿐 제대로 인사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건 저의 실책입니다! 자고로 처음 만난 사람들과 나누는 인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없는데 말이죠! 게다가 이렇게 인사도 나누지 않는 사람이라면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오해를 받고 말 것이 분명했습니다! 먹고있던 포크를 내련놓고는 옷을 가볍게 정리하고 가지고 있던 세정제를 이용해 손을 깨끗하게 만든 뒤 오른 손을 내밀었습니다.
“no! 다나 빈트 라시드 알하메드! 우리나라는 성이 없다에요. 아빠의 이름을 쓴다입니다. 자랑스러운 이름입니다.”
아빠의 이름이 셰이크 라시드 빈 무하마드 빈 술탄 알하메드였으니까요! 여기서는 왕가도 없고 저는 할아버지 이름을 쓰는게 맞을겁니다!!!
“어, 대수. 그건 맛있다입니까? 김밥, 먹어본 적이 없다에요.”
분명 여기에 와서 제법 많은 걸 먹어봤다고 생각합니다. 헬렌이 하는 음식은 맛있고 또 질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그건 그거 이건 이거. 백반집에서 사라다? 라는 요리를 먹었을때는 얼마나 놀라웠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건… 검은 해조류로 쌓인 소스가 없는 비빔밥?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대수가 먹는 것을 보면 맛있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쉽게 손이 가는 음식은 아니에요.
“친구비는 팁… 이해했다입니다!!! 인터넷에서는 그렇게 말했지만 어쩐지 믿을게 없다-입니다!!!”
그래도 친구가 되려면 친구비가 필요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갸웃거리면서도 이내 고민을 접어두었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교차검증이 되지 않은 정보니까요! 조금 더 많은 사람들ㅇ데게 물어보고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