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과 개학이 잦아들고 슬슬 어느정도 정리가 될 때쯤. 3월 14일, 화이트데이가 돌아왔다는 소식과 함께 들려온 소식. 3월 말 즈음에 3월 모의고사가 있다고...?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803 다운이는 아싸쉑이라 딱히 생각나는 선관이 없네..ㅋ..ㅋ.ㅋ.큐ㅠㅠ 그럼 바로 일상 돌리자 서우의 인싸력을 믿어보갔으.... (이럼 안됨) 혹시 원하는 상황 있어??? 나는 일단 생각나는건... 서우가 장난을 실수로 다운이한테 쳐서 우당탕탕 일상 시작하는 것도 좋고~ 같이 짝인데 수업도중 떠들다가 같이 쫓겨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ㅋㅋㅋ) 뭐든 좋다~ 옥상에서 만나는 것도 좋구 체육시간 임시로 배드민턴 짝 되는 것도 좋고 젠장 일상 소재 잔뜩이잖아~~~
수업이 끝났다는 종이자 점심시간이 시작했다는 종이 울렸다. 그렇지만 서우는 급식실로 달려가지 못 했다. 업보를 치르고 있었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라는 그림처럼 허리를 숙이고서 바닥에서 무언가 열심히 줍고 있다. 날아가기 쉽게 깃이 달린 하얀 공, 셔틀콕이다. 무슨 업보인가 하면 체육 시간에 제대로 배드민턴을 치지 않고 장난을 친 것에 대한 것이었다. 제대로 랠리를 주고 받지 않고 일부러 이상한 곳으로 공을 보내며 짝이 받기 어렵게 하질 않나, 셔틀콕 여러개를 한 번에 보내질 않나, 하나인 척 두개를 겹쳐서 속이기까지 재밌게도 놀았다. 체육 선생님 눈에 그것이 제대로 밟힌 줄도 모르고. 다들 밥먹기 시작하는 점심시간에 서우가 직접 이곳저곳 퍼뜨린 셔틀콕에, 반 아이들이 미처 찾지 못한 셔틀콕까지 찾게 될 줄 모르고!
“으아―아――!!!”
바닥에 벌러덩 누워버린다. 얌전히 셔틀콕이나 주울 성질머리가 아니었다.
“하―기―싫―어―!”
고작 두 개밖에 안 주웠다. 체육 선생님이 본다면 저 얄미운 머리통에 딱밤이라도 한 대 놓았을 것이다. 체육 선생님은 벌써 점심 시간을 즐기러 떠났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듣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반 아이들이 전부 점심을 먹으러 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서우의 배드민턴 짝이었던,
“우~니야…. 넌 밥 먹으러 가도 돼…….”
다운이, 다우니. 동명의 섬유유연제가 광고할 때 쓰는 그 음의 높낮이로 부르되 ‘다’만 뺐다. 멋대로 지은 별명을 부르고 하는 말은 ‘나 혼자 다하겠다!‘라는 뜻이었는데 제대로 전해지지는 못할 것 같다. 말하는 톤이 비오는 날 고개 숙인 봄꽃잎처럼 추욱 처진데다 조그맣게 웅크려있기 때문이다.
>>829 고민해봤는데 오늘따라 신박한 상황이 안 떠오른다.. 🥲 아직 화이트데이 안 끝났으니까 같은 반 애들한테 사탕 나눠주던 채린이가 은우에게도 하나 준다던지, 아니면 수업 시간 내내 멍 때리다가 노트 필기 빌려달라고 하던지.. 이 정도 부탁은 얼굴 아는 애한테 할 테니까.
다운은 서우 뒤에서 가만히 서있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을까... 다운은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과거를 헤아려보았다. 오늘따라 배드민턴이 쉽지 않았다. 뭐가 문제였는지 한 번 생각하고 두 번 생각해봤는데 객관적으로 자기 잘못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다운이 화가 났다는 건 아니다. 다운이야 워낙 별 생각 없이 살지 않던가. 후반에는 자기도 서우의 장난에 반쯤 장단맞춰줬으니 자기 잘못이 아예 없지는... 아니 근데 내 잘못은 아니지. 다운은 뻔뻔하게 생각했다.
벌러덩 드러누운 서우에게 다가가 몸을 굽힌다.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어서 주섬주섬 셔틀콕을 줍다가 서우를 재촉했다. 높낮이 톤이 일정한 게 마치 알람음처럼 들릴 지경이었다.
"빨리 끝나야 밥 먹으러 가지. 얼른 일어나서 줍자. 내가 도와줄게."
하고 일어나 또 다른 셔틀콕을 주으러 자리를 옮기는 것이었다. 점심이야 아직 여유가 있었고 다운은 식탐 많은 성격도 아니었다. 그래서 별로 조급하지 않았다. 느릿느릿 하품이나 하다가,
"아, 그래? 그럼 나 먼저 갈게. 이것만 정리해놓고."
눈치 없이 대답했다. ...다운이한테 솔직하지 못하게 말한 서우의 잘못인지, 아니면 저걸 또 눈치 없게 진실로 받아들인 다운의 잘못인지 모르겠으나 상황이 영 이상스럽게 흘러가는 건 알겠다. 다운이 품에 모아뒀던 셔틀콕을 자루에 우스스 떨어뜨려 놓다가 등을 돌렸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다운은 잠시 고민하다가 느릿하게 덧붙였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시끌벅적한 하루가 쭉 이어지지 않을까하고 그는 생각했다. 당장 타바스코 사탕을 넣고 즐겼던 룰렛을 몇 번이나 즐기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주변의 분위기는 크게 변하지 않았으니까. 이번 쉬는 시간엔 어디 안 가고 자리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수업이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 이내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기분 좋게 쭉 두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켜며 일어서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그렇다고 룰렛을 끝낼 생각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 슬슬 피해다니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그는 가만히 주변을 살폈다. 아마 알고 있는 이도 있을테고 모르는 이도 있을테고.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자리에 앉아서 쉬기로 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그가 방금 전에 공부한 것을 복습하는 일은 없었다. 물론 공부를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쉬는 시간에 쉬지 않고 공부를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겠는가..라고 그는 생각했다.
친구에게 받았던 알사탕 하나를 꺼낸 후에 그는 그 사탕을 입에 쏙 집어넣었다. 달달한 오렌지향과 맛이 혀 끝에 녹아내렸다. 와. 이거 맛있네. 무슨 사팅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포장지를 확인했다. 편의점에서 본 사탕인데 이게 이렇게 맛있었나? 나중에 하교하면서 하나 사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셔틀콕을 저렇게나 모았다니, 서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번 힘차게 내던진 탱탱볼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고 들쑤시고 쏘다니는게 서우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일단 잎으로 나아가 부딪히는 재미로 사는 애한테, 반복 노동 단순 작업이 주어졌으니 하기 싫어 널부러지는게 이해된다. 업보라는 점에서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고, 서우는 우니가 그렇게까지 말해준다니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세웠다. 휘말린 우니가 이렇게나 도와주는데, 계속 발라당 누워있을 수는―
“어엉?! 안 돼―!!! 나랑 같이 점심 먹어줘야지!!! 우~니는 서우 혼밥시킬거야……?”
밥 먹으러 가도 된다고 한 것은 서우였다. 말한지 1분은 지났으려나, 서우는 바로 번복했다. 정반대의 말을 한다. 눈썹을 여덟 팔 자로 갸륵하게 휘고, 울망울망 어린 아이가 갖고 싶은 장난감을 재촉하는 눈빛으로 우니를 바라본다. 우니가 농담이라고 말할 때까지 계속된 눈빛공격이다.
“―그럴 줄 알았어!”
농담이라고 말하자마자 자리에서 튀어오르듯 일어섰다. 방글방글 웃는게 이정도면 연기를 전공 삼아야할 것 같다.
“근데근데, 우~니는 내 이름 알아?”
서우는 반 아이들 이름을 다 알고 있었다. 출석부를 보고서 별명을 짓는게 새학년을 맞이하는 서우의 첫 임무이기 때문이다. 셔틀콕을 다시 이삭 줍듯 모으나 싶었는데, 그새 또 우니의 뒤꽁무니를 쫓아와 기대어린 표정으로 바라본다.
오늘의 학교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아무래도 그 원인은 화이트데이일 것이다. 기념일이란 건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법이니까. 아침부터 교실은 저마다 사탕을 나누는 아이들로 시끄러워졌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쉬는 시간일 때의 이야기. 수업이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탕은 자취를 감추고, 글씨를 적는 소리만이 가득 채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여전히 손이 움직이지 않는 이가 있었으니. 채린이었다.
채린은 칠판에 적힌 글씨를 뒤로하고 창문 밖으로 눈을 돌렸다. 체육 시간인지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보인다. 몇 학년일까. 쟤 되게 빠르다. 하며 이어지던 잡생각을 멈춘 건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아.”
채린은 책상을 보았다. 새하얀 공책은 새것과도 다름없었다. 아는 선배의 말에 의하면 이 교사는 불시에 필기 검사를 한다고 했다. 미리 적어두지 않으면 울게 될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채린은 주변을 살폈다. 마침 익숙한 얼굴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금 바빠? 넌 아직 안 준 것 같아서.”
채린은 생글거리는 낯으로 타이밍 좋게 비어있는 앞자리에 앉으며, 초록색과 주황색의 막대사탕 두 개를 그의 책상 위에 올렸다. 본론은 숨기기 위해 공책은 아직 책상 밑에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