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3월 초이니 가끔 엄청나게 추운 날이 있기도 해. 봄에 오는 꽃을 시기해서 찬 바람이 부는 거래. 그래도 3월에 눈이 오는 건 심하지 않아? -3월 초순, 눈이 오는 날에-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비 내리었다. 아침부터 눅눅한 공기가 피부에 진득하게 달라붙어 잠 깨었다. 피부 조금만 스쳐도 축축하고 좋은 냄새보다 좋지 않은 냄새가 코 찌른다. 술 바닥에 엎고 보일러 때문에 끈끈하게 눌어붙은 찌든 내, 희미한 구토 냄새 맡노라면 창문 열고 싶으나 저놈의 비 세차게 내려 환기도 못할 노릇이다. 반박자 늦게 따라오는 묵직한 머리 일으키면서 눈 끔뻑, 끔뻑 감았다 뜨니 먹먹한 귀 사이로 눈 흘겼다. 코 고는 소리 귀 쟁쟁하고 침대니 바닥이니 엎어져있다.
"염병.."
들키면 X될 일을 나까지 혔네. 자취하던 방 전경 보며 얼굴 싸쥔다. 기분이 나쁘다. 기분이 나쁘고 짜증이 치민다. 머리가 아프고 눅눅하며 비 오는 날이기 때문이라 생각하였다. 그놈의 어른이 무언지 함 겪어보잠서 치기 어린 생각에 저지른 일탈 탓이라고 생각하였다. 다른 생각 할 여력 없다. 누가 분명히 울었고 소리 지르며 싸웠으며 뭔가 깨지는 소리도 나였지만 지금 내 알 바가 아니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학교 가는 월요일이었음 단체로 무단결석일 뻔한 상황이었다는 것과 방금 온 연락이 중요하다. 머리 싸쥐며 짐승 울듯 우우 소리 내는 여학우 S 양 앞에 쪼그려 앉아 어깨 툭툭 친다.
"아야, 인나라. 해 중천이다." "아, 씨.. 머리 아퍼.. 작작 흔들어.." "응, 네 업보죠? 인나. 대강 정리혀야지." "개짜증나.." "그랴, 짜증나지? 안 인나믄 느이 다 내쫓는다." "아 머리 아프다고!!" "할아방 온다고 말을 혀야겄냐?"
그것이 벌써 너 1학년 때의 일이다. 애들 다 배웅하고 뒷수습 나름 잘 했다 생각했는데 너는 집에 들어온 할아버지께 단박에 들키어 목탁 대용으로 쓰인 뒷이야기 있다. 불자가 살생 저지르믄 안 되는디 날 죽일라 허네, 하고 외쳐도 삭막한 도시 부처도 도망갔는지 아무도 안 도왔다. 너 꿈에서 깨어 눈 게슴츠레 뜨고 몸 일으킨다. 오늘 또 비가 왔다구 열어둔 베란다 창문 사이 눅눅한 공기 사이로 어디 집인지 모르겠으나 희미한 전 부치는 기름 내음 올라온다.
화이트데이가 되었다. 옛날에야 발렌타인데이때 초콜릿을 받은 남자애가 사탕으로 돌려주는 날이었지만 요즘 시대에 그런 게 어디 있겠는가. 그냥 친구끼리 사탕을 돌리는 날로 바뀐 지금 딱히 큰 의미가 있는 날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좋아하는 이에게 특별한 사탕을 선물하거나 그런 일은 있겠지만 적어도 은우에겐 그 정도의 날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하면 재미가 없잖아."
은우의 행동지론은 언제나 어디서나 흥미와 즐거움이었다.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정말 별별 짓을 다하는 이인만큼 오늘 같은 날을 그냥 넘기는 일 따윈 그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미리 1주일전부터 준비한 사탕을 가득 통 안에 넣어두고 학교에 등교했다. 정말로 많은 알사탕을 1주일 전부터 최대한 많이 확보해서 절반은 그대로, 절반은 타바스코 소스를 아주 듬뿍 바르고 그것도 모자라서 소스통 안에 담궈서 10분 동안 데굴데굴 굴린 사탕이었다. 당연히 그 맛은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사탕을 준비한 그는 휘파람을 불며 가만히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낯익은 후배 ㅡ아마 자신의 기억이 맞다면 1학년 선서를 외쳤던 것으로 기억한다.ㅡ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오. 거기에 있는 사탕을 받으실 후배님은 혹시 바쁘신가? 바쁘지 않다면 나랑 30분만 놀자!"
화이트데이가 되었다. 중학생때야 서로 아는 친구들이 많았으니 여기저기서 터지는 커플들의 이벤트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막 신입생이 된 만큼 이미 친해진 몇몇 아이들을 빼놓고는 쭈뼛거리면서 하나 먹을래? 라고 물어보는 것이 다였다. 작년에 누군가의 이벤트를 도와주겠다고 친구들과 수제 초콜릿까지 만들어봤던 해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예상했으면서도 새삼스러웠다.
이건 하나에게 줘야지. 운이 좋았는지 초,중을 내내 다른 학교를 다니다가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같은 반에서 만난 오랜 소꿉친구를 떠올리며 해인은 깔끔하게 포장된 초콜릿 바가 담긴 가방을 달랑달랑 흔들었다. 긴장된 3월의 신입생은 저도 모르게 분위기에 젖어 표정을 풀어가며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
어, 여긴 1학년 복도인데요? 저절로 나오는 의문을 집어넣고 기분이 좋은 서해인은 "아니요 그렇게 바쁘지 않아요. 왜요?" 라 누가 봐도 선서 때 바짝 군기가 잡힌 1학년 대표가 아닌 3월의 소소한 이벤트를 맞이한 신입생의 모습으로 답했다. 바쁘지 않은건 사실이었고 뭐 선배와 사적인 친분을 다지는 건 그리 나쁘지 않은 거니까?. 며칠 연속으로 바짝 긴장하다 학교를 오랜만에 감싼 달달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동화되어 풀렸는지 은우가 든 통의 정체는 생각하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넘겼다.
"음 마침 여유롭기도 하고 괜찮아요. 그런데 저 혼자면 될까요?" 마침내 은우가 든 통을 바라본 소녀는 "사탕을 주는 퀴즈 이벤트인가."라 중얼거렸다. 동아리 홍보차 나왔나보다.
"다행이네. 다행이네. 바쁘다고 한다면 남의 귀한 시간을 뺏고 싶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싶었거든. 그리고 혼자가 나아. 이런 건 다른 이가 끼이면 뭔가 영 복잡해진다고 해야할까."
물론 두 명 정도까지라면 상관없을지도 모르나 적어도 이런 건 1:1로 하는 것이 제일이 아니겠는가. 그 쪽이 조금 더 스릴이 있고. 곧 어깨를 으쓱하던 그는 근처에 있는 창문틀에 살며시 통을 내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이내 거기선 정말로 색색의 알록달록한 사탕들이 들어있었다. 다만 골고루 섞여있는 것이 아니라 칸막이를 기준으로 두 개의 부류로 나뉘어져있었다. 수는 각각 얼핏잡아 50개 이상은 되어보였고 그는 통의 아랫 부분을 분리해서 또 다른 통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왼쪽에 있던 사탕 5개, 오른쪽에 있던 사탕 5개를 그 새로운 통에 집어넣고 있는 힘껏 흔들어서 섞었다. 정말 너무나 적절하게 섞여버린지라 뭐가 어디서 나왔는지 구분이 힘들었고 은우는 만족스럽게 그 새로운 통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아주 간단해. 지금부터 게임을 제안해볼게. 이 사탕 중 5개는 내가 진짜 어렵게 구한 정말로 맛있는 과일 사탕들이야. 딸기 사탕, 오렌지 사탕, 포도 사탕 등등. 아무튼 그렇게 섞여있어. 그리고 5개는 솔직히 먹기만 해도 엄청 매운 타바스코가 가득 발려있고 타바스코 소스 통에 담근 사탕이야. 솔직히 맛은 엄청 매워. 아무튼 그 사탕이 그렇게 섞여있어. 순서대로 하나씩 먹으면서 타바소크 소스를 덜 먹은 쪽이 이기는거야. 네가 이기면 그 기념으로 내가 좋은 선물을 하나 줄게. 대신 내가 이기면 타바스코 사탕 3개를 한번에 먹기. 어때? 공평한 게임이지 않아?"
물론 이 제안을 받을지, 거절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말을 해서 나쁠 것은 없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그냥 평범하게 지나가는 화이트데이보단 이런 엑티비티 한 것이 훨씬 재밌지 않겠는가.
"아. 물론 거절해도 좋아. 솔직히 매운 거 못 먹는 이라던가, 후배에게 강제로 이걸 하자고 말할 순 없는 거니 말이야. 하고 말고는 네 자유. 어때?"
흐으으으으음~~~~~~~~ 느긋한 느낌으로 하늘이의 하늘구경에 딴죽걸러 오는 것도 있고~~~~~~ 한가하게 반에서 뒹굴뒹굴도 있고~~~~~~ 뭔가 먹고 싶거든 요리부로 찾아오고~~~~~~ 아니면 별관에서 혼자 텀블링하고 노는 미나도 있고~~~~~~ 그대에겐 많은 선택지가 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