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3월 초이니 가끔 엄청나게 추운 날이 있기도 해. 봄에 오는 꽃을 시기해서 찬 바람이 부는 거래. 그래도 3월에 눈이 오는 건 심하지 않아? -3월 초순, 눈이 오는 날에-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너무 관련된 정보를 흘리는건 좋은 행동이 아니었다. 특히 이 부의 사정을 생각해보면 그랬다. 게다가 이 후배가 어떤 부에 이미 들어가있을 수도 있는거였으니. 어차피 학교의 예산은 정해져있고 그 한정된 예산을 여러 부에서 파이마냥 잘라 나눌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것 치고는 1인 부의 예산 치고는 괜찮은 범위였다.
"뭐, 그 사람이 여기에 오는걸 원한다면야."
그녀의 말에 대답하며 말썽이 심하고 체력과 회복력이 좋다는 그 친구에 대한 말에 눈을 꿈뻑였다.
"본인 이야기가 아니고?"
어쩌면 친구의 이야기라고 해 놓고 자신이 부실을 구경온게 아닐까 싶은 생각에 그저 지나가는 듯 말하다가 말꼬리를 흐리는 모습을 보고 옆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잠시 얼굴을 찡그리고는,
"..만약 이 학교의 부에 묘하게 사람이 적고 부원 모집을 대충하는 부가 있다면 뭔가 특수한 사정이 있을거라고 생각해."
학교 내에서 운영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 유리할 대형 동아리에 들어갈 생각이었던 해인은 예상치 못한 변화구에 확, 머리속에서 작은 폭죽이 팍 작은 별가루를 흩날리며 터진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1학년이 공식적인 동아리를 만들기는 힘들겠지만 내가 왜 자율동아리를 만들어볼 생각을 여태 하지 않았을까? 뒤에 이어진 힘없는 아니다가 아닌 앞말에 꽂혀 마음속으로 '부를 만든다면'을 되내었다.
"제 이야기는 절대 아니에요." 본인이야기라는 말에 얼떨결에 강한 부정을 하게 된 해인은 증거도 댈 수 있다며 살짝 목소리를 높이며 당황스럽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세상에 내 얘기라니. 전교생 앞에서 계주를 하고 재주를 부리다 꽈당 넘어진 그 순간을 떠올리며 간접적이지만 다시 한번 머리가 하얗게 페이즈 아웃되는 기분을 경험한 해인은 어쩌다가 자신은 그렇게 활동적이지 않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
네? 그거야 신생 부서면 당연히 사람이 적을수도 있고 게다가 레저스포츠부가 인기 동아리도 아닐테니 사람이 적은건 어쩔수 없나? 중요한건 즐기고 경험을 누리며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지. 부실 부서라 하더라도 이미 일반적인 학업동아리와는 동떨어진 곳. 예산이 조금 딸리더라도 오히려 소수의 진정으로 동아리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의기투합하는 곳이 크지만 대충 돌아가는 곳보다 낫다고 생각한 소녀는 "그 애가 정말로 하고자 한다면 그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 않을까요?" 라 말을 했다.
"그렇다면 선배님은 왜 이 부실에 계세요?" 답답한 마음에 해인은 결국 최대한 말을 부드럽게 하려 애쓰며 하고 싶었던 질문을 했다. 오늘도 서해인은 직진을 한다.
자신답지 않은 선택을 했다며 마음속으로 후회했다. 이제와서 부가 해제된다고 해 봐야 크게 데일 일도 없긴 했지만. 그런데 눈 앞의 후배에게서 살짝 의외성이 있는 반응이 있었기에 조금 놀랐다. 혹시 뭔가 부를 만들고 싶은걸까? 어차피 그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지만 그것은 조금 궁금했다.
"그래? 자신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눈 앞의 본인이 절대 아니라고 했으니 그건 사실이 아님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흘린 물은 더 이상 담을 수 없었기에 그녀의 의문을 해결해 주는게 좋을 것 같았다. 요즈음은 흘린 물을 담을 방법은 충분하겠지만.. 그런 수고로움을 겪는건 또 싫었다.
"어쩌면 있을 신입 부원을 기다리기 위해?"
말하고는 다소 시니컬한 웃음을 보였다.
"글쎄..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어떤 목적이 있어서 부실에 들렸다고 생각하는게 더 현실적인 생각이지 않을까?"
그는 그녀의 직진을 살짝 비껴갔다. 하지만 그녀의 직진을 피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그의 그녀에 대한 성의일까. 아니면 그저 귀찮은 방해물에게서 벗어나고 싶은걸까.
정정한다. 나뭇잎을 다시 꽂아줄 때까지 심술부리는 표정을 지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백조가 쓰다듬어주면 있는 힘껏 내리고 있던 입꼬리가 움찔거린다. 이래서야는 심술부리는 표정이 아니라 ‘웃음을 참으며’ 심술부리는 ‘척 하는’ 표정이 되고만다. 백조가 다시 머리핀으로 나뭇잎을 꽂아주어서 다행이다. 나뭇잎이 앞머리에 가르마를 쏙 타고 붙은 걸 거울에 한 번 비춰보고는 마음에 들어한다.
“백조할미야, 효도여행 가자!”
짓궂은 웃음소리가 높게 울렸다. 효도여행 코스는 급식실을 찍고서 옥상으로 간다. 본관을 나서 별관 뒤에 있는 급식실로 갈 때만 해도 눈이 내리진 않았는데, 백조보다 먼저 도도도 서우램쥐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날쌘 걸음으로 계단을 오른 서우는 옥상에서 눈을 보았다. 그 잠깐 새 봄눈이 내린다. 쌓이지는 못할 금방 녹는 눈이 폴폴 날렸다. 세상에 하얀 점박이 무늬가 총총 찍히는 것을 본 서우는 문을 열어 옥상으로 나가려다가 방향을 180도 돌렸다. 올라왔던 계단을 향해 보고서서, 뒤쫓아 올라오고 있을 백조를 향해 소리친다.
“백백조―! 눈 와―――!!!”
방송실에 처음 덜컥 들어섰을 때만큼이나 우렁차다. 빨리 뛰어올라오는 재촉으로서 눈이 온다는 알림을 백조에게 남기고는 홀랑 문을 넘어 옥상으로 넘어간다. 방금 내리기 시작한데다 여린 봄눈이 쌓였을 리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이라는 기대를 품고 철책에 대롱 매달려 학교를 내려다본다.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인 대수의 반응에 해인은 시도때도 없이 뭉쳐져 마음을 쿵 내려않게 하는 작은 긴장의 덩어리를 풀어내며 다시 한번, 침착하게 부정을 했다. 누군가가 듣기에 매정하고 딱딱할 수 있는, 지나치게 정도(正道)를 고집하는 발언이었으나 해인은 미리 자신이 이러한 행동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는 게 옳다 여겼다. 소녀는 저의 정도를 고집하는 면에 부끄러움이나 껄끄러움이라고는 한 줌도 없었다. 특히나 서로의 시선에 따라 충분히 애매모호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닌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는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더더욱.
"신입부원이요? 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시니컬한 반응에 속으로 주춤한 소녀는 자신이 조금이나마 주저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제가 생각하는 바를 제빨리 이었지만 날카로운 뼈가 숨은 웃음뒤로 이어진 말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런가요. 신학기니 준비할 것이 많겠네요. 제가 방해했다면 죄송해요."
방해물일 수 있다. 불쾌할 수 있다. 생판 처음 보는 후배가 건방지게 참견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여기서 물러난다면 여태껏 서해인이라는 한 사람이 쌓아온 '해보고 나서 후회함이 안한 것에 대한 회한보다는 낫다' 라는 자기자신과 정한 오랜 약속을 어기는 것이었기에 소녀는 다시 한번 물러서는 듯 여지를 주다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걸었다.
"솔직히 저 여기 부실이 마음에 들어요. 조용하고 분위기 좋고. 참견이고 오지랖이지만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제가 여기까지 와놓고서 그 애에게 약속한 밥도 못 얻어먹게 되어서요."
다음에 의심하지 않게 친구를 직접 끌고 올게요. 제법 뻔뻔했네 서해인. 소녀는 당당하지만 예의바르게 보일 정도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는 초조하게 밤에 찰 이불을 그렸다.
>>230 사실 가장 무난한 것은 첫만남 일상이 아닐까 싶네. 아무래도 딱히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라는 느낌이 되긴 힘들 것 같으니까! 물론 어떻게든 짜보자면 짤 수도 있겠지만 해인이와 비슷한 느낌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니..(절레절레) 아무튼 선도부에 어느 정도 요주인물로 등록되어있는 은우라면 열이가 혹시 어떤 이인지 파악하려는 그런 게 있을까? 사실 그게 아니어도 은우 입장에선 새로 선도부에 들어오는 이들이 누구인지 정도는 파악하려고 할 것 같으니 곤란하다 싶으면 은우가 먼저 열이를 만나러 가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