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3월 초이니 가끔 엄청나게 추운 날이 있기도 해. 봄에 오는 꽃을 시기해서 찬 바람이 부는 거래. 그래도 3월에 눈이 오는 건 심하지 않아? -3월 초순, 눈이 오는 날에-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붕어빵 협상(?)을 마무리지은 아진은 슬슬 자신이 어떤 장난을 쳤는지 서우에게 공개하기로 마음먹고는, 창가의 탁상거울을 집어다가 서우에게 내어주었다. 그러면 서우의 머리에 머리삔에 꼭 집혀 매달려 있는 나뭇잎이 보일 것이다. 아까 난데없이 주머니에서 머리삔을 꺼내서 서우에게 끼운 이유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제서야 아진은 서우의 머리로 손을 뻗어 나뭇잎과 머리삔을 쏙 빼내어주었다.
"이제 다시 서우램쥐구만~"
하고 느슨한 웃음을 띄며 아진은 그것을 식판 옆에 내려놓고 다시 수저를 집어들고 식사를 마저 시작했다. 자신의 뺨에 묻은 소스를 보고 손을 쭉 뻗어오는 서우의 손길에 아진은 거부하지 않고 뺨을 내밀면서도 테이블 한켠에 있던 곽티슈를 서우의 시야범위 안으로 슥 떠밀어주었다. 정말로 할머니라도 된 것처럼 너스레를 떠는 서우에게, 아진은 출처 불명의 어디 사투리인지도 모를 사투리를 쓰며 마주 농담조로 대답했다.
"할멈이라도 건강하시구랴. 나는 영 글렀는개벼."
하고 킥킥킥 웃는다. 서로 웃고 떠들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흘러가는 식사시간이 즐거웠다. 삶의 끝자락이 이런 즐거운 순간들로 채워진다고 하면 마지막이라는 것도 꽤나 즐길 만한 것이 아닌가, 하고 아진은 문득 생각했다. 물론 즐겁게 식사를 하는데 꺼내기엔 너무 을씨년스러운 농담이라 꺼내지는 않았지만.
아진은 1인분이 조금 덜 되는 양을 먹고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아이고, 난 진짜 여기까진가 보다. 배부르다야."
하고, 가볍게 입을 가리고 조그만 트림소리를 낸다. 식판에 뭐가 남았을지 남지 않았을지는 서우의 식성에 달렸다.
>>136 정말 큰 맘을 먹고 제주도로 간 은우주. 허나 그곳에서 기다리는 건 15년이나 되는 긴 시간동안 뭉쳐져있던 악의였다. 패키지 여행에 참가한 사람들이 하나하나 죽어나가게 되고.. 도저히 풀릴 수 없는 미스테리 속에서 모두의 목숨을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괴인 '자캐'. 여기에 있는 이들은 모두 자캐커뮤 경험이 있는 사람들?! 설마 우리가 굴린 자캐들이 복수하기 위해서?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반드시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청개구리가 등장했다. 너구리라고 하지는 말라고 했지만, 나뭇잎과 머리핀을 빼버리니 표정을 찡그리고서 쳐다본다. 다람쥐도 나무에서 사는데 나뭇잎 붙어있지 않을 이유는 없다! 백조가 다시 머리핀과 나뭇잎을 꽂아줄 때까지 찡그린 표정은 절대 풀리지 않을 것이다! 서우의 고집은 쉽게 말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직접 빼낸 것을 다시 가져와 앞에 가져다준 거울을 보고 다시 할 수도 있을텐데 심술부리는 표정으로 가만있는 모습을 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백조라면 옆에서 지켜봐왔을테니 더 잘 알고 있을 테고.
“백조도 할미가 되면 으카누….”
아무생각도 없이 곽티슈는 고려치도 않고 손 끝으로 소스를 훔쳐냈다. 당연히 서우의 손에 소스가 묻었고, 백조가 곽티슈를 떠밀어주어 다시 휴지로 손을 닦았다. 능청스러운 할머니 연기의 끝은 백조와 함께 웃으며 나는 즐거운 소리다.
“나도 다 먹었어!”
편식쟁이의 등장이다. 서우는 여간 까탈스러운 입맛을 가져서 똑같은 재료여도 조리법에 따라 먹고 안 먹는 것이 있었고, 안 먹는 것은 절대로 안 먹어서 잘게 다져넣은 것조차 골라내버렸다. 입맛의 기호는 어린 아이들과 비슷했다. 푸르른 색깔의 찬은 백조가 먹은 몫을 제외하면 거의 다 남았다.
“쪼아! 가자가자가자~!”
식판 하나에 숟가락 젓가락 두쌍이 달그락 놓인다. 붕어빵은 우리 백조가 챙길 것이라고 믿고서, 서우는 식판을 들었고 쫑쫑 잠궜던 방송실 문 앞으로 가서 다시 문을 조심스레 연다. 문을 잠궜던 것과 같은 이유, 선생님이랑 방송부 선배에게 들켜선 안 된다!
"너무 성급하지 않아도 돼. 답안지는 네가 죽을 때 거둬가거든. 그러니까 우리한테는 아직 시간이 많다는 거야."
" '일단 너의 마음이 화성이라던가 올바른 음악이라던가 하는 명제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넌 네가 원하는 무엇이건 할 수 있어. 나도 그랬고 그래서 그 누구도 내게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지. 내가 뭘 해야 한다는 모범답안이라거나 선례 같은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
특유의 심통난 표정을 알아본 아진은 키득거리며, 잔뜩 토라진 표정을 한 서우의 머리를 흡사 강아지나 고양이 어르는 것처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곤 다시 그 나뭇잎과 머리삔을 집어들어 쏙 끼워주었다. 이번엔 정수리 한가운데가 아니라, 머리 한켠에 앞머리 일부를 가르마를 내어주면서 끼워주었다. 서우의 머리에 다시 나뭇잎이 붙었다. 누가 보면 나뭇잎 모양 머리삔인 줄 알겠다.
"내가 더 할미였어야. 백조할미."
아진은 새하얗게 바래어버린 머리카락을 한줌 집어들고 손끝에서 늘어뜨리며 웃음지었다. 탈색 이후 관리가 잘 안된 모양인지 찰랑거린다기보단 부스스하게 떨어지는 그것들은 일부러 탈색한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 백발이 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갈색이던 머리카락이 이렇게 하얘진 것을 보고 있자면 어째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가 된 것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식사를 끝내고, 백조는 의자를 스륵 밀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판 위에 확실히 버려야 할 게 남아있긴 했지만, 눈길도 안 주던 섬유질에 입맛을 들이기 시작한 아진 덕에 푸른 찬이 생각보다 그리 많이 남진 않았다. 어차피 식판을 갖다주려면 급식실에 한번 들러야 되긴 한다. 식판을 덥석 챙겨든 서우를 따라, 아진은 라디에이터 위에 올려놓은 종이봉투를 품에 폭 품고는 줄달음치며 따라나섰다.
다행히도 방송부 문 앞에 누군가 잔뜩 벼른 채로 두 말괄량이를 기다리고 있는 일은 없었다. 방송부 고문 선생님은 현장을 덮치는 스타일이 아니라 눈여겨봐뒀다가 나중에 잔소리를 하는 타입이라, 당장보다는 후환을 걱정해야 하는 게 아진의 처지였지만- 아진은 이런저런 부분이 많이 변했지만 하나 변하지 않는 게 있었는데, 나중 일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급식실로 내려가 얼마 남지 않은 잔반을 버리고 식판을 가져다놓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서우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면서, 아진은 역시 자신의 다리가 퍽 예전같지 않다고 느꼈다. 그러나 옥상 문을 열고 나설 때의 상쾌한 바람은 각별했다. 달캉, 하고 앞서 올라가던 서우가 옥상문을 열어젖히는 소리가 들렸고, 아진은 서우를 따라 부지런히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침묵. 동아리에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은 대학 재단의 재력의 부족하는 것과 규모만 다르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대략적으로 아는 해인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단순히 외부자에 흥미가 있어서 찾아온 것도 아닌 친구 대신으로 온 저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설픈 위로를 하는 것도 어쩌면 참견일수 있어서. 그저 "이번에 제 친구들도 그렇고 관심있는 신입생들이 올테니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가요? 그래도 성의를 보이지 못한 건 맞으니까 낫자마자 가보라고 꼭 얘기할게요."
물러서는 듯 하지만 결론적으로 직접 오라는 말을 주장하는 대수를 보며 해인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자부심이 있다는 것 전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분위기는 묘하게 가라앉아있었고 조금이라도 이 무거운 파도에 가라앉는 분위기를 환기하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웃으면서 밝게 목소리의 톤을 올리고 말했다. "걔가 말썽이 좀 심한데 대신 체력이랑 회복력은 좋으니까 금방 적응할 수 있을거에요." 음 거짓말은 아니고 사실에 가까우니까. 해인은 저를 이 곳에 보낸 끝까지 낚시부 노래를 부르던 웬수 한명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중학생때 계주로 뛰다가 넘어져도 씨익 웃으며 2등을 했으니 자신은 그저 있는 사실을 전달했을 뿐이었다. 덤으로 앞의 부장님이 조금 긍정적으로 부의 회생을 검토해 본다면 더 좋고. 해인은 무력하게 휩쓸려가는 해변의 모래가 아닌 겨울철의 여리지만 강인한 새싹을 좋아했다.
"음 크게 다친건 아니라서요..." 왜인지 신입을 받지 않고 싶어하는 듯한 눈치에 의아해하며 해인은 말꼬리를 흐렸다. 새로 누군가가 들어오면 홍보도 되고 이 고요하고 좋은 분위기의 부실도 알려지고 괜찮을텐데. 새내기의 한계인걸까 해인은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했다.
지금 다이빙해서 푹 쉬면 아무도 없는 새벽 4시에 비적비적 일어나서 다른 사람들이 저녁에 신나게 떠든 흔적들을 훑어보며 외로워할 수밖에 없다구(절대 경험담 아님). 무엇보다 수면패턴이란 건 당겨져도 밀려져도 곤란하단 말씀. 해답은 하나. 지금 나가서 뭔가 시원하게 마실 것을 사온다. 잠깐 다녀올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