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3월 초이니 가끔 엄청나게 추운 날이 있기도 해. 봄에 오는 꽃을 시기해서 찬 바람이 부는 거래. 그래도 3월에 눈이 오는 건 심하지 않아? -3월 초순, 눈이 오는 날에-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대답엔 확신이 없었으나 그렇다고 미나가 지금 향하는 길에서 갑자기 노선을 틀 리는 없었다. 그건 여러 의미로 못된 행동일테니까, 아무리 자신이 눈치가 없는 성격이라 해도 가업을 잇길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에 찬 눈빛은 지금도 제 앞에 선했고, 애초에 그것 외에는 딱히 특출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공부를 잘한다고 누가 밥먹여주는 시대도 아니거니와 기왕이면 재능을 키우는게 좋지 않은가,
...그것관 별개로 그저 요리하고, 누군가가 그것을 먹고 행복해하는 일련의 과정이 삶의 전부였던만큼 미나는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제 부모가 같은 이상 똑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 무의식적으로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두께는 종류별로 있으니까 원하는대로 할수 있을 거야. 부원중에 고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애가 있어서 항상 구비해두거든."
마찬가지로 엄지를 치켜든 그녀를 보며 얕은 미소가 얼굴에 비추어졌을까, 책 정리도 전부 끝난 상황이고, 혹시나 싶어 물어봤지만 아직 도서실에 도와줄만한 일은 없다는 말도 돌아왔기에 미나 역시 슬슬 본업에 집중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응, 그건 그렇겠지. 예술인의 안목이라면 수긍할 수 있어."
꼭 그녀가 수공예에 일가견이 있는 예술인이라는 것만으로 긍정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녀의 행동이나 말 자체가, 다소 확고한 마음씨가 있다곤 해도 심성나쁜 사람이 아님은 얼추 알아갈듯 싶었기에...
"...그런게 2주밖에 안걸리는 걸까? 역시 예술인의 세계란 기이해."
본인이 할 말은 아닌것 같지만 미나는 전혀 놀라지 않은듯한 목소리와 표정을 짐짓 놀란듯한 포즈로 어떻게든 끼워맞췄다.
다람쥐에서 너구리, 크키가 커졌다! 그거 말고는 딱히 다람쥐에서 너구리가 된 이유를 찾지 못 했다. 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뭇잎이 서우의 고갯짓을 쫓아온다. 나뭇잎의 존재를 알아채기에는 꽤 걸릴 것 같다. 갸웃거린 후 따라붙는 말도 몇 마디 있었는데, 너구리는 은돌이 거라 안 돼. 은우 거야! 같은 반 친구 은우에게 이미 너구리로 이런 저런 별명을 지어뒀으니 중복은 금물이란다!
“물고기는 백조가 먹어야지! 내 정성이이이이이.”
3마리는 안 먹겠다고 말 끝이 늘어진다. 두마리씩 나눠먹자는 말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늘어졌다. 이 칭얼거리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라도 두마리 먹자는 말이 나오게 만들 작정이었고, 다행히도 맛 별로 한 마리씩 먹으면 될 결론이 끌어내졌다. 만족스러워진 서우는 자신의 소음공해는 없었던 일인 것처럼 다시 점심 식사를 잇는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세 숟가락. 백조가 서우에게 람쥐를 붙이는 이유일 지도 모르는 버릇, 볼주머니다. 볼이 톡 튀어나오게 가득 입에 물고서 오물거리는 버릇(동생과의 전투 식사에서 살아남으려다보니 생겼다.)인데, 그 상태에서도 서우할미라며 백조가 넣어주는 소세지는 또 쏙 받아먹는다. 백조에게 답해주기 위해서 꼭꼭 씹는 속도를 재촉했다.
“할미가 백조보다 더 튼튼혀. 하이고, 우리 백조 얼룩 백조 되겠네!”
아직 할머니 연기는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이렇게 말할 때만 등이 굽는 서우는, 연기에 충실하며 느릿한 속도로 백조의 입가에 묻은 얼룩을 닦아주었다. 손가락으로 쓱 훔쳐내는 행동저차도 할머니처럼 보이도록 리얼리티를 끌어올린다!
“옥상? 완―전 좋아!”
붕어빵 사러 나갔다 돌아오는 짧은 땡땡이가 아쉽기는 해서, 학교 옥상이기은 해도 밖으로 나가자는데 거절할 리가 없다.
빵을 건네 주던 중 ㅡ어라. 강하늘? 이라고 내 이름을 부르고서는 곧바로 사과하는 시호의 모습에 고개가 기울어졌다. 하늘 같은 선배를 감히, 이름 석자 또박또박 존칭도 붙히지 않고 부르다니. 와 같은 수직적인 꼰대 마인드에 기반한 기울어짐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쪽으로 생각 하자면 그래봤자 한 살 터울인거 서로 편하게 반말로 불러도 되지 않냐는 생각이다.
내 고개가 기울어진 까닭은 그의 어조에서 마치 나를 알고 있다는 느낌을 읽어냈기 때문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나라는 사람 자체를 알지는 못해도 내 이름을 들어보거나 알고 있다는 느낌이었달까..
"되도록이면 비밀은 나 혼자만 알고 싶었는데."
멋쩍은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리다가는 곧 빵을 받아 들며 농담을 던져오는 시호에게는 마찬가지로 농으로 응수했다. 본인은 농이라지만 피차 프라이빗한 공간을 잃기 싫어하는 시호에게는 어딘가 쌀쌀 맞은 말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가 이런 형식의 로비 행위를 의리로 치부하는 것은 딴죽걸기 귀찮으니 넘어가자.
나는 애초에 말 수가 적은 편인 데다 가볍게 수다를 떨 만한 화젯거리도 없었기에 빵을 건네주는 것을 끝으로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아서 멍이나 때릴 요량이었다. 다른 이들이 잡담이라고 말하는 것들도 말재간이 좋지 않은 내게로서는 꽤나 공을 들여서 쥐어 짜내야만 하는 것이었기에.
그런 의미에서 한 편으로는 저런 농담들이 청산유수로 쏟아져나오는 시호의 성격이 부럽다고 생각하던 중 나를 보고 해랑초를 나왔냐고 물어오는 그의 말에 게슴츠레하던 눈이 뜨였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는 헝클어진 머리칼이 곤두서는 기분이 들었다.
방금 전에 홀로 수납정리 했던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튀어나와 중구난방하게 흩어진다. 하지만 그 형태는 더욱이 또렷했다. 해랑초, 홍시호, 19살. 어..?
"어...?, 홍시호.. 너야..?"
홍시호가 홍시호지 누구겠냐만은, 내가 말하는 시호는 해랑초의 한 때 나의 친구였던 홍시호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 앞에 서 있는.. 이, 아이돌 녀석이.. 그 시호라고..? 문맥의 흐름상,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행간에서 모든 정황을 읽어낼 수는 있었지만, 갑작스런 재회에 굳어버린 두뇌가 그 정보들을 바로 처리해내기엔 혼란스러웠던 탓인지. 나는 그 자리에 경직된 채로 빠끔히 그를 올려다 볼 뿐이었다. 뇌수가 overflow 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