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토끼만 날뛰는 달이 아니다. 3월은 고등학생도 날뛰게 하는데.... 어색한 첫만남이 언제냐는 듯 급속도로 친해진 당신들은 금방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매점과 급식소로 뛰어가게 되어 있다. 그것이 이 학교라는 공간의 특징이 아닐까?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어찌되었건 그녀가 나쁘게 받아들이진 않은듯 보였기에 미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서 두어번 눈을 깜박였다. 여느 예쁘장한 외모를 가진 여자아이들이 그렇듯 날카롭거나 예민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정도까지 독기어린 인물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 모든 것이 단순한 기우에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유전인것 같아. 그부분은... 응, 일단 맛보고나면 그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대강 알게 되니까. 나머진 적당히 살피는 정도,"
물론 스스로의 재능에 대해 의심하는 부분도 많거니와 되도록 그것에 기대지 않으려는 성미 때문에 그렇게까지 확신을 가지는 편은 아니었지만 미나는 오히려 그게 맞는 행동일 거라고 생각했다.
"스테이크구나. 그것도 꽤 괜찮지. 사람들은 은근히 어려운 요리라고 하지만 잘 터득하기만 하면 사실상 다른 요리도 크게 문제는 없을 거야."
'고기만 잘 구워도 호감을 산다.' 미나는 그게 근거 없는 낭설이라 할지라도 의외로 신빙성이 있다 주장하는 부류였다. 고기의 익힘 정도를 완벽하게 다룰줄 안다는 것은 곧 사람의 감을 기른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것은 고기에 간이 배어나도록 해서 맛있게 만드는 것과는 별개의 여건이었다.
"그런 걸까? ...응, 그런거라면 이해할 수 있을지도."
앞으로 친해지자, 자신의 고향에서도 으레 있는 일이었다. 관심이 가는 아이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그 아이도 덩달아 좋아하는걸 보며 흡족해하는건 역시 만국 공통이겠지.
"...... 어두운 색이 좋아. 너무 쨍하지 않다면 밝은 색도 나쁘진 않지만,"
자신은 새까만 머리에 새까만 눈을 가지고 있다보니 되려 튀어보이는 하얀 피부 같은 것들이 신경쓰여 되도록이면 그런 밝은 면을 최대한 줄여보는 것이 나름대로의 코디였다.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색조로도 무마하지 못할 수준의 실루엣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젠 익숙해졌다. 익숙해졌달지, 사실상 생각하기를 그만둔 거지만.
서우의 함박웃음을 따라 절로 아진의 미소가 >XD 모양으로 함뿍 피어났다. 고등학교 2학년 들어 고2병이 찐하게 왔는가 머리도 탈색하고 갑자기 느른한 음침녀같은 게 되어버린 아진이었지만, 그래도 서우 앞에서 아진은 여전히 서우가 알던 아진이었다. 아진은 서우와 함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방송부실 문으로 다가갔고, 아진이 문을 닫자 서우가 잠갔다.
"아휴, 어젯밤에 길고양이들이 싸우는 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말이지~ 나하하하."
서우의 짓궂은 질문에 아진은 숨길 것도 없다는 듯 웃음소리를 내며 서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정리해주었다. 애초에 단발에 쪽쌍갈래에 부슬부슬한 머릿결이라 부질없는 무브먼트였지만서도. 서우가 종이봉투를 벌려 붕어빵을 보여주자, 아진의 얼굴에 급화색이 돈다.
"와, 사랑한다 칭구야."
하고 아진은 서우를 꼭 끌어안았다. 확실히 그녀는 1학년 때에 비해 살이 좀 빠졌다. 다이어트라도 시작한 걸까? 그렇지만 아진의 품과 머리에서 훅 풍겨오는, 라임과 레몬 그리고 민트가 섞인 모히또 향기는 여전했다. 잠깐 서우를 꼭 끌어안아주고 나서 아진은 서우의 손에서 붕어빵 봉지를 소중히 받아들어 이걸 어디 둬야 하나 둘러보다가, 손가락을 딱 튕기더니 마침 적당히 따끈한 라디에이터 위에다 올려놓았다. 그러고서야 자리에 앉으면서
"나 천재인 듯?"
하고 까르르 웃고는, 아진은 서우가 건네어주는 수저를 왼손으로 받아들었다.
"그러면- 잘 먹겠습니다. 오늘은 굳이 급식을 받아온 이유가 있구만그래. 자느라고 놓쳤음 진짜 억울했겠다."
기왕 밖으로 나가서 붕어빵까지 사올 정도면 급식 대신 먹을 다른 먹거리들도 사올 수 있었을 텐데, 오늘 급식 메뉴는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 준수했다.
연우주 방가방가~~~~~~~~(숨은 연우주 끌어당기기^^) 헐 그러네 은우를 견제할 때가 아니었잖아 선우 절대 협공해 !!! 라고 해도 선우 정도면 둘이 힘 합쳐도 발릴 듯...(씁슬) 헐.............아진이 대체 무슨 진화과정을 거쳐온건가요 어느 시기든 너무 보배롭다
“선배네 집안은 대대로 요리 천재들이에요? 신기하다. 재능도 유전이란 말이 틀린 건 아니었네요.”
호기심이 해소되었다. 눈앞의 상대는 정말로 TV에서 보았던 절대 미각인지 하는 사람들과 같은 부류였다. 조작이 아니었구나. 다소 진부한 표현이지만, 채린은 천재라는 말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가요. 뭐랄까, 기본 중에 기본이란 느낌이네요~ 그래서 나 언제 갈까요? 재료 사가야 돼요?”
완벽한 스테이크를 구울 생각을 하니 질문이 많아졌다. 사실 요리보단 결과물에 관심이 더 많은 상태다.
“선배는 하얘서 밝은 것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아무튼 어두운 색이란 거죠? 그것도 좋죠.”
그냥 주는 선물이었으면 저 마음대로 골랐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친해지잔 의미니까 상대에게 맞춰주기로 했다. 푸른 계통의 어두운 색이라면 남색이나 청록색 정도가 좋을까? 채린은 집에 가면 어떤 색 실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색이 없다면 그 핑계로 실컷 쇼핑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큰 거랑 작은 거, 어느 게 좋아요?”
방금과 똑같은 질문이 내용만 바뀐 채 재차 반복되었다. 채린은 손짓으로 크기를 가늠해 보여주려고 했다. 큰 것은 에코백 정도, 작은 것은 미니 핸드백 정도였다.
중학교 때 처음 해랑시로 전학와서, 그때서야 잦은 이사와 전학과의 작별을 고했으며 짝꿍으로 처음 백조를 만났다. 학교에 해랑시에 적응하길 도와줬고,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고 있는 백조. 지금은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이렇게 웃어주는 걸 보면 내가 알던 백조가 맞다. 서우는 붕어빵 레이스를 펼치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선도부나 선생님의 눈초리야 언제나 쫓아다니니 별로 상관없지 않을까!
“나하하하―”
메아리가 따라붙듯 백조 특유의 웃음소리를 따라한다. 길고양이들 싸우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잤다라, 잠을 자는데 괜히 시끄럽게 들어왔나 고민했다. 아까 언뜻 잠에서 막 깬 얼굴이 정말 피곤하게도 잠든 것 같았는데, 얼마나 잠들었는지도 모르는 잠 설친 친구의 단잠을 깨워버리다니! 어쩔 수 없지. 붕어빵으로 무마한다.
“너, 3마리 먹어.”
선뜻 한 마리를 양보했다! 그새 머리 손질이 무의미한 머리카락이 부스스 정리되나 싶더니 다시 뻗친다. 머리카락을 쓸어 정리한 흔적은 희미했지만 샴푸 향(깨끗하고 가벼운 비누향, 조금은 단내가 나는 것도 같다.)이 나서, 쓰다듬은 건 맞다고 주장한다. 뭐, 조금은 차분해졌지 않았나 싶다. 백조가 꽂아준 머리핀과 나뭇잎도 있으니 조금은 그렇다고 하자.
백조가 안아주면 별 놀랍지도 않은 반응이다. 여전한 향기랑 작년보다는 마른 몸집. 역시 3마리 먹여야겠다. 초코맛 붕어빵이 있었나, 그건 칼로리가 더 높지 않을까 고민했다. 아니면 피자 붕어빵도 있고, 아예 더 칼로리 높은 무지막지한 물고기가 있는 지까지 생각이 이어진다. 떠오른 것은 붕어엿, 아니면 잉어엿.
“붕어빵을 사온 나도 천재~.”
친한 친구들끼리서 나오는 바이브, 서우는 백조의 말에 까륵 웃어대며 받아쳤다. 밥 먹자, 밥. 잠을 못 잤으면 밥이라도 든든히 먹어야지, 지극히 한국인이다.
“아후, 우리 천재 백조는 내가 먹여살리지. 으아악, 내 등골. 으으악, 무릎 시려!”
어디서 할머니 한 분이 튀어나왔다. 등을 굽고 일부러 목소리를 흉내낸다. 그러고서는 눈 한번 깜짝않고 한 입 크게 냠 먹고 맛있어한다. 굳이 보드까지 타고 나가서 붕어빵만 사온 이유가 있다.
홍시호는 두툼한 분홍색 담요 속에서 눈을 떴다. 익숙한 일과였다. 아침에는 침대 위에서 눈을 뜨고, 학교에서는 담요 속에서 눈을 뜬다. 저녁에는 똘망한 눈으로 게임하기. 공부는 언제 하냐고? 글쎄다... 노코멘트. 시호가 두팔을 뻗어내며 잔뜩 눌린 제 뺨을 차가운 책상에 문질렀다. 잠에서 깨지 않아 비몽사몽한 머릿 속은 꼭 흐리멍텅한 안개 속을 휘젓는 것만 같고, 찌뿌둥한 몸뚱이는 당최 움직일 생각이 없으니— 아, 피곤하다. 1교시 시작 종이 울린 이후로 내리 잠만 퍼질러 자던 그였지만, 여전히도 피곤함은 가시질 않는 모양이었다. 갑갑한 공기. 시호가 얕게 미간을 찌푸렸다. 대충 휘적대는 손길로 두꺼운 담요를 스르르 내리자 그제야 선선한 봄바람이 호흡기를 타고 순환한다. 새학기의 어색함이 서린, 묘하게 가슴을 간질이는 그 향기. 휴우. 시호가 느릿히 숨을 골랐다. 그러곤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며,
" 다음 수학이야? "
하고 천진히 묻는다.
삼월의 학교는 아직 썰렁하다. 두툼한 후드티를 입고, 그 위로 담요까지 둘러대도 그곳에는 알게모르게 스미는 찬바람이 남아있다. 지금쯤 아이들은 옹기종기 제 책상 앞에 앉아 교과서를 펴고 있을테다. 선생님은 교실을 한 번 쓱 살피곤, 빈자리의 주인에 대해 묻고 있겠지. 당연하다는 듯 홍시호요—. 하고 대답할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선생님은 아마 한숨을 한 번 쉴 것이다. 어쩌면 조금 질색하는 눈을 하고 있을지도. 그리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홍시호, 그 애는 도통—
잘그락. 익숙한 소리와 함께 옥상 문이 열렸다. 칙칙한 시멘트 벽 뒤로 펼쳐지는 파란 하늘.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는 봄바람. 봄바람에 푸슬대는 머리칼이 눈가를 아른댄다. 어디, 바람에서 묘하게 이른 벚꽃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 아 조금 춥— 네? "
옥상에 자신을 제외한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건, 두 발을 모두 딛고도 철문이 닫힌 다음. 홀로 신이 난 듯 조잘대던 시호의 눈길이 덜컥 멈춘다. 얼레레? 이 시간에 또 사람이 있네? 삐끗하며 위로 치켜올라가는 목소리. 시호가 차분히 살랑이는 머리칼을 넘겨대며 일렁이는 실루엣을 바라본다.
" 어라, 아까 수업 종 쳤는데~? "
시호가 얼른 가보라는 듯 제 뒷편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그리곤 차분히 걸음을 내딛어 누군지 모를, 또 다른 땡땡이 친구에게 다가간다. 저 역시 땡땡이를 치러 온 입장에 얼른 수업에 들어가보라며 재촉하는 꼴이, 제법 우스울지도 모른다.
그러면 명절같은 행사나 제사같은 기일에 상다리가 부러질양 차려놓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적어도 미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부분에선 말이다.
과유불급, 항상 직시하는 단어이자 좌우명이기도 했다. 그래도 역시 칭찬하는 것이라면 기분나쁘진 않았기에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긴 했을까? 어떻게 보면 우물쭈물하는듯한 모습으로 비춰질지도 몰랐다. 만약 지금 상황이 만화라고 한다면, 저처럼 포커페이스를 간직한 파란색 해달 캐릭터가 당황했을 때와 같겠지.
"고기 크기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지금도 재료들은 많아. 그치만 T본이라던가 토마호크처럼 커다란건... 응, 조금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어."
마치 기억을 되짚어보듯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던 미나는 열심히 눈을 굴리다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을 이어나갔다.
"그치만 어지간한 레스토랑 1인분보다 큰 것도 있으니까,"
여전히 눈썹 하나 비틀어지지 않은 표정, 그리고 그런 얼굴과 맞지 않게 엄지를 치켜올리는 미나가 있었다.
"그런가? 그건 잘 모르겠어."
이실직고 하자면 어디까지나 제 취향에 기반한 스타일일뿐, 누가봐도 완벽할 정도의 패션감각은 없었다. 접시에 플레이팅하는 거라면 독보적이거늘, 역시 잘하는게 있다면 못하는것도 있다는 것이 틀리지 않았다.
"...... 자주 쓰는건 큰거다보니까, 응. 그런 선물 받고서 안쓰고 모셔둘 수도 없고,"
보나마나 누군가 그런걸 만들어준다면 최소 며칠에서 열흘동안은 마치 아이가 선물받은 것을 동네방네 자랑하듯 눈을 반짝이며 여기저기 돌아다닐게 뻔했다.
백아진 TMI 주세요! 우리 백아진... 짠 것은 잘 먹나요? 그럭저럭 잘 먹지만 어디까지나 맛있게 짠 것에 한정한다~ 소금소태 같은 건 별로. 혹시 담배는 피우나요? 아아닛 무슨 질문을 하는 것이지? 아진이는 학생이다~ 사실 아진이가 모히또향 전담 피워도 되냐고 캡틴한테 물어봤더니 떼끼 소리 들었어~ 그래서 그 설정은 파기하기로 했고, 지금 아진이의 몸에서 나는 모히또향은 트리트먼트, 향수, etc의 결과물이라구. 명대사 하나만 쳐주세요! "삶엔 종종 '그러려니' 하는 태도가 필요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없는 순간을 대비해서라도 말야." #shindanmaker #님캐TMI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84363
여러분의 tmi. 진단으로 알뜰히 털어먹어 드립니다 일단 솔선수범해서 아진이부터 털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