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이상, 마음에 피어나려고 하는 꽃봉오리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너를 따라오면서 얼마나 오래 그 꽃봉오리를 붙들고 있었을까. 자칫 혼자 너무 이르게 피어버릴세라, 네가 피는 것도 기다리지 못하고 혼자 시들어버릴세라 노심초사하면서. 그러나 결국 그는 봄바람이 부는 데까지 도착했다. 그래서 그 시간도 그 노력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지금 활짝 피어나버린 네 마음을 바라보며, 이제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되니까. 마음껏 피어나도 되니까. 네 빛깔에 그 빛깔이 스몄으면 자신에게도 네 빛깔이 스며있고, 네가 떨면 같이 떨어줄 테다. 네가 외로워하면 같이 외로워할 것이고, 어딘가로 가고자 하면 같이 갈 수 있다. 그러니까, 더 이상 떠돌지 않아도 된다- 너와 소년의 여행길은, 이제 비로소 시작됐다.
"큰일이면 어때. 이제 함께인데."
하는 말로, 현민은 당신에게 다짐했다. 그의 눈을 올려다 마주보면 그의 까만 눈동자에 빛이 한가득 어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네 눈을 퍽 닮은 그 빛무리는 단연컨대, 행복이었다. 그러니 적어도 첫 번째 큰 걱정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너와 함께 보낼 시간은 행복할 테니까... 네가 변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자신을 사랑해주기만 한다면 현민은 그러면 그 변화마저도 기꺼이 안아줄 수 있을 것이다. 너와 함께 가기로 약속했기에, 네가 아직 꺼내지 못해 너 혼자 짊어지고 있는 짐과 같은 이야기도, 네가 함께 져달라고 하면 기꺼이 짊어져줄 것이다. 현민은 언제든지 그럴 수 있었다. 한 마디 말로 이것을 전해주기에는 부족했기에, 현민은 너와 함께 걸어가는 여행길을 통해서 길게 오랫동안 그것을 알려줄 작정이다. 그의 말대로, 이젠 함께니까.
현민은 주머니를 뒤적여 핸드폰을 보고 날짜를 확인했다. 2월 24일- 이 날짜를 캘린더에 저장,
그러나 네가 입을 쪽 맞추어왔을 때 그 생각은 머리에서 깡그리 지워져버리고 말았다. 상관없다, 늦저녁쯤에 다시 떠올릴 수 있을 문제니까. 현민은 자신의 입술을 쓸어보았다. 따뜻한 온기며, 말랑한 감촉이며, 네 향기까지... 그의 얼굴이 또다시 조금 붉어져버렸다. 현민은 너를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랑아. 오늘은 어떻게 보내고 있었어...?"
"나는,"
"오늘을... 이 저녁을 절대 잊지 못할 거야."
마지막 말을 네게 털어놓을 때는 현민의 눈에 기울어져 가는 노을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네 눈동자에 한가득 담겨 있는 것처럼.
귀나 가족에 관해서는 랑이는 화낼 의지 같은 건 없어 누군가 귀를 갖고 뭐라고 한다면 현민이가 주변에 없길.... 바라겠네 이런 이야기를 숨길 수 있다면 하고 바랄거야 랑이는 견뎌낼 수 있지만... 현민이한테는 불필요한 고통이라고 생각해 좋아하는 사람이 그런 상황에 있는 걸 달가워할 사람은 없을테니 ㅇ.ㅇ... 가족한테는 이야기하다 감정이 격해지면 우는 편 아닐까 지금 랑이라면 울지도 않겠지만...
햄이랑 치즈는 >>50 이거 보고 한 말이었는데 @@ 양상추랑 토마토도 말했을 거 같지만 딱히 육식이 아닌 것도 아닌게... ㅎ.ㅎ..... 편식도 안 하고 딱히 기호도 없는 편이었지만 현민이가 랑이한테 생동감을 불어넣는다고 생각해 뭘 먹어도 입어도 딱히 상관없어- 였다가 이것보단 그래도 이게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ㅇ.ㅇ
ㅋㅋㅋㅋㅋㅋ 양상추 잎.... 하긴 햄이랑 치즈가 있는데 양상추랑 토마토보다 더 많이 먹겠지 햄 먹다 걸리면 치즈 먹고 치즈 먹다 걸리면 토마토 먹고 토마토 먹다 걸리면... 의 순환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면 소문이든 친구가 말해주든 어찌됐든 현민이 귀에 들어갈테지만... 랑이가 말할 일은 없을 거 같다 ㅇ.ㅠ 랑이한테는 걱정거리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재수없어서 돌걸려 넘어진 정도... 다만 그게 남들한테는 늘 도로포장 평지인 거고... 남들과 다른 부분이 있는 랑이한테만 돌박힌 흙길일 뿐이지 맞아 이것도 하이틴이다 @@
어? 그..... 축제에서 하는 베스트드레서 콘테스트 커플 부문 상 타겠다고 신랑신부마냥 입고서 상타내서 반에 상금을 주고.... 둘이 옷갈아입고 오겠다고.... 교복 챙기러 교실로 가다가 둘만 있는 교실에서 하면? 완전 가능 아닐까??? 18살들이 결혼이 얼마나 인생에서 얼마나 중대한 것지도 모르고 서로 결혼하기로 약속하는 거 너무 귀엽지 않을까 그리고 나중에 드림스컴트루까지 완벽한데 ㅎ.ㅎ
랑은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곧 배시시 웃는다. 그 질문을 무마하기 위해서 지은 웃음이었는데- 답하기 곤란한 질문인 것은 아니었다. 오늘을 어떻게 보내고 있었는지 기억나는게 하나도 없었다. 2월 24일, 오늘 하루는 너만 남았다. 랑이 방학을 보내는 여느 날이 그렇듯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도서관을 가고나서 늦은 밤에 도서관이 닫을 때서야 집에 돌아오고- 그런 하루랑은 조금 달랐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네 생각만 하고 있었다. 다른 무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랑이 기억하는 부분은 너 밖에 없었다.
"너 생각하고 있었던 거 밖에 기억 안 나."
이 저녁을 잊지 못하겠다는 네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목소리도 글자처럼 새길 수 있다면 좋겠어- 랑은 바랐다. 만약에- 언젠가 완전히 귀가 들리게 되지 않는 날이 오더라도 랑은 평생 네 목소리를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잊으면 안 돼! 첫 기념일이잖아."
노을 아래 입김을 뿌옇게 흘리던 너의 모습부터, 지금 노을을 한가득 담고도 어렴풋이 랑의 모습까지 비치고 있는 네 눈까지- 랑도 너와 같았다. 이 저녁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저녁 뿐만이 아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색다른 두근거림,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온몸이 가득 채워져 애타는 느낌, 처음 네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순간 너의 표정, 그 모든 것이 저녁이라는 단어 하나에 담겼다. 짧은 단어 하나로 정의했지만 그 안에는 소중하고 반짝거리는 것으로 가득찼다.
"당연히 집 가야지! 너 많~이 쉬어야 해."
랑은 네가 합숙훈련 후에 방금 돌아왔다는 걸 절대 잊지 않았다. 랑은 네 캐리어 손잡이를 먼저 쥐었다. 도서관에서 돌아오기는 했지만, 늘 들어있는 것만 메고다니는 가방 정도는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네게 집 말고 다른 곳을 갈 선택지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군다. 아마도, 네 손을 잡고서 남은 한 손으로 캐리어를 끌기에는 힘들다는 걸 알게 되면- 네 손도 캐리어도 놓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멈춰서 고민할 지도 모르겠다.
식판을 집어든 현민은, 네게 식판을 바로 건네어주지 않고 널 바라보고 있다가 네 손을 집어서 자신의 가슴팍에 툭 올려둔다. 콩, 콩, 하고, 근육으로 덮인 늑골 너머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심박음. 그때 아직 봄이라고 하기에도 이른 늦겨울날, 그 소년의 품 안에서 들었던. 아니 그보다 일찍 너를 향해서 그렇게 뛰고 있던. 그 날 이후로, 너와 같은 박자로 계속 뛰고 있는 그 심박음. 널 바라보며, 현민은 나직이 말했다.
"벌써 들고 있잖아."
현민은 네가 대답하기 전에 "자." 하고 네게 식판을 내민다. "네가 없는데 그게 무슨 휴식이야." 하고 조그맣게 투덜대는 소리와 함께. 참 중증이다. 그리고 나서 현민은 다시 손을 내밀어 네 손을 깍지껴서 잡는다. 식판을 한 손으로 쥐고, 다른 손은 서로의 손을 꼭 쥐고 급식을 받으러 배식구로 다가오는 소년소녀를 보고 누가 저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하겠는가. 다만 그래도 역시 배식을 받을 때는 위험하니까 잠깐 손을 놓고 식판을 양손으로 꼭 쥘 수밖에 없다.
"푹 쉬어야지."
하며, 열심히 감시할 거니까- 하고 자신을 장난기어린 웃음이 지어진 눈으로 바라보는 랑을 마주보고 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축구부라 좀 더 주세요."
네 먹는 양은 줄었지만, 현민의 먹는 양은 그대로였다. 오후 훈련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생각해보면 저 정도는 먹어야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너와 나란히, 현민은 네 발걸음에 맞추어서 어디서 밥을 먹을까 둘러보았다. 마침 창가 쪽에 자리가 나 있었다. 현민은 네가 가고 싶어하는 자리로 갈 생각이었다. 다만- 여기서 현민은 조그만 고민에 맞닥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