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 https://picrew.me/share?cd=ATuZWBp2Cz 유달리 색이 연했다. 흰 물감을 섞어 연해진 것이 아니라, 맑았다. 검은 머리칼도 새카맣지를 않았고, 하늘색의 눈동자는 저 멀리 푸른 것을 투명한 물방울로 비춰보는 듯했다. 노을지는 하늘 아래 서 있으면 주홍빛으로 물들고, 아이가 보는 풍경은 거울에 비춘듯 눈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 크게 구불거리는 반곱슬은 가슴 아래까지 닿는다. 숱이 많아 복슬복슬해보인다. 꽤나 두꺼운 눈썹이 살짝 보일 정도로 단정히 내려온 앞머리 옆으로, 왼쪽 귓가의 옆머리는 굵게 땋아 귀를 드러냈다. 오른쪽 귀에는 뚫은지 얼마 안된 피어싱이 세개. 귓볼에 삼각형 모양으로 자리한다. 키는 아직 크고 있는 중으로 157cm. 몸무게는 평균.
성격 / 구름 같다. 머리 위 하늘에서 동실동실 떠 있는 구름처럼 그저 있을 뿐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겉돌지는 않았지만 혼자였다. 조용하고 묵묵히 자리에 머물고 있다가 혹시라도 눈이 마주치면 웃음을 짓는다. 다가갈 거리를 내어주지는 않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옆에 다가와 있고는 했다. 고개를 드는 것만으로 볼 수 있는 구름을 손으로 잡을 수는 없듯이. 쉽게 호의에 가득찬 말을 건넸고, 짓궂은 장난을 치고, 보드라운 미소가 상냥했다. 구김없고 밝은 아이라는 건 대화 몇 번으로 알아챌 수 있지만, 그뿐이었다.
기타 / · 쉽게 넘어진다. 무릎과 손바닥에 반창고가 없는 날이 드물 정도. · 걸음 속도가 느린 편. · 갑자기 나는 큰 소리에 약하다. 화들짝 놀란다. · 비 오는 날, 비 구경, 장마철을 좋아한다. 비 맞는 것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는 듯. · 눈물은 적은 편. · 학교랑 집은 매우 가깝다. 등교는 아침 일찍, 하교는 밤 늦게 한다. · 귀에 뚫은 피어싱 셋 중 하나만 범고래 모양 피어싱을 하고 다니며 남은 둘은 다 투명이다. 교칙이 신경쓰여서. · 열일곱의 크리스마스 이후부터 늘 하고다니는 고래 지느러미 장식의 목걸이가 있다. 학교에서도 셔츠 아래 하고 다닌다.
성공했다- 랑은 의기양양했다. 소리만 낸 후에 네가 눈을 깜빡거리며 상황을 파악하려고할 때 이미 이 장난이 제대로 먹혀들어간 것 같아 뿌듯했다. 그래서 방글방글 웃으면서 간식 가지러 가겠다고, 네 품에서 나오려고 했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 네가 부루퉁한 표정을 지어도, 너도 한 번 그랬으니 랑도 한 번 그런 것 뿐이라고- 한 번씩 주고 받았으니까 상황 종결이라고 생각한 것은 둘 중에 랑 뿐이었나 보다.
"잠, 채현민!"
잠깐만이라고 말할 새도 없었다. 허리를 안고 있던 네 팔에 힘을 줄 때 말했어야 했다. 하다못해 좀 더 랑과 너 사이에 있던 공간이 작아졌을 때, 좀 더 밀착됐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이미 발이 땅에 닿지 않게 되어버렸는데 잠깐만이라고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을지는 생각치 못했다. 네가 떨어트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공중에서 의지할 곳-심리적인 것 말고도-은 너밖에 없어서 랑은 반사적으로 너를 붙잡았다. 한 쪽 팔은 네 목 뒤로 감았고, 다른 손은 네 어깨를 붙들었다. 토라진 시선을 마주하니, 떨어트리면 가만 안 둔다고 말하는 것 같다.
"왜에- 넌 만족 못 해?"
나도 토라질 줄 안다는 듯한 목소리다. 랑은 네 어깨에 폭 얼굴을 묻었다. 네가 몇 시간이고 들고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진 않아서, 이러다 금방 내려줄 것이라고 생각하고서는 네게 기대고 있다.
목과 어깨를 감싸안으면서도 오히려 불퉁스레 토라진 듯이 바라보는 너를 현민은 똑바로 마주보았다. 자세는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한 자세인데, 빨간 얼굴을 하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은 삐져 있는 독특한 광경이다. 한 번씩 주거니 받거니 했다는 사실은 현민에겐 별 상관이 없는 듯하다. 현민은 확실히 이게 일단락됐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게 틀림없다. 안해줄 거야? 하고 부루퉁한 목소리로 쿡 찔렀는데도, 오히려 만족 못 하나며 어깨에 고개를 파묻어버리는 널 보고 현민은 다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면 내가 하지 뭐."
네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또다시 아까의 그 상황이 되풀이됐다. 그 온기며 향기는 지금 그의 품에 들려안겨 있으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번에는 분명히 들리는 쪽 귀 옆의 뺨에다가 한 번, 따뜻하고 보드라운 자국이 쪽 소리와 함께 찍힌다. 그리곤, 또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선물 하나 더 있잖아."
현민은 허리를 숙이며, 네가 청하던 대로 널 내려주려고 했다. 네 두 발이 땅에 조심스레 닿는다. 그래, 참지 못한 현민의 욕심이 빚어낸 해프닝 때문에 잊어버릴 뻔했지만, 아직 열어보지 않은 선물상자가 하나 더 있다. 간식을 가지러 가기까지 열어봐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는 것이다. 물론, 그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하나 있지만. (네가 짚고 넘어가길 원한다면 말이다)
한 번씩 주고 받았으니 상황 종결이라고 생각하던 중에, 네가 한 번 더 입맞췄다. 그리고 이 입맞춤으로 아까 전 귀와 뺨 그 사이에 닿았던 촉감도 입맞춤이 맞다는 것을 확실시했다. 랑은 네 아무렇지 않은 척이 얄미워서, 내려주려고 하면 네 품에 파고 들었다. 너를 감싸안고 있는 팔에 꾹 힘을 주었다. 좋아서 빨개지는 거라고 했었으면서, 왜 계속 아무렇지도 않아 해- 랑은 투덜거리고 싶었다. 그래도 랑이 네게 입맞추었을 때 빨개졌었던 것 덕에 참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네게 얼굴을 묻고서 랑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너처럼 아무렇지 않을 척을 할 준비다.
"또 하면 막을거야."
네 품속에서 고개를 들어올린 랑은 조그만 목소리를 흘리면서 문장을 끝맺을 온점 대신 네 눈물점에 쪽 입맞추었다. 네 눈가에 입맞추고서야 네 품에서 톡 떨어져 조심스레 발이 땅에 닿았다. 랑은 일부러 더 짓궂게, 곧장 다른 선물상자로 손을 뻗었다. 내려오자마자 휑하니 너를 시선에 담지도 않고 선물상자를 챙겨들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는게 꽤나 버거웠다. 힘든 걸 숨기는 것보다 이런 떨림을 숨기는게 더 어렵다고, 랑은 결국 얼굴빛을 태연하게 유지할 수 없었다. 그래도 꿋꿋이, 조금은 뻔뻔하게 군다.
수제 초콜릿이 아니어도 되고 현민이도 그렇게 말할 거 같지만 이 나잇대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 초콜릿 먹고 싶은 거 참고 어떻게 가정실습실에서라도 ㅋㅋㅋ ㅠ.ㅠ 만들지 않으려나..... 현민이 운동하니까 견과류 같은 거 많이 넣어서 에너지바 느낌으로 만들고 싶어할거 같다
현민: 아, 하긴... 원래 재료의 양이 이것보다 많았겠구나(의미심장). 현민: (뺨에 쪽) 현민: 고마워. 현민: 누군가한테 이런 거 받아보는 거... 처음이거든. (사실 그동안 다른 사람들한테는 철벽 치고 있었어. 2월 14일엔 집을 비우고 어디 멀리 갔다온다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거나)
현민: (눈웃음이 올라오다가 결국 웃어버림) 현민: (랑이 끌어안고 머리 쓰담쓰담) 현민: 뭐, 네가 해준 초콜릿이 있는데 그 정도야. 현민: 그리고 어차피 초콜릿이나 견과류 같은 건 운동할 때 부스터로 많이들 써. 현민: 응. 화이트데이. 현민: 사탕이려나- 달콤한 거면 뭐든. 푸딩이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