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15 집 초대면 남친 셔츠인데. 거기에 바니걸까지 보고 싶다니. 이런 욕심쟁이. (이마 콩) 요망요망 하지만 난 잘 모르겠는 걸. 이러는게 일상이다보니(?) 그래도 제롬주한테 할 때 만큼은 진지해. 진심으로. 음. 진지하면 안 되나 이건? 에라 모르겠다. (껴안고 뒹굴)
>>28 앗 남친 셔츠가 있었지... 하지만 바니걸도 보고싶은데 둘 다 보여주시면 안 돼요...?(올려다봄) 아코.(찌글) 아스주는 현실에서도 요망하신 분...(메모) 흠흠. 어느쪽도 아스주가 절 진심으로 대해준다는 말이니 좋지 않을까요? 와아~(부둥부둥)(같이 이불덮기) 그런 요망하면서 진지한 모습도 정말 많이 좋아해요(소곤)
>>29 음. 둘 다 보여줄 방법도 있긴 하니. 제롬주가 보고 싶다면 그 방법을 쓰면 되겠네. (이마쪽) ㅋㅋㅋ 그런건 왜 메모하는거야 지지야 지지(?)(메모 압수) 어쨌거나 진심은 맞으니까. ㅎㅎ 나도 그런 나를 좋아해주는 제롬주를 존나 좋아해. (쓰담)(팔베개) 벌써 5시네. 슬슬 자야지?
>>30 둘 다 보는 방법이 있나요? 그게 뭐에요?(갸웃)(베시시) 어째서죠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했는데!(울망) 항상 좋다고 해주시면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반격하시는게 진짜 요망해요... 으으...(파르르)(품에 파고들기)(포닥포닥) 아스주가 자면 잘 생각에요. 아스주는 언제 주무시는지..?
>>31 아주 좋은 방법이 있지. 그 일상 할 때까지 비밀이야. (쓰담) 그야 어장에 필요한 정보는 아니니까 ㅋㅋㅋ (토닥토닥) 그럴 때가 가장 방심하는 때 같거든. 제롬주는. 호호. 귀여워라.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꾸압)(부비작) 나도 사실 곧 잘 생각이었어. 쓰던거 다 쓰면 아침이 될 텐데 그건 좀 무리니까. 적당히 끊어놓고 자려고 했지. 그러니 오늘도 같이 잠들지 않으련? 내 귀여운 제롬주야.
>>32 그럼... 그 때까지 기다릴게요(볼쪽) 어장에 필요한 정보에요. 아스가 왜 그렇게 요망한지 알 수 있었으니까(?( 아스주는 절 너무 잘 아시는데요... 벌써 파악당해버렸어... (볼부빗)(품 속에서 파닥) 적당히 끊고 주무신다면 저도 내일을 기대해야겠네요. 그럼 같이 잘까요? 항상 귀엽다며 놀리는 못된 아스주. (입술쪽) 그래서 더 좋아해요. 잘자요. (소곤)(꼬옥)
희망고문이 그 목적이라니. 시안은 질린다는 표정이 된다. 헛된 희망을 가지고 구멍을 넓히려 했던 이를 생각하면 불쌍해지는 걸까. 텔레비전으로 다가간 시안은 이 낡아 보이는 텔레비전이 아직 켜진다는 것에 신기한 모양이다. 그 무겁고 오래된 텔레비전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전원을 끈다.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니 그래도 밖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수 있을까. 뭔가 이것도 벽의 구멍과 비슷한 목적으로 놓아 두었을 거란 생각을 한다.
>>124 음~ 그럼 앞으로도 안 놔줄래요. 아스주 볼 때마다 품 속에 품고 있어야지. (함께 행복한 김밥하기)(목에 쪽)(입질) 엩...괜히 말했나..??? ㅋㅋㅋㅋㅋㅋㅋ 잏잏이 너무 얄미운데요.(볼당김) 술 드신다면 과음하지 않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 맛있어서 더더욱 미묘한 조합이 아닐지...
죽음이 낙원이 될 수 없다고? 등에서 식은땀 흘러내린다. 당신은 참 상냥한 얼굴으로 태연히 잔인한 말들을 내뱉는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어린아이는 칭찬받지 않고, 선인은 순수하지 않으며, 악인은 악을 위해 살아가지 않는다. 노력은 보답받지 않고, 비명은 묵살되며, 친절은 이용당할 따름이다. 그 어떤 것도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죽음만은 모두에게 공평하고 친절하다. 간단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내게 있어 유일히 '보장받은' 것은 그것 하나뿐인데, 당신은 말 한 마디로 그것마저 앗아가려 한다. 세 상자가 있으매 금, 은, 납이라. 그 중 금에는 해골이 들어있노라. 그것은 술탄의 것이자 우리 모두의 것이다.
"당신 참 잔인해.."
얼굴 양 손으로 파묻었다.
"내가, 내가.."
웅얼거리며 손 떼고 고개 든다. 눈빛이 퍽 공허함과 동시에 매섭다.
"양보했잖아. 당신은 그런 거 하라고 축복도 해줬잖아. 서로, 우리는.."
아예 다르다고 말하고 싶으나 사실 아닒을 알기에 문장이 되어 나오지를 않는다. 평행선이 비슷한 시작점을 공유했다는 사실이 어색하덥디까.
"친절과 상냥이 비수 될 때 있는 걸 왜 몰라.."
갈라진 목소리다. 다시 고개 푹 숙인다.
"아냐, 당신이 싫다는 건 아니고.. 알잖아. 당신하고 거래 끊겠단 이야기도 아냐.. 그냥, 응."
빈 잔을 매만졌다.
"그런 사소한 사탕 껍데기도 결국은 소모재야. 쓸 가치가 있는 사람한테 써.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그냥.. 흘려들을 이야기 하나 해주는 거야."
>>161 ㅎㅎ 너무 믿다가 발등 찍혀도 난 몰라잉 에베베 음 그치만 파렴치하다는 말이 더 느낌이 좋은데(?) 호....도발인건가 그런건가? 그럼 근질근질해지는데 ㅋㅋㅋ 산책으로는 딱 좋은 거리긴 한데. 그마저도 귀찮을 때가 있으니 말 다했지.. 힝 난 이제 틀렸어 이대로 글러먹은 채로 살아버릴테야.
거뭇거뭇 한 얼룩이 바닥에 배어있다. 자국을 따라 문으로 다가가면, 코를 자르고 싶을 만큼 지독한 냄새를 맡아 황급히 고개를 든다. 부패하는 것들이 가지는 냄새에 머리가 쪼개질 듯 아프다. 헛구역질을 하다가, 당신의 말을 듣자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고개를 끄덕이고서 당신의 손을 꼭 잡은채 빠른 걸음으로 나선다. 벽지부터 가구, 그리고 그 구멍들까지. 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만든 방인가. 시안은 잔뜩 찡그린 얼굴로 말한다.
"지독하네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도 그 회색 벽의 연속이다. 쫄았냐며 돌아서 묻는 당신의 말에 시안은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 한다.
카페 내의 주문은 분명 폭주라 할정도로 분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 테이블위에 서빙되고 있었다. 내가 주문한쪽은 독일식의 초콜릿 케이크로 체리가 들어가 있다. 초콜릿이 투박하게 나무 파편처럼 박혀 있어서 검은 숲이라고 하는 것이다. 딸기 요거트와 더불어 산뜻하고 달콤한 조합이었다. 반면에 상대는 기본적으로는 디저트 조합이었다. 부쉬드 노엘도 나무를 연상시키는 케이크였다. 거기에 가향차인가.
"낙원에서 나온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낙원이 아니고, 반대로 완벽한 낙원이라면 밖으로 나온 자가 없기에 낙원이 있는지 증명할 수 없다고.그렇기에 나는 낙원은 없으며 낙원으로 구제하고자하는 신도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신이 없기에 구제도 없고 인간은 다른 인간을 구제할 능력보단 망치는 능력만 있을 뿐이다."
개똥철학같은 내용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세상과 인간을 보았다. 인간은 여러가지 이유로 다른 인간에게 영향을 주고, 그것은 대부분 인간을 망치는 행위라고. 부정적인 관점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겪어온 삶은 대부분 그런 인간상 뿐이었다. 세상에 악도 선도 흑백론적인 개념은 없더라도 사람은 사람을 부수는데 특화되어있다. 그게 마음이든 육체든.
진답지 않게 싱겁게 끝나는 말. 그런 의문을 물을 새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어느새 잡아두었나보다. 진은 들어가 스위치에 바짝 붙어선다. 그리고는 비상통화 버튼을 눌러 이야기한다. "어, 914."
문은 천천히 닫히고, 진은 품에서 담배를 꺼낸다. "나 좀 피우자. 조금만 참아." 하고 허락도 구하지 않고는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인다. 뒷모습만 보아도 담배를 맛없이 피운다는 것이 보인다.
엘리베이터 안은, 시안이 말을 꺼내지 않으면 계속 고요할 것이다. 그리고 도착하고 나면, 진은 후, 하고 숨을 힘있게 한 번 내쉬더니 담배를 밟아 꺼트리는 것이다. 문은 마찬가지로 천천히 열린다.
"아~저~씨~~!!!!!!!!!! 안녕!!!"
시원스럽게 층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는 방. 채광은 아까의 방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런 곳에 산다면 소원이 없을, 차분한 톤의 인테리어의 방. 그 한가운데에서 어떤 늙은이가 바닥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진은 그 늙은이의 어깨를 양손으로 꾹 누르며 시안에게 턱짓한다.
"자~ 여긴 말했다시피 프리미엄 옵션인 곳. 이 아저씨는 언제나 소개에 협조해주고 있는 우리의 고객님이시지. 신경쓰지말고 둘러봐, 둘러봐~"
진과 노인은 서스럼없어보이지만, 진이 일방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인공격을 서슴없이 하는 진이 대단하다.
무엇을 관찰할까?
>욕실을 둘러본다 >창밖을 내다본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다시 누른다 >진을 때린다 >책꽂이를 살펴본다 >책상을 살펴본다
분명 자리를 꽉 채울 정도로 붐비는 공간인데도, 주문했던 것들은 제때에 나와 테이블에 올려졌다. 달달한 디저트와 함께하는 대화주제는 철학적인 분위기 특유의 무게감 탓에 거부감이 있을법 했지만, 어찌보면 고요하고 엄숙하기도 한 티타임을 즐기기엔 더할나위 없는 이야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방정맞은 티타임을 즐기는 것은 이상한 세계의 모자장수와 함께거나 꿈속을 헤메이는 미쳐버린 이계의 왕과의 만찬때일 뿐이겠지만...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그 천국이란 것을 잠시 다녀왔다고 하는 '임사 체험' 마저도 확실치는 않은데다, 그저 그 사람의 주마등이었을 뿐이라는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분명 낙원도, 지옥도...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들어가본 이가 없음에도 지레짐작을 할 뿐이었다. 그도 그럴게 둘 중 한곳에 간다는 것은 이승으로서의 맥이 완전히 끊긴, '죽은 존재'라는 말이니까.
그렇다면 한번 죽은적이 있는 자신은? 그 낙원이라는 것에 대한 경험이 있을까?
도출할 수 있는 대답은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달콤한 꿈을 꾸었다 한들, 그것이 낙원이라 가정지을 수는 없었다. 혹자는 '천국이 얼마나 좋은진 몰라도 그곳에 한번 간 뒤로 돌아온 사람이 없다.' 라는 전제에 증명할 것이 없음을 거세게 꼬집으며 '정말 낙원에선 매일같이 목청껏 신을 찬미하는 행동밖에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지옥이 아니겠나.' 라는 역설을 꺼내놓기도 했다.
이러나저러나 당신의 의견은 간단했다.
신은 존재하지 않고, 설령 있대도 무능한 존재일 뿐이다.
"후후후... 신의 구제건 뭐건간에, 인간도 결국 다른 생물체처럼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약한 존재는 도태 되고... 살아남은 존재는 변하는 것, 어느 누군가는 그걸 '진화'라고 하죠..."
참 우스운 관계였다. 인간은 스스로를 지적인 생명체라고 자부하나 실상은 여느 짐승들과 다르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여느 짐승들과 같이 동족과 소통하며 여느 짐승들과 같이 경쟁을 했고 여느 짐승들과 같이 서열을 만들었으며 여느 짐승들과 같이 탄생을 기뻐하고 여느 짐승들과 같이 죽음을 종용하기도 하고 애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과연 인간이 다른 것들보다 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단지 짐승들에겐 발견되지 않는 '자아의식과 영혼'이 추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그렇죠~ 철학이 뭐 밥먹여주던가요~? 그 시간에 떡볶이나 파는게 더 이득일 거라구요~"
적어도 이 도시에선 그런 샌님같은 이야기따위가 먹힐 리 없었다. ...그렇기에 당신과 이렇게나마 나누는 철학적인 대화는 그녀에게 있어 호기심과 관심 그 자체로 와닿기에 충분했다.
"죽음을 찬미하는 말이 다 죽어가는 사람의 유언이라거나 묘비에 새겨져있으면 난 그걸 진심으로 존중할 수 있어. 그렇지만 아직도 숨이 붙어서 살아 숨쉬고 있는 사람이 죽음을 찬미한다는 것은- 잘 모르겠는걸."
페로사는 피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적개심어린 눈동자를. 그녀는 팔짱을 끼었다. 그녀에게 있어 죽음은 '보장받은' 것이 아니라 '선고당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원치 않게 몇 번이고 집행인이 되어야만 했던 것이기도 했다.
"나는 원치 않은 죽음으로 끌려들어가면서 내일의 태양을 보고 싶다고 애걸하는 사람을 많이 봐왔어. 그 중에는 내 손으로 밀려 떨어진 사람들도 많이 있었지."
눈을 감으면 그 날의 풍경이 보인다. 납으로 만들어진 바닥, 은으로 만들어진 객석, 금으로 장식된 전광판. 그리고 전광판에 떠오르던 엄지를 아래로 한 손모양도. 제발 살려달라며 울부짖는 목소리도, 그래 차라리 죽여달라면서 비장하게 으르렁대는 목소리도 다 메아리친다.
"나를 그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놈들이나, 내 업무상 치워야만 했던 놈들 중에 각종 화려한 말로 죽음을 찬미하는 놈들도 많이 봐왔어. 이런저런 시구를 끌어다대며 자신이 누군가에게 죽음을 선물하는 것이 얼마나 고결한 일인지 떠들기 바쁜 놈들이었지. -자신의 죽음을 마주할 때가 되니 의견을 바꾸던걸."
그러나 그들은 모두 죽을 때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페로사는 피피의 사탕 껍데기 운운하는 말을 모독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먼저 총을 꺼낸 것은 피피다.
"죽음이나 죽음에 대한 찬미를 찾는다면... 여기는 그렇게 좋은 장소가 아니야. 나는 매서운 말 못해, 피피. 누군가에게 날선 말을 할 때도 책임을 져야 하니까."
희망. 그녀가 도살자의 서커스장 깊은 지하에서 거머쥐고 나온 그것은 그것은 생명줄이나, 꽃이나, 값을 따질 수 없는 보석이나, 사탕 껍데기 같은 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검이었다. 그녀가 살기 위해 거머쥐었던. 지금도 살아가기 위해 거머쥐고 있는.
"-그래서 너한테 살아가라느니 뭐라느니 하는 매섭고 혹독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 넌 죽어갈 자유가 있어."
그러나 그녀는 끝끝내 그 칼끝을 피피에게 들이밀지는 못했다.
"다만, 너무 급하게나, 너무 비참하게 죽어갈 필요는 없어. 아름답게, 편안하게, 품위있게... 그렇게 천천히 죽어갈 수도 있는 거잖아. 죽어가는 사람에게 자신의 죽음의 형태나 방식을 정할 권리가 항상 있는 건 아니지만, 그것을 정할 기회가 있다면 가능하면 좋은 것으로 골라도 되지 않겠어?"
금상자를 골라야만 한다면, 그 중에서 가장 멋지고 화려하게 장식된 것을 고를 수 있지 않겠는가. 조롱과 함께 받은 해골일지언정 그 조롱마저 기념으로 여기고 받아들인 뒤 화려하게 장식하여 길이길이 걸어둘 수 있지 않겠는가. 자신에게 그것이 찾아올 순간을 기다리면서.
"앞서 말했듯 죽음을 바란다면 앤빌로 찾아오는 건 그렇게 현명한 일이 아니지만... 그 비슷한 선물이 있긴 해."
시안의 귀 아래가 붉게 달아오르려 한다. 더 놀리면 한 대 때릴 생각으로 노려보며 주먹을 쥐다가는, 당신답게 않게 구는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며 주먹을 푼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며 담배를 꺼내든 당신의 말에 시안은 어깨를 으쓱인다. "괜찮으니까 펴요." 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하고서 벽에 붙어 선다. 연기가 다가오면 손부채질을 한다. 내리면 아까와는 다른 방이다. 그 크기와 채광부터가 마치 요양을 위해 만들어진 방인듯 보일까. 방의 주인일 노인과, 그런 노인의 어깨를 누르는 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책상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당장에 삶에도 확정을 모르는데 죽은 뒤를 생각하는 것이 웃기는 일이지만. 뭐 사후세계를 논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는 낙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며, 낙원이라는 구제가 없기에 신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지만. 거기까지 이야기 하더라도 의미없는 탁상공론이었다. 내 사상은 그저 어떤 존재나 사건에게 구원받길 바라는 것이 멍청한 것이며, 스스로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삶의 이유와도 같다.
"인간이 발전하는 역사에는 항상 전쟁이 있었지. 사람은 파괴를 통해 발전해나간다는 말이 어울리겠군."
바깥은 수많은 전쟁이 오랜 역사에서 부터 근대까지 있었고 그 전쟁을 통해 발전해 나갔다. 이 도시의 경우는 조금 특이하긴 했지만 전쟁이아닌 방식으로 파괴로 사람들을 주검으로 쌓아가며, 그 나름대로 축적해나간 진화의 결과이겠지. 창조에는 파괴가 따르는 법이라는 것인가.
"샌님같은 이야기지만. 결국 이런 이야기조차 하지않으면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것만을 갈구하는게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건가."
어느새 요거트든 케이크는 바닥을 드러냈다. 말하면서도 한모금 한조각 먹는 속도가 군인답게 빠르다고 할까. 누가보면 빨리먹다 체할거같은 속도긴 했다.
"쓸모없는 이야기 투성이지만. 또 하고 싶다면 라 베르토에서 캄파넬라라는 이름을 찾아라. 어울려주마."
>>318 페로사: 먹거나 마시는 것으로 느끼는 쾌락에 너무 둔감해져서, 쾌락의 종말에 다다른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까.. 감각기관에 폭격을 쏟아붓는 거나 마찬가지인 물건이야. 페로사: 호기심만으로는 대접해줄 수 없어. 페로사: 정히 궁금하다면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에 수록된 단편인 「악마의 발」을 읽어봐. 대충 그 비슷한 느낌이니까.
>>323 와 악마의 발 아시는구나. (원시 언폭도 셜로키언) (해씨와 호박시 한웅큼을 조공) 사랑하는 사람이 독약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걸 먹겠다는데 만류하지 않을 사람이 어딨을까. 어... 용왕님? 페로사 아마 그 대신에 다른 좋은 술이나 칵테일(도수 낮춘 파우스트나, 키르 로얄이라던가 압생티아나 같은 거) 한잔씩 따라줄 것 같지.
"후후후~ 그렇죠~ 지금 앞에 놓인 삶조차 특정할 수 없는데 사후를 논하는건 어불성설이네요~" 물론 내일 갑자기 죽어버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베르셰바지만... 어째선지 모르게 다들 질긴 연으로 이어져간다는 것을 느끼는 그녀였다.
결국 사람은 타인을 만나며 자신의 세계를 점차적으로 구축해 개성을 두고 견제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의 개성을 살릴 타인에게 집착하고, 더 요구해오며 갈구하는 모순적인 존재였다. 애초에 타인이 없으면 나라는 존재도 무의미하니까,
삶이란 원탁의 기사단들처럼 탁상공론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직접 부딪혀야 알겠지... 그렇기에 당신이나 그녀나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끈질기게 살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각자의 가치관, 각자의 신념, 그것이 부딪히는게 삶이라는 세상이었다.
"그렇죠... 그렇게 도달한 진화의 끝 또한 어떤 의미론 파멸이기도 하구요. 재밌네요~ 삶의 순환이라는거..."
거듭나기 위해선 기존의 것을 탈피하고, 파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으니까, 탈피를 하지 못한 생명은 제 몸을 감싼 차가운 고치와 함께 세상의 온기도 느끼지 못하고서 싸늘하게 죽어갈 뿐이다.
"심적 여유를 가지느냐, 그마저도 누리지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이겠죠~"
제 몫도 서서히 줄고 있었지만 당신의 몫은 특히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대화법도 그러거니와 뭐든 간단명료하고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꼭 군인 같은 기분이었을까, 당신의 직업을 그녀가 감히 짐작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멀리할 이유는 없었다. 도리어 그런 당신이, 자신으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여유를 가지게 된다면 그걸로도 충분했다.
"후후후후... 언제든 어울려주신다면 저야 감사할 따름이죠~ 그래도, 다음엔 깡통이라는 명칭보단 쥬, 라는 이름으로 불리면 더 좋을 것 같네요~"
물론 당신이 지어준 깡통이란 별명도 싫진 않았지만, 서로 이름을 알게 된 이상 의식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와아~ 복귀 실시네요~ 아무튼, 오늘은 예외적인 날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어요. 언젠가 또 만나기로 해요, 캄파넬라씨..."
크림이 묻지도 않은 제 아랫입술을 검지로 가볍게 쓸어보이는 그녀의 미소는 한층 더 포근하면서도 완만한 호를 그리는 제 눈매처럼 곱게 휘어있었다.
쌤 침떨어져요(?) 독한 술은 좋아하지만 많이 마시지는 않아. 아마 사귀기 전 앤빌에서도 두~세잔만 천천히 마시고 일어났을 거야. 어리광 받아준다니 천사..😇 에만이 10대 때는.. 꽤.. 당당한 애였던지라 안아주고 쓰다듬어두고 그러면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내가 얼마나 귀여운데 누가 안 좋아하겠냐고! 걱정 안 할거야! 나는- 걱정 없이 사는게 목표니까- 그러니까- 같이 있는다는 약속 지키는 거야-? 같은 말을 하고.........🤔🤔🤔
>>370 현실이 그럴 수도 있지, 뭐. 페로사: 난 사실은 인정하는 편이야. 당신이 마음에 안 드는 인간이라는 점과 함께 말야.
침대에서 못 나오는 미카엘... 페로사도 미카엘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거나 많이 따라주거나 하진 않을 거야, 미카엘의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 테니까. 별개로 술취한 미카엘이 하는 말이 다 페로사가 원하는 것들이고 다 이해되는 말들이라 페로사가 쓰담뽀담해주면서 전력으로 오구오구해줄 것 같지. 어떤 수를 써서라도 걱정없이 살자고. 행복해지자고.
>>371 >>374 집이 아니라 독서실이었어. 독서실에선 공부를 해야지. 로테주, 제롬주가 로테주를 안고 있어서 내가 딱밤을 못 때리겠는데 내 몫까지 혼내줘(?)
잡화점의 업무를 끝낸 새벽 2시 즈음. 라 베르토의 보스와 간부들은 문 잠근 잡화점 안에 모였다.
제법 비장한 표정을 한 세 사람의 앞에는 흔한 보드게임 중 하나인 젠가가 있었다. 옆에는 각양각색의 의상들을 건 행거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행거의 옷들은 하나 같이 화려하고 대담한, 다시 말하자면 입기 싫은 옷들만 걸려 있는 걸 보고 로노브와 포레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도 혹시, 라는 일말의 희망을 걸고 말을 꺼내보았으나.
"야... 진짜로 할 거냐? 꼭 할 필요는 없지 않아? 품질이야 보기만 해도 아는데." "어허. 눈으로만 판단하지 말라고 했던 건 벨프 아니었어? 이제 와서 왜 그래."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야 벨로. 너도 뭐라고 말 좀 해 봐!" "...내가 말 한다고 듣는 사람이었으면. 진작 말했겠지..."
이 상황을 무르는 일은 어림도 없었다. 당연하게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두고 으아악! 하는 포레의 고함과 으하학 하는 경망스러운 아스타로테의 웃음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이 상황이 즐거운 건 당연히 아스타로테 밖에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셋 중 그 시기를 극복했다 말 할 수 있는 건 아스타로테 밖에 없었으니까.
"자. 다 세웠다. 순서 정하는 눈치게임 1!" "2." "ㅇ, 아 씨!" "또 벨프가 꼴찌네. 그렇게 타이밍 못 맞춰서 남자 구실은 어떻게 하려나 몰라." "아니 그 말이 왜 지금 나와! 시작이나 해!" "어머. 찔려서 발끈하긴. 말 안 해도 그럴 거야. 그럼 나부터 뽑는다아."
잘 쌓은 젠가를 앞에 두고 순서를 정한 세 사람은 아스타로테를 처음으로 젠가를 뽑아 쌓는 게임을 시작했다. 얇고 길쭉한 나무조각을 빼서 위로 쌓을 때마다 점점 군형이 아슬아슬 해지며 어느새 셋은 숨조차 참아가며 젠가를 빼내고 있었다. 그렇게 제법 빼고 쌓기를 반복하던 중. 무리하게 하단의 조각을 빼려던 아스타로테의 시도로 인해 젠가가 무너졌다. 와르르 쏟아진 젠가 조각들을 보며 로노브와 포레는 안도했고. 아스타로테는 아쉬워했다.
"아. 실수했다. 빠르게 샥 했어야 했는데." "거 간만에 하니까 감 떨어졌나 보구만. 됐고. 이제 벌칙 정할 차례지? 벨로, 니가 정할" "아. 벌칙 따로 안 정해도 돼. 여기 적혀 있어." "뭐?"
아스타로테는 마지막으로 뽑았던 젠가 조각의 밑면을 로노브와 포레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엔 교복(남)이라고 적혀 있었다. 저 젠가는 단순히 패자를 정하기만 하는게 아니었던 것이었던 걸까. 뽑아서 쌓느라 젠가 자체에는 신경을 기울이지 못 했던 로노브와 포레는 뜻밖의 복병에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스타로테는 조각을 휙 던져 놓고 일어나 행거에서 남학생 교복을 꺼내 들고 말했다.
"갈아입고 올 테니까 다시 쌓아두고 있어. 쌓는 김에 뭐가 있는지 봐두는 것도 좋겠네. 후후!"
짖궂은 말을 남기고 아스타로테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잡화점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로노브는 잠자코 젠가를 쌓기 시작했고 포레는 이 때라는 듯 로노브를 붙잡았다.
"야 뭐하냐. 지금 아니면 언제 튀어. 첫 판 어울려 줬으면 됐지. 가자고." "튀어봤자 손바닥 안인데. 가긴 어딜 가. 만족할 만큼 어울려 주는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이 미친 하드워커 새끼. 됐다. 나는 갈 거야." "그래. 잡지는 않겠는데. 뒷일 감당은 네 몫이다." "...크! 젠장!"
당장 눈 앞의 재난을 피할 건지. 나중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후폭풍을 감내할 건지. 두 선택지 앞에서 고를 건 하나 밖에 없었다. 결국 도망치려던 포레도 자리에 앉아 조막만한 젠가 조각들을 쌓았다. 쌓는 김에 조각마다 뭐라고 적혔는지 하나 하나 살펴보기도 하면서.
"...야. 벨로." "왜." "여기 적힌 거... 저기에 다 있는 거냐?" "어." "XX..."
젠가 조각마다 아마도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포레 기준이었지만) 의상의 이름만 적혀 있는 걸 보고 포레는 다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젠가가 다시 쌓아짐과 동시에 남학생 교복을 입은 아스타로테가 자리로 돌아왔다. 사이즈가 좀 컸는지 전체적으로 품이 낙낙해서 좀 큰 교복을 입은 남자애, 처럼 보이는 아스타로테를 보고 로노브는 시선을 돌리고 포레는 나지막히 욕을 내뱉었다.
"그... 머리는 대체 뭐냐." "이거? 이왕 입는데 완벽해야지. 어때. 이러니까 감쪽같지?" "미친... 설마 다른 것도 있냐?" "있지. 걸리기만 해. 이쁜 걸로 골라 줄게." "XX. 게임이나 다시 해."
하려면 확실하게 하겠다는 마인드인지 뭔지. 원래 머리색과 비슷한 짧은 머리 가발까지 쓴 모습을 보니 둘 모두 견딜 수가 없었나 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빨리 젠가나 하자고 채근하는 말에 아스타로테가 키득이며 소매 늘어진 손을 들었다.
"그럼 다시 나부터지? 어디 보자."
그렇게 시작된 두 번째 판은 처음보다 더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편하게 하는 건 아스타로테 뿐이었다. 로노브도 포레도 한 조각씩 빼낼 때마다 작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위에 조각을 올렸다. 신중하게 이어진 게임은 처음 판보다 길어졌고. 아무리 조심해도 결국 젠가는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번 판의 패배자는 로노브였다.
으하하하, 하고 이번엔 포레의 경박한 웃음이 울려퍼졌다. 포레가 거의 엎어지다시피 웃는 모습을 로노브가 싸한 눈으로 노려보는 사이. 아스타로테가 검붉은 색에 치마가 긴 차이나 드레스를 찾아와 로노브에게 내밀었다. 그걸 보고 로노브는 한숨을 내쉬며 옷을 들고 아스타로테가 갔던 안쪽으로 들어갔다.
"거기 가발 있으니까 그것도 쓰고 나와. 잘 어울릴 거야." "ㄱ, 가발까지, 흐, 윽. 배 아파. 너무 웃었어." "정말, 벨프 너무 웃잖아. 그만 웃고 이거나 다시 쌓아." "예. 예. 분부대로 합죠."
포레는 두 번 피했으면 세 번은 못 피하겠냐는 생각에 이번은 불평 없이 웃음을 추스르며 앉아서 젠가 조각을 모았다. 그리고 아스타로테와 마주 보고 앉아 차곡 차곡 젠가를 쌓았다. 타각 타각 나뭇조각 부딪히는 소리만 울리는 가운데, 아스타로테의 허밍이 짧게 흘렀다. 그걸 듣고 있던 포레가 조각 쌓기를 이어가며 말했다.
"넌 싫지도 않은가 보다. 노래도. 옷도." "음. 싫을게 뭐가 있어. 옛 일에 연연해 봤자 귀찮기만 하지." "얼씨구. 얼마 전까지 애새끼 붙잡고 별 생 쇼를 떨어대던게 누구더라." "그건 그거고. 그거에 비하면 이건 별 거 아니란 의미야." "초연한 거냐. 그런 척 하는 거냐." "글쎄. 보이는 대로. 겠지."
말이 오가는 사이. 젠가는 다시 모습을 갖췄다. 그리고 안쪽에서 다 갈아입은 로노브가 답지 않게 조신한 걸음걸이로 나와 자리에 앉았다. 로노브 역시 색을 맞춘 긴 머리 가발을 써서 얼핏 보면 슬랜더한 여성...으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었다. 어깨라던가 떡 벌어진 가슴이라던가. 그래도 나름 어울렸다면 어울렸다. 길게 옆이 트인 검붉은 차이나 드레스도. 붉은 긴 머리 가발도. 마치 로노브를 위해 만든 것 마냥. 어울림과는 별개로 역시 좀 그랬기에 포레는 다시 터지려는 웃음을 참고 있었으며 아스타로테는 색조 화장품을 가져와 눈가와 입술에 색을 칠해주려 하고 있긴 했지만.
"이거 한 번만. 응? 입술에 딱 한 번만." "입은 걸로 만족해. 혀 깨물고 뒤집어지기 전에." "너무하네. 어차피 입은 거 좀 더 어울려 주지." "됐고. 한 판 더 해." "그래. 이번엔 벨로부터 시작이야."
아스타로테가 그만 웃으라며 포레의 등짝을 내려치는 걸로 세 번째 판이 시작됐다. 전 판에 졌던 로노브부터 뽑으며 다시금 젠가 조각들이 움직였다. 의외로 전 판보다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게임은 진행되었다. 빼고 쌓고. 또 빼고 쌓고. 말없이 반복하다보니 전 판보다 훨씬 길어졌다. 그만큼 젠가는 아슬아슬하게 쌓아 올려지고. 올려져 가다가...
"어... 어, 자, 잠깐, 안 ㄷ, 안 돼!" "하하하! 벨프 걸렸대요!" "이 XX! 이번에도 피할 수 있었는데!"
포레의 손톱 만큼의 실수로 무너지고 말았다. 와르륵 무너진 조각들을 보며 망연자실한 포레를 두고 아스타로테가 잽싸게 마지막 조각을 집어 뒷면을 보았다. 그걸 보고 박장대소 하며 로노브에게 보여주었고. 로노브도 피식 웃으며 포레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래. 내가 너보단 낫다. 그나마." "...손 안 치우냐. (강아지)야..." "하하, 흐하, 하, 아이고, 아이고 배야..." "넌 그만 처웃고 옷이나 내 놔!" "알았어. 알았어. 아. 아. 그게 어딨더라."
웃음을 머금은 채로 행거에 다가간 아스타로테가 몇 번 뒤적이다가 옷 한 벌을 꺼내왔다. 딱 봐도 포레의 허벅지에 반이나 내려올까 싶은 미니 스커트 길이의 메이드복이었다. 게다가 프릴이 잔뜩 달린 디자인이라 수치심은 단연 최고치로 느낄 수 있을 듯 했다. 그 옷을 들고 히죽 히죽 웃는 아스타로테를 희게 뜬 눈으로 노려보던 포레는 이내 이를 갈며 일어나 옷을 낚아채갔다. 그리고 쿵 쿵 거리며 안쪽으로 들어가는 포레의 뒤에 아스타로테가 말했다.
"넌 가발 안 써도 되니까 옷만 잘 입고 나와. 아. 혼자는 힘들려나? 도와줄까?" "XX!"
거친 욕지거리에 경망스러운 웃음 소리가 따라붙었다. 말 그대로 바닥을 뒹굴며 웃는 아스타로테를 보며 로노브가 말했다.
"그렇게 즐겁냐." "흐하, 하, 아.... 그럼. 당연히 즐겁지." "그래." "즐겁고 말고. 음. 맞다. 그것도 해줘야겠다."
보들보들한 카펫이 깔린 바닥으로부터 벌떡 몸을 일으킨 아스타로테가 행거 끝에 걸린 가방을 뒤적여 무언가를 꺼내왔다. 먼저 그걸 본 로노브가 오 이런, 하듯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때마침 나온 포레를 보고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곧 못 볼 걸 봤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아스타로테 만이 생글생글 웃으며 자리에 앉는 포레를 반겼다. 슬금슬금 다가가면서.
"이 개 같은 옷을 만들어 낸 새끼 후손은 대대로 망해야 해. XX... 뭐야. 넌 표정이 왜 그 모양이냐." "글쎄. 너무 잘 어울려서 그런 거 아닐까?" "저 혓바닥을 뽑아 버릴 수도 없고. 야. 잠깐. 너 왜 가까이 오는데. 저리 안 가? 꺼져. 야. 야!" "후히. 이미 늦었어!"
슬슬 다가오는 아스타로테를 보고 포레가 뒤늦게 도망치려 했지만 일어나려는 순간 뭐에 걸려 휘청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포레에게 달려든 아스타로테. 위에 올라타 제압을 함과 동시에 메이드복 스커트를 확 들췄다. 밑에서 XX! 하고 욕이 나오거나 말거나. 매끈한 근육질 허벅지에 프릴 달린 가터링을 채웠다. 잠금고리가 하트 모양인 것이 포인트인 물건이었다. 아스타로테는 목적을 달성하자마자 잽싸게 내려가 구르다시피 도망쳤다. 도망치면서 찰싹 소리 나게 허벅지를 때린 건 덤이었다.
"(다채로운 욕의 향연)!!!"
연이은 굴욕에 온갖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뒤따라 몸을 일으키는 포레였지만. 정신적으로 지쳤는지 아스타로테를 쫓지 않고 양반다리를 하고 주저앉았다. 로노브는 옆에서 모든 걸 관전하며 이제 용도를 다 한 젠가를 상자에 정리해 치우고 있었다. 상자의 뚜껑을 닫아 옆으로 밀어놓으며 포레 쪽을 힐끔이곤 한 마디 내뱉었다.
"보기 숭하다. 자세 바꿔." "이 씨. 안 보면 되잖아!" "옆시야로 보여. 비틀어 놓기 전에 자세 바꿔." "젠장!" "하하하하하!"
로노브의 협박 아닌 협박에 포레가 다소곳하게 자세를 바꾸는 모습을 보고 아스타로테가 자지러졌다. 배를 쥐고 바닥을 뒹구른 탓에 가발이 벗겨져 원래의 긴 머리가 흐트러지는데도 아랑곳 않고 웃어댔다. 웃고 웃고 계속 웃다가 배가 아파 더 웃지 못 하게 되어서야 멈춰서 부들거렸다.
"아, 아. 배 아파. 아파 죽겠네. 진짜..."
아스타로테는 그대로 카펫 위에 늘어져 누운 채로 로노브와 포레를 보았다. 긴 머리에 차아니 드레스를 입은 로노브도. 미니 스커트 메이드복에 앙증맞은 가터링이 허벅지에 둘러진 포레도. 비슷한 눈빛으로 아스타로테를 바라보고 있었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은 둘을 번갈아 보고 표정만 히죽 웃은 아스타로테가 말했다.
"의상 매장 오픈 하면 이렇게 입고 나가서 홍보 하자." "미쳤냐!" "미쳤군." "하하!"
미리 맞춘 듯한 대답에 기운 빠진 웃음이 짧게 지나갔다. 아스타로테는 재차 흘린 웃음으로 인해 배가 살짝 땡겨와, 잠시 웅크리고 부들거렸다. 그러다 숨을 몇 번 몰아쉬고서 상체를 휙 일으켜 앉으며 중얼거렸다. 웃음기 뺄 겸 노래나 한 곡 할까. 하고. 장난스러운 말투에 나머지 둘은 마음대로, 라던가 지X을 해라 아주, 같은 반응을 보였고. 그걸 동의로 받아들인 아스타로테가 고개를 살짝 들며 반주 없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When the days are cold 삶이 힘들어지고 And the cards all fold 모두가 포기할 때 And the saints we see 우리가 믿던 성인들조차 Are all made of gold 금으로 이루어졌음을 알았을 때..."
아닌 밤중의 유희는 잔잔한 노랫소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 여담.
그로부터 사흘 뒤. 라 베르토가 관리하는 서쪽 구획의 백화점 3층에 의상숍이 오픈했다.
'칠링바니' 라는 의미 모를 상호명을 단 그 숍은 현존하는 모든 의상을 제작 및 판매한다는 홍보 문구를 내걸었다. 그걸 보여주듯 오픈 행사로 바니걸 여럿이 나와 홍보하는 행사 비슷한 것도 있었다. 바니걸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어서 누가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며칠 뒤 돌게 되는 소문에 의하면 그 중에 라 베르토의 수장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저 소문일지. 사실일지는 아마 당사자만 알 일이었다.
[무의식의 연속, 때로는 그것을 나열하고 정리하며 어떠한 기틀을 두고 그에 맞게 조형하는 것, 본능과 감성, 지성과 이성,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모순적인 포용... 우리는 언제나 그것을 갈구해왔답니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죠? 우리는 분명 더 나아지려고 했는데 도리어 멍청해지고 말았어요. 어떻게든 편하게 살려고 그렇게 노력했건만, 그 집착 때문에 역으로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죠. 그렇다고 그 노력한 것이 제대로 빛을 발했는가 하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답니다. 뭐, 과학이란게 다 그렇죠. 모든게 실패인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성공적인 것도 아니었죠. 언제나 좋은 결과를 도출해낼 수는 없어요. 우리의 결과물은 언제나 우리의 발에 채이고 있었답니다. 분명 스스로 창조해낸 것인데도, 좋아서 만든 건데도 어째 영 정감이 안가고 말이죠. 보통사람들은 그것을 실패작이라고 일컬으며 무시했지만...
...그래요. 솔직히 그런 말을 들으면 힘이 쭉 빠지곤 하네요.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요? 그리고 그것은 정말 합리적인 행동일까요?
아니, 그 전에... 우리가 정말로 옳은 일을 하고는 있는 걸까요? 물론 이전의 일들도 정상이었다곤 할 수 없겠지만... 이건 정말 공격적으로 도전적이네요.
...... 해볼 가치는 있겠죠...? 솔직히 욕심은 좀 나네요.]
"페트라, 또 발에다가 장난치는 건가?"
"아이 참, 박사님~ 이건 장난치는게 아니라 꾸미는 거라구요~ 박사님은 패디큐어란 것도 모르시나봐?"
"내가 그런거에 연관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가? 객관적으로 봐도 전혀 아닌것 같다만..."
"하기사, 맨날 갑갑한 가죽구두에 발목 넘는 양말만 신고다니는 박사님은 패션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시겠죠~"
"그렇지만 의자에 발까지 올리면서 머리가 안보일 정도로 열중하는 자네보단 학위가 높지. 자네가 그러니까 항상 척척석사 소리를 듣는 걸세."
"윽... 제발 팩트로 때리진 말아주실래요...?
하아~ 그런 말 들으니까 더 힘 빠질거 같아...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어지네요..."
"페트라, 자네 정도 되는 인물이면 지금쯤 바브에 들어가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네만? 하여간 그놈의 무기력증이 문제일세. 잘 하다가도 갑자기 그만두는 일이 많지 않은가,"
"엑, 싫어요. 거긴 맨날 일만 하잖아요~ 가뜩이나 약혼자 만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일하고 먼저 결혼하고 싶진 않걸랑요~"
"아... 그러고보니 날짜가 정해졌다 했었나? 좋은 시기에 혼례를 치르는군. 꽤나 행복한 허니문이 되겠어."
"이게 다~ 그 전능하신 클라비스 박사님 덕분이죠~ 그 넖은 아량과 포용으로 우리를 먹여살리시는~ 음~ 이 어찌나 감동실화~"
페로사의 문장, 「나를 조금만 더 봐주면 안 돼? 그렇게 말하는 건 제법 비참했다. 당신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게 그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욱. 나에게 의미를 부여해서라도, 나를 위해서라도 살아주기를 바라. 그런 말은 절대 입 밖에 낼 수 없다.」 #shindanmaker #오늘문장 https://kr.shindanmaker.com/1050109 🤔 페로사라면... 페로사라면 이건 말했다.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면 말했다. 미카엘이 피피 수준으로 죽음의 충동에 치달아있다면 페로사 이거 말한다.
페로사 의 연성 문장 이브가 사과를 먹은 이유는 그저 사랑 받기 위함이었다.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79163 🤔🤔🤔 이건 모르겠는걸.
1. 에만이의 버릇 중에 담배 연기를 머금고만 있지 날숨으로 뱉어내지 않는 것은 로즈밀이 과거 보였던 흡연습관이야. 정확히는 로즈밀은 입안에 머금어놓고 단어를 뱉으면서 함께 뱉는 편이었고, 에만은 그냥 입안에 머금어놓고 알아서 흩어지게 두는 편이지. 대화하면서 피우다 보면 로즈밀처럼 단어 하나하나 천천히 뱉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2. 김에만 로즈밀 가장 많이 닮은 점은.. 외적으로는 보기 힘들 정도로 옅은 눈 색도 있지만 내적으로는 성격..?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지만 일상이나 독백에서 보면 망설이다가도 갑자기 툭 끊긴 것처럼 보여주는 그 면모가 로즈밀을 제법 닮았다고 볼 수 있겠네. 정확히는 그 상황에서 에만과 미카엘을 확실하게 끊어내는 것에 능해. 추후 죄책감에 몸부림친다 해도 그로스만의 사생아가 보낸 킬러를 죽여버릴 당시엔 심호흡 한번 하고 선고하면서 망설임 없이 버터나이프를 휘둘렀으니까. 로즈밀도 한때 누군가의 사랑하는 사람이자 조직의 킬러를 확실하게 끊어내곤 했거든. 로즈밀의 경우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아이마저 독살 당할뻔하자 망가졌지만.
덤으로 용왕님에게서 로즈밀을 느낄 수 있는 점이요? 용왕님이 반역자 처벌한답시고 조직원 깡그리 모아놓고 혼자 그 사이에 다리꼬고 앉아있는 경우가 있어. 이래놓고 뭐..
"어린 새끼들이 꼬리 자꾸 내어줬더니 그게 목숨줄인 줄 알고 기어올라.. 이래서 노쇠하면 죽어야 한다는 말이 있나봐. 고작 서른 하고도 한 살인데 벌써 노쇠했어. 자비를 베풀어 놀아주고 말이야."
이런 말을 하거든. 그리고 침묵하면 또..
"왜 조용하지?"
"농담한 거니 웃어."
이렇게 몇 마디로 조직원들이 다 웃을 때까지 지켜보며 침묵하는 그 특유의 X같은 성질머리..?
☆X같은 성질머리☆ 근데 용왕이 더하면 더했지 로즈밀은 이정도까지는 아니었어. 적어도 웃으라 강요하지는 않았다는 뜻.. 사실 이것도 조금 우스갯소리처럼 말한거지 광기로 결속력을 휘어잡는 것에 굉장히 능하다는 소리지 뭐.. 광기는 전염되고 잘 쓰면 누군가를 휘두를 수 있습니다 휴먼..
>>428 그런 흡연습관이 있었구나. 에만과 함께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한 번밖에 본 적이 없는데 그때 페로사가 한 일이 한 일이라 에만에게 그런 습관이 있는 줄은 몰랐네.. 에만이 죄책감에 고통받는다면, 그런 데에 죄책감이 없는 페로사에게 맡겨 에만아... 88 그보다 이미 한번 킬러를 보낸 적이 있었구나. 페로사가 알았더라면 진짜 저번 독백에서 눈이건 이빨이건 뽑았겠네...
용왕님 진짜 밥맛이야. 내가 뉴 베르셰바에 굴러떨어지게 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용왕님 밑에선 일 안 할 거야...
>>437 독백에도 몇 부분 있었지 후후 >:3! 사실 연기 머금고 에비에이션 마셨답니다. 0.< (노림수!) 로로에게 어떻게 맡기겠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 손 더럽히고 싶지는 않답니다.😌 킬러는~ (이전 어장 뒤적뒤적)
용왕님 재수없는 건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오만한 캐.. 좋지 않나요?(어긋난 취향) 오만한 폭군캐는 밟아주는 맛이 잇음..
사전설명이 좀 부족했지만 이전에 정보원 처형할 때처럼 본보기로 쿠데타 하려던 애 자기 앞에 무릎 꿇려놓고, 그 양 옆으로 조직원 세워서 했던 말이랍니다.😊 어쩌고 보면 정치적 쇼를 잘한다는 뜻이고 나쁘게 말하면 과할 정도로 기강 잡는다고 볼수도 있겠네.. 말 안 들으면 너희도 이렇게 구경거리 된다..🙄
>>442 에? 바니보이? 에? 가능(?)
>>443 외..모...(스페어 시트 봄)(이목구비는 또렷했으며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 그 모호함 섞여있어 신이하니 우아한 미인상이다. 영준하고 반듯한 이마, 길게 뻗고 반듯한 콧날, 은은한 호선을 긋는 입매, 긴 속눈썹이 내리깔린 눈은 늘 나긋하게 내리감겨있다. 항상 외알의 안경을, 어느 날은 코안경을 썼기에 학자와도 같은 단아함이, 그리고 그 사이의 금단을 깨게끔 자극하는 고혹함이 있었다. 굳이 경박한 언사 덧붙이자면 고고함을 더럽히고자 하는 금단적인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인상 때문에 더욱 야릇한* 인상이리.) 납득합니다..🤔
>>448 피피주 이거 읽고 죽겠는걸. 아, 그런 상황이면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지. 용왕님 재수없어는 뒤로 미루는 걸로(?) 페로사: 그러면 용왕한테 장난감으로 쥐어주면- 페로사: 아, 그 양반 눈이 고급이라 어지간해서는 장난감으로 쳐주지도 않겠네. 페로사: 그래도 이제 괜찮아. 페로사: 이제 누구라도 나쁜 생각을 갖고 널 찾아오려면 날 먼저 만나게 될 테니까.
>>471 근육이 잡힌 체형이긴 할까? 싶을 정도로 겉보기엔 여린 남성. 아니, 너른 옷차림에 가려졌기에 모르는 일이다. 그 안을 본 사람 아무도 없으나 아주 가끔, 풍성한 옷을 벗고 달라붙는 평상복을 입을 때면 그 윤곽이 도드라지곤 했다. 남부럽지 않게 부푼 흉부, 보기 좋게 잘록한 허리.. 손마디는 길고 뼈가 도드라지니 칼 잡는 손이 자못 야릇하기까지 하다.
아잇 들켰네 >>472-473 에만이.. 코쿤 닮은 식사량이 아닐까..🤔 커피 한 잔 바나나 두 개 고구마 한 개가 하루의 식사인...🤔🤔 천천히 먹는 양을 늘려보도록 합시다! 일회용 저격수는 요즘도 같이 다녀! >;3! 나갈 때만!
>>494 (에만과 미카엘의 차이를 분명히 두는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장렬히 죽음) 페로사: 어머... 취했니? 페로사: 그래, 같이 먹게 해줘요. (쓰다듬) (페로사.... 내 딸이지만 부럽구나..........) (13일 오후에 가서 만들었다고 하면 14일 새벽 3시에 귀가할 페로사와 동선이 겹치지 않으니 확실히 14일에 전해줄 수 있어 ^.^)
메마르게 웃었다. 당신은 정말이지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사내는 타고나길 그늘로 기어들어가는 성정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곧게 바라보는 눈에게서 공포를 느끼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동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매 순간 두려움에 새파랗게 질려 발걸음 내딛는 삶이다. 미셸,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 어째서 나는 아직도 당신 손아귀 아래서 살아가는 거지? 이 모든 게 두려워 견디기가 힘들어.
"어차피-"
프로스페로는 목 언저리를 느리게,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술 기운에 문장이 잘 끝맺어지지 않았다.
"난... 누구 죽이는 거에 큰 의미 두고 싶진 않아. 우리한텐, 나한텐.. 그냥, 빵집에서 빵 고르는 거랑 비슷한 무게 가지는 행위일 따름이고.."
그런 무게를 가진다는 사실이, 그리고 자신은 영원히 그 이상의 무게로는 느끼지 못할 것이란 사실이 퍽 공허하다.
"결국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꾸역꾸역 사는 거니까.. 당신은 삶이나 희망을 붙들고, 나는 도망치면서 사는 거고.... 뭐, 멀리서 보면 비슷할테니까 상관없잖아."
숨 들이킨다. 다시 건조히 웃었다.
"죽음의 순간에 의견을 바꾸는 건, 글쎄.. 나는, 그냥 졸리기만 하던데."
열 두 살 겨울, 칼이 열 세 번 몸을 관통했던 그 날, 사내는 너무 졸렸다. 눈은 포근하고, 시선은 몽롱했으며, 고통은 추위에 무뎌져 뭉근한 자극만 남았다. 멀리서 환청마냥 낄낄대는 웃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그대로 잠들고 싶었다. 그 날 밤, 프로스페로는 너무 졸렸고, 굶주렸으며, 피로했다. 그러나 그는 살아버렸다. 질기게 살아남았다. 나는 겨울이 좋아요, 삼 년 뒤에 멍하니 중얼거리게 될 문장이 있었다.
죽어갈 자유라, 그리고 방식이라. 프로스페로는 잠시 침묵한다.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 손에 목졸려 죽고 싶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체온을 나누면서, 마지막 숨까지 당신 손아귀에 쥐여주며. 그 다음은 늙어 죽고 싶었다. 그 다음은 급사하고 싶었다. 그 다음은 친구의 손에 죽고 싶었다. 타인을 이익을 위해서 목숨정도 값싸게 여기고 싶어졌었다. 그 다음은, 또 그 다음은... 사실 그는 정답을 알고 있다. 프로스페로는 선인의 손에 죽고 싶다. 한겨울 눈처럼 새하얗게 고결한 사람의 손에 심장이 꿰뚫려 죽고 싶었다. 그러나 이 소원은 이루어질 수 없다. 이 개같은 도시에는 선인이란 이미 썩어 없어진 유물과 마찬가지이므로.
"내가 졌어. 너에게 이길 수 없었어. 그게 다야. 할 말은?" 미카엘: ..그래. 그래도 인정은 하는구나. 그 모습은.. 높게 사주도록 할까.. 비천한 이름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내가 친히 그 목숨을 거둬주도록 할게요.
"어쩌다 그렇게 예의가 없게 된 거야?" 미카엘: 그런 질문을 하는 넌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걸까..? 난 가정교육이라도 받았지만.. 너는.. 아니야.. 아무 말도 안 했어.
"그 애는, 그 애는... 죽지 않았어!" 미카엘: "..네 좋을대로.. 생각해."(친분 없음, 초면) "..응. 죽지 않았을 거야.. 희망을 가져보자. ..셰바에서 조금.. 비현실적인 말이라도.."(친한 사람)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을 거야.. 네 말이 맞아. 죽지 않았을 거야... 그래서는 안 돼.. 그래서는..."(소즁한 관계) (세 번의 총성 소리)"자, 이제 확실히 죽었겠네?"(적대) *
*) 미카엘의 아버지는 생존할 수 있었으나 그로스만에 의해 3번의 격발을 연달아 맞고 즉사했다.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520 으응. 저는 페레로로쉐가 가장 맛있으니까 드린 건데. 노림수라니 의미를 모르겠는데요.(모른척) 아스주 파렴치해... 힉(움찔)(고개 파묻) ㅋㅋㅋㅋㅋㅋ 알면서 모른척하고 말 할 때까지 기다리는게 아스다워요 ㅋㅋㅋㅋㅋ 아마 아스가 모른척한 거 눈치채면 제롬이 먼저 아스타로에게 다가가서 백허그하고 귀에 "나한테 뭔가 줄 거 없어?" 하고 가볍게 속삭일 것 같아요...ㅎㅎㅎ....
>>524 ㅎㅎ 모른 척 하는 제롬주도 넘 귀엽고... ㅎㅎㅎ (부비작)(쓰담) 제롬이 요녀석 은근 선수네 선수. 백허그 하고 그러면 아스 얼굴 살짝 붉어졌다가 얼른 진정하고서 미리 준비해둔 파베 초콜릿 줄 거야. 직접 만들어서 좀 엉성하겠지만 맛은 보통 초콜릿 맛이고. 살짝 술 들어갔으니까 많이 먹으면 알딸딸해질지도? 일단 첫 조각은 아스가 직접 미니 포크로 찍어서 "제제, 아-" 하고 먹여줄거라구 후후.
>>528 아스주도 절 항상 귀여워 하시는 것 같아요... (고롱고롱)(품에 파고듬) 아스 살짝 얼굴 붉어진 거 조금 놀리고 싶다 ㅎㅎㅎㅎㅎ 알코올이 들어간 초콜릿이라... 조금 엉성해보여도 오히려 그 점이 귀엽기도 하고 수제라는 사실에 제롬이 기뻐서 아스 향해서 빙긋 미소짓겠네요. 첫조각은 아앙이라니 제롬이 부러워..! 살짝 받아먹고 두번째 조각은 아스에게 집어서 반대로 아아- 하고 먹여줄테고. 조금 먹다보면 아스는 멀쩡하지만 제롬이는 살짝 취기가 올라와서, 볼이 불그스름해진 채로 입에 초콜릿 물고 살짝 새는 발음으로 벨라, 아아- 하면서 먹여주려고 하겠네요 ㅎㅎㅎㅎ
>>558 아스주 저랑 취향이 같아요...!!(방긋) 여기는 비바람이 거세네요 으으 잠깐 나왔는데 다 젖었어.....
흠흠. 제롬이는 애초에 안 믿을 거에요. 안 믿는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정말 그래? 하고 넘기는 정도. 왜냐면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언젠가 아스가 얘기해줄 거고, 그 전까진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들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물론 아스에게 이런 소문 알고 있냐고 물어보긴 하겠지만 아스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라고 생각할걸요? 제롬이는 아스가 자신에게 무언갈 숨기진 않을 거라고 믿고있으니까요.
>>564 ...같다고 믿을래요(부빗) 후후 지금은 실내라서 괜찮아요(꼬옥)(뽀쪽) 지금 나가보니 또 비 그쳐있어서 미묘한 기분...
아스라면 머리 한번쯤 깨져도 괜찮다고 합니다(?) Tmi로 제롬이는 머리가 안 깨지도록 대비하기보단 한번 깨지면 끝까지 쫓아가서 복수하는 타입인데 아스에게 복수하지는 않을테니? 부정하지 않고 글쎄. 라면서 대답을 회피하면 다가가서 꾸욱 안아줘요. 품에 꼭 안고 쓰다듬으면서 내게 말해줄 수 없는 비밀이야? 라면서 몇번 더 캐물어볼 거에요. 캐물어도 계속 말해주지 않으려고 하면 분명 그 이유가 있을테니까, 지금은 넘어가줄게. 라고 말하면서 이마쪽 해주고 다시 떨어질 거에요.
머리가 깨져도 먼저 떠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주는 거려나. 그렇다면 머리 깨고 도망을 가야(?) 어 근데 이것도 한번 해보고 싶긴 하다(???) 예상대로 당장은 캐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을거긴 해. 지금은 넘어가주겠다고 하면 히죽 웃으면서 나중도 없는데? 라고 장난스럽게 말할거고. 그리고 냉큼 다시 안고서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리겠지. 거기에 넘어가줄지 따로 조사를 하던가 할지는 제롬이 몫이고. 그나저나 흐음. 그렇단 말이지. 음음.
>>566 캬라멜맛 말랑카우 롸벗? 아 이건 못 참지 ㅋㅋ 다 먹어버린다 ㅋㅋㅋ (냠뇸)(배빵빵)
>>568 머리 깨고 도망가나요 아스...? 얀얀제롬이가 나올지도 모르겠는데 괜찮으시다면야(???) 장난스럽게 답하면 살짝 토라진 척 표정짓다가 그럼 지금 입을 열게 만들 방법이 없을까... 중얼거리면서 아스 목덜미에 입질하려고 하겠네요. 그러면서 굳이 아스가 주제 안 돌려도 자연스레 돌리려고 할테고. 제롬이는 아스가 말해주기를 기다리겠죠. 너무 기다리게 하면 직접 나서서 캐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뭐 그건 그 때의 일이니까(?)
>>577 어 완전 좋은대? 안되겠다 이것도 킵해둔다 꼭봐야지 얀제로미 히힉 그틈을 타서 입질이라니. 누굴 닮아서 입버릇이 그런지 ㅎㅎㅎ 아스도 나중 되봐야 알겠지만 얘기 안 해줄 가능성도 있긴 해. 결국은 제롬이가 조사해서 나온 결과 들고 와서 이거 진짜냐고 물어야 대답 해줄 지도 모르지. 아스도 꽤 짖궂으니까 말야.
>>578 얀제로미... 답레 이을때마다 아스주에게 행동 허락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ㅎㅎㅎㅎ 글쎄요오오 아스주를 닮은 저를 닮았을지도(옆눈) 이야기 안 해주고 제롬이가 추궁해야 알려주면 그건 제롬이가 조금 슬퍼할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아스를 믿고있었으니까? 반대로 아스가 제롬이에 대한 가짜소문(대충 숨겨둔 애인이 있다거나 바람 피운다거나)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지도 조금 궁금해요 ㅎㅎㅎㅎ
>>579 잉 우째서 쥬라면 제 머리쯤은 내어줄 수 있습니다 대신 그 빵빵한 볼을 내어주신다면(???)
>>588 그 정도라니 더욱 기대할 수 밖에 없는데...? 꺄악 제로미 하고 싶은 거 다햇 아 안되겠다... 제롬이 슬퍼하는거 보고 짜릿해할 아스 밖에 떠오르지 않아 망했다....ㅋㅋㅋㅋㅋ 뭐 근데 말 안해주는게 아직 확정은 아니니까. 음. 지금 시점에서 그런 소문을 들으면 일단 가볍게 진위 여부부터 한번 조사해볼거야. 소문이 날 정도면 뭐든 전조가 있었을 테니까. 조사했는데 아무것도 안 나오면 그때야 제롬이한테 물어보겠지. 이런 소문이 돌던데 진짜냐고.
>>594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어 음 제롬주가 열심히 수위와 줄타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음(?) 짜릿해할 아스라니 반응 보고싶기도 하고... 하지만 짜릿해하는게 들키면 제롬이 아스한테 화낼지도 몰라요. 짓궂다고 투덜거리는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음. 그건 굴려봐야 알듯? 아 조금 놀려보고 싶은데...!!! 제롬이는 성격상 놀리려고 하진 않고 정말 아니라고 부정하겠지만요. 역시 재미없다 이런건 아스처럼 조금 놀려야 반응이 재미있는 건데(???)
마오는 분에 겨워 씩씩대다 총도 내팽개치고 그 자리에서 떼를 쓰듯 울었다. 큰 눈망울을 그대로 담은 듯이 거대한 눈물이 쉴 새 없이 뚝뚝 쏟아졌다.
"죽여버릴 거야!! 죽여어, 으허어엉.. 허어엉... 너 같은 건, 너 같은 거언.."
지는 슬금 대다 발치에 떨어진 자신의 총을 잡고 겨눴다. 이대로 쏴버리면 도망칠 수 있다. 용궁의 호랑이라 불리는 여자도 별거 아니었다. 바닥을 기며 살려달라 빌던 서커스 노예 출신이 어딜 가겠나. 어린 히트맨이라더니 정신머리도 어려 빠져선. 지는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운다고 무슨 소용이 있니."
퍽 소리와 함께 총성이 울렸다. 마오는 여전히 목놓아 울고 있고, 천장의 스프링클러가 고장 났는지 물이 쏟아졌다. 누군가 총을 쏘기 직전 팔을 위로 걷어 차올렸기 때문이었다. 투박한 잿빛 머리를 가지고 정장을 입은 누군가 울고 있는 마오를 달랬다.
"네 목숨은 스스로 간수해야 하지 않겠니. 이래서 짐승 새끼는 대가리가 딸린다니까.." "어으으, 허으으으.. 사, 사혀엉, 저게, 저 새끼가아.. 흐으.." "얼굴은.. 총상을 입었니? 안타까워라. 가장 소중히 간수해야지.. 기껏 그 얼굴로 태어나서 도축도 안 당하고.. 형님께 간택 당했는데, 버려지면 어쩌려고 그랬어?" "흐어어엉.."
지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쏴버리면 되는데 도저히 쏠 수가 없었다. 오래전부터 각인된 공포가 몸을 엄습했고, 스프링클러의 물이 차가워서 떠는 것이라고 몇 번이고 합리화했다. 조준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벌벌 떨렸다. 그것이 반쯤 뒤를 돌았다. 악몽이 겹쳐 보였다. 검게 물들인 공막에 담긴 회색 눈동자가 굴러 지의 눈과 마주쳤다. 그것이 비딱하게 서서 한 손에 든 월도를 바로 쥔다. 지의 세상이 과거로 떨어졌다.
과거 도살자의 서커스에서는 간혹가다 외전 격 경기 내지 투기장 내부의 노예에 대한 조롱의 의미로 고위층의 수집품끼리 싸움을 붙일 때가 있었다. 지금은 쓰이지 않고 수집용으로 쓰일 각종 화려한 무기를 쥐여주고, 누구 하나가 다치거나 주 관객인 고위층 관계자가 싸움을 정지할 것을 요구할 때까지 싸움은 계속됐다. 서커스의 단원보다는 사정이 훨씬 나았지만, 무기라곤 일절 쥐어본 적 없던 수집품들에게는 큰 고통이었다. 그런 지를 포함한 여타 수집품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단연 요제프의 애첩과 잿빛 승냥이다. 가장 먼저 애첩은 암묵적으로 여타 수집품의 오너들이 처분할 수집품이 아니라면 내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첩이 나선다면 그 수집품은 폐기된다. 그렇기에 만나고 싶지 않은 원초적인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면, 잿빛 승냥이는 폐기되든 말든 암묵적인 규칙 없이 무조건 피를 튀게끔 했다. 누군가는 손가락이 날아가고, 누군가는 머리가 날아가고, 누군가는 재주 좋게 혀만 날아갔다. 그리고 그로스만의 멸망 이후 수집품 폐기가 다가오던 날, 그 많은 아이를 죄 죽인 것이, 그에게도 창을 겨눴던 사람이.
"안녕, 지."
눈앞에 있는 사람이자 지의 하나뿐인 혈육 위였다. 지는 숨을 쉬기 어려운지 거칠게 호흡했다. 위는 그런 지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월도를 한 번 빙글 돌렸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뭐, 뭐라, 고?" "내가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위가 젖은 머리를 휘휘 고개를 돌려 털며 공막 다른 짐승이 달려들 기세로 몸을 낮게 낮췄다.
"그날 확실하게 못 죽였잖아?" "저, 저리.. 저리 가. 저리..!! 살,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총성이 여러 발 울렸고, 누군가 목이 쥐어뜯기듯 기괴한 비명을 내지르며 울부짖다 소란이 잦아들었다.
>>598 ㅋㅋㅋㅋㅋㅋ 나...기대해도 되는거지?(???) (혼나도 좋아하면서 제롬이에게 앵기는 아스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큰일났다)(침착하게 망치 듬) 물어봤을 때 놀려도 아니어도 아스는 딱히 큰 반응은 없으려나. 이미 한번 겪기도 했으니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면 놀리는게 아주 잘 먹히겠지만... 호호... 그건 제롬주 선택에 맡겨볼까나.
>>607 기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음 어 부디(???) 으아아악 제롬주가 오히려 모에사 할 것 같은데... 앵기면서 좋아하는 거 제롬이가 살짝 밀쳐내고 벽쿵하면서 낮게 으르렁거리는 거 보고싶다(???) 러브코미디 식으로 아스 이마에 딱콩 하는 것도 좋겠지만... 음음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일 때... 쓸 일이 없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까 메모해둘게요(슥슥) 개인적인 소망으로 아스를 한번쯤은 당황시켜보고 싶어요...
>>617 (초콜릿을 말하는 것이었다만 열심히 먹는 에만이 너무 대견해버렸다...) 페로사: 싫어할까 봐 잘게 썰었어. 페로사: 그렇지만 그 스튜에서 당근이 빠지면 맛이 허전했을걸? 페로사: 열심히가 아니라 즐겁게 먹는 날이 왔으면 좋겠는데- 아직 다니엘레한테 많이 배워야겠네.
다니엘레: 페로사,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이탈리아 사람이에요. 다니엘레: 이탈리아 말은 배우지 못했더라도 이탈리아 핏줄에 부끄럽지 않은 요리를 할 의무가 있어요. 다니엘레: 우리가 어릴 적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리조토와 파스타들, 수프들... 그 모든 맛있는 요리들을 언니는 나보다 더 잘 기억하고 있잖아요. 다니엘레: 우리가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유일한 것이고,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이기도 하지요.
다니엘레: 그런 의미에서 이 수프에는 당근을 조금 더 넣으셨어야죠. 수프의 풍미를 자아내는 건 고기가 다가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아요? 형부께서 얼마나 당근을 싫어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니는 너무 물러서 탈이라니까요. 페로사: (해협.)
랜덤위키 【페로사】 항목 "신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1. 소설 【세상에서 가장 가치없는 것】의 등장인물 2. 작중 묘사 「자신을 믿는 자 특유의 자신만만한 웃음」 「아무도 그 속을 읽지 못한 눈동자」 「우리는 그 모습을 일부러 무시했다」 #shindanmaker #어당외 https://kr.shindanmaker.com/1050567
친해질 수는 있으되 같아질 수는 없는 성정. 어쩌면 그녀야말로 피피가 바라고 기다리던 선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피피가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되기도 전에 한참 앞서서 이미 그녀의 손을 핏구덩이에 담가버린 선객이 있었다는 것이 문제다.
어차피 과하게 취하는 게 아닌 다음에야 그 말을 피피가 입밖으로 낼 일은 영영 없을 테지만, 그 말을 페로사에게 내거나 페로사가 마음을 읽는 재주가 없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마지막까지 그 피를 한 점이라도 한 방울이라도 무언가를 더럽히는 데 사용할 작정이구나, 하는 경멸을 샀을 테니까. 오만. 자신의 절망이 무엇보다 돋보일 가치가 있다고 믿는 오만이었다. 페로사가 피피의 그런 의중을 모르듯이, 피피가 모르는 페로사가 그런 것을 경멸하는 이유가 있었다.
페로사는 흐음, 하고 피피를 살펴보는, 정확히는 피피가 얼마나 취했는지를 살펴보는 듯이 피피를 바라보다가, 바의 서랍에서 A4 용지에 인쇄된 각서 한 장을 꺼내서 피피의 앞에 놓아두었다.
본인은 월 일 현재 앤빌에서 바텐더 페로사 몬테까를로에게 주문한 리큐르가 불러오는 어떤 결과에도 항의하거나 책임을 묻지 않을 것임을 맹세합니다. 고객 (이름 공란) (서명)
"잊어버리고 싶은지 아닌지, 당신의 결정이라면야."
페로사는 그렇게 말하며, 선반들 중에서 굳게 자물쇠가 채워진 채로 잠겨져 있던, 피피가 앤빌에 찾아온 이래로 단 한 번도 열리는 것을 본 적이 없던 선반을 어디에서 꺼냈는지 모를 열쇠로 열었다. 짤깍, 하며 열린 그 선반 안은 환했다. 상앗빛의 식물등이 선반 안에 은은히 밝혀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상앗빛 전등 아래에는 화분에 심긴 이상한 식물이 길다란 꽃대 위에 보라색 꽃송이를 올려놓고 있었다. 연꽃을 닮은, 그렇지만 꽃잎 한 닢 한 닢이 연꽃이 아니라 기이한 프랙탈 패턴을 그리고 있는 이상한 꽃송이. 물 위가 아니라 땅 위에 뿌리를 내리고 꽃대를 길게 들어올리고 그 위에 피어난, 자두알만한 꽃봉오리가 요사스러운 보랏빛을 발하고 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향이 코끝에 걸릴 때 피피는 잠시 주변의 풍경이 변하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페로사의 눈이 보랏빛으로 보이는 것도 같았다.
"정말로 마실 거야?"
페로사는 볼펜 하나를 각서 옆에 놓아주며 다시 한 번 확인하듯이 되물었다. 어디까지나, 피피의 의사에 맡기겠다는 듯이.
>>682 ㅋㅋㅋㅋㅋㅋㅋ 읏... 거부할 수 없어요... 몸이 멋대로...(아무말) 아스니까 나락에 떨어지더라도 기뻐하는 거죠(꼬옥)(뽀쪽) 웃으면서 같이 떨어져준다니 최고야...아스.. 같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스에게 기쁜 듯이 이제 정말로 우리 둘만 남았네? 라고 속삭여주고 싶다...
미행이 붙었다. 에만은 속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욕설 중 가장 상스러운 것을 몇 번이고 되냈다. 그로스만의 사생아가 공격받은 뒤 한층 편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더니만 복병이 생긴 것이다. 곱고 얇은 비단으로 된 리본으로 묶은 상자를 양손에 쥔 에만을 보고 무슨 보고를 남겼을까? 사생활은 존중해야 하는 거 아니야? 에만은 가면 너머로 앓는 소리를 냈다. 이대로라면 죄다 들키게 생겼다. 그동안 남은 일을 모두 끝냈다는 것도, 남몰래 이사 준비를 한다는 것도. 물론 호텔이 답답하다는 핑계를 댈 수는 있겠으나 현 상황으로 미루어보면 그로스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 신뢰를 깨는 것으로 보이면 끝장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미행이라니! 평소보다 길을 꼬아서 걷고 겨우 미행을 따돌렸더니 이젠 나가기도 두렵다. 오늘은 꼭 앤빌에 가기로 했는데. 미리 연락도 넣었는데.. 골목에서 한숨을 쉬던 에만을 향해 누군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왁!" "악!"
에만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퍼드득 떨었다. 이윽고 잔망스러운 웃음소리가 울리자 에만은 상자를 꽉 끌어안았다. 한치도 방심할 수 없는 사람투성이다. 쪽진 검은 머리와 평소와 달리 짧게 달라붙는 치파오를 입은 여성은 종이로 된 쇼핑백을 살랑이며 살살 웃었다.
"..마오?" "부엉이 안녕! 따거가 보내서 왔는데, 마오 안 늦었지?" "..늦었어. 미행이 붙었잖아." "안 늦었네! 너랑- 나랑 체격이 비슷하니까 따거가 서로 바꿔 입고 가랬거든."
에만은 마오의 옷을 한 번, 그리고 마오의 얼굴을 한 번 쳐다봤다. 제발 농담하는 것이기를 바란다는 시선에 마오가 푸항항!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이야! 네 옷은 여기 있어." "..농담이 지나쳐." "그렇지? 마오랑 부엉이는 여기가 다르잖아."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응!" "오라비를 닮아 얄밉네." "지인짜 따거랑 닮았어? 칭찬 고마워! 맞다, 가발도 여기 있고... 또.. 옷도 예뻐! 그런데 부엉이는 가발 써본 적 있어? 마오가 도와줄까?" 그 일이 10분 전이다. 에만은 앤빌의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마오가 자신으로 변장해 미행에 혼선을 준 것까지는 괜찮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차림으로 가도 되나 싶었던 것이다. 에만은 심호흡을 했다.
딸랑.
앤빌은 늘 그렇듯 따뜻한 공기와, 익숙한 술 내음, 그리고 당신이 있다. 다른 점이라면 오늘의 미카엘은 가면을 벗었다는 점이고, 머리가 허리까지 길었다는 점이며, 옷이 다르다는 점이다. 먼발치에서 본다면 치맛단을 잡고 아래로 꾹꾹 누르며 머뭇대는 손님이 마냥 어려 보이지만, 당신이라면 알아볼 수 있는 그 눈동자가 어색하게 드러났다.
>>696 ㅎㅎㅎㅎㅎ 벨라... 그런 면이 좋아...(부빗) 음 어 음 기분탓이 아닙니다(?) 저 상태로 나락에 함께 가게되면 분명히 얀모드가 된 제롬이를 볼 수 있을 것... 후레대사 카운터 너무 강하다 제롬주 성불합니다(파슷) 아니, 이제 정말로 둘만이 된 거야. 네 주변에도, 내 주변에도 더이상 의지할 사람 없이, 우리는 서로에게만 의존하게 되었으니. 라고 속삭이는...
>>699 (꼬오옥) 다 좋다는 제롬주 존나 귀여워서 좋아해 (소곤) 나락 가는게 제롬이 얀버튼 누르는 거구나 좋아 기억해두자 (메모)(?) 호오. 대사가 참 마음에 드는데요 앗 코피가(???) 둘이 나락에 떨어진다면 제롬이는 아스에게 의존하겠지만 아스는 안 그래보일거 같아서 오히려 제롬이의 얀모드를 가속화 시킬지도 모르겠어. 아스는....진정 혼자가 되어도 누군가에게 의존 없이 일어설 수 있는 애라서. 제롬이는 아스 없으면 안 되는데 아스는 안 그래보일테니까 오히려 더 안달나게 하지 않을까...
>>704 진짜 그런 말 하시니까...부끄러워요...(품에 파묻)(팍팍) 그 외에도 다양한 얀버튼이 있지만 나중에 하나하나 풀려가게 되겠죠... 아니 코피 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돼요 여기서 코피 흘리시면 아직 준비한게 더 있는데(?) 오... 그럼 아스주 생각대로 제롬이가 아스에게 더 의존하게 될 것 같네요. 아스보고 넌 왜 나만큼 나를 안 좋아해주는 거야? 난 너를 이만큼이나 좋아하는데... 라고 계속 속삭이고 계속 붙어있으려고 하고. 낮에는 덜 심한데 밤이 되면 더 심해서 계속 달라붙는...후후후후후(?)
어차피 일 할 땐 겉옷 벗을 수 밖에 없으니까. 출퇴근룩이라고 생각하고 입으면 된다고 악마 아스의 무한 속삭임이 옆에서 들려올 것이다... 아. 아니면 일할 땐 앞치마로 포인트를 줘보는건 어떠냐고 조언할지도. 블라우스 위에 약간 원피스 느낌 나는 앞치마만 둘러줘도 여성미가 살아날거 같다면서. (첨부한 짤 같은거)
>>719 부끄러워하라고 하는 거니까. 흐 귀여워... (꾸압)(깨물) 얀버튼이 더 있어...? 준비한게 더 있다고...? 아이고 나 죽어 (털석)(죽은척) ㅋㅋㅋ 제롬주 어허 욕망 삐져나왔어 집어넣어야지 (토닥토닥) 아스는 아스대로 달라붙고 집착하는 제롬이를 보고 즐거워하겠는 걸. 그렇지 않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라면서 한없이 애정을 속삭이고 품을 내어주겠지만 제롬이에겐 왠지 그 행동들도 불안으로 다가올거 같고. 음. 맛있어... (황홀) 이런 시간이 길어진다면 제롬이가 아스를 떠나려 하려나. 아니면 더 집착하려나. 거 참 궁금하고 상상만으로도 즐거운데 ㅎㅎㅎ
헬스 잡지나 바텐더를 위한 저널들 사이로 두어 권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패션 잡지나, 패션 브랜드의 카탈로그 같은 것들이라거나. 그녀가 좋아하는 산탄총을 들고 트랩이나 스키트 사격 혹은 컴페티션 슈팅을 하러 사격장에 가는 대신에, 생소한 백화점 같은 곳을 가서 우물쭈물대며 여성복 코너를 서성거리는 일이라던가. 그 전에는 전혀 관심을 가져본 일이 없는 그런 일들 말이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자신의 옷차림을 신경쓴 순간이 거의 없었다.
도살자의 서커스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 몸에 걸칠 수 있는 것이라곤, 보통이 누더기 꼴을 면한 거적때기거나 쓸데없는 호기심이 동한 VIP가 요청한 괴상한 의상들뿐이었다. 도살자의 서커스를 벗어나 르메인 배틀리언의 피카레스크과에서 일했을 당시에는, 그녀가 맡았던 간부가 드레스코드에 대단히 깐깐한 사람이었기에 이런이런 옷들을 입으라고 옷들을 다 맞춰주어서 그런 것에 신경쓸 일이 거의 없었다. 피카레스크과를 그만두고 나서도 그녀의 드레스코드는 거기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새로운 옷들에 손을 뻗치긴 했지만, 그것들은 모두 편의주의에 입각한 튼튼한 가죽재킷이나 점퍼, 필드재킷, 파카 같은 실용적인 옷들뿐이었다. 그녀가 바에서 입는 옷은 거의 정해져 있었다. 셔츠, (십중팔구 데님인) 바지, 그리고 앞치마. 그 안에 받쳐입는 속옷들을 제외하면 정말로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그런 옷차림에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앤빌에서 일하면서 기다리고 싶은 사람이, 예쁘게 보이고 싶은 사람이 생겼던 것이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옷차림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것을 정확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옷차림에 약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너무 단조롭다- 자신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던 날, 곱고 아리따운 사막여우처럼 꾸며입고 바에 찾아온 그 아이를 보았을 때 무의식적으로 갖게 된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 30년을 유지해 온 단조롭기 그지없는 의상을 탈피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제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시칠리아의 한 동네에서 옷을 곱고 아름답게 입기로 소문났었던 그녀의 어머니 일라리아에게서 옷차림에 대한 조언을 좀 받을 수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페로사는 그녀가 그렇게 옷을 잘 입는 여인인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뉴 베르셰바에서 25년을 보내는 동안 생존에 최적화되어 발달된 근육질의 몸도 옷맵시에 중대한 방해요소였다.
그나마 그녀에게 천만다행이었던 것은, 이 뉴 베르셰바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 사람 중 한 명이 그녀의 친구였다는 사실일까.
언제부턴가 앤빌의 바텐더는 종종 평소와는 다른 옷차림을 하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소의 거친 면 와이셔츠와 데님 바지가 아니라, 조금 다른 옷들을 입고 온다거나, 조금 다른 화장을 하고 오는 날들이 늘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언제나처럼의 앤빌이다. 언제나처럼의 트러스 구조, 언제나처럼 안락한 조명에, 항상 그렇듯 셰바 바깥의 음울한 공기를 씻어내어주는 것 같은 느긋하면서도 쾌활한 분위기의, 인더스트리얼한 인테리어의 술집. 그리고 그 한가운데의 커다란 코코볼로 나무로 만든 바 너머에서 평소처럼 서 있는, 그러나 평소와는 다른 차림을 하고 서 있는 바텐더. 품이 커다란 시폰 소매의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목의 단추도 두어 개인가 풀고, 평소보다 좀더 진한 화장에, 펜슬 스커트를 곱게 껴입고는, 평소에는 하지 않던 컨투어링도 조금 한 채로, 그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평소처럼 묶는 게 아니라 어깨와 등으로 잔뜩 늘어뜨리고 있는. 오늘은 특히 신경을 더 쓴 상태였다. 알지도 못하는 향수에도 손을 대어보았고, 신발도 평소의 워커가 아니라 단화로 바꿔신었다. 오늘만큼은 그 기다림이 부질없는 것이 아닐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그 곳에서, 오늘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당신이 그런 모습을 하고 올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기에, 페로사는 "어서 오," 하다가 말문이 막혔다. 눈을 깜빡이다가, "어..." 하면서 귀가 빨개지는 게 여기서도 보인다. 잠깐, 그녀는 입을 벙끗거린다. 당신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결국, 그녀는 얼굴에 수줍은 미소를 띄우고 만다.
"─웬일이야, 꼬맹이." 그녀는 바의 옆으로 빙 돌아 걸어나와서는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 엄청 곱게 차려입었네." 평소처럼, 개인실로 데려다주려는 모양이다.
>>725 힝힝... 아스주 짓궂어요... 항상 장난치시구. (바둥바둥)(파르르)(추욱) 핫 아스주가 죽으셨어...?! (아스주 납치)(히히) ㅎㅎㅎㅎㅎ아니 근데 낮에는 멀쩡하다 밤만 되면 집착 쩔어지는 건 못 참는데(코피) 즐거워하는 건가요 ㅋㅋㅋㅋㅋ 제롬이에겐 불안을 넘어 불신이 생길지도 모르죠. 아스는, 자길 사랑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고. 떠나지 않고 더 집착하다가 일선을 넘어버릴지도 모르겠어요. 아스가 잠들었을 때, 불안에 휩싸인 나머지 아스에게 손을 대는...(이상은 검열) 하여튼 굉장히 맛있는 썰이네요 if로 먹고싶다...
>>742 (납치당함)(밥은 하루 한끼만 주시면 되고 간식은 커피에 초콜릿을)(?) 불안을 넘어 불신으로 결국 선을 넘는 제롬이.... 젠장 버틸 수 없다 (폭사) 잠들었을 때 손 대려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눈 뜨고 "내 제제. 잠이 안 와서 그래? 이리 와. 자장가 불러줄게." 하고 아무것도 모른 척 안아서 달래주고 재워주고 하겠지... 약 주고 병 주고 어휴 어느집 자식이 이렇게 성격이 나빠 (아스 : (어이 없음))
아무리 서로의 쓴 부분을 핥았다 한들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존재했다. 아니, 더 사랑스럽게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 마음을 하늘이 알아줬는지, 아니면 모르는 척 다 아는 용왕이 눈치라도 챘는지 오늘의 미행으로 완성되었다. 그렇지만 매사에 논리적 근거를 찾는 데 익숙한 에만은 지금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정말 이래도 되는 일인가? 이렇게 입어서 혼선을 불러일으키는 게 맞나? 사심을 채우려는 건 아닐까? 아무리 마오가 후드를 입었다 해도 마오의 성격이 있는데 과연 안 들킬까? 애초에 이 옷은 무슨 의미일까? 검은색에, 꼭 장례식에 참석할 사람의 옷이나 한적한 성당에서 신앙을 품고 살아올 것 같은 검은색 A라인 플레어 원피스는 허벅지의 중간을 덮는 것이 후드티와 비슷한 감각이었지만 몇 배는 더 부끄러웠다.
치마는 7년 전에 졸업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덜컥 시련처럼 찾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정도로 끝나면 좋겠지만 시련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마오는 에만 보다 몇 배는 힘이 강했고, 눈치는 몇 배고 더 없었기 때문이다. 에만의 속도 모르고 회심의 무기라며 일장연설을 펼치며 꺼내든 낮은 굽의 플랫 슈즈와 가터벨트, 긴 가발은 물론이요 검은색 리본까지. 결국 꽉꽉 챙겨입은 아무리 봐도 평소의 에만과는 딴판이었다. 과거 용왕의 손에 꾸며졌던 것이 몇 배는 나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에만은 한 손은 앞으로 두어 치맛단을 꾹 잡고 있었고, 다른 손은 뒤에 숨겨두고 있었다. 다리를 조심스럽게 뻗는 걸 보면 혹시라도 뒷 치맛단이 올라갈까 두려운지 연신 내리듯 잡는 모습 같기도 했다.
"……나 맞아.."
에만이 어색하게 시선을 올렸을 때, 잠시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앤빌에 가지 못하고 일하다 보면, 의뢰인의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앤빌의 바텐더가 평소와는 다른 옷차림을 했다나 뭐라나. 화장을 하는 걸 보니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게 뻔하다는 수다를 듣기도 하고, 어떤 의뢰인은 손님의 전 애인이 결혼했고 복수를 도울 겸 기선을 제압하고 왔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늘어놓곤 했다. 그 순간마다 흘러가는 이야기로 치부했지만 귀를 기울일 걸 그랬다. 서로 이런 모습일 줄은 몰랐는지 각자 멈춰 서버린 광경을 남이 본다면 웃을 게 분명했다. 꼭 에만이 화이트 씨를 끌어안고 제가 다 부끄러워 발가락을 오므리면서도 보는 것을 멈추지 않던 로맨스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귀가 빨개지는 것을 발견한 에만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수줍기 때문이다. 어느새 바 옆으로 빙 돌아 나온 당신이 앞에 있다. 몇 뼘이나 차이가 나는 당신을 눈만 들어 올려다본다.
"아, 그, 그게.. 부끄럽네……."
이윽고 당신의 칭찬에는 뺨을 붉힌다. 복숭아처럼 뺨이 발그레 영글었다. 곱게 차려입은 걸까? 쑥스러운지 아랫입술을 꾹 다물었다. 미행이 붙었다고 말하는 건 이따가 해야겠다. 에만은 잠시 주변 눈치를 보더니 팔을 뻗었다. 뒤로 숨긴 손에 쥔 상자를 눈치채지 못하게끔 일부러 치맛단을 살랑이듯 손을 아래에서 위로 뻗어 당신을 끌어안으려 했다. 그리고 천천히 품에 고개를 기댄다. 블라우스가 구겨지지 않게끔 조심스럽고 상냥한 태도다. 개인실로 안내하기 전 이게 가장 급선무다. 지친 심신을 달래는 것. "어울려?" 하고 한 번 묻고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고양이가 친애를 표하듯 느릿하게 끔뻑, 하고는 부스스 웃는다.
"오늘 로로도 정말 예쁜걸.."
우물쭈물 입술을 벌렸다 닫기를 반복하다 간신히 뱉은 말이다. 뭐라고 말하고 싶은데, 말이 목 끝에 툭툭 걸렸다. 결국 작게 오물거리는 발음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초콜릿은 들키지 않게끔 끌어안은 손으로 열심히 상자의 양 끝단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짐짓 장난스럽게 또 단어를 골라 뱉었다.
독백 중에 도살자의 서커스 단원과 다르게 시비나 소유, 전리품 느낌으로 고위층 인사가 데리고 다니는 수집품(인형)이라는 설정이 있거든. 그리고 가끔가다 수집품의 춤, 혹은 인형의 춤이라고 해서 투기장의 외전 격 무대로 선보일 때가 있다는 설정이야.
문제는 당연히 단원처럼 누군가를 해쳐본 적 없고 예쁨만 받는 인형이니 서커스 단원에 대한 조롱의 의미로 통하곤 했다, 간혹가다 직접 비웃기 위해 관객석에 단원을 앉히고 투기장엔 인형을 풀었다..라는 단락인데. 서커스는 페로사주의 설정이고, 이 부분은 페로사주가 허락해줘야 할 것 같아서. :3
아, 맞아, 저번에 위 형제와 관해 올린 독백에서 그 부분이 나왔었지. 당시에는 오.. 역시 에만주야 유열의 달인이지, 하는 생각이랑 내 설정을 써줘서 기쁘다는 생각 정도만 들었어. 보통 거부감이 느껴지면 그 자리에서 말하는데, 안 느껴지면 그렇구나 저렇네 하고 넘어가버리는 나쁜 습관이 있어서 ◑◑ 나는 좋다고 생각해. 오히려 기뻐.
'서커스 단원에 대한 조롱'이라는 게 서커스 단원들을 조롱하려고 투기장에 인형을 풀었다는 뜻이지?
……(중략) 그는 도살자의 서커스에서 퓨리오사의 경기를 보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그것이 자비를 갈구했지만 전광판에 뜨는 표식에 절망에 어린 표정을 지을 때 어찌나 즐거웠는지! 그뿐만이 아니다. 남은 시체로 경매를 할 때면 저것의 눈알을 내가 사겠다 외치던 눈알 수집가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모든 경기가 끝나면, 외전 격 경기인 인형의 춤이 그렇게나 즐거웠다. 특히 서커스 단원을 모아놓고 조롱의 의미로 그 싸움을 보여주던 것이 끝내줬다. 그깟 짐승들과 달리 귀하디 귀한 옷과 보석으로 치장하며 무기로도 쓸 수 없던 과거의 병장기를 든 인형들이 전장에 있고, 관중석에 그 녀석들을 몰아두고 봤을 때 느꼈을 박탈감은 과연 어땠을까? 그는 잿빛 승냥이의 얼굴을 아직도 기억한다. 취향 독특한 녀석의 수집품으로 자라 눈 한쪽 공막이 검은색으로 물들여진 녀석은 기이한 옷을 입곤 했다. 나슬나슬하니 반투명해 속살이 비칠듯한 하늘한 옷과 구릿빛 피부에 피가 튈 적이면 많은 고위 간부진이 환호했고, 마침내 죽일까 싶은 순간이 오면 짐승과 달리 앞다투어 무한한 자비를 요청할 때, 분노에 젖은 짐승들의 표정이 볼만했다.
그런 잿빛 승냥이와 달리 짐승들마저 눈을 찌푸리게 하는 건 다름아닌 요제프의 애첩이었다. 단연 많은 수집품 중에서도 으뜸이라 손을 뻗고 싶은 것중 하나였다. 그 또한 특혜로 손을 뻗긴 했지만 모종의 사고 이후로는 도통 손댈 수 없었으니 원. 애첩은 옷차림부터 파격적이었다. 다른 녀석들이 보석과 비단으로 휘감았다면 그것은 그로스만 패밀리와 다를 바 없이 정장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달라붙는 옷을 입히면 눈길을 떼질 못했다. 그것에게 지금은 써봤자 우스갯거리나 될 무기를 쥐여주면, 말 그대로 날아다녔다. 사모를 쥐고 손, 발.. 마침내 수집품의 목을 정확하게 빗겨 꿰뚫을 때면 짐승들도 표정을 찡그렸다. 애첩은 처형자였고, 쓸모없는 인형을 본보기로 죽였다. 그 순간만큼은 짐승들도 언젠간 저렇게 될까 숨을 죽였다. 그는 나풀거리는 흰 옷을 입고 요제프의 품에 돌아가는 애첩의 얼굴을 떠올렸다. 참 사랑스러웠지. 요제프의 허벅지에 고개를 뉘고 눈을 내리감는 모습이 전광판에 비치곤 했다. 커다란 손이 피에 젖어 번들거리는 애첩의 뺨을 문지를 때면, 그 뺨을 깨물어보고 싶다 생각했다. 열감에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복숭아 같았기 때문이다. 그 녀석의 이름이 뭐였더라? 에즈라? 크리스티나? 쉬에? 요루히메? 아랑? 늙어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하간 독특한 이름이긴 했다. 독특한 이름만치 독특한 직위를 가져 승냥이와 함께 기억에 남았다. 아, 찬란하던 나의 과거여. (후략)
"내 부하가 되어라." (일반) 페로사: "미안하지만 이미 직장이 있어서 말야. 다른 데 알아보셔." (???) 페로사: "흐응... 오늘은 그렇게 놀고 싶어?" (적대) 페로사: (손가락으로 일련의 제스쳐를 취하며) "이탈리아 나폴리식 손가락 욕 「엿이나 드세요」랍니다."
"고백을 거절하는 방식은?" (바에서 잡담할 때) 페로사: "여지를 남기지 않고 명백히 선을 그어야지. 애매하게 굴면 피차 괴로워지니까." 페로사: "...그리고, 서비스로 한 잔 정도." 페로사: "그런데, 하하하하, 생각해보니 웃기네. 나같은 늦어버린 아줌마한테 누가 고백을 한다고─" 페로사: "잠깐. 누군가 했잖아..." (특정한 사람한테 그 말을 들었을 때) 페로사: "왜." 페로사: "거절당했으면 했어? 아니면 거절당할까 봐 겁났어?" 페로사: "안됐네. 몰라. 널 거절하는 방법 따위는."
"널 믿지 않아." (일반) 페로사: "애초에 믿음이란 게 사람 앞에 올 수 있는 수식어던가? 하지만 술은 믿을 수 있지. 빼지 말고 한 잔 주문해봐." (특정한 사람한테 그 말을 들었을 때) 페로사: "─생각보다 좀 상처인걸. 내가 뭘 하면 네게 믿음을 줄 수 있을까?"
모두가 뉘우침도, 자각도, 자의도 없이 죄의 족쇄에 발목이 잡혀 살아가는, 신이 외면한 도시 뉴 베르셰바. 그래서 더 즐겁기를 바라고, 더 자유롭기를 바라고, 더 행복하기를 바라고, 더 아름답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검보라색을 띈 검은 튤립처럼 포름하게 피어난 당신의 단아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페로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당신도 페로사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나 않을까. 낯선 차림새를 한 여인은 낯익은 품을 당신에게 내어주었다. 언제나처럼, 따뜻하고 안정감있는 품이다. 술 냄새와 섞여서 옅은 숲 냄새와 시트러스 냄새, 꽃 향기 같은 것이 난다. 향수를 뿌리기라도 한 걸까?
"그래. 어서와." 당신에게 건네어지는 그녀의 환영인사가 달라진 지는 좀 됐다. 어서와, 하고, 바에 방문한 손님을 맞이하는 바텐더의 그것이 아니라, 마치 집에 돌아온 가족이나 반려를 맞이해주는 것 같은 따뜻하고 나직한 그런 인사. 앤빌에서 유일하게 한 사람에게만 건네어지는 그런 인사. 당신의 손 하나가 뒤로 숨겨져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건지, 모르는 척해주는 건지... 아니면 당신과의 만남의 순간을 만끽하느라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는 건지. "부끄럽긴. 예쁘기만 한데." 그녀는 언제나처럼 당신의 어깨를 꼭 감싸안았다. 시폰 소매로도 숨길 수 없는 단단한 굴곡이 옷 너머로 느껴져왔다.
문득 숨을 느리게 깊이 들이쉬는 소리가 당신의 귀에 나직이 들렸다. "복숭아 냄새..." 어서와, 하는 말에 비하면 감정없이 단조로운 중얼거림. 당신이 로로도 정말 예쁜걸, 하는 말을 건네기 전에 눈을 들어 페로사의 눈을 보았더라면 그녀의 눈에서 증오가 불타오르는 유황처럼 새파랗게 작열하며 끓어넘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로로도 정말 예쁜걸, 하는 칭찬하는 말이 건네지는 순간에는 그녀의 눈에서 다른 감정의 기색은 사라지고, 머쓱해진 그녀의 뺨에 붉은 혈색만이 차오를 뿐이다.
보랏빛을 띈 검은 튤립처럼 포름하게 피어 있는 당신의 모습에 페로사가 귀가 빨개진 것은, 비단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껴서만은 아니었다.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스스로의 초라함이, 어울리지도 않은 짓을 해버린 자신의 몰골이 새삼 흉하다고 느껴버려서였다. "나야말로 우스운 꼴인데, 뭘." 풀죽은 기색을 감추기 위해서, 페로사는 발개진 얼굴로 부러 더 쾌활하게 웃어보였다.
"음- 그럴까?" 당신의 말에 페로사의 쾌활한 웃음이 짓궂은 것으로 바뀌었다. 페로사는 당신을 끌어안고 있던 자세를 조금 바꾸었다. 어깨를 싸안고 있던 한쪽 팔을 풀어내린 뒤, 치마가 뜻하지 않은 모양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당신의 허벅지 뒤쪽을 받쳐서 끌어안아 올린다. 당신이 품에 기대기 좋게끔 상반신을 조금 더 뒤로 젖혀서, 당신이 품에 기대기 쉽도록, 마치 공주님을 끌어안듯이 그녀는 당신을 품에 들어안았다.
그렇게 긴 거리는 아니었기에, 그녀가 당신을 데리고 평소의 그 익숙한 앤빌의 개인실로- 당신과 그녀를 위해 마련된 조그만 고해소로 들어가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고해소 안에 마련된 일인용 소파에, 페로사는 당신을 홀로 내려두지 않았다. 자신이 거기 걸터앉아서는 당신을 자신 무릎 위에 모로 앉혀놓는 것이다. 그녀가, 당신을 품에서 놔주지 않는다. "기다렸어." 하고 그녀는 눈웃음을 지었다. 여러 감정이 어린 눈웃음이었다. 그리움, 반가움, 짓궂음, 애정...
서로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건 바깥 도시에서 흔하다지만 여기서는, 글쎄다. 행복에 과하게 집착하는 면이 없잖아 있는 도시다. 행복하기 위해 단 모습을 보이려 들었다지만 나쁘지 않다. 그게 왜 나쁜가? 사람이 총에 맞아도 그러려니 하는 도시에서 행복하겠다는데 그게 나쁠 이유는 없지. 당신도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야. 미련이나 의문을 가지면 행복은 깨진다. 그렇기 때문인지 당신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들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옅은 향수 내음에 에만은 눈만 살풋 들어 올려 당신을 바라본다. 높이 뜨인 촘촘한 속눈썹의 배열이 잠깐 호선을 그었다.
"으응."
어서 오라는 인사가 따뜻하고 나직하다. 이런 인사를 들어본 것이 얼마 만인지. 어릴 때 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러 갈 때면 들었던 온정 담긴 이 인사를 영영 듣지 못할 줄 알았는데. 에만은 숨겼던 손을 치맛단을 쓸어내듯 잽싸게 앞으로 뻗어 상자를 당신의 등 뒤로 쥐게끔 한 모습을 보였다. 뒤에 눈이 달리지 않았을 것이라 믿을 뿐이다. 예쁘다니! 인생에서 거의 들어본 적 없는 말이다. 숨어살아서 그런가. 면역이 있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했겠지만 면역도 없고 이런 찬사를 당신에게 들었기 때문인지 더 수줍어지는 말이다.
에만의 호선을 긋던 눈이 일순 홉뜨다 이내 품속에 고개를 파묻는다. 단조로운 중얼거림 뒤로 작열하며 끓어넘치는 눈동자 속의 감정을 봤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런 눈을 가지고 있는 걸까. 목 끝까지 차오른 단어를 배열하고 입술을 겨우 뻐끔거려 뱉은 말을 더듬지 않아 다행이다. 파묻은 고개의 눈을 내리 깐다. 말하지 못하는 일이 있겠지, 하고 넘기기로 했다. 넘겼으면 좋겠다. 겨우 용기를 내 쾌활한 웃음을 마주한 에만은 잠시 눈을 깜빡이다 품속에서 볼을 비빈다.
"아닌데.."
작게 불만을 토로하는 아랫입술이 비죽 나온다. 정말 예쁜데. 당신에게서 얼마만큼의 빛이 나고, 그만큼의 행복을 안겨주는지 당신은 모르겠지. 당신이 허벅지를 감싸 안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품에 번쩍 들어 올리자 자신도 모르게 숨겼던 손으로 얼굴을 가릴 뻔했다. 하마터면 초콜릿을 들킬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시련은 이것만이 아니다. 개인실 안에 마련된 일인용 소파에 당신이 같이 앉았기 때문이다. 무릎 위에 앉게 된 에만은 귀가 홧홧한 느낌이 들었다. 눈은 빙글 도는 것 같았다.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싶다는 충동을 몇 번이고 짓누른다.
"..나.. 나도.. 보고 싶었어.."
잠시 입술을 오물거린다. 하고 싶은 말은 아주 많은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눈웃음이 정말 예쁘네.. 아, 이게 아닌데. 아니, 맞나? 품에 안길까? 이미 안겼는데! 핑핑 도는 머리가 결국 일을 쳤다. 한참을 우물거리던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픽 숙인 것이다. 나름 숨기고 있던 상자를 앞으로 가져오며 얼굴을 폭 가린다.
"그리고.. 이거는 선물."
아, 바보! 이 바보! 에만이 머릿속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준비한 예쁘고 멋진 대사는 전부 어디 가고 이런 진부한 말이나 했을까! 이 바보! 열심히 고민해놓고 또 하는 말은, "..직접.. 만들, 어, 봤는데.. 그러니까.. 발렌타인 데이잖아. 그래서.." 같은 것이었다. 에만은 지금 당장 고해소를 뛰쳐나가 적당한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 붉고 얇은 비단 리본으로 감싼 상자 안에는 동결건조된 딸기와 오렌지, 커런트 베리를 박아둔 분홍색 바크 초콜릿과 조금 엉성한 면이 있지만 나름 정성을 들인 것 같은 한 입 크기의 초콜릿들이 담겨있었다.
>>843 (더군다나 낮에 풀어준 조각글 때문에 페로사가 도살자의 서커스의 후신인 도원향을 증오할 이유가 늘어났기에) (짤) (꽁기꽁기 에만주 무릎 위로 기어올라감) (꾹꾹) 느긋하게 에만주가 할 거 해줘.. 답레, 바로 쓰고 싶은데 지금 기력이 없어서 좀 쉬었다 써야 될 것 같아..
>>841 브리엘주 상태에 비하면 적어도 빵과 햄을 명목상으로나마 받아주던 내 위는 착한 녀석이었구나.. 입맛이 없는 게 좋은 일이 아닌데. 얼른 원래 입맛을 되찾길 빌게.
>>846-847 몰?루~ 모르는 척 할래~ (얄밉)(휘파람)😗 연옥이 확실히 무시무시한 곳이긴 하지~ 아무리 그로스만처럼 노예삼지 않는다 해도 도살자의 서커스를 이어 사람의 목숨을 파는 건 같으니까..🤔 (복쟉복쟉 털 쓰다듬어줌)(머리 긁긁)(토끼귀!)(?)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게요.😚 천천히 편하게 써주길 바라~
라 베르토의 연락이 온 것은 조금 더 어두운 밤이었다. 눈가를 찌푸리며, 환하게 화면이 밝혀져 있는 핸드폰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침대 선반에 올려져 있는 잔을 집어들고 입술에 댄 뒤에 보고 있던 핸드폰을 선반 위에 올려둔다. 반이상 비워진 잔을 쥔 채, 브리엘은 한쪽 다리를 당겨 올려 무릎을 세워냈다. 욕설을 입안으로 씹어삼켜내며 브리엘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다.
라 베르토의 잡화점 앞에 도착한 브리엘은 지끈지끈 울리는 관자놀이를 장갑을 낀 검지로 꾹 누른 채 서있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영어는 맞는데 악센트가 심하고 빠른 어조로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사람과 함께 서있는 것도 머리가 울리는데, 이 사람이랑 들어갈 생각을 하니 두배는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이여서 브리엘은 한참을 심호흡하다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껴오는 팔에, 짜증스레 팔을 빼냈다.
"들어가면 그냥 조용히 있어줄래?" "흐응? 하지만 나랑 같이 와달라고 했는데 내가 입 다물고 있으면 안되지 않을까? 왜, 나랑 같이 있는 게 싫어?" "싫어. 진짜로, 정말."
브리엘은 자신을 끌어안으려는 적당히 하나로 틀어올린 주황색 머리카락과 주황색 눈동자의 여인의 행동에 진심을 다해 신경질을 부리며 장갑을 낀 손으로 여인을 밀어냈다.
"할 수 있는 최악의 욕은?" 미카엘: "아.. 그게.. 해도.. 되는거야...?" "허락.. 했으니까. 그러니까.. 잠시만.. 그러니까.." "니 애-"(이후 상스러운 단어와 제스처가 더 붙여졌지만 검열 되었음) "...허접한 새끼." "..아, 미, 미안해.. 상처 받지는 않았지.."
"너는 소중한 사람에게 이별당하면 어떻게 해?" 미카엘: "..." "이별은 셰바에서 흔한 거야." "바라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할 때가 있으니까.." "그렇지만.. 놓고 싶지 않아.." "..그 사람이 그걸로 행복하다면, 나는 놓아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제법 볼만하겠네요.. 날 떠나서도 괴롭다면.. 기껏 잡아놓은 사자의 목줄을 풀어줄 이유가 없지요. 그렇다면.. 무얼 하고 놀아볼까요.."
"혹시 여기 이 부분에 대해 가르쳐 줄 수 있어?" 미카엘: 아, 그거.. 잠시만.. 음.. 결론만 말하면 계수가 양수인 유리함수야.. 봐봐, 아주 쉬운 거야. 여기 문제에서 나온 그래프로 식을 짜보자.. (log₂y)=a(log₂x)+b (a<0,b>0) 이니까.. < 오너가 이과랑 담쌓은 예체능임
어느 늦은 밤이었다. 라 베르토의 수뇌부 셋이 모여 어느 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따른 연락을 취한 것은. 브리엘, 정확히는 카두세우스에게 새로운 거래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으니 모일에 이곳으로 방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걸로 시작인가." "글쎄. 시작은 한참 전에 했지. 한, 10년 전?" "...쯧."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눈 후. 셋은 각자의 거처로 흩어졌다. 누군가는 웃으며. 누군가는 쓴 입맛을 삼키며.
접견이 약속된 날. 여인은 미리 안쪽 응접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미리 준비한 자료들을 다시 한번 검토하며 평소와는 사뭇 다른, 나름 조직의 수장 다운 모습이었다. 미리 내놓은 다과를 무심코 집어 먹으려다가 로노브에게 손등 맞고 혼나지만 않았다면.
"윽! 야. 하나 먼저 먹는다고 문제 안 생기잖아." "일 하는 중에 딴짓 하지 말라던 건 너다." "아. 어련하실까. 나가서 손님 맞이나 해 와." "예."
명을 받은 로노브가 잡화점 앞으로 나간 건 브리엘과 동반한 간부가 한창 티격거릴 때였다. 문을 열기 전, 크흠, 하는 작은 헛기침 소리를 낸 로노브가 천천히 문을 열고 브리엘 일행을 맞이했다. 훤칠한 키에 짙은 갈색 피부와 적발, 금안이라는 조합을 가진 이 남자는 브리엘도 몇 번 면식은 있을 터였다. 로노브는 두 사람이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연 채로 옆으로 비켜 서서 정중히 말했다.
"저희 보스가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오십시오."
로노브는 브리엘 일행이 모두 들어온 후에 조용히 문을 닫고 안쪽 응접실로 안내했다. 여인은 늘상 앉아있던 자리에 없었고 응접실로 들어가자 그 안에서 모습이 보였다. 낮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소파 중 한 쪽을 완전히 차지한 여인은 오늘도 어김없이 화려한 복식을 뽐내고 있었다.
검푸른 비단으로 지은 차이나 드레스는 한 쪽만 길게 트여 매끈한 다리가 내보이고. 가슴팍의 마름모꼴 트임으로는 가슴골이 아낌없이 드러났다. 민소매로 드러난 두 팔은 긴 흰색 레이스 장갑을 착용해 헛헛함이 덜했다. 틀어 올린 머리에 꽂은 연보랏빛 등나무꽃 비녀가 고개를 조금만 움직여도 찰랑거리며 소리를 내었다. 눈가에 찍은 붉은 화장과 입술연지는 웃을 때마다 그 호선을 도드라지게 해주었다.
"어서 와."
여인은 자리에 앉은 채로 브리엘 일행을 향해 인사했다. 싱긋 웃어보이면서. 그리고 앉으라는 듯 맞은 편의 빈 소파를 브리엘과 동반한 간부에게 권하며 무얼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한 잔 가벼이 하는 것도 좋겠지만. 역시 일자리에서 술은 좀 그렇겠지. 편히 골라 보렴. 얘기가 길어질테니 사양하지 말고."
잡화점 밖으로 나온 남자와 시선을 마주한 브리엘은 아예 장갑을 낀 한손으로 자신과 동행한 제조 총괄의 얼굴을 밀어내는 것에 힘이 빠져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브리엘의 근력은 최소한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근력이었기 때문이였다. 자주 보지는 않았지만 몇번 만나본 적이 있는 남자의 등장에 브리엘은 총괄의 정강이를 있는 힘껏 걷어차서 떨어트리고 가빠진 숨을 가다듬으면서 실랑이에 흐트러진 재킷과 넥타이를 바로 잡아매며 남자를 향해 고개를 가볍게 숙여보인다.
"실례할게요."
걷어차인 정강이를 붙들고 깽깽이발을 하던 제조 총괄은 브리엘이 잡화점 안으로 들어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그 뒤를 따라서 들어섰을 것이다. 화려한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아스타로테를 본 브리엘과 제조 총괄의 반응은 꽤 상반됐다. 브리엘은 언제나처럼 미간을 가벼이 찌푸리고 별다른 말 없이 아스타로테의 반대편에 있는 소파에 앉았고, 제조 총괄은 라 베르토의 보스가 이렇게 예쁜 사람인 줄 몰랐다고 감탄하다가 아차, 싶었는지 화려하게 반지를 낀 손을 재킷 주머니에 넣어서 명함을 꺼냈다. 브리엘의 명함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카두세우스의 제조 총괄 J라고 해요."
아스타로테의 앞에 명함을 놓고 빙그레, 웃으며 소개를 한 뒤에 소파에 앉은 제조총괄의 얼굴은 사람좋아보이는 얼굴이었다. 제조 총괄은 잠깐 같이 앉아 있는 브리엘의 표정을 살폈다가 작게 웃어보인다.
브리엘과 동반한 간부, 듣자하니 제조 총괄이라는 여성의 감탄을 여인이 듣지 못 했을 리가 없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표정을 찡그리며 자리에 앉는 브리엘에게는 평소와 같은 미소를. 감탄하는 제조 총괄 여성에게는 한 쪽 눈을 찡긋 감아보였다. 그리고 앞에 놓인 명함을 들어 내용을 확인했다. 브리엘과 동반한 시점에서 신분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받았으니 예의는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
"음. 만나서 반가워. J. 새삼스럽지만 나 역시 소개를 해야겠지. 보잘 것 없는 이곳, 라 베르토의 수장을 맡고 있는 벨 아스타로테. 명함은 달리 없으니 그 정도만 기억해주면 고맙겠어."
짤막히 자기소개를 한 여인은 확인이 끝난 명함이 다시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소파 옆에서 대기하던 로노브에게 지시했다.
"커피. 설탕과 우유는 따로." "예."
로노브가 응접실을 나가자 안에는 여인과 브리엘과 제조 총괄 J만이 남았다. 방음이 되도록 해두었는지 문 닫힌 응접실 안은 소리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안의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는 만큼 바깥 소리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느낌일까. 그런 장소이다보니 약간의 옷 스치는 소리마자도 크게 느껴지는 듯 했다. 가령, 여인의 몸을 움직여 미리 준비한 자료들을 브리엘과 J의 앞으로 밀어놓는 행동에서조차. 비단 쓸리는 소리와 머리장식 울리는 소리가 선명했다.
"말로써 얘기하기 전에. 이것을 먼저 봐주었으면 해. 오늘 거래의 사전 정보란다."
여인이 손 끝으로 살짝 짚어 내민 자료는 열 장 가량 되는 자료집으로 내용은 어느 약에 대한 것이었다.
약의 이름은 DnD. 별칭은 몽중몽. 약효는 섭취량에 따른 근력 및 신체 활동력 강화. 그리고 약간의 몽환적인 부유감. 부작용은 섭취량에 따른 근육통. 위의 기본적인 내용을 기반으로 한 무수한 임상실험의 기록들 등등. 물론 제조 방법이나 구성 성분은 내용에 없었다.
여인은 브리엘과 J가 그 자료를 보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봐달라는 말 이후로 아무런 말도 덧붙이지 않고 말이다.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느긋히 기다리는 모습은 먼저 무언가 물어주길 기다리는 듯 보이기도 했다. 지그시 바라보고 있기도 했으니.
>>928 힝힝 너무해요...(고로롱)(쮸왑당함)(츅츅(?)) 그런 말을 하시면... 아스에게만 다른 반응을 준비해야겠어요 음음. 그렇고 그런 복장을 볼 때 아스 한정으로...ㅎㅎㅎㅎ 언젠가는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옷 잘 모르는데 아스주는 옷에 대해서 너무 잘 아셔서 대단하다구 생각...
>>930 (축축한 제롬주 말려주기)(파우더 챱챱)(다시 꼬옥)(부비작) 다른 반응이라. 살짝 기대되는데 ㅎㅎㅎ 좋아 아스 옷도 좀더 천을 아낀 디자인으로 찾아보겠다(???) 음. 그건 내가 약간 옷 갈아입히기 하는 느낌으로 굴리는 것도 없잖아 있어서 그래. 생긴 걸 막 바꿀 수는 없으니까 최소한 옷 만이라도 다양하게..호호.. (쟁여둔 의상 설정 숨김)
당신이 그녀의 눈동자를 보았으니 그녀도 당신을 보지 못했을 리 없다. 페로사는 뭐라고 변명하거나 해명을 하는 대신, 다 괜찮다는 듯이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복숭아 냄새- 그녀가 복숭아를 운운할 것이라곤 피치트리 리큐르던가, 아니면 용왕궁의 도원향뿐이다. 용왕궁의 기저에 묻어있는 도살자의 서커스의 그림자가 언뜻 비쳐보인 걸까. 아니면 용왕의 안목으로 화려하게 입혀진 옷에서 그 인형극을 연상해버리고 만 걸까. 이제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내 것인데 왜 자꾸 내 것에 손을 들이미는 거지? 그녀의 눈에 일순간 차갑게 끓어오른 불빛은 단순한 증오뿐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불길을 결코 당신에게 튀기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의 품 안에 고개를 폭 파묻은 당신이 충분한 휴식을 취했으면 했을 뿐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당신을 자기 무릎 위에 앉혀놓은 것이 맞는 일인지 페로사 역시도 긴가민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사람들을 페로사는 많이 상대해보았으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코코볼로로 만든 널찍한 바를 사이에 두고 손님과 바텐더로서 상대했던 것뿐이지, 이렇게나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에게 기대어오는 사람을 안아주는 건 아직 서툴렀기 때문이다. "불편하면 말해." 당신이 고양이처럼 적당히 내킬 만큼 기대어있다 이제 됐다고 말하거나 할 줄 알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굴을 한가득 붉히고 쭈뼛거리는 당신의 모습에 페로사는 이게 맞나 아닌가 긴가민가하고 있었다.
그러다 눈앞에 툭 내밀어져 온 상자에, 페로사는 눈을 깜빡였다. 잠깐 상황판단을 하려는 듯 그 상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녀의 온 얼굴에 쑥스러운 웃음이 물씬 번져나간다. "아, 난 또 무슨 냄새인가 했더니..." 옷가지 너머, 당신의 몸에 묻은 냄새에서 나는 희미한 초콜릿 냄새에 그러고 보니 오늘 발렌타인 데이였지- 하고 생각했더랬다. "어딘가 다른 데에서 맛있는 초콜릿이라도 대접받고 왔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몫이었구나."
당신의 어색함이 무색하게도, 당신이 열어보인 상자를 바라보는 그녀의 푸른 눈은 벅찬 감정에 흠뻑 젖어 일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예쁘네." 하며, 그녀는 당신이 준비한 초콜릿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이런 걸 정말로 받아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애초에, 이렇게까지 오게 될 줄도 몰랐다... 당신이 가져온 이 조그만 선물이 다시 한 번, 당신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확인시켜주는 것만 같아서, 그것이 따뜻해 목이 메는 것 같았다. 어색해할 수는 있어도 무안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녀는 당신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내가 이런 베리 같은 것들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앤빌에 상주 중인 그녀의 동생 다니엘레에게 물어봤을 수도 있을 테고, 그녀에게 직접 물어봐도 그녀는 별생각없이 대답해주고는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을 것이다. 애초에 그녀가 종종 크랜베리나 라즈베리, 스트로베리 같은 걸 즐겨먹는 모습을 당신에게 자주 보여주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면 어떻게 해야 되나- 나도 네 초콜릿을 준비해뒀었는데." 그녀는 일렁이는 눈을 하고는 뺨을 붉히며 웃었다. 웃지 않으면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았기 때문에.
>>937 아앗 귀여워..(젠장 귀여웟)(볼냠) 제롬주와 제롬주가 주거? 두 번 죽는거야? ㅋㅋㅋㅋㅋ 어 두 번으로는 모자를텐데(?????) 호호 이건 미리 보여주면 재미 없으니까 천천히 보여줄 거란다. (토닥토닥) 나 코디에도 은근 진심인 사람이라 그래. 평소에도 이거저거 많이 찾아보기도 하구. 현실에선 못 입는거 대리만족하는 것도 있구. 아스라는 캐릭터성을 살리는는 용도로도 쓰고 있긴 하지만. (아스 : 대체 어디가...?)
>>948 아직은 염원단계야. 아흑흑.. (아직 양손이 차있음) 혐생 다 정리하고 오면 앤빌에 모실 수 있으면 좋겠네.
>>949 (붙잡) 아직 다 안 끝났으니까 얌전히 있어. (간식한조각) (빗질) 이 도시에서 친구를 미워할 이유로 삼기에는 너무 시시하고 사소한 것이라고 일축하겠지. '로테 너는 이미 알고 있을 테고, 이게 진실인지 거짓말인지 여부는 내 알 바 아니지만 아무튼 라 베르토에 풍평피해를 입히려는 어설픈 시도가 있는 것 같다' 고 알려주지 않을까.
>>940 끼야아앙(파닥파닥)(볼먹당함)(홀쭉) 이익 잘못 썼다...아니 두번으로는...모자라요...? 제롬주 매 일상마다 뛰어내리게 되는 건가????(대체) 천천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반응도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야지. 아스주 암살할 수 있도록 히히(?) 아스주는 옷잘알이셨구나..! 아스의 캐릭터성이라 하면 요망함인가요? 남득해버렸다! 나중에 아스랑 쇼핑 일상을 가도 괜찮겠네요 서로 옷 골라주는 제롬이랑 아스의 일상...
에만은 눈을 내리감았다. 마음속에 깊게 품었던 불안이 무색하게도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모든 것을 설명했다. 당신은 참 나쁜 사람이다. 조금만 의심을 품어도 의심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것처럼 마음을 살살 녹어버린다. 불현듯 이전의 만남을 떠올리고 당신이 제법 질투하며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임이 떠올랐다. 아마 당신도 나와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품에 들렸을 때, 부끄러워하면서도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작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당신의 그 모습이 귀엽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 안 불편해. 그러니까.. 로로야말로, 안 무거워..?"
물론 이것까지 상상하지는 못했다. 평소의 에만 같으면 수십 번을 시뮬레이션을 돌려 익숙해진 나머지 마음껏 기대고 있다가 쫄래쫄래 내려와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연습한 멘트와 함께 수줍게 초콜릿을 줬겠지만, 지금은 치마와 5년 만에 다시 만나는 긴 머리에 정신이 사납고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쉽게 말하자면 그럴 겨를이 없었다는 뜻이다. 역시 이론과 실전은 천지차이다. 고백은 엉망진창에, 두서없는 말에.. 당장 근처 건물 아무 곳이나 달려가 비명을 내지르며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을 꽉꽉 억눌렀다. 부끄러워 들고 있지 못한 고개를 슬쩍 올려 보였을 때, 에만은 잠시 멍하니 페로사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한 거람. 내가 미쳤지. 조금만 더 기력이 있고 10대의 마음 그대로를 한 조각도 빠짐없이 온전히 가지고 있었다면 당장 볼을 부여잡고 입부터 맞췄을 것이다. 깊게 키스하는 게 아니라 버드키스. 한 번 말고 스무 번. 미카엘은 제법 어른스럽게 잘 참았다고 생각했다. 아닌가? 주는 떡도 못 받아먹은 상황인가? 아무렴 어떠한가. 당신이 좋아하면 됐다.. 응.. 사람이 쪽팔릴 수도 있는 법이다. 쪽팔리고 말지..
"마음에 들어..?"
간신히 굳어버린 혀를 움직여 묻는다. 벅찬 감정이 숨겨지지 않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겉으로는 수줍은 마음이 더 커 보였겠다. 겨울 색 눈은 호선을 긋고 뺨은 아직 열감이 식지 못해 옅은 분홍빛이다. 입술은 뿌듯한 양, 그 끝이 완벽한 곡선을 그었다.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아이 같은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미소와 어우러졌다.
"그만큼 봐왔으니까."
종종 앤빌에 들릴 적, 각종 베리류를 즐겨먹는 모습을 기억한다. 기다리는 걸 누구보다 잘 하던 에만은 언젠가 페로사에게 좋아하는 것을 직접 건네줄 날을 기다렸다. 오늘이 날이다. 만연하던 미소가 흩어지고 눈이 동그랗게 뜨인 건 이후의 답변 때문이다.
"…정말?"
아까 그 상황, 떡도 못 받아먹은 상황인 게 분명하다. 사람이 제법 어른스럽다 했는데, 아이다워도 좋았지 않을까? 그럼 지금 저질러? 그렇다고 어른을 포기해? 그렇다고 욕망을 포기해? 셰바 사람 아냐? 셰바 아니라고 부정했잖아! 지금이랑 이거랑 같아? ……한참을 내면의 생각과 싸우던 에만은 결국 손을 뻗어 페로사의 양 볼을 잡고는 고개를 기울였다. 이윽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려 하곤 작게 웃었다. 셰바의 승리다. 그간 충분한 수면을 했기 때문인지 말랑해진 작은 입술이 페로사의 이마에 닿았다. 그대로 떼지 않고, 입술을 달싹여 속삭였다. "나, 정말 기뻐. 로로랑 나랑 같은 생각을 한 거잖아."
>>958 히히히 반대쪽 볼도 먹어버려야지 (볼냠냠) 매 일상마다 ㅋㅋㅋㅋㅋ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는데. 두둔. 호오. 제롬주도 암살 계획을 갖고 있었구나...? 호호 두고 보자구 과연 누가 더 많이 암살당할지(?) 에 어째서 아스의 캐릭터성이 요망함이죠 난 그런 걸 넣은 적이 없는데 (모른척) 음. 데이트 겸 쇼핑을 하면 되겠는 걸. 제롬이 손 꼬옥 잡고 칠링바니로 데려가는 아스가 보인다... 아이 즐겁다 히히....
>>964 끼야아아앙(바둥바둥)(안김) 으악 으아악 그러다 답레마다 죽는 제롬주를 볼 수 있을지도요?? 미리 청심환을 먹어둬야겠군 허허허허.... ㅎㅎㅎㅎㅎ 어째서 제가 많이 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까요... 아스주가 방심한 틈에 샥 하고 암살할 거에요(?) 강압적인 제롬이 준비중... 그야 아스는 퐉스니까요. 어장 대표 요망함.(볼꾹) 칠링바니로 데려가는 거 보고 당황하는 제롬이... 이런 요망한 아스...!!!!!
>>971 (꼬옥)(쓰담쓰담) 청심환으로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요망한 의상에 애교/유혹이 얹어진 궁극기를! (?) 하악 강압적인 제롬이ㅣ 얀제롬이 너무 좋아요... 좋지만 그냥 당하지는 않게 카운터를 준비해야... ㅋㅋㅋㅋ 이잉 아닌데 요망한 건 저기 에만이도 있잖아 아니라구 암튼 아니라구 ㅋㅋㅋ 뭐.. 꼭 칠링바니로 가야만 입힐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음. 그렇고말고. 잏잏잏!
J는 아스타로테의 인사에 소파에 앉은 채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얼굴로 고개를 간단히 숙여보였다. 브리엘과는 성격이든 무엇이든 확연히 정반대의 여자임은 확실해보인다.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브리엘은 예의 버릇처럼 한쪽 다리 위에 다른쪽 다리를 꼬고는 위로 올라와있는 무릎에 양손을 깍지 껴서 올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는 누가 죽어나가도 모를 정도겠네. 하고 생각하며 아스타로테가 밀어준 자료를 집어드는 J를 보지 않고 비스듬히 시선을 내리고 있을 뿐이었다.
"-브리엘. 이건 너도 봐야할 것 같아."
조용한 침묵. 그 틈새에 들리는 옷자락 소리와 머리 장식이 울리는 소리를 깨고 먼저 자료를 훑어보던 J는 방금전까지만 해도 짓고 있던 웃음기를 깨끗하게 지우고 브리엘에게 자료를 넘겼고 행동보다, 자료를 건네받으면서 가볍게 손과 손이 접촉했음에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드는 브리엘의 J는 아스타로테의 인사에 소파에 앉은 채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얼굴로 고개를 간단히 숙여보였다. 브리엘과는 성격이든 무엇이든 확연히 정반대의 여자임은 확실해보인다.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브리엘은 예의 버릇처럼 한쪽 다리 위에 다른쪽 다리를 꼬고는 위로 올라와있는 무릎에 양손을 깍지 껴서 올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는 누가 죽어나가도 모를 정도겠네. 하고 생각하며 아스타로테가 밀어준 자료를 집어드는 J를 보지 않고 비스듬히 시선을 내리고 있을 뿐이었다.
"-브리엘. 이건 너도 봐야할 것 같아."
조용한 침묵. 그 틈새에 들리는 옷자락 소리와 머리 장식이 울리는 소리를 깨고 먼저 자료를 훑어보던 J는 방금전까지만 해도 짓고 있던 웃음기를 깨끗하게 지우고 브리엘에게 자료를 넘겨줬고 J에게서 자료를 건네받으면서 가볍게 손과 손이 접촉했음에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드는 브리엘의 모습이 조금 낯설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자료를 훑어보던 브리엘은 첫장부터 미간을 찌푸리고 한손으로 얼굴을 반쯤 싸쥐듯이 괴는 자세로 바꿨다. 늘상 나른한 기색으로 내리뜨고 있던 눈매가 새삼스레 날카롭다.
"몇개 좀 물어볼게."
꼭, 운동선수들이 큰 대회가 있을 때 투약하는 약과 비슷하잖아. 이건. 보통이라면 이런 내용을 봐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대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물었겠지만 이건 이야기가 다르다. 브리엘은 여전히 자료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였지만 냉정함은 그대로였다.
"임상실험까지 거친 약품에 대한 걸 굳이 보여주는 이유는?" "이거 밖에서 운동 선수들이 투약하는 약물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요. 라 베르토."
자료를 집어드는 J와 달리 시큰둥한, 혹은 무신경한 태도로 시선을 내리고 있는 브리엘을 보며 여인은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삼켰다. 나름 일 관련된 자리인데. 경망스럽게 굴면 되겠는가. 오늘만큼은 웃음을 참고 자리를 지키자며 다짐 아닌 다짐을 하던 중. J가 자료를 브리엘에게 넘겨주는 모습을 보았다. 손과 손이 스치는 것도 봤지만 그것보다는 자료를 본 브리엘의 반응 쪽이 여인의 관심사였다.
자료를 본 브리엘은 몇 개 묻겠다는 말로 운을 뗐다. 여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무엇이든. 얼마든지."
그리고 들려 온 물음은 예상했던 내용이었다. 여인은 소리 없이 미소를 새로 지었다. 살짝 늘어진 앞머리 사이로 색이 다른 두 눈동자가 가늘게 좁아지며 브리엘과 J를 바라보았다.
그 때, 문에서 가벼운 노크 소리가 두어 번 났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커피를 든 로노브가 들어왔다. 그는 조용히 들어와 조용히 문을 닫고 커피가 담긴 잔을 각자의 앞에 내려놓았다. 따끈한 커피로부터 강하지 않지만 은은한 초콜릿향이 금새 방 안에 피어올랐다. 한 모금 머금으면 단 향이 입혀진 씁쓸한 맛이 느껴질 터였다. 각설탕이 담긴 크리스탈 케이스는 테이블 가운데. 우유가 든 샷 잔 셋은 그 왼쪽. 쿠키와 초콜릿 등이 담긴 접시는 그 오른쪽에 두고서야 로노브는 여인이 앉은 소파 뒤로 물러섰다. 일련의 과정이 지나간 후에야 여인이 말했다.
"이 커피의 향, 꽤 괜찮지 않니. 이번에 기념일 물건으로 들인 커피와 디저트란다. 맛도 제법 준수하니. 입에 맞으면 좋겠네."
여인은 항상 그랬다. 본론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한 박자 뜸을 들이곤 했다. 지금도, 일부러 커피 얘기를 하여 한 마디를 미루고 느긋히 커피를 마시는 모습까지 보였다. 향과 맛이 절묘한 조합을 이루는 커피를 한 모금 음미한 후에야 소파에 등을 기대며 물음에 대한 답을 내어주었다.
"먼저, 왜 그걸 보여주는지에 대해서겠지. 음. 대답은 간단하단다. 약을 취급하는 카두세우스의 관점에서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서. 약물로서의 관점과 상품으로서의 관점. 이 둘에 대한 감상이 듣고 싶어서지."
후. 가벼운 입김에 커피잔 위로 피어오르던 김이 사라졌다가 다시 뭉글하게 올라왔다. 여인은 잔을 잠깐 보고 곧 브리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빙긋이 웃는 눈이 보내는 시선은 이전 날 브리엘의 집에서 짓던 웃음과도 같았다.
"J. 그대의 말도 맞긴 하지. 언뜻 보기에 그것은 그저 단순한 도핑제로 보일 뿐. 하지만, 마지막 장을 보렴."
이 즈음 브리엘도 마지막 장을 보고 있었을지. 아니면 J와 같이 보았을지는 모르나. 여인은 볼 시간을 잠시 주었다. 마지막 장의 내용은 임상실험 중 일부의 내용이었다. 약에 별개의 가공과 조합을 거쳐 주입하자 본래의 약보다 월등히 뛰어난 효과를 보여주었으나. 대상은 약효가 떨어진 뒤 신체의 곳곳이 자멸하여 사망하였다는 결과. 그것들을 확인하는 모습을 본 뒤에야 말을 덧붙였다.
"단시간이지만, 인당 백은 거뜬히 상대할만치의 효력을 내고 그 끝이 확실한 자멸을 이끌어내는 것을. 그저 그런 도핑제라고는 할 수 없지 않겠니. 그 점도 감안해서 감상을 내어줬으면 한단다."
거기까지 말하고 여인은 커피를 마시고 접시의 초콜릿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혀 위에서 굴리며 녹였다. 그로 인해 꾹 다물린 입술은 최소한 초콜릿을 다 삼키기 전에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듯 보였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