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빨간 빛이야 눈을 좀 가릴게, 자기야. 놀랄 것 없어 요즘에는 도무지 저것으로부터 숨을 곳이 없어 이것은 그저 우리가 굴러떨어진 또다른 막장의 날일 뿐이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기억하라면 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려진다. 아무리 천재라 불린다 한들 누구나 잊는 것이 있는 법이다. 가령 이제 기억나지도 않는 얼굴이 있다. 호의를 베풀었는데도 고양이 가면만 기억나지 얼굴은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흐리다. 에만은 그 사실을 멀리 치워내기로 했다. 그리고 여성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주머니가 여러 개 있다 한들 저런 것도 들어가는구나. 자신의 후드 주머니가 남이 보기엔 저렇지 않을까?
"아..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빼곡한 글씨를 보진 못했지만 곤란한 것임은 알 것 같다. 에만은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새 종이를 받아들며 여성의 얼굴이 달아오른 걸 보곤 작은 웃음을 참았다. 사람이 실수 정도야 할 수 있는 법이다.
"..잘 쓸게요."
서류철을 한 손으로 들고 종이를 그 위에 올린 뒤 재주 좋게 필사를 시작한다. 요즘 보기 드문 글씨체였다. 정갈하며 정확한 규칙을 지키는 필기체기 때문이다.
"하셔도.. 괜찮아요."
사각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한 페이지에 빼곡하게 적힌 대화문을 필사하던 손이 멈추던 것은 고민거리와 질문에 대한 것이다. 에만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비밀은 지키려 노력한다. 성별도, 나이도, 이름도 없어 가장 많은 비밀을 가진 미네르바의 부엉이에게 당돌히 묻는 모습 때문인지 미동 일절 없이 그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음, 글쎄요.."
다시금 펜을 움직이려다 빙글 돌린다. 그리고 에만은 어색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셰바 사람은 늘 살아남는 방법이 고민인 법이죠.. 총 맞아 죽기는 싫으니까.. 그렇지만 익숙하니 고민이라기엔 좀 그렇고.. 선생님께 묻고 싶은 건 있네요.."
에만은 다시금 필사를 시작했다. 가벼운 농담이었다.
"아무리 상담이라 해도 이 나사 빠진 도시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데.. 힘들지 않으세요..?"
situplay>1596447081>997 읏... 믿어줄게요... 그렇게 귀여우면 반칙인데. (쓰담쓰담)(이마에 쪽)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득시킬 수 있을까..? 과연..? 그래도 제롬이라면 아스랑 함께하고 싶어서 어떻게든..? 하지만 아스주가 좋아하는 거라면 꼭 해드리고 싶은 걸요~(짓궂)(싱글싱글) 저도 요새 너무 행복해요... 제가 에유 썰 적극적으로 푸는 건 아스가 처음인듯... 아스로 힐링중...
자신은 생각하지도 않고, 남들만을 생각하는 것은 대체 왜인지. 그렇게 자신을 내던지는 삶을 시안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필연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칠 수밖에 없는 미련한 삶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는 걸까. 시안 역시 피로에 눈을 꾹 감았다, 느리게 뜬다. 그리고 제 입술을 피가 날듯 깨문다. 시안은 돌아서고도 당신의 답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 말이 진심이 아니었음을 당신에게 고백할 수가 없다. 행동이 아닌 말로써 시안을 밀어내려고 한 당신의 행동은 정답이었을지 모른다. 시안은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돌이 되는 다리를 움직이며, 최대한 무심한듯한 걸음걸이로, 더 망설임 없다는 듯 걸음을 내딛는다. 그렇게 응접실을 빠져나가기 전, 잔뜩 힘이 빠져 쉰 목소리로 당신의 축객령에 답한다.
"그래요. 사라져줄게요. 쉬어요."
올 때보다 더 작아진 뒷모습이 당신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 막레 하면 될 거 같네. ◐◐...
여인이 지나가며 한 말에 제롬은 반쯤 눈을 감았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내가 뭘 놓친 건지. 선택해야 한다. 결국 이 이야기를 매듭짓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그건 알아.”
최악의 선택지를 골랐다는 말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여인의 반응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 제롬은 조용히 페로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여인이 무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무대 위에서조차 여인은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지금처럼 바래버린 빛을 띠는, 자신과는 달리.
페로사의 말처럼 자신이 선택해야 할 때였다. 그녀의 말은 옳았다. 수동적인 선택은 지금 상황에서 하등 도움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이 그렇게 말한 것은, 포레라는 남성의 말처럼, 자신이 그저 어린아이일 뿐이었기에.
“하지만 나는 그럴 자격이..” 페로사에게 들릴 듯 말 듯한 말을 중얼거리다 그는 입을 다물었다. 페로사가 못 들었길 바라면서. 결국 저번에 했던 말들의 반복이다. 자신은 여인의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것. 여인의 곁에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그 이유를 대자면 끝도 없이 있고, 여인을 붙잡는 것도 보내는 것도 할 수 없고, 선택할 권리조차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차라리 답만이 아닌 풀이 역시 알려줬으면 좋았을텐데. 속으로 한탄했다. 페로사의 바램과는 달리 그는 속으로 결론은커녕 제대로 된 선택도 내리지 못 한 상태였다. 붙잡을지, 보내줄지. 그 선택을 과연 자신이 내려도 되는 건지. 역시 여인이 내려야 하는게 아닌지. 결국 반복될 뿐이었다.
제롬은 문득 여인의 노래를 듣는다. 여인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목소리도, 음색도, 몸짓 하나하나까지. 여인은 공간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었다. 다시금 자기혐오로 회귀하려는 찰나 노래의 가사가 그를 멈춰세웠다. 마치 여인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아서, 그는 조금씩, 노래에 집중한다.
여인의 노래는 길지 않았다. 그가 정신을 차리자 노래는 끝나있었다. 여인은 인사를 하고 다시 자신의 옆자리에 앉는다. 이제 시간은 다 되었다. 해야 할 말을 할 차례였다.
“한번만, 더 기회를 줘.”
어쩌면 이 일로, 관계가 무너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렇게 끝내는게 자신의 손이 될지도 모르고, 여인의 손이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대로 끝내는게 여인에게는 더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끝날 인연은 아닐 거야. 넌 언제나 내 마음 속에 특별한 사람 일테니까.
“난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벨라.”
술잔에서 손을 뗀 제롬은 몸을 돌렸다. 여인의 뒤로 가서, 여인을 뒤에서 끌어안으려고 했다. 감정이 앞서려는 것을 억누르는지 그의 목소리가 살짝 잠겼다.
“네가 필요해. 항상 네가 날 떠날까봐 불안해했어. 네가 떠나지 않았으면 해서, 네게 내 모습을 숨겨왔어. 하지만, 그 비밀 때문에 네가 날 떠나게 되는 것도 싫어.”
여인의 목덜미에 고개를 살짝 묻으려 하며, 그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벨라. 너도 내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 그래서 계속 내게 기회를 주려고 한 거지? 몇 번이고 내게 말을 걸면서. 기회를 줘. 내가 네 곁에 남아있을 수 있게. 네게 더 잘할 수 있게. 그렇게, 네게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내가 곁에 있기를 원한다고 한 것은, 너였다. 그렇다면 그 말에 부응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부족하더라도, 결국 그런 날 선택해준 건 너니까. 네 기대를 져버리지 않도록. 제롬은 쉬지 않고 말한 나머지 가빠진 숨을 고르며, 여인을 뒤에서 끌어안은 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젠 답을 들을 차례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