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스스로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기에 그들은 반성하는 대신 짐승들을 탓했다 그러나 그들은 짐승의 삶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그것에 대해 거짓말 할 수 없었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오." 페로사는 낄낄대고 웃었다. "바깥 사람들은 나를 셰바 사람이라고 할 텐데, 너는 나를 바깥 사람이라고 부르네. 졸지에 이쪽도 저쪽도 아니게 되어버렸는데, 이를 어째야 하나." 푸른 눈웃음이 조미료로 그려진다. 그녀의 잔인한 점은 그것이었다. 그녀가 상냥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면 그녀는 다른 사람과의 선 너머를 겁내는 피피를 위해 팔을 길게 뻗어서 피피의 코앞에 차갑고 분명한 선을 그어주었을 것이다. 당신과 나의 관계는 딱 여기까지, 바텐더와 손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그러면 피피는 무감정한 푸대접을 오히려 편안히 받아들이며 주문한 대로 나온 술을 홀짝이며 편안한 가시방석에 앉아서 앤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을 것을, 그녀는 자신의 코앞에만 최소한의 선을 그어놓았을 뿐 그 외의 다른 선은 그어주지 않는 것이었다. 상냥하지만 지혜롭지 못했기에.
"우리가 원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니까." 삶은 원죄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이 그렇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를 해쳐야만 한다. 비단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복마전과 같은 뉴 베르셰바가 아니더라도, 바깥에서도 누군가가 하루 살아갈 영양분을 얻기 위해 어떤 동물이나 식물이 죽어야 하고, 누군가가 합격하기 위해 누군가가 탈락해야 한다. 그저 이 비탄의 도시에 굴러떨어진 이들 앞에 놓인 제로섬 게임이, 다른 곳에서 겪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가혹할 뿐이다. 누군가 그것을 법률을 어긴 범죄라 하면 수긍하겠으나, 잘못이라 하면 그녀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한테 잘못이 있다면,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 그것 하나뿐이야."
누군가를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 곳에서 반평생을 보내어온 페로사에게, 그런 숭고하기 그지없는 고민은 사치스러운 일이다. 뉴 베르셰바의 가혹한 삶은 그녀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갔고, 그 중에서 그녀가 돌려받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피피가 지금 입에 올리고 있는 것은 그녀가 되찾지 못한 것들 중의 하나다. 그녀가 누군가에게 유쾌하고 살갑게 대하는 것은, 그것이 옳은 일이거나 선한 일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누군가에게 잔인하고 악랄하게 대할 필요가 없어서일 뿐이다.
"악에 대항할 방법은 악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페로사는 훨씬 속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을 준비해야 하고, 선하게 살려면 악한 짓도 감내할 준비를 해야 하는 거야. 그러다 보니 결국 삶은 투기장 비슷한 게 될 수밖에 없지. 저 밖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아. 너도 바깥 소식이 실려있는 신문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으면 알걸." 페로사는 웃었다. 그녀는 바깥 돈을 어딘가에 조금씩 저금해놓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깥 소식에도 어느 정도 귀를 터놓고 있었다. 그 모든 국가와 국가 간의, 민족과 민족 간의 분쟁들......
"그렇지만 넌 여기 살아있잖아, 피피." 페로사는 지적했다. "네 스스로 자살하지 않고, 오늘도 앤빌에 왔잖아. 사는 것과 죽는 것의 차이는 그것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