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려서 뭔가 답을 찾은 거 같은데 2초만에 까먹어버렸지 뭐야 내 인생이 그렇지 뭐 이따 보자고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비밀 많은 이가 어디 한둘이던가? 피해망상에 점철된 이의 눈에는 모두가 자신에게 거짓 고하고 비밀만을 속삭인다. 세상은 정말이지 무서운 곳임에 틀림없다. 모두가 늑대 꼴이다. 불행히도 프로스페로의 시선에는 제 앞 바텐더 또한 그렇게 보인다. 내가 당신을 어찌 믿지, 나는 내 목숨, 아니, 사소한 안위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당신 목을 조를 준비가 되어 있다. 그의 우정이란 그리 얄팍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이다. 그것 알고 있으니 저 믿는 사람들에게 죄책감 가지고 있다. 지금 페로사가 사내의 손이 비수 쥐여준 것은 죄책감을 더해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것이 함정일 수도 있다는 공포를 조미료로 사용하였다. 따뜻하고 포근한 감정은 모두 한여름 환상에 불과하기에 고마움은 찰나일 뿐이다.
"나는 당신이 바깥 사람 같으니까.. 나는 바깥 사람으로 여기고 있어."
우리의 손에선 피 냄새가 난다. 다만 당신의 손에는 갓 뜯어낸 살점이, 내 손에는 구더기 떼가 득시글거린다는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그게 왜 잘못이 아니야?"
일순 목소리 가라앉는다. 삶은 원죄다. 우리가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동맥을 잘라왔는가?
"우리는 왜 악해야만 살지? 선과 악을 구분조차 못하는 게 자랑이랍시고 떠들고.."
양손으로 얼굴 파묻었다. 차라리 도덕을 모르던 어린 시절이 나았다. 빌어먹을 셰익스피어, 빌어먹을 활자들! 겉표면으로만 아는 도덕과 선성이 사내의 목을 옥죄었다. 강박을 이루었다. 당신은 이러한 감정-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니 곧 괴물과 다름없다 속삭인다. 두려움으로 숨을 쉬었다.
"여기가 투견 풀어놓은 도박장이랑 무엇이 다르니, 고깃덩이 하나에 목 물어뜯을 준비가 된 미치광이들만 모아놓았는데."
판돈은 목숨이다.
"우리 모두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문제는 견뎌 내야 하는 나날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는 것 뿐이라.*"
가까이에서 보면 그토록 하찮고, 작은 것이다. 한없이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어떤 감정이 자신의 심장을 관통하며 지나가며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쿵 뛰었다. 당신의 얼굴에서 한 줌의 조소를 읽는다. 당신의 손을 힘껏 뿌리칠 수 있지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도망치는 느낌이라. 그러지도 못한다. 긴장감에 경직된 건지 당신이 손을 놓아도 시안은 자리에 못 박힌 듯 물러나지 않는다. 잔뜩 붉어지고, 조금은 울상인 눈으로만 당신을 본다.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마치 귀를 가슴에 붙여놓은듯. 심장박동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것 같다고. 그렇지만 움직이는 당신이 입술을 분명히 읽는다. 나직하게 감정이 실리지 않은 당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당신이 고개를 숙이면, 입욕제의 그 향이 코 끝을 스쳤을까. 시안은 놀라울 만큼 아주 가까이 있는 당신의 눈길을 마주한 채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들면 그제야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더 이상 당신의 얼굴을 계속해서 마주 볼 수가 없어, 시선을 돌리며. 그나마 최대한 똑바른 발음으로 말한다.
"당신이 제게 해준 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빚이니까요." "갚을 수 없는 빚이라면 목을 매고 죽겠어요."
당신에게는 어쩐지 빚을 진 것 같은 느낌이었고. 자신 같은 족속들은 그런 상태로는 살 수 없는 것이었다.
고개를 뒤로 물러내면서, 싱크대를 짚은 채 머리를 쓸어올렸던 손으로 브리엘은 다시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며 지끈지끈 울리기 시작하는 관자놀이를 천천히 문질러내고 있었다. 움직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던 시안이 뒤로 물러나자 길게 한숨을 쉬며 싱크대에 올린 손으로 비어 있는 잔을 채웠다.
특유의 위스키 향이 잔잔하게 공기 중으로 퍼져나간다. 주방에는 오래 머무르지 않아서 아스피린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말았다. 브리엘의 신경성 두통을 가라앉히는 아스피린과 종종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 울렁거리는 속을 잠재우기 위한 위장약은 늘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지만 주방만은 예외였으니까. 브리엘은 가득 위스키로 채워진 잔을 입술에 대고 기울여서 비워낸다. 고개를 돌리면서 비스듬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하는 속도가 시안이 시선을 돌리는 것과 비슷한 속도였다. 키스라도 해줄거냐고 이야기를 했을 때 대답하지 않고,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은 위치까지 고개를 숙였을 때 피하지 않는 모습에 머리 한쪽에 머무르던 생각이 천천히 비집고 올라온다.
밖에서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며 의사까지 해먹은 나이어린 여자의 뇌는 이 도시에 들어온 뒤로부터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모든 것이 무감하게 느껴지는 것과 똑같이.
"당신이 날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까지는 안할게. 그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금새 비워낸 잔에 다시 위스키를 채우고 브리엘은 응접실로 걸음을 옮기려했다. 언제 그런식으로 행동했냐는 듯, 브리엘의 모든 행동과 태도, 걸음걸이와 목소리까지 무감하기 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