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의 눈송이 이월처럼 따스한 마음 평소라면 북소리에 맞춰 행진하거나 만우절의 거짓말에 속지 않겠지만 유월의 결혼식에는 가장 멋진 춤을 추기를 의지의 힘, 줄리우스와 아우구스투스 아아 당신도 알지, 그저 우리 뿐이라는 걸 구월에 돌아온 새로운 학기에는 너도 아직 기억하고 있을까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넉살이 좋다고 해야 할까. 혓바닥이 잘 구른다고 해야 할까. 굳이 내어 준 기회를 마다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진의 태도는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낯선 상대와의 자리에서 신중함은 좋은 방어선이자 경계선의 역할을 톡톡히 하곤 했다.
"내가 먼저 말을 하라 해 놓고. 염치없게 손을 뒤집을 일은 없다만. 그대가 그렇다면 그리 하렴."
이쯤에서 여인도 어렴풋이 생각했다. 진은 사업을 이끄는 쪽이거나 그에 준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일 거라고. 그리고 아마 그 사업은 라 베르토와 연결고리가 없을 거라고. 아주 작은 고리라도 있다면 라 베르토로써 접촉을 시도 했을 테니. 그런 적이 없다는 점에서 가는 길이 겹쳐질 일이 없는 분야일 것이란 걸 유추 가능했다. 그래 그렇구나 정도만 생각하고 대화로 신경을 돌렸다.
"호들갑스럽구나. 달리 겁을 준 기억은 없다만. 게다가. 내가 미인인지 아닌지 알기엔 본 것보다 보지 못 한 부분이 더 많지 않니."
여인은 턱을 받친 손의 손끝으로 선글라스를 톡 건드렸다. 알이 큰 선글라스와 앞으로 살짝 흘러내린 짙푸른 머리카락이 얼굴의 대부분을 가려 거진 하관만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것만 보고 미인이라 하는 건 너무 과장이 아니냐. 라는게 여인이 한 말이었다.
"보지 못 한 것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그리 좋은 판단은 아니지. 필요하다면 그 판단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만."
요컨데 얼굴을 가린 것들을 치워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말이었는데. 이미 미인은 무섭다고 말한 진에게 굳이 얼굴을 보여주려 하는 말의 의미가 장난 혹은 짖궂음이 아니면 무얼까 싶었다. 그걸 한술 더 뜨듯 내려놓았던 손을 올려 손끝을 가볍게 선글라스의 태에 얹었다. 얹기만 하고 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쯧. 하는 소리를 내며 나는 혀를 찼다. 걸음을 멈추게한 것 고작인가. 전혀 폭탄기폭에 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농담따먹는 소리를 하며 오히려 상황을 즐기고 있는 꼴이라니. 거짓말을 알아차린건지 그래도 상관없다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머릿속이었다. 멈추지 않겠다는 결과 자체는 똑같다. 거짓말인지 아닌지 상관없이 돌파하는 건 자신이 있는걸지도 모른다. 혹은 그런 것 조차 상관없이 그냥 내키는 대로 행동하면 한다는 걸지도.
"역시 머리가 비비꼬인 녀석은 심리전 자체가 안먹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구나."
솔직하게 평을 늘어놓아본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 있다면 관심사의 대부분은 나에게 포커스가 되어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낭비한다면 차량으로 도주할 시간까지는 충분히 시간을 벌었으리라.
"명령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거야말로 이해할 수 없군."
잠깐. 다르게 생각해보자면 명령이 아니라면 굳이 나를 무시하고서라도, 그냥 비스트팀쪽을 노리러 가면 그만이긴했다. 이 대치 상황을 왜 그녀는 내 질질끌고 있음에도 어울리려고 했던건가. 발상을 돌려보자. 애초에 그쪽의 재미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애초에 내가 아닌가.
"정말로 네가 비스트팀에 관심이 있었다면 애초에 나를 무시하고 돌파하면 그만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는건 역시 이 같잖은 촌극에 어울리며 제안을 하지는 않겠지."
말에서 힌트가 보였다. 이 한마디 마저 그저 시간을 끌기위한 수단으로 제안에 고민하듯 속내를 조금만 들춰보는 시늉을 해본다. 목적자체는 시간을 더 끄는것에 있으니까.
"친구라..그 제안..."
무전소리가 지직거리며 귀에 끼워든 이어폰으로 들려왔다. 차량이 출발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마스터로의 상황 보고도 완료했는지 신속히 복귀하라는 명령이 도달했다. 나는 명령을 따른다. 시간은 충분히 벌었다. 이 맹수와의 지긋한 촌극은 내 명령을 끝내는 것으로 끝낸다. 지독히도 하기싫지만 해야하는 긴 문장의 대화도 수단으로서 쓴 끝에-.
"절대적거절."
대화를 하며 팔을 슬며시 뒤쪽으로 하고는 옷 뒤쪽에 매달아 놓은 연막탄의 핀을 뽑고 내던졌다. 연기가 서서히 바닥에서 위로 통풍이 잘되지않은 콘크리트 벽을 그득히 채워가며 그 연기 속으로 사라지며 나는 말했다.
"네가 나를 장난감으로 여기고 싶다면 캄파넬라라는 이름으로 나를 찾아라. 어울려주마. 그 정도로 협상은 끝이다."
요령 좋게 제안을 사양하는 진의 대답에 여인의 손이 선글라스의 태를 놓고 내려졌다. 솔직히, 유연하게 빠져나가는 수완에 솔직히 조금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티는 내지 않았다만. 호기심에 잡아 먹히지 않는 타입인 걸지. 아니면 지나치게 신중한 걸지.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슬슬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작은 삼각으로 잘린 치즈 한 조각도 같이 넘겼다.
후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 그건 여인이 꺼낸 말이었다. 이쪽에서 꺼낸 말로 농을 치는 것이 이걸로 두 번째였다. 철저하게 겉만을 도는 대화. 이 쯤에서 다시 수를 두어야 할까. 아니면 그냥 흐름을 따를까. 고심하던 중에 진의 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뻔뻔스러운 행동도 보였다. 여인은 참지 못 한 듯이 작게 웃음을 흘렸다.
"후후. 그래. 그런 능청을 부릴 줄 아니 자만도 봐줄 만 하구나. 실로 유쾌한 걸."
쿡쿡. 낮게 웃음의 여운을 흘리며 선글라스 너머 가늘게 접힌 눈으로 진을 응시했다. 쥐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라기엔 한결 더 깊고 음습한 눈빛이 었지만 선글라스가 가려주어 드러날 일은 없었다. 그래도 이어진 말은 오만함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인간은 유희를 즐길 줄 아는 짐승이라 하지. 문화나 예술적인 면 만이 아니라 단순한 쾌락을 위해 잔인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는 의미로 말이야. 그러니 매력적이지 않더라도 그저 눈 앞에 있다는 이유 만으로 물어 뜯을 수도 있겠지. 아니 그런가."
가늘게 입꼬리를 올린 입술 위로 붉은 혀가 살짝 스쳤다. 입맛을 다시듯이.
"그대 하는 말을 보니 그걸 원한 건 아닌 것 같다만."
한쪽 입꼬리만 눈에 띄게 올리고 짓는 웃음이 명백히 진을 놀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숨길 생각도 없이 진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술맛 떨어진다. 젠장, 여기서 '어이쿠, 아녀자가 아무리 과년하다 한들 외간여자 앞에서 그렇게 가슴을 내보이면 쓰나. 나는 모르는 일일세.' 하고 위트로 받아쳐주면 얼마나 좋아. 이 거만함이나 사회적 예절을 신경쓰지 않는 태도로 보아, 저 여자는 아무래도 거물 중의 거물이겠다. 진은 오늘도 한 건 했다. 야호~(반어법)
진은 거품이 풀죽은 에스프레소 마티니를 한 모금 마시며, 괜히 그 위의 원두를 입 안에서 굴렸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의 쓴 맛에 정신이 든다. 이 답답한 대화를 헤쳐나갈 정신이.
"글쎄요, 유희만 추구해서는 저 마약굴의 부랑자들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본래 쾌락이 있거든 쾌락을 억압하는 것도 있기 마련. 인류사라는 것이 다 그렇지요. 그리고 그런 자들이 문명을 건설하는 데에 손을 보태는 법 아닙니까."
독성을 지닌 열매의 씨앗, 그것을 볶고 태워 끓여먹을 뿐만 아니라, 이 술에 응용하기까지 하는 족속들. 그런 지성있는 것들이라면 눈에 보이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모두 찢어발겨두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러실 분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아니, 그럴 수 있겠지. 그러면 높은 부에 걸맞지 않아 우스꽝스러우니, 하지 않을 뿐. 능력은 될 터다. 하지만 원래 부를 가진 족속들이란 부에 구애받으니, 부에 뒤따르는 권력을 지키려거든 품위를 챙길 수밖에.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이 술을 시키는 게 정답이었군요."
에스프레소를 넣은, 카페인이 함유된, 잠들 수 없는 술. 진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진짜로? 라고 묻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