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의 시대가 지속되면서 위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그것에서 자신을 지킬 영웅. 가디언이 있다고는 하지만 가디언이 무너지는 순간은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도 그에게는 비슷하게 느껴졌다. 시민들에겐 무적처럼 비춰지던 가디언들이 무너졌다. 거대한 게이트가 파도처럼 피를 토해내고 사람과 몬스터의 피가 뒤섞여 정체 모를 피의 강이 흐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공포에 휩쓸린 채 도망치고 있다. 그 틈새에 넘어진 한 아이가 있었다.
" 으아앙... 엄마아...... "
울고 있는 아이의 앞에는 하반신이 사라진 채 숨을 거둔 시체가 있었다. 두 눈을 제대로 감지도 못한 채 안도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여성의 시신. 울고 있는 아이에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당연했다. 다들 지금의 상황에선 도망가기 급급했으니까. 울고 있는 아이에게 커다란 돌덩이가 날아들고 있음에도 모두는 그 돌덩이에 맞지 않기 위해 피할 뿐. 아이를 구할 생각따윈 하지 못했다. 불가해한 재해에 있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 틈에서도 밝게 빛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 노약자와 어린이부터 대피시켜! "
힘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도망친다면 더 빨리 도망칠 수 있음에도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이들이 있었다. 급한 움직임에도 해결될 수 있다는 확신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를 업고 뛰고 있던 그를 향해, 하늘을 가릴 만큼 거대한 바위가 떨어지는 중이었으니까.
" 칫...... "
아이를 멀리 던지면서 남자는 자신의 의념을 깃들였다. 아이의 몸에 새하얀 막이 생기는 것을 보고, 하늘에서 날아드는 자신의 운명에 순응한 듯 보였다. 죽는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의 표정은 개운해보였다. 자신의 죽음보다도, 죽는 순간까지 누군갈 구하고 가는 것에 기쁘다는 듯 만연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니. 죽기에는 이른 것이다.
하늘을 어둡게 물들이던 바위가 순식간에 무너지며 모스크바의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였다. 남자는 눈부심 속에 눈을 찌푸리며 하늘을 바라봤다. 그 곳에는 큰 키를 가진 남성이 빛을 등지고 날아드는 바위를 박살내고 있었다. 그림자에 가려져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그 입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 아버지...? "
모든 러시아인의 정신적 지주. 예카르 비토보르비츠를 떠올린 듯 남자는 힘을 잃고 주저앉았다. 분명. 분명 저것은 아버지의 그림자와는 달랐지만. 분명 자신의 아버지를 닮아 있었으니까.
" 수고했습니다. 모두들! "
하늘 높은 곳에서, 그가 소리쳤다. 모두에게 선명히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 큰 목소리로 외쳤다.
" 이제 다들 돌아가, 평화를 누리면 됩니다. "
그는 자신의 두 주먹을 움켜 쥔 채로. 하늘 위에 선 채 아래를 내려봤다. 모두가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 위험에 뛰어들었던, 모두를 위해 움직인 여러분 모두가. 힘의 고하와 상관없이 영웅이니. 그들을 위한 영웅이 되어주십시오! "
남자는 주먹을 들어올렸다. 주먹은 태양빛으로 선명히 빛나고 있었다.
" 각자의 영역에서, 영웅이 되십시오. 그것이! 우리의 아버지가 우리들에게 보내는 믿음입니다! "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 선행으로만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강한 힘으로만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옷깃에 묻은 술향기를 차가운 바람에 흘려내며 강산은 미소를 지었다. 과거에도 명진은 위험에 뛰어들고 모두를 구하려고 행동하곤 하는 인물이었다. 선하냐 악하냐를 따진다면, 누가 보더라도 선명한 선의 위치에 있는 그를 러시아는 원했다. 특별반의 붕괴, 마지막 사건에서의 일을 겪은 그는..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러시아로 떠났다. 그리고 오늘, 저 곳에서 영웅이 되는 중이다.
스스로는 저렇게 행동할 수 없다고 강신은 자신의 생각을 되뇌었다. 아직도 떠오르는 과거의 인물들에 비해 강산에게는 강한 힘이나 강철과 같은 육체, 뛰어난 지능이나 능력이 없었다. 단지 자신에게 있었던 것은 위대한 업적을 지닌 부모님. 단지 그뿐이었다. 그러나 업적을 쌓고 그 위치에 도달한 뒤에야 강산은 알 수 있었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존경과 응원에는 수많은 부정적인 것들이 받쳐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그리고, 강산은 그것을 견딜 능력이 없었다.
오늘 우리는, 영웅이 될 겁니다. " 역시 싫어. 영웅이라는 자리는 너무 위태로우니까. "
분수를 알아야지. 하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도 강산의 손에는 어느샌가 가면이 들려있었다. 탈춤을 출 때에 어울리는 탈.
" 그러니까. 나는 도와주지 않을게. "
탈을 뒤집어쓴다. 곧, 나를 숨긴다. 단지 나는 오늘 한 명의 탈로, 이 날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왔을 뿐이다.
" 풍물패가 탈을 썼으면 뭘 하긋어? "
탈에 걸려 목소리가 살짝 울림에도 강산은 미소를 지었다. 시원한 장구 두드리는 소리가 이 땅에 울렸다.
" 자 들거리도 많고 볼거리도 많고, 관객도 이리 많으니. 탈도 썼겠다 한 번 놀아봐야 쓰지 않겠는가! "
시원한 목소리에 어디선가 얼쑤! 하는 추임새가 들려왔다. 강산은 자신의 아래 놓여진 가야금을 보며 방긋 웃었다.
" 산천이 얼얼하여 기이가 판을 치니. 언 하늘에 가려진 빛이 산산히 부서지는구나! " 얼쑤! " 게 영웅이 별 말이랴. 나서는 자가 영웅이니. 저 먼 하늘 어귀에서 호통이 들린도다! " 얼쑤!
영웅의 등장에 노래가 빠져서 쓰겠는가. 무표정한 탈이 덜썩거리는 것은, 어떤 이유에설지 몰랐다.
비웃음과 멸시로 가득한 시선들 속에서 자신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웃어넘기고 숨기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를 대했지만, 그들의 찬란한 재능과 비교되는 자신의 재능을 느꼈기에 강산은 천천히 숨어들었습니다.
다른 것, 다른 것, 다른 것, 계속, 계속, 계속.
" 아직 의념을 각성하지 못 해서 그럴까? "
주위 사람들은 강산의 부족함에도 계속해서 기대를 보냈습니다.
" 에이 설마 못 하겠어? " 그 주혜인의 자식인데.
의념을 각성하였지만 뚜렷히 바뀌는 것은 없었습니다. 부족했고, 어중간했으며, 제대로 되는 것은 없었습니다. 더 급하게, 더욱 초조하게 자라오던 강산은 문득 바깥을 보았습니다. 오늘의 날씨는 좋았습니다. 맑은 햇볕이 있었고, 바람도 선선했으며, 유독 기분이 좋았고 또한 행복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편지를 썼습니다.
사는 게 재미가 없으니 하고 싶은 일을 찾으러 떠나겠다.
어쩌면 그 때의 강산은 무책임했을지도 모릅니다. 단지, 주혜인의 아들 주강산이 아니라.. 그저 강산으로. 나로써 보여보고 싶어서. 그렇게 그는 길을 떠났습니다. 수많은 것들을 보았고, 수많은 일들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미리내고등학교에서 특별반을 모집하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강산은 그 길로 가문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자신을 주가의 탕아라 불렀지만, 강산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강산은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가족들에게 말했습니다. 특별반에 들어가고 싶다.
누구도 강산을 막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응원과 격려를 해주었을 뿐이었습니다. 주혜인은 미소를 지으며 강산을 위한 추천서를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결국, 강산은 특별반에 합격했습니다.
이 곳을 다니며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내 재능이 어중간한 것이 아니라, 단지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걸 알았습니다. 내가 바뀌려 하지 않으면 누구도 바꿔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또한, 남들의 말이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나는, 나입니다. 누가 무어라 하더라도, 누가 비교하더라도. 그것은 비교 대상과 다른, 나. 한 명의 '강산'입니다. 스스로에 자신감을 가지고 강산은 자신의 악기를 끌어안습니다. 아마도, 아버지는 알았던 것 같습니다.
강산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 어째서 강산이 그렇게나 악기를 아꼈는지, 부모님이 그것은 너의 것이라 했는지.
이미 부모님은 알고 계셨던겁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또한, 당신이 하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응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지 시선 속에 자신감을 잃어가던 당신을 응원했을 뿐입니다. 2년간의 가출조차, 조용히 받아들인 채로 말입니다.
의념기
강산은 자신의 얼굴을 만집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구살構殺 타령
엮어내던 이야기들에 얽혀 강산은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손에 들린 백두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나아가는 명진을 휘감습니다. 그 거대한 손이, 영웅의 일격을 펼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방긋 웃으며 강산은 노래합니다.
그것은 자신만의 음악입니다.
나아가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또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입니다. 모두의 살을 벗어내고, 이야기를 벗어내고. 조금 더 나은 우리가 되어 가면 됩니다.
용기를 복돋습니다. 우리는 쉽게 쓰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군의 체력이 증가하며 피해량의 절반을 고정적으로 감소시킵니다.
감정을 고양시킵니다. 우리들은 승리하여 나아갈 것입니다. 아군의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적의 최대 체력의 일정 비율만큼 고정적인 대미지가 증가합니다.
또한, 미래를 노래합니다.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아군의 전체적인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현재 능력치의 1/4만큼 능력치가 증가하며 다음 턴까지 망념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또한 100의 추가 망념을 지급받습니다. 100의 수치만큼 강화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외의 강화 시 사용되는 망념은 감소 효과를 받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