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끝나지 않아, 사이퍼처럼 내가 다스리지 마치 최초로 불을 가져온 원시인처럼 새로워지고 위로 또 나아가, 호된 실수를 하고 판돈을 올려 진공이 없는 이 우주에서는 어차피 모 아니면 도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피피는 어느 대목에서 쿠키 가루를 물에 씻어내던 손을 멈췄다. 뭐? 가스를 맥여? 7년 가까이 굴러먹던 촉이 쎄하다. 뒷목이 싸하게 식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우리 사무실 안내문 정도는 다 읽고 올 거 아니야? '시체' 취급한다 떡하니 적혀져 있는데. 하지만 7년간 봐왔던 손님들은 참으로 다채로운 케이스들이 많았다.
"...이봐, 저 인간 확실히 죽인 건 맞지?"
물방울을 수건에 닦으며 턱짓으로 커피 머신 가리켰다. 니가 알아서 뽑아 먹어. 이 쪽도 만만찮다.
"죽은 거 맞-"
다시 질문하려던 찰나, 캐리어가 움직였다. 이런 미친.
"-야, 이 정신나간 여자야!!"
캐리어에 담아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프로스페로는 뒷골이 확 당겨왔다. 캐리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쪽 손으로 단단히 눌러뒀다. 저런 미친 여자를 봤나. 산 사람을 데리고 와? 가스를 먹일 거면 제대로 먹여야지 지금 깨우면 어쩌자는 거야. 마른 세수를 했다.
다시 마른 세수한다. 얼굴에서 손 뗐다. 웃는 낯에는 웃는 낯으로 대해주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이 사람이 탈수나 질식, 탈진으로 기절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보디 백 안에 들어있다면 그것이 가능하다. 그저 묶어두고 하루이틀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캐리어에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자칫하다간 몸이 상한다. 어디라도 부러지면 뒷수습이 귀찮다.
"말은 쉽지."
캐리어가 움직이지 않도록 눌렀다. 확실히, 수면 가스에서 덜 깼을 때 가방 문을 여는 게 낫다. 문제는 저 여자가 이 캐리어를 지탱할 만큼의 힘이 있냐는 거다.
부엉이 시체의 행방을 물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차피 에만이 대답을 기다릴 것도 아니었지만, 에만이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쉬이 대답을 하지 못했을 테다. 마치 에만만큼이나, 부엉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것처럼. 덜커덕, 하고 문이 열리면 비에 젖은 냄새가 코끝에 와 닿는다. 새로 산 듯한 워커는 첫날부터 혹독한 방수 테스트를 거친 듯하다. 그러나, 들어서던 사람은 에만의 모습을 눈에 담고는 그만 덜컥 멈춰서 버리고 만다. 일순간 확 치솟은 감정이 마치 브레이크처럼 뇌의 사고에 빗장을 질러, 잠깐 생각이 멈춰버린 사람들이 늘 그러하듯이.
그러나 에만은 그 사람에게 너무도 대수롭잖게 차갑고 무심한 말을 한바가지 더 끼얹었고, 냉정하게 뒤돌았다. 너무도 가볍게 등을 보이는 그 움직임.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에만은 곧 미네르바의 부엉이로 개업한 이래 어쩌면 처음 당해보는지도 모르는 일을 당했다. 등 뒤로 문이 부서져라 꽝 닫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에만의 팔뚝을 무언가가 더럭 움켜쥔 것이다. 더 이상 거실로 발을 내딛을 수 없을 만큼 강하게, 그렇지만 아프지 않을 정도로 상냥하게. 손등을 가로지르는 흉터들이 장갑에 가려져있는데도 이 하나의 손길만으로 이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분명히. 에만의 팔목을 나꿔챈 손이 팔목을 부드럽게 잡아당겼다.
뒤로 돌아보면, 그 거한은 다른 손으로 자신의 얼굴에 올려져있던 토끼 가면을 거머쥐고는 끈을 끌러낼 생각도 하지 않고 와락 잡아뜯었다. 토끼 가면이 현관바닥에 내팽개쳐지면서 방문객의 얼굴이 드러났다. 얼굴 위로는 비에 젖어 축축 늘어진 머리카락들이 한가득 달라붙어 있었고, 우뚝한 콧대는 빗물에 젖어있었으며, 두툼한 입술은 감정을 이기지 못해 한가득 일그러져 그 틈새로 깔쭉깔쭉한 치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빗물의 냉기로 창백한 석고상처럼 질려서 일그러진 얼굴 위로, 너무도 익숙한 눈빛이 너무도 낯선 색을 띄고는 에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영업을 하지 않겠다고 극구 거부했는데, 앤빌의 바텐더라는 이야기만으로 마지못해 시간을 내어준 것에서 적어도 자신이 찾아낸 새벽별이 신기루가 아니라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제 자신의 소중한 새벽별이 자신에게 말도 없이 자신의 눈 밖으로 도망쳐서 자신의 허락도 없이 누군가에게 목숨을 위협당한 것을 마음껏 책망할 수 있게 됐다. 네가 나와 같이 살고 싶으면 죽을 때도 내 품에서 죽어야지.
"내가." 그 사람의, 그녀의 입에서 에만이 잘 아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녀의 손이 서서히 에만의 손목을 비틀어올렸다. 그녀의 시선 위로 멍이 든 손목과 검붉게 물들어있는 엄지손가락이 겹쳐졌다. 툭, 하고 손아귀가 에만의 손목을 놓더니, 에만의 멱살을 덜컥 틀어쥐고는 한 팔로 에만을 번쩍 들어올렸다. "널 너무 상냥하게 사랑해줬나 보다. 그렇지?"
저벅 저벅 하고, 그녀는 신발을 신은 채로 현관을 가로질러 204호실의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널찍한 소파 위에 에만을 거의 내동댕이치다시피 메다꽂았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내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너한테 이야기해줄 때, 어느 정도로 욕심이 많은지 충분히 설명을 못 해줬나 봐?" 에만에게 어떠한 저항을 할 틈도 주지 않고, 에만을 소파 위에 메다꽂은 커다란 손이 에만의 가면 위로 덜컥 덮쳐와 에만의 가면을 콱 움켜쥐었다. 우직 하고 가면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딱히 돈을 벌자고 이 수고를 하는 건 아니다. 냐오롱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안. 그리고 사람을 자취없이 없앨 수 있는 여러가지 분산책. 그 분산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별작업이었다. 그래서 곤란한 상황을 유도한... 것은 아니다. 진이 정말로 '아, 30분이면 가는 거리잖아~ 1시간어치만 먹여.' 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방탄은 아냐. 그런 데에 돈 쓰고 싶진 않았거든. 근데 머리가 어딘질 몰라서 문제지..."
사장은 워커로 캐리어를 꾹 밟곤, 허리를 조심스레 숙인 채 노크했다. 썰렁한 미국 농담이라도 하는 것처럼.
"Knock, knock."
쾅! 따라오는 것은 "Who's there?"이 아니었고, 캐리어 속 한 차례 버둥거림. 진은 혼자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어놓고는 배를 잡고 웃었다. 다행이도 캐리어는 부서지지 않았다. "머리는 저쪽이네!" 하고 불룩 솟은 부분을 가리키며 바닥을 구르고 웃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손뼉을 짝, 친다. 바닥에 누운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