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끝나지 않아, 사이퍼처럼 내가 다스리지 마치 최초로 불을 가져온 원시인처럼 새로워지고 위로 또 나아가, 호된 실수를 하고 판돈을 올려 진공이 없는 이 우주에서는 어차피 모 아니면 도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도망이 아닌 게 어디야." 사전적 정의로 말하자면 이직이지만, 그녀가 피를 묻혀야 할 다른 업종으로 옮긴 게 아닌 이상, 이직이란 말은 문맥상 당치 않았다. 폭력과 유혈이 당연한 세상. 이 작은 우리 안에서는 그곳에 이골이 난 사람도 당연히 있을테지. "네 마음속에서 이미 '은퇴' 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적확한 표현이겠지." "휴식, 그래. 일을 하면서도 그걸 휴식이라 생각할 정도라면 이미 이골이 났다는 이야기일 터." 과연 이 자는 얼마나 노련할까? 살육과 폭력의 잔치에 얼마나 익숙해져있을까? 그런 것을 궁금해하기에 그는 이미 노쇠해있었다.
"…아니, 진저비어도 맛있어." 그녀의 아리송해하는 태도와 그 실수에 살풋이 웃었다. 아무렴, 인간인 이상 실수는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니까.
"캐묻지 않는군." 그가 이런 엉뚱한 이름을 댔을 때의 반응은 대개 이런 식이었다. 더러는 목숨이 아까워서이기도 했지만, 그녀에게서 나온 것은 그와는 조금 달랐다. 어떤 형용하기 힘든 강자의 여유같은 미묘한 것이,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피차 편한 길이지… 그것도 마음에 들었어." 무리를 통솔하고 가호하는 한 마리의 암사자랄까. 그 풍채로부터 그런 묘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한두잔 정도는 괜찮겠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그는 코웃음치며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그녀로서는 잘 모르는 사람일텐데도. 제법 연극적이다. 하지만 표면적인 친근함을 가장하기엔 이만한 것도 없다.
바이크는 멈춰서 있었다. 바이크 위에는 한 여인이 걸터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애들 학예회 소품 같은 조잡한 가면을 쓴 채로, 그녀는 허망하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내 손을 들어올려서, 거추장스러운 가면까지도 툭 끌러버리고 만다. 한 치의 푸르름도 없이 붉은 구름만이 감도는 하늘 아래, 여인의 눈동자는 그 빛을 잃고 회색이 되어 있었다. 얼굴을 조금씩조금씩 적시는 비가 그 기세를 점점 붙여가는데도 여인은 비를 피할 생각도 막을 생각도 없이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볼 뿐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눈을 질끈 감는 것뿐이었다. 조잡하고 상투적이고 작위적이게도, 그녀의 눈가로 물방울이 서서히 굴러내렸다. 이내 그것은 얼굴에 쏟아진 다른 물방울들과 섞여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제 있었던 레이스 호텔의 방문은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들을 수 있는 답변은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지금 부재중이라는 것뿐이었다. '어디로 나간다는 말도 없었나요?' 하고 물어봐도, 미네르바의 부엉이와 자신이 어떤 관계인지 모르는 호텔 관계자에게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리 만무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손님의 자격으로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만날 수 있는 때가 되면 알려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뿐이었지만 그 역시 '미네르바의 부엉이의 업무용 번호로 직접 접촉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라는 당연하고 상투적인 권고밖에는 돌아올 것이 없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그녀는 자신이 돌아다닐 수 있는 데를 다 돌아다녀 보았다. 평소에 잘 안 입던, 체형을 가릴 수 있는 품 커다란 옷을 사입고, 철지난 할로윈 소품 같은 가면을 쓰고 베르셰바를 돌아다녔다. 프로그래머들의 성지인 프릭스 굴리에도 가보고, 무언가 단서를 얻을 수 있나 해서 르메인 길드에도 기웃거렸다. A-13구역으로 향해 구역 지도자한테 따져볼까도 했으나 편지에서 들은 답이 이번에는 쓸데없는 감정까지 실려서 되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곧 기수를 돌렸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다 뒤적여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정말로 모든 게 그저 차가운 담배연기처럼 허공에서 쉽사리 까스러지는 꿈에 불과했던 걸까. 어쩌면 자신이 그와 보냈던 모든 시간이, 그저 술에 취해 잠들어버린 주정뱅이의 스쳐가는 꿈에 지나지 않았던 걸까.
결국 자신은 어디까지나 그 어떤 것도 자신의 것이라 주장할 수 없는 추방자였을 뿐이었던 걸까.
그녀는 핸드폰을 들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에 대해 물어볼 때 그녀가 받을 수 있는 답변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었다. 직접 연락해보라는 것.
<( 이야기할 것이 있습니다. )
똑. 똑. 똑.
도어스코프건, 인터콤이건,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수단으로 내다보면 조잡한 토끼 가면을 쓰고 있는 키 큰 사람이 보인다. 저 정도 사이즈의 옷을 어디서 구한 걸까 싶은 오버핏 점퍼에 후드까지 푹 눌러쓰고 있어서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이라곤, 그 사람이 비를 흠뻑 맞았다는 것뿐이다. 딱히 방수가 되는 옷도 아닌 것 같았는데, 지금 레이스 호텔 밖에 때려붓고 있는 저 무거운 폭우를 다 맞으면서 온 모양이다. 재킷 표면이 젖어 번들거리는 게 다 보였다. 바지도 흠뻑 젖어 있었고, 무엇보다 복도에 온통 물 젖은 발자국이 남아있지 않은가.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이 고장이나 난 게 아닌가 걱정될 지경이었다. 보이스웨어로 합성한 듯한 노이즈 끼고 변조된 소리가 무미건조한 톤으로 암호를 읊는 소리가 들렸다.
프로스페로는 평소보다 더 이른 저녁을 입 안에 밀어넣고 있었다. 싸구려 칠리 소스가 들어간 샌드위치가 입 안에서 버석거렸다. 언젠가 누군가가 시체 만진 손으로 잘도 밥이 넘어가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프로스페로는 돼지고기까지 잘만 구워먹는다 답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던가, 아니면 일주일 뒤 판매대에서 만나게 되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입과 손에 묻은 소스를 냅킨으로 닦아냈다. 함께 산 쿠키를 입에 넣으려는 순간, 한 여자가 문을 벌컥 열었다. 프로스페로는 초코칩이 목에 걸릴 뻔 했다. 커피 마시고 있지 않던 게 천만다행이다.
"예, 반갑습니다.."
한숨 쉬며 일어나 한 손으로 캐리어 손잡이를 잡고 들었다. 다른 한 손에는 여전히 쿠키 들고 있다. 사람 시체는 원래 사람 무게보다 더 무겁게 느껴진다. 여기까지 들고 온 것도 용하지, 아니.. 차 타고 왔을 수도 있고.
"다음부터는 문 두드리고 들어오고.. 시체 가지고 누구 마주치기엔 영 껄끄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입에 쿠키를 문 채로 캐리어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쿵, 하는 소리가 울렸다. 방음이 잘 되는 것이 다행이다. 올려둔 뒤에 다시 쿠키 손에 든다.
"앞으로는 캐리어에 이렇게 들고 오지 말고. 보디 백에 들고 오든가.. 자신 없으면 날 불러. 차 트렁크에 눕혀서 데려와도 좋고."
이렇게 꾸겨서 가지고 오면 몸 이곳저곳이 상하니까. 쿠키 삼킨 뒤에야 덧붙인다. 영 불친절한 어투다.
나중에 저 캐리어 속 장정이 약효가 떨어져서 난동피워도 되나요???? 그러면... 재밌을 거 같은걸 피피 롱스타킹(아님)의 멋진 모습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닷...!!!!!!! 별로일 시 : 수면가스에 사람이 저항하는 게 어디 쉽겠습니까... 당연히 안 되죠 그렇고말고!!!!!!!
"우리가 끌려온 곳도 이 도시고, 도망칠 곳도 이 도시뿐이지." 그녀는 낭랑하게 노래하듯 흥얼거렸다. 뉴 베르셰바 밖으로 나간 사람은 정부와 경찰의 추적을 받고, 뉴 베르셰바 안에서 저질렀던 모든 일들을 뉴 베르셰바 밖의 법률로 심판받게 된다. 추격 과정에서 경찰에게 항전하거나 해서 범죄를 저질렀으면, 두 번 다시는 뉴 베르셰바 안으로 돌아가지도 못한다. 뉴 베르셰바는 지옥이었고... 감옥이었으며... 또한 안식처였다. 저주받은 지옥살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참혹한 피투성이 안식처. 이 곳은,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요람에서 그나마 조금의 일상적인 행복을 영위하기 위해 누군가가 만들어둔 더 작은 안식처였고, 그녀 역시 그 곳에 찾아든 부랑자, 침입자, 모험가, 외톨이, 살인자, 탐사자, 강도 중의 한 사람이었다.
"다음번에 루트비어를 시킬 땐 진저비어랑 헷갈리지 말라고 꼭 말해줄래?" 하면서 페로사는 냉장고에서 작은 맥주병같은 병 하나를 꺼내어 흔들었다. 굵직굵직하고 각진 서부스러운 느낌의 서체로 Sunset Sarsaparilla라는 상표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최근에 모하비에 사는 친구들이 진짜 끝내주는 루트비어를 론칭했거든. 적어도 한 병은 꼭 당신 생각해서 남겨둘 테니까." 하며 페로사는 그걸 다시 냉장고에 집어넣는다.
"뭐, 딱히 캐물을 이유가 없으니까?" 하고 페로사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말하고 싶다면 들어줄게. 바텐더는 캐묻는 것보다는 들어주는 것을 더 잘하기 마련이라고." 그러면서 그녀는 랙으로 고개를 돌렸다. "알았어, 하지만 딱 한 잔이야... 니트로 마실래, 온더락으로 마실래?"
한쪽 눈을 감고 도어 스코프 밖을 내다본다. 조잡한 가면, 거대한 체구. 에만은 셰바에 여러 사람이 있다지만 불현듯 이런 사람도 있었나 떠올렸다. 익숙하다면 착각이겠지. 착각일 것이다. 체구가 큰 사람은 많다. 모든 사람이 페로사일 리 없다. 페퍼일 리도 없고, 용왕일 리도 없다. 애당초 용왕이 찾아왔다면 바깥이 벌써부터 시끄러웠어야 정상이다. 여간 신원 드러내기 싫어하는 사람인 것 같아 잠깐 뜸을 들였다. 흠뻑 젖은 모습을 스코프 너머로 유심히 쳐다보던 에만은 창문을 쳐다본다.
비가 온다. 이런 날은 특히 의뢰를 받고 싶지 않다. 차라리 지금 돌려보낼까 싶어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는다. 암호는 정확했다. 뜸을 들인 대답이 천천히 흘렀다.
"부엉이 시체는 어디 있습니까."
언제 뱉어도 우스운 말이다. 내 시체는 어디에 있어야 할지 타인에게 늘 묻는다. 기실 암호는 자신의 위안을 위함이었다. 원래 5년 전 죽었어야 응당 맞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버렸다 했고, 누군가는 팔아 치웠다 한다. 누군가는 가슴에 품고, 누군가는 여기 주머니 안에 있다고들 한다. 그렇게 에만이라는 부엉이는 수십수백 번을 죽었다. 그런데 왜 오늘은 이렇게 내 시체를 찾는 사람이 없었으면 했던 걸까. 살아있길 바라는 걸까. 퍽 우스운 일이다. 에만은 대답을 듣기도 전에 문을 연다.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변덕 때문이다.
문을 열면 체구 작은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서있다. 가장 먼저 보인 머리에선 보드라운 향이 난다. 헝클어진 머리는 말리지 않고 누웠음을 여실히 보인다. 가면에 덮여 가려진 얼굴은 가늠키 어렵고, 문을 열어젖힌 손의 엄지는 피가 끈적하게 말라붙어있다. 조금만 손을 대도 다시 상처가 터질 것 같았다. 평소 입던 후드가 아닌 잠옷 차림이었다. 얇은 잠옷 너머 쇄골 위 목도, 문고리를 붙잡은 손목도 푸르스름하다. 멍 자국이었다. 부엉이의 칩거는 아마 저 상처 때문이었으리.
"꼴이 말이 아니지만 서로 입 닥치고 있게. 셰바에서 흔한 일이잖아.. 비가 오든 뭘 처맞든.."
당신이 누군지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셰바에서 흔한 일이잖아. 어조는 당신을 대할 때처럼 달지 않다. 부드럽지 않고 사랑스럽지도 않다. 한껏 예민하여 가시 부풀린 동물 같았다. 작은 체구 너머의 방은 지나치게 깨끗하다. 사람이 사는 흔적은 흐트러진 침대 위의 노트북 한 대 뿐이었다. 이런 삶을 사는 존재였다. 자신의 것이라고는 이 너른 공간에서도 단 하나만 존재하는.
"들어와. 수건은 빌려줄 수 있으니까."
당신이 누군지 확인하려 들지 않고 뒤돈다. 경계하면서도 등을 보인다. 그런 사람이었다.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경계와 방심을 둘 다 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