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사전에 참여불가기간을 말해주시지 않고 14일 이상 진행 참여가 없거나 미접속시 해당 시트가 정리될 수 있습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608 총사령관은 말이 이어지는 내내 의문스럽다는 듯 나츠키를 내려다보다, 나츠키의 말이 다 끝나고 나서야 왜 여기에 있냐는 말에 대한 답변을 하려 하였습니다. 물론, 그는 바로 말을 꺼내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책상 쪽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하기 시작하였지요.
"......이곳을 정리하고 있었다, 라고 말하면 믿을 건가. "
총사령관씩이나 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않고 직접 정리한다고요? 좀 많이 당황스러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그 자신은 너무나도 태연한 어투로, 나츠키를 향해 되물으려 하였습니다.
"나츠키, 너는 이 연구실이 어떤 곳인 것으로 보이나?"
이곳이 어떤 곳이냐니, 대체 무슨 의도로 묻는 질문인 것일까요? 뭘 하던 곳인지 묻는 것인지, 누가 일하던 곳인지 묻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뭐가 되었던 나츠키는 원하는 대로 답변하여도 좋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당장은 넘긴 것 같아서 안도하는 것도 잠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에 눈이 저절로 커졌다. 정리라고? ...굳이 이런 곳을, 직접? 아버지가 바라보는 책상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다가가서 뒤져볼 생각까지는, 음, 보는 앞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는 건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 아무래도 당장은 무리.
"어? 여기??"
당황스러운 말에 이어 또 당황스러운 질문. 어떤 곳인 것으로 보이냐니, 여긴... 다시 방 안을 돌아봤다. 시간은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기 전에도 이미 봐뒀던 것들도 있고. 매직미러, 벽의 그림들, 문에 붙은 스티커, 표본 같은 것도 있고, 책상과 컴퓨터, 서류들...
"연구실...이지? 저쪽에선 뭔가 관찰했던 것 같은데."
손을 뻗어서, 손가락으로 매직미러를 가리키며 말했다. 솔직히 저것만 보면 취조실이지?라고 해도 될까 싶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로 봐서는 취조실은 아니다 확실히. 어느 쪽인가 하면 연구실. 하지만 그림이나 스티커와 표본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조합이 어쩐지 이 장소에 어색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아니, 어색함 보다는... ...잘 모르겠다. 기이함? 오싹함?
"...어린아이가 있었던 곳 같기도 하고. 스티커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근데 스티커랑 표본은 좀 안 어울리네."
>>610 지하 17층. 모두가 퇴근한다 해도 불이 켜져있는 이곳. 여타 다른 부서도 업무에 치여 늦게 끝나는 경우가 잦으나 여기 기술부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자주 늦게 퇴근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일 늦게 퇴근하게 되었지요.기술1과 사무실은 오늘도 업무로 인해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원들이 앉아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여기 탕비실을 찾아 움직이고 있는 사에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가운데에 [ B-17 ] 이라 크게 적혀있는 벽을 지나쳐 탕비실을 찾아 탕비실로 향하던 사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거리처럼 갈려있는 복도 중앙 한켠에 자리잡은 정수기와, 그 옆에 자리잡은 [ 탕비실 ] 이란 간판이 붙어있는 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수기 뒤에 뭔가가 붙어있던 흔적 역시 찾을 수 있었지요. 특별히 중요한 것이 붙어있던 것은 아닐 겁니다. A4가 붙어있었다기엔 지나치게 큰 흔적과 사에의 탁월한 눈치로 판단해 보자면, 요즈음 붙였다 떼지기를 반복하던 대자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수기 주변엔 사람이 딱히 서성이고 있지 않고, 탕비실 문 쪽에서 그다지 시끄러운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기에 오늘 사에는 특별히 기다리거나 하지 않고 커피를 마실 수 있을 듯 싶어보입니다.
>>620 곧장 앞에 보이는 복도를 향해 직진하려 한 타카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온통 주변이 통유리로 뜷려있는 한 방을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문 바로 옆에 붙어있는 간판에 [ 특수 서버실 ] 이라 적혀 있는 이곳에는 아까 이곳에 진입했을 때와 똑같은, 카드를 찍고 들어가는 듯한 센서가 문 옆에 붙어있었습니다. 조금도 열려있지 않고 문이 굳게 닫혀있으며, 문고리같은 것은 찾아볼수 없는 디자인으로 되있는 문인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이곳은 카드를 찍고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방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곳의 좋은 점을 하나 더 찾아보자면, 이런 사소한 복지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단점은.. 이렇게 잘 챙겨주는 대신 야근을 무지이이인장 많이 시킨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 커피를 연료 삼아 더 일하라는 것일지도? 사에는 가져온 텀블러를 정수기에 들어서 뜨거운 물을 따르기 시작했다. 물이 내려오는걸 보며 멍을 때리다가 문득 정수기 옆에 붙었던 테이프 자국을 손으로 멍하니 더듬는다. 이런거 떼지기 전에 먼저 읽어야 하는데 항상 사무실에 처박혀 있다보니 한 발 늦는단 말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손 안의 물이 식는 느낌이 들어 급히 탕비실에 들어가 인스턴트 커피 봉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10분 정도라도 푹 쉬어볼까나.
>>623 한참동안 말을 듣고 있던 나오키는, 잠시 나츠키가 가르키던 매직미러가 있는 벽과 반대쪽의 벽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이런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그래, 네 말대로 이곳은 연구실이다. " "......아주 오래전에, 네르프가 생기기도 전에 누군가가 쓰던 연구실이지. "
나오키는 그렇게 말하며 뒤집힌 액자가 놓여있던 책상을 향해 다가가서는, 액자를 다시 바르게 올려놓으려 하였습니다. 다시 올곧게 올려지자마자 나츠키는 어떤 사진이 담겨 있는지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히메컷으로 자른 듯한 중단발의 여성이 아이를 안고 서 있는 사진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안에 아이가 누군지 나츠키는 금방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속의 아이는, 나츠키 자신이었으니까요.
"유리나의 취향대로 꾸며진 곳이다. 안어울린다 생각한다니 유감이군. "
나오키는 놀랍지도 않다는 듯 무미건조하게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여기 붙어있는 스티커와 그림들이 모두 어머니의 취향대로 꾸며진 것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인 것일까요? 무슨 말을 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영문을 알수 없는 말들이 '아버지'에게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633 서버실 주변을 살펴보던 타카기는, 문 주위에 검은 카드로 보이는 것이 떨어져 있는 것을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타카기들이 쓰는 카드보다는 다소 낡은 디자인인 것으로 보아, 지금보다 한참 전 옛날에 만들어진 출입카드인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지금도 쓰일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곳 내부에서라면 어쩌면....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카드를 사용하려 시도하시겠습니까, 주위를 좀 더 탐색하려 시도하시겠습니까?
>>634 탕비실 안에는 총 세 개의 소파가 있었습니다. 한 사람만 앉을 수 있는 1인용 소파가 두 개,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다인용 소파가 한개. 1인용 소파는 가만히 앉아 쉴 수 있는 장점이 있었고, 다인용 소파는 편히 누워 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요. 물론 여럿이 이용하게 된다면 편히 눕기는 커녕 좁게 끼어 앉아 잔을 홀짝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만. 텀블러에 온수를 채우고 탕비실에 들어선 사에는, 책상에 구비된 스틱형 커피를 챙겨 가볍게 커피를 타려 하고는 잠시 소파에 앉아 쉬려 하였습니다.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면 사에는 다인용 소파에 앉아 쉴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다인용 소파에, 웬 사람이 드러누워 쉬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목 위로 칼같이 자른 분홍빛 단발에, 가지런히 걸친 하얀 가운. 이곳 지하 17층에서 일하는 이라면 이 소파에 누워있는 여인을 몰라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기술부 부장, 유즈키 이오리는 무방비한 상태로 탕비실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부장을 깨우려 시도하여도 좋고, 그냥 편히 쉬다 자리를 나서도 좋을 것입니다. 뭐가 되었든 선택은 사에의 몫입니다.
후지와라 양이 말해줬던 그 거, 네르프의 전신이 되는 조직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네르프가 생기기 전의 연구실이라면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 안에서 낼 수 있는 결론은, 이곳이 인공진화연구소 시절의 연구실이라는 것뿐인데. 의문을 담아 중얼거리며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버지가 다시 바르게 올려둔 액자는 가려지지도, 검게 칠해지지도 않아 무엇이 담겨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액자에는―
"―엄마...?"
히메컷 스타일의 중단발을 한 여성이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이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쪽은 꿈에서나 보던 엄마의 얼굴, 그리고 안겨있는 아이는... 매일같이 거울 속에서 보고 있다. 그래, 저 아이는... 나 자신이었다. 저 사진이 왜 여기에, 액자에 넣어져서 있을 정도라면, 여기는 그러면... 엄마의 취향대로 꾸며진 곳, 그럼 스티커와 그림도 전부? 그야 스티커는 오래되긴 했지만 귀엽긴 한데 안어울린다는건 표본같은 연구실 티가 나는 물건과 스티커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 것뿐이고...아니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설프게 도피하듯 이상한 곳으로 가는 생각을 다잡았다. 엄마의 취향대로 꾸며진 연구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잖아.
"여기가... 엄마가 쓰던 연구실이라고? 네르프가 생기기도 전에?"
전혀 모르던 사실이다. 에반게리온을, 초호기를 개발하던 도중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것까진 알게 됐지만, 그 이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어. 이런 곳이 있는 것도, 네르프가 생기기 전부터 연구실을 썼다는 것도... 머뭇거리며 책상으로 다가가서 서류를 한 장 집어들려고 했다. 손끝의 작은 떨림이 어떤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지조차, 지금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638 나츠키의 물음에 나오키는 그렇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려 하였습니다.... 대답과는 별개로, 책상을 탐색하려 시도하였습니다만 나츠키는 특별히 눈에 띄는 서류는 찾아보지 못하였습니다. 어머니가 쓰던 연구실인만큼 중요한 서류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만, 지금으로썬 특별히 중요해보이는 서류는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물론 물건이야 한번 찾으려 한다해서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다시 한번 유심히 찾아본다면 뭔가가 나올지도 모르지요.
"유리나는 다른 연구원이 싫어하여도 꿋꿋하게 이곳을 꾸몄지. 본인의 취향을 굽히는 일이 없었어. "
다소 덤덤하게, 그러나 좀 많이 뜸을 들이던 나오키는, 잠시 액자를 말없이 바라보고는 나츠키에게 물으려 하였습니다.
여기 처음 왔을 적에, 인수인계하던 선배께서 기술부는 이 곳에서 자주 쉰다고 하셨는데... 이건 생각보다 놀랐기에 사에는 눈을 잠깐 깜박였다. 자주 얼굴을 마주쳤다거나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었지만 벚꽃을 닮은 핑크색 머리는 잊기가 어려웠다. (흰색 머리인 사에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잠깐 숨을 죽이고 멀찍이서 구경을 하다 이것도 실례일까 싶어 뒤로 물러났다. 딱히 불편한 감정은 없지만 그래도 상사가 자고 있는 공간에서 쉬기란 사자와 함께 굴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대로 나가려다 탕비실 구석에 있는 담요가 눈에 띄었다.
>>652 저 기다란 소파에 누워 잠들어계시는 부장님께서 깨시지 아니하도록, 사에는 조심스레 구석에 놓인 담요를 들어 부장님께 덮어드리려 시도하였습니다........ 최대한 조심스레 덮은 덕에 다행히도 유즈키 부장은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부장님께서 타인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으신다는 소문이 나있으신다 하더라도 상사에게 잡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귀찮은 일은 없으니까요. 그렇지요?
탕비실 밖으로 이동하려 시도하시겠습니까? 복도로 나가셔도 좋고, 좀 더 여기서 쉬려 하여도 좋습니다. 선택은 사에의 몫입니다.
...집어든 서류에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더 찾아보면 나오긴 하겠지만... 서류도 많고 컴퓨터도 있고, 아버지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했다. 진득하게 앉아서 전부 찾아볼 여유는 그다지 없나...
"...그래서 스티커가 저렇게... ...귀엽긴 하지만 역시 표본병 같은 게 있는 연구실에는 좀...“
하지만 이건 내가 연구실을 쓸 일이 없어서 그런 거고, 만약 내가 쓰게 된다면 나도 그렇게 스티커를 붙이던가 인형을 두던가 하면서 꾸밀 것 같기는 하다. 사오리 씨의 아파트에 있는 내 방도 거리낌없이 인형이라던가, 내 취향대로 꾸미기도 했고. 남의 집에 신세지고 있는데 이렇게 거리낌없이 해도 되나 싶을 때도 가끔은 있지만 결론은 언제나 '귀여우니 됐지 뭐'가 되어버리곤 한다. ...이건 엄마랑 닮은 점이라고 해도 좋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야 당연히 있지. 그것도 꽤 많이.“
아니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야? 망할 아버지?? 왜 당연한 걸 묻고 그러냐는 뜻을 담은 시선으로 아버지를 보다가 매직미러 쪽을 가리켰다. 일단 제일 신경쓰이는건 저거.
"저기선 뭘 했던거야? 여긴 뭘 연구하던 곳이야? 엄마는 에반게리온 개발만 했던 게 아니었어? 네르프가 생기기 전부터 뭘 하고 있었던거야? 그리고...“
매직미러를 거쳐 연구실 구석구석을 향했던 시선의 종착지는, 아버지가 말없이 바라보던 액자였다. 아버지와 똑같이, 잠시 말없이 액자를 바라보다가 앞선 질문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657 한참동안 나츠키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나오키는, 잠시 조금 오랫동안 뜸을 들이고 있더니 천천히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여기는 엄밀히 말하자면 개인 연구실이다. 유리나를 포함한 소수만이 쓰고 있던 연구실이지. 남극과 북극에서 발견된 이런저런 표본을 연구하던 중이었다. 저기 냉장고에 담겨있는 것들이 그 표본들이다. "
나오키는 그렇게 말하며 연구실 한켠에 놓인 특수 냉장고를 가리키려 하였습니다..... 처음 이 방에 들어왔을때 연구실 한켠에 자리잡아있던 냉장고는, 나츠키의 어머니가 이용하시던 냉장고였던 듯 합니다.
"자세히는 완전히 말해줄 수 없지만, 유리나는 네르프가 생기기 전부터 이런저런 프로젝트에 참여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진행하던 연구도 있었지. 정확히 말해주기 어려운 연구이지만. "
말해주기 어렵다, 완전히 말해줄 수 없다는 식으로 계속해서 말을 돌리는 것으로 보아, 나츠키의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가 진행하시던 '연구' 에 대해 말해줄 의향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굳이 추측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똑바로 바라보지 않고 계속해서 액자를 바라보고 있는 채로 말하는 것 하며, 나츠키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꺼내려 하는 저 태도. 정말 알려주고 싶었다면 총사령관은 다소 진지한 태도로 나츠키가 하는 말을 들었을 것입니다. 그렇지요?
"대부분의 사진은 정리했다. 아주 어릴적 사진이라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곳을 샅샅이 뒤져본다면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를거다. "
나오키는 그렇게 말하며 나츠키를 슬쩍 보려 하였습니다.... 비록 어떠한 감정도 보이지 않는 무미건조한 눈이지만, 그의 두 눈만은 또렷이 나츠키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나츠키가 원하는 세 명이 있는 사진은, 이곳에서 찾을 수 없을겁니다. 연구실 내부를 탐색하려 시도하시겠습니까?
조심해서 미션을 클리어한 사에는 그대로 뒷걸음질 쳐서 방을 빠져 나온다. 역시 상사와 함께 있는 자리의 숨막힘은 회사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에에겐 너무 버거운 일이었으니깐. 열감이 남아있는 텀블러(인스터트를 두 봉지 넣었다.) 를 두 손으로 꼭 부여잡은 사에는 다시 정수기가 있던 복도로 돌아와 반대편 벽에 몸을 기대었다. 테이프 자국이 잘 보이는 장소였다. 대자보, 떼서 어디다 버렸을까? 눈짓으로 정수기옆 쓰레기통을 흘긋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