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하웰의 꽃집은 늘 조용하다. 아, 조용한 날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조용한 편이다. 이 도시에도 사람들은 밖과 비슷한 면모가 있어서 사랑하기도 하고, 이별하기도 하고, 축하를 하기도 한다. 그에 비해 꽃집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서인지 그렇게 번화가에 위치한 것도 아닌데도 장사는 잘 되는 편이다.
오늘 온 손님은 덩치가 산만하고 스킨헤드에 뺨에 칼자국이 있고 팔에는 커다란 문신을 한 사내였다. 하웰은 익숙하게 손님을 맞았다.
“안녕하세요. 또 오셨네요.” “으응, 꽃다발 한 묶음만 줘. 이번에는 꼭 성공하고 말 테니까.” “매번 전달을 못했다고 하셨잖아요. 이번에는 꼭 고백 성공하길 바랄게요.”
하웰은 익숙하게 꽃들을 골라 예쁜 꽃다발 하나를 만들어주었다.
“그래~ 고맙다. 주인장도 좋은 하루 되길 바라.”
문 밖을 나가는 남자에게 하웰은 손을 흔들었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단지 밖의 기준으로 도덕적이지 못한 일을 하였던 사람이었을 뿐, 보통 사람과 다름없이 사랑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용기가 없어 주지도 못할 꽃다발을 사가기도 하는 것이었다. 하웰은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또 실패하면 또 꽃을 사러 오려나, 하는 조금 나쁜 생각을 하다가 이 정도 생각은 나쁜 생각은 아니지, 하고 혼자 작게 웃었다.
앞치마를 맨 채로 꽃들을 돌보며 틈틈이 새로운 의뢰 제조법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앞치마 주머니 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하웰은 끼고 있던 장갑을 벗고 휴대폰을 확인하니 삼촌이 전화를 건 것이었다.
“아, 삼촌. 무슨 일이에요?”
전화를 받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안부 인사나 날씨 이야기나 그런 것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삼촌이 이야기한다.
- 그래서 본점엔 언제 들어오려고. “늘 말했잖아요. 저는 지점에 있는 게 더 좋다고요.”
페로사의 얼굴에는 이렇다 할 표정변화가 없다. 애초에 딱히 중요하거나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던 듯하다. 그저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건네어져 온 얄팍한 희롱에 당연한 불쾌감을 표시할 뿐이고, 그마저도 그렇게 오래 얼굴에 담아두지 않았다. 다만, 그 모든 시답지 않은 장난질을 넘어서 그제서야 웃음기를 거두고 페퍼가 건네어온 그 질문에서야 페로사는 다시 페퍼를 마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깐 페퍼가 있을 개인실 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가벼운 웃음을 얼굴에 걸친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페로사는 기꺼이 대답했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사실."
그것은 또한 우리 모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기도 했다.
우리는 태어나고, 죽는다. 살아간다. 무언가를 바란다. 무언가를 이룬다. 때론 절망하기도 하고, 때론 실패하기도 한다.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며, 이기기도 지기도 한다. 기뻐하기도 화내기도 슬퍼하기도 즐거워하기도 사랑하기도 증오하기도 욕심내기도 한다. 하루하루를 고군분투하며 스스로를 위해 스스로에게 매일을 새겨나간다. 그러나, 결국에는─ 우리 모두는 죽는다. 우리에게는 죽음이라는 이름의 결코 피할 수 없는 궁극의 패배가 예정되어 있으며, 그 어떤 것도 죽음으로부터 우리를 구할 수 없다. 잔인한 필멸의 굴레 아래에서, 삶이란 것은 이다지도 덧없으며 또한 잔인한 것이다.
"떨쳐내다니. 내가 자살한 사람의 유령이라도 되어보여?" 하고 페로사는 장난스런 웃음을 얼굴에 한가득 걸었다. 참혹한 무게 아래에서 피어나기엔 너무도 생동감있는 웃음이었다. 그녀는 랙으로 돌아서서는 "피노 누아, 피노 누아... 라 베르토 백화점 시음회에서 마음에 들어서 냉큼 들여놓은 게 있었는데." 와인셀러를 뒤적이던 바텐더는 이내 병 하나를 골랐다.
"그 무엇도 우리를 죽음에게서 구해낼 수 없어. 하지만 이 세상에는 우리를 삶에서 구해낼 무언가가 있지. 그 무언가는 각자의 삶마다 조금씩 달라서... 다른 사람에게 무엇이 당신을 삶에서 구해냈는가 물어보더라도, 참고할 목적으로 질문하는 거라면 그렇게 현명한 질문은 아닐 거야. 그 대답은 페퍼 당신에게는 공허한 울림, 텅 빈 소리, 속편한 말로밖에 들리지 않을 테니까. 그건 페퍼를 위한 답이 아니라 그 사람을 위한 답이니까, 그 답은 당신의 답이 되지 못해." 와인글라스 하나를 올려놓고, 페로사는 "Dawndale Pathfinder Pinot Noir"이라고 쓰인 와인병을 내려놓고는 와인오프너로 쉽게 와인 마개를 뽁 딴 다음 푸어러를 꽂고 그것을 높이 들어 와인잔에 따르기 시작했다. 꽃향기가 났다. 그러나 화원의 그것과 같이 과도하게 화려한 향기가 아니었고,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숲속의 오솔길에 드문드문 피어있는 풀꽃에게서 찾을 수 있는 그런 소박하고도 복잡한 향기였다. 그 뒤를 따르는 나무 향기, 흙 향기, 그리고 그것이 이내 과수원으로 향하는 길이었다고 알려주듯 따라오는 느긋하게 풍겨오는 밀도있는 베리향. 빨간 액체는 거품 하나 없이 비단같이 펼쳐지며 와인잔 안에 아름답게 고였고, 페로사는 곧 따르기를 멈추고는 병과 함께 잔을 페퍼에게 내밀어주었다.
"당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짊어질 이유는 당신이 찾아야만 해." 그것은 그렇게 화려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았다. 다만 정직하고 깊었다. "당신도 이 망할 도시에 이유가 있어서 굴러떨어졌잖아."
>>635 하웰이는 앤빌에 페퍼를 따라 한번 왔었는데 페로사는 못본 상태일 것 같구. 아마 그때 앤빌에 바가 있는 것을 보고 한 번 방문할거같기는 해. 뭔가 바에서 술을 마신 적이 없어서 로망 같은 게 있을 것 같거든~ 이전에 페로사가 하웰의 꽃집에 꽃을 사러 온 일이 있었다면 바에서 페로사를 보면 아는 척 반가움을 표시할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초면으로 시작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
>>641 음.. 사실 나도 딱히 기발한 아이디어는 없는지라. 무난하게 새 직장에서 만난 우호적인 직장동료 정도의 관계성이 괜찮을 것 같다! 다만 앞서 말했듯 페로사가 가현의 병약한 모습에 병원 좀 가보라고 종종 잔소리를 했었을 거야. 최근에는 가현에게 수프나 스튜 같은 가정식 좀 알려줄 수 있냐고 물어봤을 것 같네.
>>640 찬찬히 고민해주소서~ 칵테일 입문이라니 하웰주도 칵테일 입문하게 되겠군(좋아) 하웰이는 일단 주량은 보통 정도로 한 소주 한 병 마시면 취기 오르고 두 병 정도면 얘 취했네 ㅉㅉ 이런 수준이야 ㅋㅋㅋ 입맛은 화한 느낌의 박하향은 별로 안좋아함. 쓴 맛은 그럭저럭 다 소화 가능한 수준이고 향을 좋아하는 편. 어떤 향이든 좋아하는데 꽃향이나 과일향을 좋아할 것 같아. 홍차도 가향 홍차를 좋아함니다...(하지만 뒷사람은 홍차에도 지식이 없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