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낯선 이들을 죽이지 우린 일면식도 없는 놈들을 죽이지 우린 개자식들을 존나 죽이지 여기 총이 잔뜩 있으니 차라리 도망치는 게 좋을 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무의미하게 얹어진 손에 제롬이 손이 닿자 크게 움찔거렸다. 그리고 파득 떨었다.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입술을 얕게 깨물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손도 제롬도 물러서길 기다렸으나. 실은 그 다음에 나올 말을 알고 있었다. 가지 않을 거란 걸 이미 알면서 택도 없는 축객령을 내렸다.
"오늘은 됐다ㄴ"
생각과 달리 다급히 나오던 말은 다시 겹친 입술로 인해 막혔다. 그 말은 여인의 턱이 제롬의 손에 잡혀 고개가 움직여졌다는 걸 의미했다. 머리카락이 들춰진 것 역시 당연했다.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또다시 급한 숨을 들이쉬는 여인의 얼굴은 붉었다. 여유를 잃은 그 날처럼. 조금만 더 붉음이 번지면 귀까지 물들일 만큼.
턱을 떠난 손이 쓰다듬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제롬의 팔이 여인을 품에 안자 떨림은 몸으로 번졌다. 평정심을 찾을 수 없어 보였다. 잃어버린 여유는 그리 쉽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었기에. 평소와 달리 느긋한 물음에 대답도 못 하고 있었다. 제롬의 품에 기대어진 얼굴에선 깜빡임을 잊은 두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몸의 떨림과도 같이.
종용하는 말투와 억센 팔 안에서 작게 숨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곧 쥐어 짜 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내가 먼저 시작했으면, 끝도 내가 낼 수 있는 거 잖아. 내가 시작하고 내가 그만 하겠다는데. 왜 안 따라주는 거야? 나는 분명, 그만이라고 했잖아. 오늘은 아니라고. 말 했는데."
두서없이 내뱉는 말 사이로 숨이 턱 막혔다. 거칠게 숨 몰아 쉬는 여인의 몸이 한번 크게 들썩였다. 아아아아. 숙여진 고개 아래에서 꺼져가는 비명과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사시나무 떨 듯 떠는 여인의 몸을 여인의 팔로 감싸는데 어찌나 세게 쥐는지 손이 하얘지다 못 해 손등에 핏줄이 불거지려 했다. 숨 쉬기 어려운 듯 짧은 호흡과 함께 횡설수설은 이어졌다.
"그럴 기분 아니라잖아. 오늘은 아니라고 했잖아. 왜 내가, 나한테 주어진 선택지가 그것 뿐 인 건데? 다른 선택지는 없어? 누구 마음대로? 어째서 네가 그걸 정해. 너는, 너는 그냥."
충동으로 저질렀을 뿐인 상대였는데.
벌어진 입술은 차마 그 말을 하지 못 했다. 해버리면 이 상황을 끝내고 도망갈 수 있었다. 눈 딱 감고 말해버리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망설였다. 망설이는 사이 조각난 기억들이 여인의 머릿속을 장악했다. 대부분 최근의 것들이었고. 그 속에서도 한 사람의 비중이 너무 컸다. 함께 보낸 시간이 이미 너무 많았다. 여인은 다시 입술을 깨물었고, 꺼져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중얼거림을 끝으로 조용해진 여인은 여전히 가늘게 떨었다. 여전히 빠져나가려고 하지 않으면서.
시니컬한 억양의 목소리가 툭 떨어졌다. 혼잣말이라면 혼잣말이고, 답문이라면 답문이었다. 권력이 있고 힘이 있다면 다 내팽겨치고 살아가도 괜찮은 도시 아니던가. 자신보다 더 모순적으로 보이는 말을 내뱉는 상대를 응시하는 브리엘의 눈빛은 여전히 무감하고 차분했다.
자신이 말했던 정신나간 청소년들이 골목 벽에 해놓은 낙서는 싫어한다는 상대의 말에, 브리엘은 천천히 눈을 깜빡일 뿐 거기에 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초면이기 때문에 묻고 싶은 게 많은 법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했으니 사적인 질문은 안받아도 되니 괜찮을 것 같네. 피차일반이야. 나도 당신에 대해 아는 건 없으니까. 이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이로 끝내는 게 나아."
우연은 우연으로 끝나는 게 옳다고 브리엘은 생각한다. 우연을 넘어버린다면 그것만큼 성가신 일이 없으니까. 붉은 하늘에 머무르던 시선이 아래로 내려지면서 바쁘게 캔버스 위를 움직이는 상대의 움직임을 응시해본다. 그림에 대한 조예는 없지만 모델이 필요하다는 말은 괜한 수작질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괜한 수작질이여도 곤란하다기보다, 귀찮게 됐다는 생각이 떠오를 뿐일테지만.
"당신, 평소에도 칭찬이 후한 편이라고 이야기를 듣지 않아? 그리고 충분히 편한 자세니까 괜찮아."
#답레길이 다이어트를 하고 싶지 않은데 브리엘 성격 때문에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고 있어....
시니컬하게 던져지는 말을 가뿐하게 받아올렸다. 그 말에도 틀림은 없었다. 자신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요소만 있다면 -그것이 돈이든 권력이든 인맥이든- 거짓말 같이 살기 편해지는 것이 요즘 시대 아닌가, 그것은 베르셰바던 그 바깥이던 다를건 없겠지만 차라리 베르셰바처럼 누군가의 통제에서 맞추어진 규격으로 사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을런지도 모른다. 모형정원이 곧 낙원이라고, 어느 누가 그런 발칙한 생각을 쉽게 떠올리며 믿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라도 살아간다는 것에 의미부여를 한다면 나쁠 건 없지만 언젠간 그것조차 시들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적어도 인간은, 외부의 자극에 질려하기 전까진 그것을 계속 찾아가며 갈구하기마련이었다.
"그렇기도 하죠~ 하지만 적어도 제겐 호기심만을 채우기 위해 무례한 짓까지 서슴없이 저지르는건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거든요~ 이 세계는 한번 미움받기 시작하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요." ...라고 말하기엔, 이미 늦었으려나요~"
조금은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녀였다. 아마도 이렇게 상대방을 붙잡고 자신에게 시간을 할애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이었을까?
"우연이라...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흘려보낸다면 얼마든지 흘려보낼수 있는 가벼운 만남일 뿐이죠. 지금 당신과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딱히 기억할 필요도 없는, 어쩌면 잊어도 이상하지 않을, 구태여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만남이랍니다~"
세상은 그저 우연과 필연, 그리고 누군가의 행동으로만 흘러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작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복잡하기 그지없는 마음을 품고있으면서, 참으로 야속한 말이다.
그어진 선에 따라 붓이 색을 입혀나가고 주변의 사물을 만들어가면서도 사람의 실루엣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는 보라색 눈동자는 이따금씩 안개를 머금기도 했고, 한순간 전기가 오르기도 했으며, 미러볼처럼 수많은 빛을 뿌리기도 했다. 얊게, 두텁게, 가늘고 길게, 짧고 굵게, 캔버스에 묻어나 덮어지고 때로는 서로 엉겨붙는 모습이 마치 작은 세상처럼 느껴졌다.
그것을 애잔하게, 서글프게, 그러면서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행동일까? 그녀는 그 해답만큼은 쉽사리 내놓지 못했다.
아무리 그녀가 모든 것을 계산하며 살아간다 한들, 세상은 언제나 그녀에게 예외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우연이라는 이름의 기계장치로 곧잘 당혹스럽게 만들겠지.
어차피 모든 것은 우연으로 그 궤를 달리하게 되어있었다. 잘 짜여진 이야기가 갑작스레 다른 노선을 타게 되며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세상의 정의가 바뀌기도 하고 정형화되었던 것이 흐트러져 부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것이 약하건 강하건, 결국엔 인간의 삶에 스며들곤 했다.
이래선 업보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글쎄요~ 칭찬이 후할 수도, 어쩌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기에 정말 사소한 반응이라도 충분히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것 아닐까요? 아무렴 어떤가요~ 입에 발린 말도 아닌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물론 편한 자세라 하신다면 저도 조금은 마음이 놓이네요~ 마무리까지 얼마 안남았답니다~ 미리 말씀드렸다시피 길지 않으니까요? 커피 한잔 마실 정도의 여유만 있을 뿐이죠..."
캔버스와 모델의 사이, 그 미묘한 시선에서 그녀는 늘 그래왔듯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것이 제 그림을 보고 있을지, 그림의 대상을 보고 있을지는 여전히 흐릿한 초점 때문에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겠지만 말이다.
"이 도시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핑곗거리가 되는거지. 베르셰바에 사니까, 베르셰바에 살고 있으니까- 하고."
브리엘은 여전히 시니컬한 어조를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조금 더 단순하게 치중되어 있지만 이 도시의 규칙은 밖이랑 다를 바 없었다. 돈과 권력, 인맥이 있다면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며 의사가 되었던 어린 여자 한명 매장시키는 게 손쉬웠던 밖과 똑같은 풍경이다. 그 단순한 규칙에 폭력이라는 일차원적인 방식이 섞여 있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그런 도시다.
이어지는 상대의 말에, 웃음기 없는 무감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미움받지 않으려고 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미워할걸. 인간은 그런 구조로 되어 있으니까. 이기적이고 계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야."
그래서 끔찍하게 역겨울 따름이지. 하는 소리는 입밖에 내지 않은 채, 쓴 맛이 강한 커피를 한모금 마시는 것으로 입을 다물어버린다. 상대의 웃는 모양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것으로 외면해버릴 뿐, 말을 한다던가 하지 않았다. 낙관론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나. 짧은 의문을 떠올렸다가 브리엘은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냈다. 관리가 잘되어 있는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흩어졌다.
별다른 대꾸 없이 브리엘은 자신을 모델 삼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대를 슬쩍 관찰하듯 바라봤다. 캔버스를 바라보는 보라색 눈동자에 비치는 감정들이 읽어내기 쉬웠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것들을 지켜보다말고 브리엘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알 것 같지만 덮어놓고 잊어야하는 게 떠오르는 것 같았다.
"차라리 입에 발린 말이였으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고 해서 그런 말도 못하잖아. 짜증나."
그 말그대로, 테이크 아웃 컵을 가득 채우고 있던 블랙 커피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에 브리엘은 자신의 빈 옆자리에 컵을 내려놓았다.
숨 쉬기 어려운 듯 한 모습, 사시나무 떨듯이 떨리는 몸. 제롬은 그런 그녀를 보며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다른게 아니라 패닉 증상에 가까워보였다. 하지만, 그 패닉의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그 또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으나, 생각해보면 그다지 고민할 것은 없었을까.
꺼져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조용히 떨고있는 여인을 그는 품에 끌어안은 채 몇번 쓰다듬어주려고 했다. 그러고는 여인의 귓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오히려 더 간단한 문제라고.
"네가 싫다면 이 자리에서 도망치면 그만이야. 날 밀어내봐. 손을 뿌리치고, 깨물고, 발버둥쳐서라도 빠져나가. 그렇게 하면 나는 막지 못하겠지."
여인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서서히 내려와 여인의 볼을 살짝 쓸어내렸다. 이미 붉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색이었다. 마치 그 날의 여인처럼. 끌어안은 가슴팍에선 여인의 떨림이, 불안정한 숨이 느껴진다. 진동을 통해 제롬에게도 전해져왔다. 안심시키려는 듯 상냥하게 볼을 쓸어내리거나, 쓰다듬어주는 손길과는 반대로, 그의 목소리에서는 미약하지만 웃음기가 느껴졌다. 이 상황이 즐거운 것은 아닐 터였다. 그렇다면, 웃음기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그렇게 하기 전까진,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선택해, 벨라."
그 날, 그는 자신이 그저 한순간의 충동으로 인해 곁에 선 상대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설마, 라며 지워버렸을 뿐. 그렇기에 제롬은 가능한 한 벨라에게 자신을 새겨두려고 했다. 언젠가 벨라가 자신을 충동이었을 뿐이라며 밀어내도, 그 기억 때문에 밀어낼 수 없도록.
제 품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여인을 잡화점의 문 쪽으로 이끌었다. 여인이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는 문을 열고 나와, 벨라의 귓가에 집으로 안내해달라고 속삭였을 것이다. 벨라가 한 번이라도 거절한다면, 그 즉시 멈추었겠지만.